[영화로 배우는 아들 키우기]
글 = 김진미(칼럼니스트, '네가 잠든 밤 엄마는 꿈을 꾼다', '육아 품앗이 해볼래?' 지음)

저희 집에는 장난감 총이 네 자루 있습니다. 두 아들은 일주일에 서너 번 총싸움을 하며 신나는 여가를 보냅니다. 그런데 며칠 전, 둘째 아이가 학교 앞 문구점의 칼을 사달라고 하더라고요. 십만 원 가까이 주고 산 멋진 총이 집에 있는데 왜 칼일까 싶었지만 하도 부탁하길래 삼천 원짜리 긴 검을 사줬습니다. 그날 저녁, 두 아들은 칼 하나를 두고 쟁탈전을 벌였어요.  

“내가 갖고 놀 거야.”
“아니야, 내가 갖고 놀 거야.”

1학년, 5학년 사내아이들이 칼에 열광할 줄 몰랐네요. 제가 한 말은 한마디뿐입니다.

“모두 엄마 탓이야. 엄마가 칼을 두 개 샀어야 했는데 하나만 사서 싸움이 벌어졌어. 그러니까 그만 좀 싸워. 칼 하나 더 사 올게!”

남자아이들에게 검이냐 총이냐를 선택하라고 하면 반반으로 나뉠 것 같습니다. 총은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재미가 있고 칼은 칼집에서 빼낼 때 들리는 ‘스윽’ 소리부터 비장미를 자극합니다. 특히 긴 칼은 일본 무사 흉내 내기, 유럽의 중세 기사 놀이를 할 때 현장감을 주더라고요.

<꼬마기사 트랭크>는 칼을 높이 치켜든 포스터에서 알 수 있듯 기사를 꿈꾸는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어린 트랭크가 왜 검을 들었을까요? 농부는 기사가 될 수 없는 계급 시대, 악명 높은 귀족들이 농민에게 무리한 세금과 공물을 요구하자 농부의 아홉 살 아들 트랭크는 반기를 들고 기사가 되기 위해 숲으로 숨어듭니다.  

<꼬마기사 트랭크>는 ‘2D 애니메이션이어서 촌스럽다’, ‘스펙타클함이 덜하다’는 의견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 시대 아들을 위한 쉽고 착한 영화여서 여러분에게 권합니다. 영화는 세 가지 생각거리를 던집니다.  

첫째, 농민의 아들은 기사가 될 수 없는가.   
둘째, 아버지가 기사면 아들도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기사가 되어야 하는가. 
셋째, 용감한 여자도 기사가 될 수 있는가.  

서양에 기사가 있다면 신라에는 화랑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사다함, 관창, 김유신 같은 신라의 화랑 활약상을 들려주세요. 조금 위험할지언정 진검승부를 겨루는 칼싸움은 장려하고 싶은 신체활동 중 하나입니다. 

함께 보면 좋은 영화로 <삼총사:용감한 친구들>, <마스크 오브 조로>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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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과 박물관에 가면 딸들은 조용조용 설명을 들으면서 지시에 따라 움직이지만 아들들은 눈에 보이는 것에 쏙 빠져서 옆에서 하는 말과 설명은 그야말로 귓등으로 흘려버리고 맙니다. 딸의 뇌는 시각적인 자극과 청각적인 자극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지만 아들의 뇌는 시각적인 자극에 몰입하면 청각적인 자극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거든요. 이것은 뇌량이 적기 때문이므로 아들의 뇌가 시각적인 자극이 노출되기 전에 짧은 설명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유난히 부산스럽고 산만한 특성을 보이는 경우라면,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운동을 하는 것도 아들의 뇌를 집중하게 만드는 좋은 방법입니다. 

<아들의 뇌(곽윤정 지음/ 포레스트북스)> 중에서.

 

글 = 김진미(칼럼니스트)
대학에서 글쓰기를 전공하고 <네가 잠든 밤 엄마는 꿈을 꾼다>, <육아 품앗이 해볼래?>를 썼다. 영화관에서 7년 일한 경험을 살려 두 아들과 정기적으로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영화 보는 시간만큼은 두 아들이 티격태격 다툼 없이 집중력을 높여줘 아주 행복한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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