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재연(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Q. 45개월 딸의 울음소리에 예민해져서 아이를 때리게 됩니다. 사랑은 하지만 매를 드는 제 모습에 힘이 듭니다. 매를 드는 횟수가 늘어나고 강도는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감정 조절이 안 되어서 아이가 크게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아이가 울 때, 그 우는소리를 들으면 이성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매를 들고 때리고 난 후에는 심하게 자책을 합니다. 엄마로서 자격이 없는 것 같고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어떤 방법을 써도 더 크게 웁니다. 매를 들어야 안정이 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도려내야 하는 상처의 기억

A. 나무에 깊게 박힌 못처럼 어머님이 얼마나 힘이 들지 질문에서 느껴집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아이를 때리는 행동을 당장 그만두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행동은 다른 어떤 것보다 빠르게 전염됩니다. 45개월 된 딸은 '엄마의 폭력'을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빠르게 확장시킵니다. 엄마의 말과 표정 그리고 행동의 터널을 통해 사회로 달려 나가는 것이 자녀들입니다. 어떤 터널을 경험했느냐에 따라 사회에서 대인관계의 방식으로 무의식적으로 그대로 드러내게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기억의 저장'을 '엔그램'(engram)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면 부모가 나를 키우면서 매를 든 모습을 보면서 자라면 시각적 정보로 머리에 저장해 두고 있다가 나중에 엄마가 된 후 나도 모르게 아이를 보면서 잊었던 '상처의 기억'을 끄집어 와 친정 엄마의 모습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앤그램은 신경생물학에서 세포 내에 형성돼 있는 '몸의 기억'이라고 설명합니다. 마치 20년 전 컴퓨터에 저장해 둔 동영상 자료를 나도 모르게 클릭해 화면을 보고 있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몸과 마음에 각인된 상처는 언제든 다시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친정어머니와 어머님의 관계를 확인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만약 '기억의 방'에 친정 엄마의 모습이 있다면 이제는 행동의 칼로 도려내야 합니다. 내 아이에게만큼은 부모가 남겨놓은 가족 최면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불안함을 울음으로 표현하는 아이들

이번에는 아이의 입장에서 보겠습니다. 45개월이면 낮보다는 밤에 들리는 큰 소리에 민감해 하는 시기를 거치고 있을 겁니다. 또 아직은 부모와 분리되거나 자신의 몸이 다치는 것 등에 가장 큰 불안을 느끼는 시기입니다.

어른처럼 많은 물건과 사람의 관계 경험이 없는 존재가 아이들입니다. 경험이 없다는 것은 예측력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아픔과 불안을 어떤 방식으로든 즉각적으로 드러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지속적인 울음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모들은 “우는 소리 듣기 싫어 뚝 그쳐!” 또는 “부정적인 사람이 제일 싫어! 뭐만 하면 울고 넌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라며 아이를 다그치게 됩니다. 이런 말을 할 때, 부모는 아이를 아이로 보지 못합니다. 아이가 부모의 말을 다 알아들어야 하는 사춘기 자녀나 성인으로 착각합니다. 발달 시기가 끝난 성인이 아니라 분명히 발달과정 속에 있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어머님의 스트레스를 점검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남편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인지 아니면 시댁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아이가 아니라 다른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면 아이의 울음소리 문제 이전에 그 관계부터 변화돼야 합니다.

외부에서 가진 스트레스가 아이에게까지 전달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잠시 방에 들어가 시간을 갖거나 화장실에 들어가 조용히 호흡을 하면서 '아이에게는 웃으면서 반응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면 도움이 됩니다.

 

엄격한 잣대는 이제 그만

마지막으로 딸아이의 울음 소리를 녹음해서 들려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단, 들려주면서 “이런 소리 정말 짜증 나 너도 들어봐!”이렇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시면 안 됩니다. 엄마의 반응까지도 아이는 그대로 복사해 타인에게 재생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반응을 보이셔야 합니다.

“지윤(가명)이가 계속 울기보다는 지금 기분이 어떤지 엄마한테 이야기해 주면 좋겠어~”라고 딸아이의 입장에서 감정을 울음이 아니라 언어로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셔서 합니다.

아이 입장에서의 대화가 잘 되지 않는 어머님들을 대부분은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엄격한 잣대는 정신적인 체벌과 마음을 단단한 철장에 가두는 강박관념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더 큰 새장을 만들어준다고 해도 결국 새는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라 통제적인 엄마의 품을 강압 받는다고 느낄 것입니다. 꽃에 사랑이라는 물을 주는 것처럼 안아주시길 바랍니다. 더 단단한 새장이 아니라 활짝 열린 울타리가 돼 주시길 바랍니다.

 

글=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교육학 박사(상담사회교육전공), (現)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前)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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