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문제로 시작했지만 병원에 왔을 때 문제가 얽히고 얽혀 복잡한 상황이 돼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병원에 조금 더 일찍 왔다면', '조금 더 적절한 개입이 있었다면'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자녀의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그냥 넘어가도 되는 것인지 모호하게 느껴질 때가 있고, 또 잘못된 행동이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정보가 없어 답답한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가벼운 수준이라면 지켜봐야 할 문제들

아이들은 성장과정에서 때때로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곤 합니다.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이상하게 보이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놀이일 수 있고, 또 '성장' 중이라는 불완전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감 때문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들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지나가게 두어도 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과도한 관심과 개입이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01
갑자기 나타난 틱 행동

유아기,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흔하게 보일 수 있는 문제 행동 중 하나로 '틱'이 있습니다. 틱은 빠르고 불규칙적인 반복행동으로, 헛기침을 하듯 큼큼 소리를 내거나 혀를 차며 탁탁 소리를 내는 등의 '음성 틱'이 있고, 눈을 깜빡이거나 고개를 갸웃하는 등의 '운동 틱'이 있습니다. 조금 더 진행된 경우에는 음성 틱과 운동 틱이 동시에 나타나는 '뚜렛 증후군'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가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 부모님들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고 걱정되는 마음에 혹은 답답한 마음에 즉시 개입을 하게 됩니다. 많은 경우 “왜 그렇게 자꾸 소리를 내니?”, “왜 눈을 자꾸 깜빡해?”하고 질문을 하고, 행동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그만하라고 주의를 주거나 벌을 주는 등 통제하려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틱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따로 지적이나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을 두고 지켜보되 주변 사람들에게도 미리 정보를 주어 아이의 틱 행동에 대해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이렇게 간섭하지 않고 지켜보다가 뚜렷하게 틱 증상이 유지되거나 다양한 형태로 번지는 조짐이 있다면, 그때는 병원에 찾아가 전문가에게 문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02
반복되는 자위 행동

 또 다른 흔한 걱정거리인 행동은 바로 '자위'입니다. 보통 남자아이들의 경우 바닥에 성기를 납작하게 대고 몸을 앞뒤로 움직이고, 여자아이들의 경우 책상 모서리 같은 곳에 성기를 대고 두 다리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하는 모습이 관찰됩니다.
 
성인의 시각에서는 부적절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아이들의 자위는 성인의 그것과 성격이 달라 단지 기분 좋은 놀이의 일종으로 행해집니다. 보호자가 자주 지적하고 개입할수록 아이들은 죄책감을 느껴 단순한 놀이로 여겼던 것을 이상하고 수치스러운 것으로 여기게 되며, 행동 자체도 소거되지 않고 보호자가 없는 곳에서 몰래 하려고 하는 방식으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아이의 자위 행동을 목격했을 경우 직접적으로 언급을 하거나 혼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대신 모르는 척 넘어가거나 아이의 주의를 환기시켜주세요. 예를 들어, 아이가 보이지 않는 먼 곳에서 “엄마, 가방 좀 가져다줄래?”, “이 수건 좀 화장실에 넣어줄래?”와 같이 간단한 심부름을 시키는 것으로 아이가 자위에 몰두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리도록 할 수 있습니다.

 

03
보호자도 불안하게 만드는 빈번한 불안 증세

흔히 발견되는 또 다른 문제는 '불안감'입니다. 불안감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혼자 화장실을 가지 못하거나 혼자 잠자리에 들지 못할 수도 있고, 갑자기 짜증이나 화를 내는 부정적인 정서가 두드러질 수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 외출하기 힘들다고 하는 등 걱정스러운 양상으로 관찰되기도 합니다.
 
눈에 띄는 불안감은 기질적인 영향이 큰 편인데, 어린 시절부터 잠을 깊게 자지 못하거나 편식이 심하고 잘 놀라거나 손을 많이 타는 등 예민한 기질을 타고난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불안감이 높았는데 보호자는 이런 아이가 답답하다고 여기는 등 성향이 잘 맞지 않아서 의도치 않게 아이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은 아주 흔한 일입니다.
 
아이의 불안감이 눈에 띄더라도 학습, 또래관계, 자기관리와 같이 평소 일상생활에서 하던 것들을 계속해서 잘 해내는 등 적응 수준이 양호하다면 아이의 불안감이 다시 낮아질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스트레스 요인들을 제거해 주고 충분히 예측 가능한 환경들을 마련해 주어 아이가 안전감을 느끼게 해주면 불안 증세들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불안감이 점차 과도해져서 평소 하던 것들을 더 이상 이전과 같이 해내지 못하고 평범한 날들이 방해받기 시작한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보셔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겉으로 보기에는 가벼워 보이더라도 주의하고 전문가를 찾아가 봐야 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글=선우현정. 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심리사입니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주력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소통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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