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선우현정(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

문득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지 염려될 때가 있으시죠? 

우리나라에서는 생후 4개월부터 71개월의 영유아들은 영유아 건강검진을 통해 대략적인 발달 사항을 체크할 수 있는데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이상 발달 징후가 발견되거나 보다 정밀한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고받을 경우 당황스럽고 막막하게 느껴집니다. 또,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없더라도 또래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혹은 주변 사람들의 걱정 어린 말들로 발달 검사를 받아봐야 할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발달 검사는 어떤 검사인가요

주로 놀이 형태로 진행되며, 놀이 속에서 아이에게 간단한 과제를 제공하고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지 체크하는 방식으로 실시합니다. 대부분의 또래 아이들이 성공하는 과제를 제시한 뒤 아이가 어느 정도의 수행능력을 보이는지 관찰함으로써 발달이 제 연령 수준에 적절한지, 미치지 못하는지, 아니면 훨씬 나은지 평가하는 것입니다. 

검사 소요 시간은 아이마다 큰 차이를 보입니다. 아이가 검사 과정에 어느 정도 협조적으로 응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언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요. 이렇게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검사 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90분 정도의 시간을 예상하고 내원하시면 됩니다. 발달 검사 외에 다른 검사가 함께 실시될 경우 병원의 안내에 따라 넉넉하게 일정을 잡는 것이 좋습니다. 

발달 검사 시 아이 특성이나 평가자의 원칙에 따라 평가실에는 보호자가 입실하기도, 입실하지 않기도 합니다. 

아직 어린아이들은 보호자와 분리되는 것을 불안해하고, 보호자가 있는 공간에서 과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보호자가 함께 입실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일부 아이들은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보호자 곁을 맴돌거나 쉬운 과제도 보호자가 도와주길 바라는 등 활동에 몰두하지 못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보호자가 아이 곁에서 힌트를 주려고 하거나 본인도 모르게 한숨을 쉬고 눈치를 주는 등 아이에게 압박감을 줘 결과에 영향을 주는 등 방해가 될 때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발달 검사에는 어떤 검사들이 있나요

발달 검사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검사의 구성은 대체로 비슷하지만 아이의 연령, 상황 등에 따라 적합한 검사가 이뤄집니다. 

 

베일리 영유아 발달검사(Bayley Scales of Infant Development)

생후 42개월까지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검사입니다. 인지발달, 언어발달, 개인 및 사회성 발달 수준을 평가하는 [정신 척도]와 운동의 질, 감각 통합, 지각-운동 통합 수준을 평가하는 [운동 척도]로 구성되며, 평가자가 아동을 관찰하고 평정하는 [행동 평정 척도]가 포함됩니다. 연령별 규준에 따라 정신 발달지수와 운동 발달지수를 산출하고, 연령에 따라 ▲85% 이상이면 '정상 발달' ▲70~84%면 '경도의 지연' ▲70% 미만은 '심각한 지연'으로 구분합니다.

 

교육진단 검사(PsychoEducational Profile Revised: PEP-R)

12개월부터 7세 5개월까지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베일리 영유아 발달 검사보다 폭넓은 연령층에 대한 발달 규준이 마련돼 있습니다. 모방, 지각, 소근육 운동, 대근육 운동, 눈-손 협응, 동작성 인지, 언어성 인지에 대한 각각의 발달 연령을 산출하며, 이를 통합한 전체 발달 연령도 산출합니다. 이를 통해 영유아의 생활 연령 대비 어느 정도의 발달 수준을 보이고 있는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덴버발달검사(The Denver Developmental Screening Test: DDST)

6세까지의 영유아가 검사할 수 있으며, 개인 사회 발달 영역, 미세운동 및 적응 발달 영역, 언어발달 영역, 운동 발달 영역의 4개 하위 영역을 평가합니다. 검사 결과에 따라 정상, 의심, 이상, 검사 불능으로 구분해 정상 발달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 평가합니다. 

덴버발달검사는 베일리 영유아 발달검사나 교육진단검사보다 간소화된 도구로, 대략 30분 이내로 평가가 완료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정밀한 검사 결과를 얻기에는 제한점이 있어서 대략적인 수준에서 발달 이상을 선별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자폐 진단 검사 도구 

발달 검사를 받은 후에도 보다 정밀한 평가가 요구되는 경우는 주로 사회성 발달 지연, 즉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의심되는 경우입니다. 

사회성 발달 지연이 두드러지는 경우 아이가 발달검사에 흥미가 없고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아이의 정확한 발달 수준을 평가하는 데 제한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과제를 제공했을 때 아이가 과제에 관심이 없어서 수행을 하지 않는 것인지, 실제 발달 수준이 지연돼 수행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 평가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는 것이죠. 이 경우, 사회성 발달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자폐 진단 검사 도구들이 사용됩니다.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도구는 '아동기 자폐증 평정척도(CARS)'로, 평가자가 보호자와의 면담이나 아동 행동 관찰을 통해 증상을 평정합니다.

CARS는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검사 도구로, 아동의 사회성 발달 지연에 대한 대략적인 스크리닝을 하는 용도로 활용되는 편입니다. CARS보다 더 정확한 검사가 필요한 경우 '자폐증 진단 관찰 스케줄(ADOS)', '자폐증 진단 면담지(ADI-R)'를 실시하게 됩니다. ADOS와 ADI-R은 놀이 상황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 특유의 증상들을 관찰해 전문가가 장애의 유무나 정도를 평가하고, 동시에 보호자와의 심층 면담을 통해 아동의 사회성 발달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합니다. ADOS는 40분 정도, ADI-R은 1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정밀한 검사입니다. 

이 밖에 소아정신과에서 아동의 발달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 '웩슬러 지능검사'나 '사회성숙도 검사'도 있습니다. 웩슬러 지능검사의 경우 만 3세부터 실시할 수 있으며, 아동의 지능지수를 산출해 지적 발달에 어려움이 있는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사회성숙도검사는 지능검사와 함께 사회적 적응도를 평가하기 위해 실시하며 사회연령과 사회능력 지수를 산출합니다. 상기 검사 도구들은 모두 전문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도구이므로 안심하고 받아보아도 좋습니다. 

각 병원에서 모든 종류의 검사 도구를 구비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이들 검사 중 전문가가 안내하는 검사에 참여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 밖의 검사 도구에 대해서는 전문의나 임상심리사에게 문의해 신뢰할 수 있는 검사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 = 선우현정(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 sunu84@hanmail.net)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심리사입니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주력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소통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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