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강현희(스포츠 교육학 박사, KBS스포츠예술과학원 교수)

대한민국의 아이라면 한 번쯤 태권도를 경험해 볼 것입니다. 남자아이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자녀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싶은데 동네에 3~4개의 태권도장들이 즐비하다 보니 어느 곳에 보낼지 고르는 것도 부모에게는 큰 고민거리입니다. 그래서 친구나 동네 형이 다녀서 소개받아 다니는 경우가 많지요.  

첫아이의 경우 아파트 단지 상가에 태권도장이 있었지만 친구를 따라 옆 단지의 도장을 선택했던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으로 아이를 강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 무도적인 교육 과정이 강한 곳에 보내고 싶었는데 태권도장에서 하는 피구가 너무 좋아서 계속 다니고 싶다던 큰 아이의 웃음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게 자녀를 태권도에 참여시키는 부모는 궁금한 것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자녀를 태권도에 참여시키는 부모라면 이 정도는 알자!’는 생각으로 태권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태권도는 몇 살부터?

태권도는 대중성이 매우 강하고 동네에서 편의점만큼이나 많다 보니 접근성이 좋습니다. 그래서 입문 시기도 빠른 편입니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가족들이나 태권도를 잘 아는 부모들은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 태권도 수련을 시키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도장에서 받아주기만 한다면 빨리 시작해도 좋은데, 보통은 5살은 돼야 등록할 수 있습니다. 

태권도는 경쟁과 승리가 주요 목적이 아니기에 심리적 상실감이 거의 없습니다. 때가 되면 승급되고 재미도 많이 느낍니다. 덕분에 성취감이 높아 아이의 자존감 향상에도 효과적입니다. 

태권도의 교육과정

기본적으로 각 시도별 협회 및 국기원이라는 상위 단체가 있습니다. 그래서 승단을 위해 필요한 수련 과정은 전 세계에서 동일합니다. 단, 태권도 사범의 생각과 철학에 따라 도장의 운영방법이 달라질 수 있는데, 크게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스타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 무도 정신에 입각한 스포츠 교육 추구 】
태권도 수련이 전체 프로그램의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태권도장입니다. 

【 좀 더 상업적이며 회원 관리 중심 】
마케팅을 잘 하는 곳인데요, 도장은 비좁은데 아이들은 많은 곳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회원 관리와 마케팅을 잘하기 때문이죠. 학부모 생일도 챙기며 케이크까지 선물하는 도장을 본 적도 있습니다. 

【 다양한 이벤트 중심 】
이벤트 프로그램이 50% 이상을 차지합니다. 아이들의 경험과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주말이면 축구 교실, 인라인 교실, 요가 프로그램, 영화 관람 등도 하지요. 현대사회에서는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생각하지만 전문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옆 도장이 하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도 많지요. 

이 세 가지가 적절히 분배돼 운영되는 도장이 있다면 정말 이상적인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옵션으로 태권도 겨루기 선수반이나 품새 선수반, 태권도 시범단을 운영하는 도장이라면 더욱더 폭넓은 태권도 문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승급 및 승단의 체계

우리나라는 태권도의 종주국이고 대중성이 가장 강하기 때문에 해외의 태권도보다 승급 및 승단이 빠릅니다. 태권도 수련을 흰 띠부터 시작해서 1품(1단)까지 승단하는 데 1년이 소요되고, 2품은 1품 승단일로부터 1년이 경과되면 응시가 가능합니다. 2품으로 승단하고 2년이 지나면 3품 심사에 응시할 수 있고, 3품 승단 후 3년이 지나면 4단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4단을 승단하면 사범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태권도의 경기

태권도는 겨루기, 품새 경기를 합니다. 

태권도 ‘겨루기’는 올림픽의 정식 종목입니다. 비슷한 체중의 선수가 1 대 1로 겨루는 스포츠지요. 대표적으로 이대훈 선수(현 세계 랭킹 1위, <뭉쳐야 찬다> 멤버), 문대성 선수(전 국회의원,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등이 있습니다. 

품새 경기는 김연아 선수의 피겨 경기처럼 심사위원들이 품새 연기를 보고 점수를 주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요즘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는 나태주 선수가 유명합니다. 

공연 예술로서 태권도

제가 아이들을 키우며 꼭 참여시키고 싶은 것이 2가지가 있었는데요, 첫 번째가 합창단이나 뮤지컬 활동, 두 번째가 태권도 시범단 활동입니다. 저는 대학시절 태권도 시범단으로 전 세계를 여행하며 공연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태권도 시범을 예술로 인정하며 ‘마샬아츠(martial arts)’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태권도 수련의 기회를 만들어 주시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태권도 시범단으로도 활동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소중한 태권도

너무 가까이 있으면 소중함을 잊게 된다고 하죠? 우리는 가끔 태권도의 소중함을 잊기도 합니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1품까지만 따고 그만두자고 하는 부모님은 수련생의 절반 이상이고, 태권도를 무도적 가치보다는 보육 프로그램으로 생각하는 부모님들도 많습니다. 누구나 경험하는 통과 의례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도 높습니다. 

하지만 태권도는 무도 정신에 입각한 스포츠로서 교육적 가치가 매우 높아 ‘교육적 가치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태권도의 종주국이라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태권도 하면 뭣이 좋은데?

그럼 태권도를 하면 무엇이 좋을까요?

【 신체적 가치 】

태권도의 ‘태’는 발차기를, ‘권’은 주먹 지르기를 의미합니다. 발차기와 지르기는 기본적으로 동적 스트레칭으로 구성돼 있고, 동적 스트레칭은 성장기 아이들의 뼈와 인대가 자라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이와 함께 태권도 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태권도 동작과 더불어 줄넘기를 통한 유산소성 운동이나 다양한 복합 트레이닝 운동이 포함돼 있습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태권도 수련이 신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한 결과를 보면, 근력과 근지구력이 강해지고 심폐지구력이 증가되며 체지방률 감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증명됐습니다. 바람직한 신체 조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무엇보다 태권도 교육은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제공하기에 자신의 신체적 능력에 따른 훈련을 받을 수 있습니다. 띠의 단계를 통해 신체적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죠. 전통적으로 태권도는 신체적 노력과 결단이 정신적 성공으로 이어지고, 인생의 살아가는 역량을 키운다고 가르칩니다. 

【 인지적 가치 】

태권도의 동작으로 구성된 품새는 어린이들의 인지 교육에 매우 탁월합니다. 태권도 수련은 지속적이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합니다. 태극 8장을 어렵게 성공했더니 고려 품새를 내놓는 것이 특징이지요. 여기에는 각각 다른 의미를 가진 여러 동작으로 배우는 새로운 형태가 포함됩니다. 이를 위해 수련생들은 물리적 기술, 즉 움직임의 순서를 기억해야 하고, 각 동작의 의미와 특징, 기술적 구성 요소를 인지해야 합니다. 

또한 학생들은 자신의 동작과 품새를 완성키 위해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을 통제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옆 친구가 태극 8장을 연습하더라도 나는 내가 하는 7장에만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겨루기는 상대와의 전술적 싸움과 눈치 싸움이 필요한데, 상대의 생각을 읽어내고 찰나의 순간에 뇌의 명령에 따라 운동을 수행하는 것은 아이들의 인지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 정서적 가치 】 

태권도를 통해 무도 정신을 배웁니다. 무도 정신은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정신’, ‘남을 배려하는 정신’을 배울 수 있지요. 이것은 시대를 살아가는 기초 마인드가 될 것입니다.

태권도 수련으로 획득한 자신감은 다양한 신체 활동을 수행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자기 효능감을 높여 줍니다. 작은 성공을 위한 기회를 꾸준히 제공해 주는 것이 태권도이기에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검은띠가 허리를 휘감을 때 아이가 느끼는 정서적 가치는 축구에서 우승을 경험해 보는 것과 같은 기쁨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겨루기의 상대를 때려눕혀야 하는 적이 아니라 '파트너'로 인식하고, 내가 상대에게 하는 공격과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을 하나의 '기회'로 재구성한다는 측면에서 삶을 살아갈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태권도의 정서적 가치입니다. 

▲ 태권도 시범단
▲ 태권도 시범단

스포츠 양육 시 고려 사항

태권도의 교육적 프로세스는 무궁무진합니다. ‘몇 단까지만 해보자!’가 아니라 승단 후 주어지는 또 다른 길과 도전 과제에 주목해 주시고, 아이가 도전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세요.

또한 태권도가 지구촌 사람들에게 얼마나 사랑받는지 해외 경험을 통해 확인시켜 주세요. 꾸준하게 태권도 수련을 하고 지역마다 있는 시범단 활동에 열심히 참여한다면 외국에서 공연하는 등 태권도를 통한 교육적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생긴답니다. 아이에게 정서적인 가치를 주는 것과 동시에 삶을 살아갈 시야를 넓혀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가치가 있기에 태권도 시범단을 적극 추천합니다. 코로나19가 속히 종식돼 한국의 여러 시범단의 공연이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면 좋겠습니다. 

태권도는 싸움의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태권도 실력을 쌓을수록 상대방을 파트너로 인식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지닐 수 있도록 집에서도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글 = 강현희(스포츠 교육학 박사)
KBS스포츠예술과학원 교수/ 군포시 산본 퍼스트 스포츠 아카데미(www.firstsa.co.kr) 대표.  ‘스포츠 양육’, ‘경쟁 스포츠 현상 연구’, ‘유소년 스포츠’등을 연구하고 있다.

참고자료 = 태권도 수련의 어린이 교육적 가치: 태권도 수련효과의 과학적 증거(Kimberley D. Lakes ,2013), 태권도사범들이 경험한 해외 태권도 이야기: 경험속에 내재한 교육적 의미 탐색(강현희, 최덕묵, 2017), 태권도 수련생 학부모가 인식하는 참여동기, 교육적가치, 만족도, 지속적 참여의도간의 관계(박원주, 빙원철,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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