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ip 디스켓 한 장에 플로피 디스켓 70장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1998)

1.44MB 용량의 3.5인치 플로피 디스켓을 사용했던 1998년의 사용자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끌릴 수밖에 없는 광고 카피였을 것이다. 

DOS로 클린부팅을 시도한다던가, 윈도 98 설치를 위해 CD-ROM 드라이브 또는 RAID HDD 구성을 위해 필요한 드라이버를 로딩하는 등 의외로 용량 대비 오랜 시간 그 명맥을 유지해 오던 대표적 보조 저장장치가 바로 3.5인치 FDD(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이기도 하다. 

1990년대 후반 1.44MB라는 용량 적 한계와 느린 속도, 그리고 물리적 충격에 약한 외형 등 신뢰하기 어려운 저장장치였지만 가격대 용량 비를 고려했을 때 3.5인치 디스켓을 대체할만한 미디어도 없었던 것도 사실. 그렇게 1990년대 후반까지 대표적인 휴대 및 이동형 저장장치로 3.5인치 FDD가 주로 사용되었다. 물론 당시 650MB의 CD-ROM 드라이브도 있었지만, TB 시대의 지금도 간편한 휴대용 저장장치로 USB 메모리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 1.44MB 용량의 3.5인치 플로피 디스켓과 1.2MB의 5.25인치 플로피 디스켓
▲ 1.44MB 용량의 3.5인치 플로피 디스켓과 1.2MB의 5.25인치 플로피 디스켓

그러나 멀티미디어 시대의 도래와 함께 대두된 고용량 및 빠른 속도의 필요성 등 더이상 1.44MB의 플로피 디스켓으로는 한계에 다다랐다. 더불어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 환경이 충분히 구성되지 못했던 당시 이기에 1MB가 넘는 파일을 이동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노동이었다. 

당시 필자만 하더라도 지인의 집에서 PC통신을 통해 내려받은 몇 곡의 MP3 파일을 집으로 가져가기 위하여 3.5인치 플로피 디스켓 여러장에 분할 압축하여 힘들게 저장했으나 두 번째 디스켓이 깨지면서···. 지인이 사용했던 Zip 드라이브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물론 다음날 용산으로 달려가 구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뜯어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던 기억이 있다. 이렇듯 데이터의 외부 이동이 잦은 사용자는 물론 보관 성향이 짙은 데이터들을 HDD에 무한 방치하기에는 HDD가 아까울 정도였으니, 누구나 휴대용 보조 저장장치를 그리워했다. 당시 주력 4GB대 HDD의 가격은 20만 원대였다. 

이러한 배경으로 1990년대 후반에는 다양한 휴대용/보조 저장장치들이 출시되었다. 그 대표적인 제품이 위 광고의 주인공인 100MB 용량의 ZIP 드라이브였다.

※ 참고 : 외부 저장장치와 PC를 연결하기 위한 인터페이스로 페러렐, EIDE, 스카시, USB 등의 용어가 등장하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아래의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manzlab.com/news/articleView.html?idxno=36
▲ CPU에 통합되는 썬더볼트,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청신호'

 

FDD를 잇는 새로운 표준, 아이오메가 Zip 드라이브

아이오메가(iomega)에서 선보인 'Zip 드라이브'는 100MB라는 용량을 갖춘 Zip 디스켓을 이용했던 드라이브였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100MB라는 시기적절한 용량, 그리고 친숙한 플로피 디스크와 유사한 사용성, 그리고 다른 보조 저장장치 대비 저렴한 가격(20만 원 초반)에 뛰어난 디자인까지···. 난립했던 보조 저장장치 시장 속에서 소위 ‘대박’을 터뜨린 제품이었다.

특히 Zip 드라이브는 1.44MB 용량의 3.5인치 FDD와 유사한 디자인과 사용성으로 약 70배나 더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더욱 빠르게 전송하고 이동과 보관이 손쉬운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100MB 용량의 Zip 디스켓의 외형은 3.5인치 디스켓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단단하게 마무리되어 충격에도 강한 것 역시 인기에 한 몫했다. PC와의 연결은 EIDE와 스카시(SCSI), 패러렐 등 외부 저장장치 다운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지원했다. 역시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은 패러렐 방식의 휴대용 Zip 드라이브였다.

그렇게 Zip 드라이브는 보조 저장장치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속에 판매되는 등 그들의 광고카피처럼 '저장장치의 표준'이 될 만큼 인기있는 제품이 되었다. 더불어 컴퓨터 케이스의 3.5인치 베이에 장착하여 사용할 수 있는 내장방식의 제품도 출시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내장형과 외장형 모두를 사용하며 집과 외부에서 동시에 사용했던 경우도 있는데 실제 지인이 그랬다. 이런 인기가 이어지며 Zip 드라이브는 250MB와 750MB 제품도 출시됐다. USB 인터페이스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던 즈음까지 생명력을 유지하며 USB를 지원하는 제품도 출시되는 등 당시 '표준'격인 휴대용/보조 저장장치였다.

 

3.5인치 FDD를 버릴 수 있나~ 한지붕 두 가족, 이메이션 슈퍼 디스크

Zip 드라이브보다 조금 늦게 개발·출시되었지만 120MB 용량의 전용 미디어와 함께 기존의 3.5인치 플로피 디스켓까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저장장치도 있었다. 이메이션의 '슈퍼 디스크'가 그 주인공.

출시 당시 이러한 뛰어난 호환성으로 기존 3.5인치 FDD를 대체할 만한 획기적인 제품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 USB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제품도 출시되었지만, 시장 선점에 성공한 Zip 드라이브의 아성에는 미치지 못하면서 서서히 사라져 갔다. 역시 외장형으로는 패러렐 방식이, 내장형으로는 EIDE 인터페이스를 사용했다.

 

고용량과 빠른 속도로 승부한다, 사이퀘스트 시리즈 & 아이오메가 JAZ 드라이브

당시 100MB 용량의 보조 저장장치 외에도 1GB 이상의 대용량(?)을 지원하는 저장장치들도 있었다. 이 시장은 Zip 드라이브로 유명한 아이오메가사와 EZ플라이어로 유명한 미국 사이퀘스트(SYQUEST)사가 경쟁을 벌였다.

1GB와 1.5GB 용량의 HDD 방식 미디어를 각각 사용했던 아이오메가의 'JAZ 드라이브'와 사이퀘스트의 '사이젯'은 -HDD 특유의- 고용량과 빠른 속도, 그리고 안전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JAZ 드라이브의 인터페이스가 스카시(SCSI)만을 지원했던 만큼, 고용량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전송하기 위하여 EIDE와 패러렐보다는 스카시가 주력 인터페이스로 사용되었다.

이후 아이오메가에서는 용량과 전송속도를 높인 2GB를 지원하는 JAZ 드라이브를, 사이퀘스트는 1GB로 용량을 줄이고 스카시 대신 EIDE와 페러렐만을 지원하며 30만 원대로 가격을 낮춘 대중성을 겨냥한 '스파큐'(SparQ)를 선보이기도 했다.

HDD 방식이었던 만큼 다른 전용 미디어 대비 MB당 저장비용이 가장 저렴했지만 기기 자체가 50만 원대 이상의 고가이기도 하고 스카시라는 당시 PC에서는 주력으로 사용되지 못했던 인터페이스였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보다는 관련 직종 종사자 및 기업 등에서 주로 사용되었다.

 

CD-ROM 드라이브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NEC 파워 드라이브

앞서 소개한 자기(magnetic) 방식의 드라이브와는 달리 레이저를 디스크 표면에 쏘아 물질에 변화를 줘 읽기/쓰기가 가능했던 NEC사의 'PD'(파워드라이브, Power Drive)라는 제품도 있었다.

지금도 가끔 사용되는 CD/DVD RW와 유사하지만 형태는 조금 다르다. 650MB용량의 디스크가 내장된 카트리지 방식의 전용 미디어인 'PD 디스크'를 사용해 읽기/쓰기를 수행했던 것. 속도는 조금 느리지만 뛰어난 안전성과 함께 보관 수명이 높은 것이 장점이었다.

특히 PD는 CD-ROM 기능까지 겸할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 당시 컴퓨터는 CD-ROM 드라이브가 기본으로 장착되는 경우가 보통이었는데, 동시에 CD-ROM을 사용할 수 있다는 뛰어난 호환성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제품이었다. 그러나 고가였던 CD 레코더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밀리고 만다. 역시 내/외장형 제품이 있었으며, 인터페이스로는 스카시와 EIDE 모두 지원했다.

 

니들이 광자기 디스크를 알아? 후지쯔 MO 드라이브

대부분의 저장방식은 자기적이거나 광학적이지만 Magnetic Optical Disc(광자기 또는 자기광학 디스크)는 이 두 가지 원리를 결합한 기술이 이용되는 방식이다. 디스크에 데이터를 저장할 때는 레이저광(광학)을 이용해 자화시켜 기록하고 읽을 때는 반사된 빛을 이용해 판독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동성은 물론 HDD보다 신뢰성이 높고 일반적인 외장·보조 저장장치보다 속도도 빨라 기록 보관용으로 테이프를 대체할 수 있는 매체로 각광 받았던 방식이다.

사실 MO 드라이브는 그 역사가 꽤 길다. 초기에는 서버의 백업과 대량의 데이터 보관용으로 사용되다가 90년대 중반 3.5인치의 크기와 230MB 용량을 시작으로 일반 PC 사용자들에게 보급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90년대 말에는 640MB의 용량으로 다시 한번 대중화를 꿈꾸었으나 PD보다 적은 관심을 받는 등 일반 사용자에게서는 서서히 잊혀 갔다. MO 디스크는 3.5인치와 5.25인치로 각각 230MB·640MB·1.3GB, 1.3GB·2.6GB·4.6GB로 구분되었다.

 

테라바이트(TB) 외장하드 · 기가바이트(GB) USB 메모리 시대

여러 보조 저장장치들이 저마다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표준화가 되기 위하여 아웅다웅했던 그 시절. 결과는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곳에서 풀렸다. 전문가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며 고가를 자랑했던 CD 레코더. 어느 날 모사의 가격 파괴와 함께 엄청난 보급률로 대중화를 이뤄낸 그 CD 레코더가 주인공였다.

그리고 적토마 못지않은 질주로 기록 밀도를 높이던 HDD는 GB 시대를 열더니 어느새 훌쩍 TB 시대도 열어버렸다. 그렇게 가성비 충만한 HDD는 용량 적고 느리던 CD를 밀어내더니 휴대용으로 적당한 2.5인치 HDD에게 '휴대용·외장형 보조 저장장치'의 타이틀을 물려주었다. 그사이 주변장치 연결의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속도를 높여가던 USB 역시 플래시 메모리와 만나 MB를 넘어 GB 용량으로 발전했다.

​▲ 우리는 1~12TB HDD, 1~4TB 외장하드, 16~256GB USB 메모리 시대에 살고 있다
​▲ 우리는 1~12TB HDD, 1~4TB 외장하드, 16~256GB USB 메모리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은? 6만 원으로 2TB의 내장 HDD를 사용하고, 7만 원으로 1TB 외장하드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5천 원이면 16GB USB 메모리도 살 수 있다. 여러 외장형 보조 저장장치들이 공존했던 1990년대, 주력 4GB HDD의 가격이 20만 원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그렇게 지금은···. 큰 용량이 필요한 이들은 외장하드를, 적은 용량으로 간편하게 상시 휴대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USB 메모리가 대표적인 보조 저장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아주 저렴한 가격과 함께 말이다.

저장 용량, 쉬이 생각하지 말자. 오늘 우리가 쉽게 버리는 1GB는 수년 전 누군가가 애타게 갈망하던 값비싼 꿈의 용량이었을지 모른다. 10년 뒤에는? ⓒ 2017. ManzLab Corp.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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