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신체, 정서, 인지 모두가 균형 있게 발달해야 새로운 배움을 잘 습득할 수 있는데, 트라우마 같은 부정적 경험이 아이들의 뇌 구조와 행동 변화에 큰 영향을 줍니다. 연구에 따르면 6세 전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뇌에서 감정 조절과 스트레스 관리 등을 담당하는 부위의 부피가 줄어들어 일반인보다 불안이나 우울을 더 많이 느낀다고 합니다.

우리의 뇌는 크게 3층 구조로 돼 있습니다. 뇌의 제일 바깥쪽에는 대뇌피질(인지/이성의 뇌), 중간에는 대뇌변연계(감정의 뇌), 그리고 가장 아래쪽에는 뇌줄기(생명 유지의 뇌)가 위치하고 있죠. 아이들에게 미치는 트라우마의 영향을 이해하려면 이 같은 뇌의 구조와 아이의 상태를 파악, 아이의 상처가 아이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 뇌줄기(생명 유지의 뇌) ●
- “나는 안전한가?”

▲ 뇌줄기(생명 유지의 뇌, 이미지 = 민경미)
▲ 뇌줄기(생명 유지의 뇌, 이미지 = 민경미)

가장 중심이 되는 뇌줄기(생명유지의 뇌)는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 호흡, 체온, 맥박 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생명을 유지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속해있는 환경으로부터 내가 안전한지의 여부를 파악, 나의 생존 상태가 뇌에 영향을 줍니다.

만약 아이가 지금의 환경에서 안전하다고 느끼면 다음 단계로 옮겨져서 배움과 같은 효율적인 일을 실행할 수 있게 도와줘요. 하지만 아이 자신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아이의 모든 에너지는 자신에게 공격적인 요소들과 싸우거나 그냥 포기하고 피해 버리는 데 쓰이고 맙니다. 자세히 말하자면 생존 상태를 나타내는 생명 유지 뇌 부분은 보통 우리가 위협을 당했을 때 경고 알람처럼 위협을 알리고 자기방어의 형태로 활동하는 거예요.

쉬운 이해를 이해 아이가 길을 가다가 늑대를 만났다고 가정해 볼게요.

건강하고 바른 생존 시스템을 갖고 있는 아이의 알람은 자신에게 먼저 위기 상황을 알려주고 상황에 맞게 대처해 자신이 도망갈지 늑대에 맞서 싸울지를 결정, 그 계획을 머릿속으로 짜서 행동하게 하죠. 이렇게 해서 늑대가 사라지면 그다음에야 안전하다고 느껴서 자신의 경고 알람이 꺼집니다.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은 어떨까요? 이 아이들의 경고 알람 시스템은 늑대를 만나면 처음 위험한 상황을 알리는 경고 알람은 켜지지만 그 상황을 대처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바로 꺼지는 상태가 될 수 있어요. 이는 상황 종료 후 안전하다고 느껴서 꺼지는 것과 달리 스스로 포기하고 자신의 알람 시스템을 꺼버리는 것입니다. 아이가 심한 화를 내다가 갑자기 멍한 상태로 변하는 것이 바로 이런 증상이에요.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아이의 뇌가 균형 있게 잘 발달하려면 우선 안정된 환경에서 자라야 합니다.

● 대뇌변연계(감정의 뇌) ●
- “나는 사랑받고 있는가?”

▲ 대뇌변연계(감정의 뇌, 이미지 = 민경미)
▲ 대뇌변연계(감정의 뇌, 이미지 = 민경미)

우리 뇌의 중간에 위치한 대뇌변연계는 우리의 감정을 조절하고 단기간에 받은 느낌이나 기억을 머릿속 기억 창고에 전환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우리의 화, 기쁨, 슬픔, 분노, 연민 등의 감정이 이 부분의 뇌에서 처리/기억되죠.

가정폭력과 같은 위험 요소가 많은 환경에 노출돼 자란 아이가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이런 격한 감정 상태에 많은 시간 노출된 아이의 경우 자신이 겪은 그 같은 상황에서 받은 느낌들이 뇌에 기억돼 자신도 모르게 예민해져요. 또 비슷한 상황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되지요. 이런 경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후에 평안한 상황보다는 격한 감정 상태의 환경이 더 친근하게 느껴져서 자신도 모르게 주위 상황을 공격적으로 만드는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란 아이는 건강한 내면의 설정 지점이 넓어져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주는 관용의 문이 넓어집니다. 또한 이 관용의 문은 우리 두뇌를 잘 융합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만들어 줍니다.

● 대뇌피질 (이성의 뇌) ●
- “나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 내외피질(이성의 뇌, 이미지 = 민경미)
▲ 내외피질(이성의 뇌, 이미지 = 민경미)

이성의 뇌는 고차원적인 능력을 담당합니다. 즉 판단, 언어, 논리, 예술 등의 이성적인 생각과 행동을 장기 기억하게 하죠.

이성의 뇌는 특히 '실행 기능'을 주도하는데, 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거나 어떠한 일에 맞게 반응하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우리의 생각, 감성, 행동을 자기 스스로 인지하고 통제/조절합니다.

실행 기능 역할은 작업의 기억, 저장 능력, 억제 능력, 계획 능력 등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줄넘기를 잘하기 위해 연습한다고 가정해 볼게요.

처음에 아이는 오랜 시간 연습하다가 잘되지 않아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생깁니다. 이때 스스로에게 “다시 연습해 보자. 더 연습하며 나는 잘할 수 있을 거야.”, “어떻게 하면 내가 더 잘할 수 있을까?”라고 말하는 것이 내면의 목소리입니다. 이 내면의 목소리로 나를 통제/조절하는 것이 이성의 뇌에서 하는 중요한 기능 중 하나입니다.

과거에는 자기 조절 발달이 오직 사춘기 시기에만 이뤄진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여러 연구를 통해 빠르게는 18~24개월부터 의지적 주위 집중과 조절 능력 발달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았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선택하며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계획해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실행 기능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이 실행 기능을 원만하게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 내면의 목소리가 중요합니다. 트라우마로 상처받은 아이들은 자기 조절이 성숙하지 않아서 내면의 목소리가 잘 발달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양육자, 즉 부모님이 아이가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글 = 민경미(유아 특수교육 교사)
미국 캔자스 대학 유아 특수교육 석사 졸업했고 캔자스 주 유아특수교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캔자스 주 정부와 캔자스 대학 병원의 연구 합작 프로젝트 센터(프로젝트 이글 Project Eagle) 캔자스 주립 학교 선생님으로 재직 중이다. 미국 DEC와 ISJ 학회에서 '아이의 실행 기능 높이는 교육법'과 '트라우마 아이들을 위한 효과적 자기조절법'등 다수 학회 발표를 했으며, 저서로 <트라우마 있는 우리 아이, 어떻게 훈육할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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