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의 온라인 조사에 의하면 2022년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약 25.4%에 달하는 602만 가구는 현재 거주지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인구 수로 환산하면 약 1,306만 명에 달하므로 엄청난 인원입니다.

주로 키우는 반려동물은 물론 개와 고양이입니다. 개가 554만여 마리, 고양이는 254만여 마리로 추산되었죠. 대체로 귀여운 외모와 친화력을 가지고 있고, 훈련을 통해 사람과 동거하기에 적합한 생활 습관을 배우게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개와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기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 취향이 다르고 경제적 여건이나 알레르기 같은 건강 문제 때문에 개나 고양이를 키우기 힘들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면 다른 반려동물로는 어떤 것이 있고 각각 특성은 어떤지 궁금해지기 마련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개와 고양이를 제외하고 인지도가 있는 몇몇 반려동물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토끼

토끼는 귀엽고 온순해 보이는 외모와 조용한 습성으로 인해 반려동물로 인기 있는 편입니다. 품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소형견과 체구가 비슷하거나 더 작습니다.

초식 동물이므로 풀을 주식으로 먹는데 정확하게는 건초(티모시, 연맥 등)를 줘야 합니다. 사료도 있기는 하지만 토끼는 이가 계속 자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갈이를 할 수 있도록 질긴 건초를 줘야 치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당근, 사과 등 채소나 과일은 간식으로 가끔씩 주는 것이 좋습니다.

토끼는 청력이 뛰어나고 겁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개와 고양이보다 많은 시간을 들여야 친해질 수 있습니다. 토끼가 먼저 다가오기 전까지는 일부러 만지는 행동을 자제하고 먹이와 물을 주며 되도록 깨끗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토끼가 몸을 숨기고 아늑하게 지낼 수 있는 토끼장도 필요합니다.

또한 토끼를 진료 가능한 동물병원이 인근에 있는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일반 동물병원에서는 대부분 개와 고양이만 진료를 받기 때문이죠. 갑자기 토끼 몸상태가 나빠졌는데 가까운 곳에 동물병원이 없다면 허무하게 생명을 잃게 될 수 있으니 중요한 점입니다.

 

고슴도치

고슴도치도 인기 있는 반려동물 중 하나입니다. ‘피그미 고슴도치’라는 품종이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체구와 귀여운 외모로 인해 인기가 높은 편이죠. 물론 크기는 작아도 가시는 뾰족하므로 친해지기 전에는 섣불리 만지면 위험합니다.

잡식 동물이므로 육식과 채식 모두 가능한데 주식은 곤충입니다. 외모와 달리 치아도 단단해서 밀웜 같은 유충 뿐 아니라 대부분의 곤충을 먹을 수 있습니다.

고슴도치는 단독 생활을 선호하고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주거 전용 공간과 은신처, 쳇바퀴, 체구에 맞는 장난감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토끼와 마찬가지로 처음 집에 데려온 후 한동안은 되도록 접촉을 금하고 서서히 친분을 쌓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 친해진 다음에는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지 않고 애교도 부리므로 손으로 만지는 것도 가능하죠. 물론 가시가 있는 등 부분은 결에 따라 조심조심 매만져야 안전합니다.

한편 고슴도치도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 동물병원에서는 진료받지 못합니다. 아플 때는 고슴도치나 햄스터처럼 작은 동물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동물병원에 가야만 합니다. 큰 도시가 아니라면 그런 동물병원은 없는 경우가 많으니 고슴도치를 키우려는 사람은 그 점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니 돼지

독특한 반려동물로는 미니 돼지도 있습니다. 일반 돼지보다 훨씬 작은 체구에 새끼 때 귀엽고 포동포동한 모습 때문에 인기가 있습니다. 물론 미니 돼지라고 해도 성체가 되면 웬만한 대형견 만큼 크고 체중도 많이 나가므로 보통 마음가짐과 경제력으로는 키우기 버겁습니다.

잡식성이고 소화력도 엄청나서 다양한 식품을 먹이로 줄 수 있습니다. 물론 반려동물로 실내에서 기르기 위해서는 체구와 체중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니 채소와 과일 위주 식단을 짜고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은 가끔 간식으로 주는 것이 좋습니다.

미니 돼지를 기를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코로 땅을 판다는 점입니다. 본능적으로 땅에서 먹이를 찾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습성인데 그로 인해 실내 장판이 손상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풀밭이 있는 곳으로 자주 산책을 나가거나 마당에 흙이나 모래를 쌓아 미니 돼지 전용 놀이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둘 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또한 미니 돼지도 일반 동물병원에서는 진료를 받지 못하니 반려동물로 기르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전문적으로 진료를 해주는 동물병원을 미리 파악해두고 있어야 합니다.

 

앵무새(사랑앵무)

깃이 풍성하고 색이 화려한 앵무새도 반려동물로 기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앵무새도 종류가 많은데 그 중에서 ‘사랑앵무’가 작은 체구(15~17cm)에 상대적으로 낮은 울음소리를 내서 인기가 높은 편입니다.

잡식성이며 주로 조류용 사료인 펠렛과 모이, 채소를 먹이로 줍니다. 단백질 보충을 위해서 가끔 밀웜 같은 유충을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먹이를 먹고 배변 활동을 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새장도 있어야 하는데 크기는 클수록 좋습니다. 앵무새는 날아다니니까요.

앵무새를 기를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점은 비행 능력입니다. 평생 실내에서 자란 앵무새라도 창문이 열려 있으면 충분히 먼 곳으로 날아가 버릴 수 있습니다. 개나 고양이와 달리 사람과 마주치지 않고 멀리 이동할 수도 있으니 목격자도 구하기 힘들어서 한번 잃어버리면 되찾을 가능성이 낮습니다. 날개깃 끝부분을 일부 자르는 ‘윙컷’으로 비행 능력을 줄일 수 있지만 완전한 예방책은 아닙니다.

그 다음으로 주의해야 하는 점은 울음소리입니다. 비교적 울음소리가 작다고 하는 사랑앵무도 개체에 따라서는 제법 큰 울음소리를 내기 때문에 이웃에게 항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앵무새가 울음소리를 내는 것은 본능적인 행위이고 훈련으로 교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이기 때문에 다세대 주택에서 반려동물로 키울 때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인지 미리 파악해야 합니다.

앵무새 역시 일반 동물병원에서는 진료를 받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평소에 앵무새 진료가 가능한 동물병원을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도마뱀(턱수염도마뱀)

독특한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도마뱀도 괜찮은 선택입니다. 도마뱀 중에서는 ‘턱수염도마뱀’(비어디드 드래곤, 통칭 비어디)이 상대적으로 기르기 쉬운 편이고 외모도 화려하며 온순해서 인기가 높습니다. 몸 길이는 성체 기준으로 40~55cm입니다.

잡식성인데 주로 곤충과 채소를 먹습니다. 귀뚜라미, 슈퍼웜, 애호박, 치커리, 쌈케일 등을 먹이로 주면 됩니다. 곤충과 채소 급여 비율은 새끼 때 8:2, 성체 때는 3:7 정도입니다.

턱수염도마뱀은 파충류이므로 체온 조절을 위해 전용 조명인 UVB 자외선 램프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체온 조절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뼈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비타민 D3 합성 효과도 제공합니다. UVB 자외선 램프는 하루에 12시간씩 턱수염도마뱀 사육장에 켜놓아야 하고 이와 함께 체온을 식힐 수 있는 장소도 따로 마련해야 합니다. 다만 체온을 식히는 곳이라도 온도는 26~29°C 정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턱수염도마뱀은 파충류 전문 동물병원에 가야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파충류는 사육 환경이 좋고 영양분을 잘 공급받는 경우 대체로 큰 건강 문제없이 기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응급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므로 평소에 갈 수 있는 동물병원을 파악해두고 있어야 안전합니다.

 

열대어(구피)

공간이나 비용, 알레르기 같은 건강 문제가 부담되는 사람들에게는 열대어가 인기 있는 반려동물입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관상하는 동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말이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어종으로는 ‘구피’가 있습니다.

구피는 먹이로 사료를 주면 됩니다. 워낙 세계적으로 많이 기르고 있기 때문에 각종 영양소가 포함된 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육식도 하므로 큰 개체로 성장시키고 싶은 경우에는 실지렁이나 물벼룩 등 살아있는 먹이를 주기도 합니다.

전반적인 환경 적응력은 높지만 수질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경우 허무하게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구피가 사는 어항을 물갈이할 때는 일부만 하는 방식이 좋습니다. 매일 하는 경우에는 10% 내외, 일주일마다 하는 경우에는 30% 내외가 적당합니다.

구피는 소형 열대어이기 때문에 수명은 1년 남짓에 불과하지만 번식력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암컷과 수컷을 함께 기르는 경우 1개월 정도만 지나면 암컷의 체내에서 부화하여 태어나는 치어들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구피는 체구가 작은 치어를 먹잇감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대를 이어서 구피를 기르고 싶다면 태어난 즉시 다른 어항으로 옮겨서 길러야 합니다.

열대어를 진료하는 곳으로는 수산질병관리원이 있지만 구피처럼 수명이 짧고 흔한 어종은 진료 대상이 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따라서 구피를 기르는 사람은 특정한 개체가 아니라 집단에 애정을 쏟는 것이 필요합니다.

 

귀여운 반려동물, 모두 소중한 생명

지금까지 이색적인 반려동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평소 농장이나 동물원, 수족관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들을 반려동물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신기한 기분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살아있는 생명체를 키우는 것이므로 먹이와 거주 공간을 비롯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고, 무엇보다도 끝까지 키우겠다는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일부는 개와 고양이를 기르는 것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으므로 단순히 외모와 개성적인 생태만 보고 반려동물로 기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쪽이 사람을 위해서나 동물을 위해서나 좋은 일입니다.

반려동물은 기르는 사람을 기쁘게 만듭니다. 하지만 평소에 엄청난 정성을 들여야 하므로 새로운 반려동물을 기르기 위해서는 충분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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