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사실상 이번 겨울 추위는 끝났다”고 공언할 때부터 불안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을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라고나 할까요? 아니나 다를까 기상청의 발표 이후 서울은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영하 17.8 ℃를 기록하더니, 겨우내 강추위가 이어졌지요. 입춘이 지나고 다행이 따듯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따듯해졌다고 안심하는 순간 갑자기 찾아오는 꽃샘추위가 남아있으니까요.

언제 동장군이 마지막 심술을 부릴지 알 수 없지만, 주머니 속에 따듯한 핫팩 하나 넣고 출발하면 왠지 모르게 든든하죠. 이른봄 야외활동이나 등산, 캠핑 등에도 이제는 빠트리지 말고 챙겨야 할 1순위 소품이 바로 핫팩입니다. 온국민의 뜨거운 환호 속에 막을 내린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자원봉사자 분들의 노고지요. 이렇듯 수고하신 자원봉사자들이 추운 날씨를 버틸 수 있게 만들어준 아이템이 바로 핫팩이라고 합니다.

 

핫팩에 숨은 테크

우리는 첨단의 IT에 열광하지만, 이런 첨단 제품의 밑바탕이 되는 기술은 정작 화학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동차는 석유 없이 달리지 못하고, 스마트폰은 화학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배터리 없이는 동작하지 못하지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제품의 기초에 바로 ‘화학’이 숨어 있습니다.

이런 화학 제품 중 핫팩은 추운 날씨에 없어서는 안 될 최고의 아이템지요. 요즘엔 손가락만큼 작은 제품부터 액체형, 외출 시 간편하게 몸에 붙일 수 있는 패치형 제품까지 다양하게 출시돼 있습니다.

▲ 다양한 종류의 핫팩이 출시돼 있습니다
▲ 다양한 종류의 핫팩이 출시돼 있습니다

봉지를 개봉해 가볍게 흔들어주면 열이 발생하는 핫팩은 무엇보다 따듯하고 사용이 간편해 요즘 가장 널리 사용되는 추세인데요. 이런 핫팩은 대부분 철분, 활성탄, 염류, 질석 등으로 구성됩니다.

봉지를 개봉한 핫팩은 공기와 접촉하게 되고, 핫팩에 들어 있는 철분은 공기와 접촉하며 산화되기 시작합니다. 이때 함께 들어 있는 염화나트륨 등의 염류는 철의 산화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지요. 활성탄은 공기 중의 산소를 끌어당기겨 역시 더 빠르게 산화반응이 나타나도록 돕습니다.

과학시간에 철이 산소와 결합하면 산화철이 된다는 건 다들 배우셨죠? 쉽게 말해 철에 녹이 스는 현상을 말합니다. 가장 빠르고 급격한 산화반응은 ‘연소’라고 합니다. 급격하게 산화하면 불이 붙어 뜨거운 열기와 빛을 내는 것이죠.

물론, 철이 공기중에서 연소할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신 이런 산화반응을 통해 열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철을 미세한 분말로 만들고, 염류를 이용해 산화반응을 촉진시키면 이 과정에서 우리가 몸을 녹일 수 있는 열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 액체형 핫팩
▲ 액체형 핫팩

한번 사용한 후에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액체형 핫팩도 있습니다. 액체형 핫팩의 주재료는 아세트산나트륨이란 물질입니다. 물과 함께 섞은 아세트산 나트륨은 가열하면 주변의 열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열을 흡수한 아세트산나트륨은 아주 작은 충격에도 딱딱하게 굳어 고체 형태로 변합니다. 이렇게 변하는 과정에서 품고 있던 열을 외부로 다시 방출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열을 방출하는 동안은 핫팩이 따듯하게 유지되는 것입니다.

충격을 어떻게 주냐고요? 액체형 핫팩 안에는 일명 ‘똑딱’이라 불리는 작은 금속조각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말랑말랑한 핫팩 내부에 들어있는 똑딱이를 한번 꺾어 주면, 이 충격으로 아세트산나트륨이 고체 형태로 변화하며 열을 내뿜는 것이죠.

더 재미있는 것은 식은 핫팩을 뜨거운 물에 넣으면 다시 열을 흡수하며 액체상태로 돌아온다는 사실입니다. 액체상태로 변화하며 다시 주변의 열을 흡수하는 것이지요. 액체가 된 핫팩은 다시 내부의 똑딱이만 꺾어 주면 발열을 시작합니다. 분말형 핫팩이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핫팩이라면, 액체형 핫팩은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열을 내는 발열팩

핫팩은 분말형이든 액체형이든 그 온도가 너무 높으면 위험합니다. 우리 피부에 직접 닿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몸을 따듯하게 유지해 줄 만큼의 발열이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이제 살펴보실 핫팩은 실상 핫팩이라 하기엔 좀 더 격렬한 반응과 높은 온도를 냅니다. 추운 날씨에 몸을 녹이기 위한 용도보다는 야외에서 간편하게 음식을 조리하는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이지요.

흔히 ‘발열팩’이라 부르는 제품이 바로 그것입니다. 핫팩이 철분이나 아세트산나트륨을 이용한다면, 발열팩은 대개 산화칼슘을 주재료로 이용합니다. 산소와 결합한 형태의 칼슘인 산화칼슘은 흔히 어르신들이 ‘생석회’라고도 부르는 물질입니다.

이 산화칼슘은 물과 반응하면 산성의 성질을 잃으며 급격히 중화됩니다. 산화칼슘이 중화되면 염기성인 수산화칼슘이 되는데, 물에 녹는 과정과 중화되는 과정에서 깜짝 놀랄 만큼 대단한 발열이 일어납니다. 어느정도냐고요?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수준, 즉 물을 펄펄 끓일 수 있는 수준입니다.

▲ 발열팩
▲ 발열팩

그래서 이런 발열팩은 보관이 중요합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발열팩은 물과 반응하게 되므로 평소에는 공기중의 수분과도 접촉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대개 발열팩은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밀봉돼 있지요.

사용 시에도 중화반응을 촉진하기 위해 소량의 물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때 뜨거운 물을 부으면 중화반응이 너무 빨라 손쓸 틈 없이 발열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발열팩을 사용하실 때에는 찬물을 사용하시는 게 오히려 좋습니다. 음식의 조리가 가능할 만큼의 열이 발생하는 발열팩이니만큼 사용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건 당연하겠지요?

등산, 낚시 등 야외활동은 좋지만, 한 번 밖으로 나가려면 챙겨야 할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아마도 그 중 절반 가량은 ‘먹는 것’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지요. 각종 음식 재료와 버너 등의 기구, 그리고 식기까지.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발열팩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용기 등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는 상품을 준비하면 떠나는 걸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모든 것을 갖춘 음식으로도 선보여

 그렇다고 음식에 발열팩을 직접 담궈 열을 낼 순 없는 노릇입니다. 별도의 용기가 준비돼야 하고, 발열팩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음식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조금 더 편한 방법은 없을까요?

요즘엔 발열팩의 원리를 이용해 그저 찬물 한컵만 부으면 즉석에서 따듯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즉석식품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조리에 필요한 용기와 수저까지 들어 있어 물 한컵 외에 음식을 즐기는데 필요한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물만 부어 주면 10여 분 후 펄펄 끓는 따듯한 음식을 즐길 수 있지요.

▲ 물만 있으면 보글보글 끓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패키지 상품
▲ 물만 있으면 보글보글 끓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패키지 상품

좋은 점은 미리 조리된 음식을 데워 먹는 게 아닌, 발열팩의 열기를 이용해 즉석에서 조리하는 식품이란 점입니다. 그래서 방금 끓인 것같은 따끈함과 기막힌 맛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미리 조리된 음식을 데우는 것과 갓 조리한 음식의 차이를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겠지요. 물 한컵으로 이런 음식을 즐길 수 있다니, 참 좋은 세상입니다.

밀봉된 형태로 판매되므로 등산, 캠핑, 낚시 등 레저뿐만아니라 해외여행 시에도 몇 개 챙겨가면 좋겠네요. 현지 음식이 질릴 때쯤 맛있는 우리 음식을 즐길 수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갓 조리한 따듯한 음식, 더구나 물 외엔 어떤 준비물도 필요 없는 음식이라면 각종 재난현장, 119 구급대원, 또는 밤을 새워 비상근무를 서야 하는 군부대나 관공서 등의 비상식량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 2017. ManzLab Corp.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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