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은 무엇일까?

아마도 대개의 독자는 전기,  또는 산업혁명을 가능케 했던 증기기관을 떠올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인류 역사에 가장 큰 획을 그은 발명품으로 학자들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보다 더 오랜 금속활자를 가졌던 민족이기에, 그 대상이 ‘직지’가 아니라는데 다소의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이 평가는 구텐베르크 자체에 가치를 매겼다기 보다 ‘금속활자’가 가진 가치에 대한 평가라는 점에 주목하자.

▲ 역사를 바꾼 금속활자
▲ 역사를 바꾼 금속활자

인류는 활자를 발명했다. 종래엔 한 번에 많은 책을 찍어낼 수 있는 금속활자로 발전했다. 금속활자를 기반으로 인류는 그동안 습득한, 또는 발견하거나 발전시킨 철학과 사상, 과학과 예술에 이르는 지식과 지혜를 다음 세대로 이어 줄 수 있게 됐다. 마침내 지식의 대물림을 위한 조건을 갖춘 것이다. 오늘날의 세상은 끊임 없이 이어진 지식 대물림의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작 10% 남짓이다

그런데, 이제 활자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오늘의 세상은 활자로 저장하기에  너무 복잡하고 거대하다. 그동안 인류가 만들어낸 지식의 보고는 오늘날 세상에 저장된 데이터의 10% 남짓이라고. 고작 10%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인류가 만들어낸 데이터 중 80% 이상은 바로 지난 2년 사이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데이터의 가치는 차치하더라도, 양으로 볼 때 지금의 세상은 ‘데이터의 홍수’라 할 만한 수준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의 데이터, 즉 활자화된 데이터는 만드는 이도, 사용하는 이도 소수였다. 소수 지식인의 전유물이었다고나 할까? 오늘날은 첨단의 기기를 통해 누구든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또 사용하는 시대가 됐다. 필자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전 세계에 수십억 명이 살고 있고, 이들이  PC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어렵지 않게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저장 방식의 진화

데이터의 저장방식이 디지털로 전환된지 50여 년이 흘렀지만, 이런 엄청난 데이터의 폭증은 분명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일이다. 개인의 시각에서는 만들어내는 데이터의 양이 크게 늘지 않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만들어 내는 환경과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개인 차원에서 감당할 수 없는 데이터의 폭증은 결국 저장방식을 변화시키기에 이르렀다.

과거엔 개인이 만들어낸 데이터는 개인이 보관하고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현재 개인은 스마트폰이나 PC의 저장공간을 이용해 필요한 만큼을 저장하고, 생산하는 데이터의 대부분은 기업의 플랫폼을 통해 저장하고 있다. 우리가 유튜브에 영상을 하나 올리거나 페이스북에 포스트를 하나 쓴다고 생각해 보자. 해당 데이터는 각각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저장된다. 우리 스마트폰에 동일한 콘텐츠가 없더라도, 우리는 발달한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든 이런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 클라우드가 각광받고 있다
▲ 클라우드가 각광받고 있다

그렇다고 개인 사용자에게 필요한 저장공간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개인 사용자의 저장공간 역시도 급격히 커지고 있는데, 이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데이터의 품질이 급격히 향상되며 영화 한 편, 음악 한 곡을 저장하는데도 더 많은 저장공간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같이 전 세계적인 데이터 폭증 현상은 개인에게도,  또 기업에게도 전과는 다른 차원의 스토리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과거엔 단순히 기업용이나 PC용 HDD, SSD 정도로 구분되던 스토리지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빠르게 대응할 것인가, 많은 양을 저장할 것인가

오늘날 기업이나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스토리지는 크게 SSD와 HDD로 구분된다. PC에서도, 각종 웹서버나 스토리지 서버, 클라우드 등 스토리지가 필요한 모든 영역에 이와 같은 명제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때문에 PC의 경우를 확대해 클라우드 등의 대형 스토리지 서비스를 이해할 수 있다. 최근의 사용자는 대개 빠른 PC를 위해 SSD에 OS를 구동하고, 날로 덩치가 커지는 각종 멀티미디어 데이터는 무려 12테라바이트(TB) 까지 지원하는 HDD에 저장하는 방식을 흔히 사용하고 있다. 

이는 많은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업로드 하는 클라우드, 또는 SNS 서비스 등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기업은 사용자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HDD에 저장하고, 사용자의 접근이 빈번한 데이터에 대해서는 빠른 대응을 위해 SSD를 이용한 캐시로 해결하고 있다. 우리가 원활히 클라우드, 또는 SNS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데에는 빨라진 네트워크의 덕 만큼이나 스토리지 서버의 빠른 대응도 한 몫 하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환경에 알맞은 스토리지로 발전

오늘날 우리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를 다양한 스토리지 라인업에 어리둥절 하는 이유는 바로 이같은 저장방식의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PC용 SSD는 빠른 속도를 기반으로 전체적인 PC의 반응속도를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가 SSD를 PC의 OS 드라이브로 활용하는 가치가 생기니까.

▲ 대표적 SSD인 마이크론 MX300
▲ 대표적 SSD인 마이크론 MX300

현재의 PC용 SSD는 MLC를 넘어  TLC와 3D NAND 기술이 대두되며 용량과 가격, 그리고 성능의 밸런스를 찾아가고 있다. 이같은 추세 덕분에 최근 거의 모든 PC의 OS 드라이브로 SSD가 채택되는 추세이다. 소비자는 읽기 성능과 쓰기 성능의 밸런스가 좋은 제품 위주로 구매하는 소비패턴을 보인다.

▲ 씨게이트 니트로 시리즈 SSD
▲ 씨게이트 니트로 시리즈 SSD

기업용 SSD는 이보다는 조금 복잡하다. 사용자 1명의 호출에 응답하기 보다는 동시에 접속하는 많은 사용자의 호출에 즉시 응답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 읽기 성능과 지속적인 읽기 작업에도 오랜 수명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호출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PC에 사용돼 온 SATA 인터페이스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 최근 PC의 인터페이스도 진화하는 추세이지만,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는 SAS나 NVMe와 같은 인터페이스의 채용이 더욱 가속화 하고 있다. 씨게이트가 선보인 니트로(Nytro) 시리즈는 이런 기업용 SSD 스토리지 시장의 현재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제품이다.

▲ 씨게이트 HDD 라인업
▲ 씨게이트 HDD 라인업

HDD 분야의 변화는 이보다 조금은 더 적극적이다. 기존의 다양한 아날로그 데이터들이 모두 디지털화되며 스토리지의 활용 범위가 크게 넓어졌는데, 각각의 사용환경마다 요구하는 스토리지의 성향이 다르다. 주요 제조사인 씨게이트와 WD의 HDD 라인업이 큰 폭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역시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씨게이트는 ‘가디언 시리즈(Guardian Series)’라는 브랜드로  HDD 라인업을 재정비한 바 있다. 이는 HDD의 활용 영역에 따라 각기 요구되는 다른 요구사항에 맞추어 HDD 라인업 자체를 변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매일 일정 시간 사용되며, 읽기와 쓰기 성능이 밸런스가 좋아야 하는 PC용 드라이브 시장에는 오랜 기간 소비자의 큰 사랑을 받아온 바라쿠다 시리즈를 다시금 부활시켜 대응한다.

여러 대의 CCTV가 단 1초의 쉼 없이 촬영해 내는 영상을 저장해야 하는 보안 감시 영역에 사용하는 HDD는 무엇보다 쓰기 성능이 좋아야 한다. 이런 영역에는 쓰기 성능이 특히 강화된 ‘스카이 호크’ 시리즈가 대응한다.  

반대로 NAS(Network Attached Storage)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불러와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장시간 구동에도 HDD가 능히 버티는 내구성을 가져야 하며, 사용자의 호출이 있을 경우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읽기 성능이 강화돼야 한다. 씨게이트는 이런 특징을 요구하는 NAS를 위한 스토리지로 ‘아이언 울프(Iron Wolf)‘ 시리즈를 선보였다.

▲ WD HDD 라인업
▲ WD HDD 라인업

주요 HDD 제조사인 WD는 씨게이트와 달리 각 드라이브의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른 색상으로 구분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예컨대, 빠른 성능이 필요한 PC에는 블랙이, 성능과 용량, 가격의 조화를 원하는 사용자에게는 블루가 대응한다.

보안/감시 영역에는 퍼플이, NAS용 스토리지에는 레드가 대응한다. 각각 씨게이트의 스카이 호크와 아이언 울프와 대응된다고 볼 수 있는데, 각 드라이브의 특징은 앞서 설명한 씨게이트의 라입업과 동일하다 이해할 수 있다.

 

소비자도 똑똑해져야 할 때

이처럼 SSD도 HDD도 각각의 용도에 따라 세분화되는 특징을 보이는 것이 오늘날의 스토리지 시장이다. 따라서 과거처럼 그저 “어떤 하드가 좋아?” 정도의 질문으로는 내 PC를, 또는 내 NAS를 쾌적하게 활용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많은 정보를 머릿속에 넣지 않더라도, 최신의 스토리지는 용도에 따라 특징들이 구분된다는 점과, 내 환경에서 어떤 스토리지를 조합해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를 따져보며 제품을 구매하는 혜안이 필요해 보인다.

더구나 최근 SSD나 HDD는 성능과 용도, 용량 등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라서 때로는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내 시스템과 맞지 않는 제품을 장착하게 될 수도 있어 더 주의가 요구된다. ⓒ 2017. ManzLab Corp. All rights reserved.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맨즈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