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스, 현재 위험 상황은?"

"미사일 2개가 따라옵니다. 채프와 플레어로 방어하겠습니다."

마블 코믹스의 아이언맨 슈트는 전투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인공지능에 의한 전장 정보 분석, 마르지 않는 에너지원, 고속기동이 가능한 로켓엔진 시스템, 자체 방호 가능한 방탄기능, 내열·내한·방수·고고도 결로방지 등 현실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해낸 먼치킨(munchkin, 다른 캐릭터와 협력하지 않고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캐릭터이다. 가히 핵무기에 비교될 만한 전략 무기급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적할 자는 타노스인가 하노라.

 

▲ 워리어 플랫폼 발전 세미나장 입구
▲ 워리어 플랫폼 발전 세미나장 입구

모든 국민이 바라는 우리 군의 미래도 이러 모습이 아닐까? 그러한 바램과 염원을 가지고 지난 20일 국회의원 회관에서는 육군본부와 미래안보포럼의 대표 의원인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이 공동으로 '워리어 플랫폼 발전 세미나'가 개최됐다.

 

▲ 기조연설의 주제였던 'War 4.0 시대 개인전투체계 발전방안'
▲ 기조연설의 주제였던 'War 4.0 시대 개인전투체계 발전방안'

기조연설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과 국방의 미래 ‘전쟁 4.0 시대’ 개인전투체계(무기, 장비, 피복…) 발전방안>이다. 어마어마한 타이틀이 아닌가. 인공지능, 킬러로봇, 무인무기체계 등 영화 터미네이터 포스터까지 활용되는 등 흡사 SF영화의 모든 것이 녹여진 모습이다.

 

▲ 드론봇 연계 운용 방안 예시
▲ 드론봇 연계 운용 방안 예시

이어 ADD(국방과학연구소)는 '워리어 플랫폼기반 드론봇 연계발전 방안'을 주제로 워리어 플랫폼의 개념부터 해외기술 동향을 비롯해 미래형 개인 전투체계를 제안하고 드론봇과의 연계 운용 방안 등 앞선 기조연설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인 내용을 전했다.

 

▲ 개인전투체계와 연동 전력 체계와의 연동성이 강조된 통합형 체계 구성안
▲ 개인전투체계와 연동 전력 체계와의 연동성이 강조된 통합형 체계 구성안
▲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 일체형으로 개인전투체계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 일체형으로 개인전투체계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서는 육군 전력지원 체계사업단이 '워리어 플랫폼과 연계한 군전투피복 체계 필요성' 발표를 비롯해 업체들의 적용 기술 제안, 그리고 '웨어러블 등 첨단기술 거버넌스 구축 방향'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이후 3부에서는 발표자와 패널 그리고 청중의 질의응답으로 장장 4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특히, 이색적인 부분은 4성장군인 육군참모 총장과 공동 주최자인 김중로 의원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관심과 의지를 가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필자는 영화에 등장하는 아이언맨이나 드론봇 보다는 워리어 플랫폼에 관해 이야기 하고 싶다. SF, 미래, 첨단, AI, 킬러로봇 등 -현실감 부족한- 화려한 발표 뒤에 가려진 현실적인 현 우리 군의 워리어 플랫폼 말이다. "워리어 플랫폼은 이제야 군이 가야 할 당연한 길로 돌아가는 기본적인 일입니다”라는 발표자의 멘트는 그간 전력지원 체계사업단의 노심초사가 절실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너무도 당연하지 않은가. 그간 우리 군은 첨단무기체계(라고 쓰고 비리와 로비의 온상이라고 읽어 왔다)에 밀려 2차대전·한국전쟁·베트남전의 피복 군장 체계를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이어 왔다. 그나마 최근 개발되어 보급 중인 기본군장체계도 타 군체계들의 앞서나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1~2세대 늦게 도입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용 목적에 맞는 통합된 기준 없이 개별 제품이 각각 개발되어, 서로 호환 되지 않거나 간섭을 일으켜 사용도가 떨어지는 애물단지가 되는 일도 부지기수이다. 지속성 있고 책임을 가진 컨트롤 타워 없이 담당자들이 수시로 바뀌며 임기 내 실적에 부침을 받아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사무실 담당자의 책상 위에서 만들어진 군장품에 대한 현장에서의 외면과 멸시는 오히려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세미나장 앞에 마련된 특전사 전시 파트에 전시된 표적지시기와 조준경
▲ 세미나장 앞에 마련된 특전사 전시 파트에 전시된 표적지시기와 조준경
▲ 주·야간 조준기가 장착된 소총
▲ 주·야간 조준기가 장착된 소총
▲ 주·야간 조준기가 장착된 권총
▲ 주·야간 조준기가 장착된 권총

2천만 원을 투자하여 개인 군장을 갖추었다는 어느 특전사 간부의 말은 이제는 비밀도 아니며 루머도 아닐뿐더러 이런 발표 자리에 인용 될 만큼 평이한 사실이 되었다. 전투효율을 높여 생존 가능성을 보장하고 임무완수율을 높이는데 개인의 돈을 투자했다는 것도 아이러니하지만, 군에서는 보급품이 아니라며 사용을 못 하게 했다는 발표는 어처구니가 없는 부분이다. 심지어 세미나장 앞에 전시된 특전사의 개인화기 체계에서도 현역 간부들이 사제로 구입해 사용한다는 광학장비, 방탄장비, 무선장비 등을 현행 보급품과 비교·전시 되고 있었다.

 

▲ 930g으로 경량화된 패슽 헬멧과 카이덱스 소재로 견고성이 뛰어난 권총집
▲ 930g으로 경량화된 패슽 헬멧과 카이덱스 소재로 견고성이 뛰어난 권총집
▲ 뛰어난 보온력·쾌적성·신축성을 자랑하는 최첨단 전투피복체계
▲ 뛰어난 보온력·쾌적성·신축성을 자랑하는 최첨단 전투피복체계

전장의 귀중한 자산이며 국민의 자녀들인 군인이 추위에 떨고 비에 젖은 생쥐 꼴로 전투에 임한다면 그 전투에서 얼마만큼의 효율적 전과를 올릴 수 있겠는가. 누군가 그런 말을 한다, 요즘 군인들에게는 '군인정신'이 없다고···. 현대전은 군인으로 뭔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그런 전장이 아니다. 군필자라면 군가 '최후의 5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최후의 5분을 버티는 것은 군인의 몫이지만 그 버티기 힘든 최후의 5분을 최대한 지연시키거나 오지 않게 하는 것은 현대화된 워리어 플랫폼과 함께하는 철저한 사전 준비일 것이다.

철책을 사이에 두고 대치 중인 남과 북, 주변 강국에 둘러싸여 위협받고 있는 안보 상황, 첨단화·고도화·정밀화 되어가는 무기체계 등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 군이 강군이 되는 토양은 스카이넷, 아이언맨이 아니라 지금의 이 나라를 지키는 병사(요즘 군대에선 용사라고 한다) 개개인이다. 그런 면에서 워리어 플랫폼은 개개 전투원의 생존과 비전투 손실 예방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 할 것이다.

 

▲ 맞다. 현 헬멧/슈트/무기 수준으로는 장병들은 힘들다.
▲ 맞다. 현 헬멧/슈트/무기 수준으로는 장병들은 힘들다.

이번 '워리어 플랫폼 발전 세미나'의 마지막 인사말 중 "워리어 플랫폼은 당연히 가야 할 길이며, 되게 만들겠다"는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의 다짐과 "담당자들의 헌신과 열정에 감사하며 일만 되게 하면 최선을 다해 예산을 따오겠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호언을 남긴 김중로 의원의 말처럼 이들의 힘을 빌려 한걸음 성큼 내디딜 정예육군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맨즈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