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를 다루다 보면 ‘인터페이스(Interface)’란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인터페이스란 용어는 기실 IT 산업 전반에서 폭넓게 사용하고 있기도 한데요. 경험이 많은 유저라면 정확한 사전적 의미를 모르더라도 대략적인 기능에 대해 유추하실 수 있을 법도 합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어떤 기기와 기기, 또는 어떤 기기와 소프트웨어 등 두 가지 장치가 서로 상호작용해야 할 경우 원활한 상호작용을 위해 미리 약속하는 규약으로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PC를 예로 생각해보죠. CPU와 메모리가 데이터를 교환할 때, 또는 HDD와 메모리가 데이터를 교환할 때. 각 기기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면, 이를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때문에 어떤 형태, 어떤 프로토콜, 어떤 주기로 데이터를 전송할 것인지 등을 미리 정해 상호간에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맞춘 것이 바로 ‘인터페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 최초의 HDD로 알려진 RAMAC 350
▲ 최초의 HDD로 알려진 RAMAC 350

PC를 구성하는 10여 가지의 하드웨어는 메인보드를 매개로 하나의 시스템으로 조합됩니다. 이렇게 장착되는 모든 하드웨어는 여타 하드웨어와 상호작용하며 하나의 PC로서 기능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PC를 구성하는 하드웨어 간에는 빈번한 데이터의 전송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니 PC를 구성하는 모든 하드웨어가 여타 하드웨어와 데이터를 주고 받는데 사용하는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래픽카드에 사용하는 PCIe, 외부 장치 연결에 사용하는 USB 등이 모두 상호 데이터의 전송을 위한 기준, 즉 인터페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HDD, SSD에 사용하는 인터페이스 역시 PC가 사용하는 다양한 인터페이스 중 하나입니다. 한동안 SATA에 머물러 있던듯 하던 스토리지 인터페이스는 최근 SSD의 급격한 성능향상과 더불어 M.2 방식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지요.

새로운 PC를 구성할 예정인 소비자라면 어떤 방식의 스토리지를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법도 한데, 이 기회에 과거의 인터페이스를 둘러보고, 현재 사용하는 인터페이스의 특징을 확인해 보고자 합니다.

 

 

HDD의 시작, MFM/RLL 방식

 아마 이 방식의 HDD를 알고 있다면 상당히 연세(?)가 많으시거나, 아니면 매우 어린 시절부터 PC를 다루어 오신 분일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HDD가 등장하던 초기, 불과 수십 메가바이트 용량을 제공하던 HDD가 이 방식을 사용했으니까요.

이때만 해도 지금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초기의 기술이 사용됐기 때문에 HDD는 말 그대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만을 수행했습니다. 때문에 이 방식의 HDD를 사용하려면 별도의 컨트롤러가 필요했죠. 그래서 당시의 HDD는 데이터 전송을 위한 커넥터, 컨트롤러와의 연결을 위한 커넥터를 따로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MFM이나 RLL은 인터페이스라 하기엔 무리가 좀 있습니다. 당시의 HDD를 현재의 기준으로 이렇게 구분하지만, MFM/RLL은 인터페이스 보다는 HDD의 포맷 방식이었다고 해석하는 게 더 정확합니다.

여기서 두 방식의 기술적 차이를 언급하기 시작하면 재미있는 읽을 거리가 안 되겠지요? 두 포맷방식을 지원하는 하드웨어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RLL 방식은 MFM 방식에 비해 비교적 큰 용량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컨트롤의 어려움 때문에 오류의 발생 확률도 그만큼 높았습니다.

 

▲ Seagate ST-506
▲ Seagate ST-506

HDD와 별개로 HDD를 컨트롤하고 시스템에 데이터를 전달하는 별도의 컨트롤러가 사용됐다고 말씀드렸지요? 이때는 대개 ST-506/412 방식이나 ESDI(Enhanced Small Device Interface)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HDD의 데이터 전송을 위한 인터페이스는 오히려 이쪽이라고 설명해야겠지요.

이 시기를 즈음해 HDD 시장이 본격 태동합니다. 집채만하던 HDD가 8인치 크기까지 작아졌고, 용량도 40MB 수준까지 확대됐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지금까지도 사용하고 있는 씨게이트(Seagate), WD 등의 HDD 제조사도 대부분 이 시기를 즈음해 사업을 시작했지요.

씨게이트가 선보였던 ST-506은 그래서 HDD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 제품입니다. 집채만했던 HDD가 얼마나 작아질 수 있는지, 그리고 HDD가 PC의 데이터 저장을 위한 주력 스토리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제품이니까요. 아, 이 제품의 용량은 5MB 였습니다.

 

 

기억에 남는 인터페이스, IDE/E-IDE

PC를 다룬 기간이 긴 분이라면, 아마도 IDE 방식의 인터페이스는 대부분 기억하고 계실거라 생각됩니다. 이때부터 PC가 하나의 온전한 개인용 도구로 인정받으며 급격한 보급의 물상을 탔으니까요. 아마도 90년대 초반 경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대학이나 사회에서도 종이와 펜을 사용하던 형태가 이 즈음부터 서서히 PC와 프린터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변화되기 시작했지요.

90년대 중반에는 인터넷이 서서히 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PC가 단순한 도구에서 벗어나 전 세계와 연결하는 기기가 된 것이죠. 당시의 PC도, 인터넷 속도도 지금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만, 이런 가능성과 윈도우 시리즈의 출시, 그리고 정부의 인터넷PC 보급정책 등이 맞물리며 90년대 후반~2천년대 초반에 이르러 PC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보급의 물살을 타게 됩니다.

MFM 방식의 HDD는 별도의 컨트롤러가 필요하다 설명 드렸죠? 이때의 HDD들은 제조사마다 각기 다른 컨트롤러를 사용했습니다. 물론, 호환되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통일된 인터페이스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것이 다음 세대의 IDE 방식으로 진화하며 마침내 HDD에도 통일된 규격, 즉 인터페이스가 사용되는 계기가 된 것이지요.

 

▲ VESA 방식 I/O카드, IDE와 FDD, 시리얼/패러럴 포트 등이 모여있다
▲ VESA 방식 I/O카드, IDE와 FDD, 시리얼/패러럴 포트 등이 모여있다

이때의 HDD는 컨트롤러를 갖추고 있어 별도의 컨트롤러가 필요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메인보드와 이때의 메인보드는 또 형태가 조금 달랐습니다. 40핀 IDE 케이블을 사용하는 HDD를 연결할 수 있는 커넥터가 따로 없었지요. 그래서 ISA 슬롯이나 VESA 슬롯에 꽂아 사용하는 I/O Card가 필요했습니다. 아마도 펜티엄 이전, 486 초기의 PC가 이런 방식을 사용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IDE 방식은 P-ATA 방식으로도 불립니다. 여기서 P는 병렬을 의미하는 패러렐(Parallel), ATA는 컨트롤러까지 통합한 앞선 기술이란 의미(Advanced Technology Attachment)란 의미입니다.

 

▲ IDE 방식 HDD 커넥터와 점퍼(좌), IDE 리본 케이블(우)
▲ IDE 방식 HDD 커넥터와 점퍼(좌), IDE 리본 케이블(우)

HDD를 병렬로 연결한다면, 하나 이상의 HDD를 연결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이때의 HDD에는 그래서 Master/Slave/Cable Select 같은 점퍼가 존재했습니다. 하나의 케이블로 두 개의 HDD까지 연결이 가능했고, 각 HDD는 연결되는 위치에 따라 Master와 Slave로 연결 위치를 조정해 주거나, Cable Select로 점퍼를 조정해 연결된 위치에 따라 자동으로 순서를 정하도록 조정해야 했습니다. 만일 하나의 케이블에 연결된 두 개의 HDD가 모두 Master, 또는 Slave로 점퍼가 맞추어져 있다면 둘 다 인식되지 않았지요.

이 인터페이스에 대한 기억이 다소 혼란스러우실 수도 있을 듯 싶습니다. IDE, EIDE, DMA, UDMA, PIO, PATA, U-ATA 등등 온갖 용어들이 이때 마구잡이로 사용됐으니까요.

앞서 IDE와 P-ATA는 같은 인터페이스를 의미한다고 말씀드렸죠? EIDE는 PC의 성능이 빨라지고 HDD의 용량도 급격히 증가하자 기존의 IDE 방식을 더욱 확대한 것입니다. EIDE로 부르기도 하고, 그냥 IDE라고 부르기도 하죠.

반대로 PIO, DMA, UDMA 등은 전송모드를 의미합니다. 초기 IDE는 초기의 전송모드인 PIO 1을 지원했겠지요? PIO 1은 초당 5.2MB를 전송할 수 있는 전송모드입니다. 케이블과 커넥터 규격이 같은 IDE라 해도 초기 버전은 이정도가 한계였던 셈이지요.

PIO 모드는 초당 22.3MB를 전송할 수 있는 PIO Mode 5까지 개발됐습니다만, 모든 데이터의 이동이 CPU를 거쳐야 하는 단점으로 인해 속도를 높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후엔 CPU를 거치지 않고 직접 메모리에 데이터를 전송한다는 의미의 DMA(Direct Memory Access) 모드가 개발돼 사용됩니다.

이후 IDE는 지속적으로 발전해 마지막에는 초당 133MB를 전송할 수 있는 전송모드까지 지원했습니다. 같은 IDE/EIDE 인터페이스라도 지원하는 전송모드에 따라 이렇듯 지원하는 속도가 달랐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단순히 IDE로 표기하기 보다 ATA-33, UATA-66, UATA-100, UATA-133 같이 지원 가능한 전송속도를 표기하거나, UDMA-4, UDMA-5, UDMA-6 등 전송 모드를 표기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아, 앞에서 과거의 메인보드에는 HDD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커텍터가 따로 없었다고 설명 드렸죠? 그래서 I/O카드가 사용됐습니다만, 486 후기 모델을 즈음해 출시된 메인보드들은 칩셋의 발전으로 I/O 기능을 메인보드 칩셋에 내장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메인보드와 HDD의 직접 연결이 시작된 것이지요.

 

 

병렬의 한계, 직렬(SATA)로 극복

P-ATA(IDE) 방식은 16비트의 데이터를 한번에 전송하는 규격이었습니다. 초당 66MB 이상을 전송할 수 있는 모드를 지원하기 시작하며 케이블 역시 기존의 40라인에서 80라인으로 촘촘해졌지요. 하지만 이를 갖고도 전송속도를 높이는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나의 케이블에 두 개 이상의 HDD를 연결하는 경우 각 HDD가 데이터를 전송할 때마다 다른 쪽은 기다려야 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PC에 장착된 여러 개의 HDD를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 PC의 성능이 급격히 느려지는 문제점이 있었지요. 16비트씩 전송하는 데이터도 빨라진 PC의 성능을 뒷받침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 오늘날 사용하는 형태의 SATA 케이블과 HDD
▲ 오늘날 사용하는 형태의 SATA 케이블과 HDD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ATA 방식은 유지하되, 병렬 구조를 직렬 구조로 대체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Serial ATA(SATA)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직렬 방식으로 구조가 변경됐기 때문에 하나의 케이블에 하나의 드라이브만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최근 메인보드에 SATA 포트가 꽤 여럿 제공되는 이유는 이처럼 직렬 방식에서는 복수의 드라이브를 하나의 케이블에 장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초기의 SATA는 초당 1.5Gbps, MB 단위로 환산하면 약 190MB/s 가량을 전송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얇고 저렴한 케이블을 사용할 수 있던 것 외에 기존의 UDMA-6와 전송률에서 큰 차이를 갖지는 못했던 셈이지요. 다만, 당시의 HDD들은 인터페이스가 제공하는 회선속도에 부응하는 성능을 내지 못했기에 큰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PC 하드웨어의 성능이 급격히 빨라지며, HDD가 가진 성능의 한계가 드러나게 됩니다. 스핀들 모터와 플래터, 그리고 헤드를 통해 데이터를 읽고 쓰는 구조의 HDD가 무한정 빨라지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으니 여타 하드웨어가 요구하는 데이터를 원활하게 공급하는데 문제가 생긴 것이지요.

 

▲ HDD를 더욱 똑똑하게 만들어준 NCQ
▲ HDD를 더욱 똑똑하게 만들어준 NCQ

그래서 기존의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방법이 고안됐습니다. 그 중 하나가 NCQ(Native Command Queuing)라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HDD는 명령이 입력되는 순서대로 데이터를 처리했습니다. 이런 방식은 명령이 입력되는 즉시 해당 명령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아직 처리하지 못한 명령이 쌓이기 시작하면 급격한 속도의 하락이 유발되지요.

NCQ는 HDD 자체의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라기 보다, 이렇듯 데이터의 입출력을 보다 효율적인 프로세스로 만들기 위한 기술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명령이 입력되면 이를 대기행렬에 보관한 다음, HDD가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순서로 재배열하게 됩니다.

단지 시스템과 HDD 사이에 이렇듯 최적화를 수행하는 알고리즘을 하나 넣은 효과는 실로 어마어마했습니다. 메인보드의 BIOS에서 NCQ 기능을 사용하는 AHCI를 켜고 끄는 것에 따라 어마어마한 체감의 차이가 발생했으니까요. 아, NCQ는 사실 엔터프라이즈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는 SCSI(스커지) 인터페이스 기술을 SATA로 가져온 것이랍니다.

이전의 PC는 사용 도중 HDD에 부하가 걸리면 시스템 전체가 기어가는 극악의 속도를 견뎌야 했습니다. 반면 NCQ가 지원되기 시작한 후부터는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도 시스템이 한결 부드러워졌지요.
IDE 방식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지요. 이때는 HDD와 메모리가 직접 데이터를 주고 받는 DMA으로 이를 극복한 예가 있습니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SATA 시대로 접어들며 NCQ가 그같은 일을 해 냈다고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이후 SATA도 두 번의 버전업이 이루어집니다. 1.5Gbps를 전송할 수 있던 초기 버전에서 3Gbps, 6Gbps로 인터페이스의 성능이 높아졌습니다. 우리가 지금 구매하는 메인보드에 장착된 SATA 포트는 모두 6Gbps를 지원하는 포트라 생각하셔도 크게 어긋남이 없습니다.

 

 

SATA Express, mSATA, 그리고 U.2(SFF-8639)

 SATA3, 또는 SATA 6Gbps로 불리는 SATA 인터페이스는 2009년 확정된 규격입니다. 올해가 2017년이니 꽤나 오래 전의 인터페이스가 아직도 쓰이고 있는 셈이지요. SATA 6Gbps의 인터페이스 속도를 알기 쉽게 환산하면, 초당 760MB/s 가량 됩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HDD의 속도가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요.

그래서일까요? SATA 6Gbps 이후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제정이 상당히 늦어진 느낌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그 사이 큰폭의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바로 SSD가 등장한 것이지요.

현재 SATA 기반 SSD는 550MB/s 남짓의 읽기/쓰기 성능을 제공합니다. 이론적으로는 SATA 6Gbps 인터페이스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만, 실제 인터페이스가 이론상의 속도 그대로 구현되는 건 아니므로 임계치에 다다랐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반면, M.2 방식의 SSD는 초당 2GB/s 이상의 데이터 전송능력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이는 SATA 6Gbps로는 대응할 수 없는 속도이죠.

 

▲ SATA Express
▲ SATA Express

이에 맞추어 SATA의 전송능력을 12Gbps까지 끌어 올리는 논의가 있었으나, 너무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제기되며 결국 새로 제정된 인터페이스가 SATA Express입니다.

2013년 표준화된 SATA Express(SATA Revision 3.2)는 기존의 SATA와의 호환성을 유지하며 PCI Express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인터페이스 성능을 높였지만, 복잡하고 번거로운 커넥터가 단점이었습니다. 드라이브 하나를 사용하기 위해 무려 세 개의 커넥터를 꽂아야 했으니까요. 잠시 이를 지원하는 메인보드가 등장한 적이 있지만, 현재는 PC에서 거의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SATA Express는 PCI Express 레인을 직접 사용하도록 고안됐습니다. 다만, 두 개까지의 한계가 존재했지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4개의 레인을 활용할 수 있는 U.2(SFF-8639) 규격도 등장했습니다. SATA Express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볼 수 있는 이 인터페이스는 몇몇 고급형 메인보드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당초의 예상과 달리 이를 지원하는 드라이브의 출시가 많지 않았습니다.

 

▲ 비슷하지만 다른 mSATA와 M.2
▲ 비슷하지만 다른 mSATA와 M.2

SATA 6Gbps 이후 그나마 어느 정도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인터페이스로는 mSATA를 들 수 있습니다. mSATA는 SATA를 소형화시킨 인터페이스로 인텔이 선보인 인터페이스입니다. 기존의 SATA와 동일한 기술적 호환을 유지하되, 커넥터 등을 최소화해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 소형 기기에 적합하게 발전시킨 것이 특징입니다. 초기엔 인텔의 SSD를 비롯해 몇몇 제품이 출시됐지만, 현재는 이 역시 M.2로 수렴하는 상황입니다. 아, mSATA와 M.2는 슬롯 모양이 비슷하지만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는 점도 유의하세요.

 

 

M.2(NGFF)와 PCIe, 그리고 NVMe

SATA 6Gpbs 이후 스토리지 인터페이스는 잠시 정체가 온 것이 사실입니다. SSD가 등장하자 뒤늦게 이를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부랴부랴 만들어진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이 중 최근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는 인터페이스는 단연 M.2라 할 것입니다.

인텔이 9시리즈 칩셋에서 도입한 M.2 규격은 SATA와 PCI Express를 모두 지원함으로써 다양한 제품이 출시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지만, 소비자에게는 그만큼의 혼란을 가중시킨 주범이기도 하지요. 아, M.2는 mSATA와 더불어 HDD를 무시한, SSD만을 위한 인터페이스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합니다.

요는 이렇습니다. M.2 슬롯에 장착하는 카드형 SSD라 해도 SATA 방식의 컨트롤러를 장착했는지, PCI Express용 컨트롤러를 장착했는지에 따라 동작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당연히 PCI Express 방식의 컨트롤러가 더욱 높은 성능을 발휘합니다만, 가격 역시 높은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요. 그런데, M.2를 지원하지 않는 칩셋에서도 이 인터페이스를 지원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PCI Express 레인을 끌어다 사용하며 또다른 혼란이 생깁니다. M.2 슬롯임에도 이런 M.2 슬롯은 SATA 방식 M.2 SSD를 지원하지 못했으니까요.

M.2 역시 mSATA처럼 소형 인터페이스로 개발됐습니다. 빠른 성능을 필요로 하는 노트북이나 태블릿에서부터 PC까지 두루 사용하기 위함이지요. 다만, 워낙 작은 인터페이스로 개발됐기 때문에 좀 더 고용량의 드라이브를 만들기 위해서는 메모리 칩을 더 장착할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M.2 규격의 SSD들은 용량에 따라 길이가 다소 다른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입니다. M.2 SSD 뒤에 2242, 2260, 2280 등의 숫자가 길이를 의미한다는 점도 잊지 마세요. 예컨대, 2242는 길이가 4.2cm, 2260은 6cm, 2280은 8cm를 나타냅니다.

 

▲ M.2 기반의 NVMe SSD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 M.2 기반의 NVMe SSD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자주 들리는 NVMe는 무얼까요? 이를 지원하는 SSD는 초당 2GB 이상의 어마어마한 성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아직은 고가의 제품이라서 입맛만 다시고 있지만, 종래에 이런 드라이브들이 메인스트림급에 포진된다면 분명 스토리지의 성능이 또 한번 엄청난 향상을 이룰 수 있겠지요.

지금까지 설명해온 각종 인터페이스들이 일종의 전송규격이라 한다면, NVMe(Non-Volatitle Memory Express)는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 즉 프로토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서 PIO 방식의 단점 극복을 위해 DMA가 개발됐고, DMA의 단점 극복을 위해 NCQ가 적용됐다 설명드린 바 있지요? NVMe 역시 기존의 HDD에 최적화된 데이터 전송 방식 - 그러니까 NCQ를 지원하는 AHCI 모드가 되겠지요 - 를 개선한 프로토콜입니다.

그러니까 PCI Express 방식의 인터페이스와 NVMe는 서로 다른 말이 아닙니다. PCI Express 방식 SSD의 성능을 극대화 하기 위해 최적화시킨 데이터 전송방식을 NVMe라 할 수 있으니까요. 같은 PCI Express 기반의 SSD라 해도 AHCI 보다 NVMe 방식을 사용하는 제품이 더욱 최적화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겠지요?

최신의 AMD나 인텔 칩셋 기반의 메인보드를 사용하고 계신다면 AHCI와 NVMe의 차이에 대해 그다지 고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칩셋이 SSD를 인식하고 장착한 SSD에 맞는 모드로 동작시키니까요.

 

 

같은 의미의 다른 용어가 많은 스토리지 인터페이스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스토리지, 그것도 PC 내부에 사용되는 스토리지 인터페이스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용어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제가 언급한 것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같은 의미의 용어가 다른 방식으로 표기되는 예가 많아 더 헛갈리기도 쉽고요.

규격을 기준으로 볼 때, 스토리지 인터페이스는 MFM/RLL→ IDE → SATA(mSATA) → SATA Express → U.2/M.2 순으로 발전해 왔다 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의 전송 효율을 높이기 위한 프로토콜을 기준으로 보면 PIO → DMA → NCQ(AHCI) → NVMe로 발전해 왔다고 이해하시면 조금은 쉽습니다.

U-ATA 133까지 발전한 IDE 방식이 DMA 프로토콜을 지원했고, U.2까지 발전한 SATA 인터페이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NCQ가 사용됐으며, PCI Express 레인에 직접 접속하는 최신의 SSD를 위해 NVMe가 사용됩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언급한 인터페이스 상당수는 아직도 살아남아 경쟁 중입니다. 일부는 기술적 유사점 때문에 완전히 다른 인터페이스라 보기도 어렵고요(U.2와 M.2). 다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너무 많은 인터페이스가 시중에 난립해 있으면 그만큼 혼란을 느끼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최근엔 고용량 HDD나 보급형 SSD는 기존의 SATA 6Gbps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활용하고, 더 빠른 성능이 필요한 영역에 NVMe를 지원하는 M.2 인터페이스가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직 속단할 순 없지만, 현재 내부 스토리지를 위한 인터페이스는 이렇듯 전통의 SATA 6Gbps와 최신의 M.2 NVMe 정도로 정리가 돼 가고 있는 추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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