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스토리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백블레이즈는 자사가 사용하는 6만 대 이상의 HDD에 대한 불량 발생율을 최근 몇 년 동안 발표해 왔고 그에 따른 결과로 한동안 씨게이트 바라쿠다 3TB 초기 모델의 불량율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데이터센터임에도 PC용 스토리지를 사용한 점, 태국 홍수 사태로 인한 수급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외장형HDD를 해체하여 사용한 점, 씨게이트의 HDD는 3만 대 이상 사용하고 있지만 WD와 도시바 등은 2,000대 미만이 사용된 점, 그리고 불량율이 추산된 결과라는 점 등은 소비자가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이미 몇 년 전 이야기지만, 백블레이즈의 불량율 발표는 이처럼 HDD 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다수의 HDD 사용 환경에서 발생하는 불량율을 정확하게 공개하는 업체가 없었기에 백블레이즈의 자료는 그만큼 중요했고, 소비자의 HDD 구매에 명확한 가이드 역할을 해 왔다. 씨게이트가 한바탕 곤욕을 치른 다음해에는 WD의 NAS 전용 모델 RED 시리즈의 불량율이 10%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씨게이트에 이어 WD 역시 이 논란을 비켜가지는 못했던 셈이다.

이런 백블레이즈가 올해는 조금은 의미 있는 기사 한 건을 포스팅했다. 데이터의 생산량은 급증해 새로 설치한 12TB HDD로도 곧 한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대용량 HDD의 가능성에 대해 씨게이트의 CTO 마크 리(Mark Re)와의 게스트 포스트를 통해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사를 내보낸 것. 

 

HAMR 기술에 대해 씨게이트로부터 듣다

백블레이즈는 이 기사(https://www.backblaze.com/blog/hamr-hard-drives/)를 통해 차세대 HDD의 기록 방식인 HAMR(Heat Assisted Magnetic Recording)에 대해 주로 언급했다. HAMR은 현재 12TB에 이른 HDD의 저장용량을 100TB까지 확장하는데 결정적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 데이터의 기록에 레이저를 사용하는 HAMR 기술
▲ 데이터의 기록에 레이저를 사용하는 HAMR 기술

씨게이트는 내년 말까지 HAMR 기술이 적용된 20TB 용량의 HDD를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HAMR 기술은 맨즈랩의 지난 기사를(100TB를 저장할 수 있도록… 차세대 HDD 기술) 통해 개략적인 부분을 살펴볼 수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데이터를 읽고 쓰는 헤드에 초소형 레이저를 장착하는 것이다. 이 레이저를 이용해 나노초 단위의 짧은 시간에 플래터(데이터가 기록되는 원판)를 가열한 후 데이터를 기록하고 다시 냉각시키게 된다. 이를 통해 동일한 면적에 기록되는 데이터의 양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이렇게 데이터의 기록 밀도가 높아지면, 당연히 하나의 HDD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은 늘어나게 된다. 쉽고 간단하게 들리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온갖 기술적 난제를 극복해야한 하는 것이 사실이다.

마크 리는 “지난 50년간 HDD 저장 밀도는 무어의법칙보다 더 빠르게 증가해 왔다. 데이터센터나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전문 크리에이터나 게이머 누구도 2년 전에 구입한 것과 같은 HDD를 찾지는 않는다”며, “ASTC의 예측에 따르면, HAMR 기술은 향후 10년간 HDD 기록 밀도를 높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생성되는 시대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전세계 기업과 수십억 명의 개인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는 매 2년마다 두 배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인류가 지금껏 만들어낸 모든 데이터의 두 배가 향후 2년 내에 더 만들어진다는 의미. 따라서 오는 2025년이 되면 전세계의 데이터는 무려 163ZB(제타바이트, 1조 기가바이트)까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의 데이터의 10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임베디드 시스템(Embedded System) 및 IoT, 모바일 등의 리얼 타임 데이터, AI, 강화되고 있는 각종 보안 시스템 등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급증하는 데이터와 함께 개개인의 클라우드 환경, 각종 대체에너지 산업과 자율주행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데이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지능화 되는 전력, 수도, 교통망, 건물 등 사회 인프라 역시 모두 실시간 데이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막대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 HAMR

20TB의 벽을 넘기 위해 주요 HDD 제조사는 다양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씨게이트가 개발하고 있는 HAMR 기술은 이미 1990년대 말부터 개발을 시작해 현재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 가장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

마크 리는 소금의 입자보다 작은 크기의 레이저, 그리고 레이저를 이용하는데 따르는 안정성 확보를 위한 HAMR용 미디어 등 여러 기술적 난제를 해결해 왔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레이저를 탑재한 HAMR 기술을 이용해 평방 인치(가로 세로 1인치)에 5Tb(테라비트)를 저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후 비트 패턴 미디어 기술을 접목하면 10Tb의 저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 HAMR 구조와 씨게이트의 향후 로드맵
▲ HAMR 구조와 씨게이트의 향후 로드맵

데이터를 저장하는 플래터는 일정한 간격으로 자기가 배열된다. 이 자기의 방향에 따라 시스템은 숫자 ‘0’과 ‘1’을 구분한다. 문제는 기록 밀도를 높이기 위해 자기의 간격을 극한대로 밀접 시키고, 이를 레이저로 가열하면 컴퓨터가 인식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점. 그래서 더욱 안정적인 자기의 배열이 가능한 미디어(플래터)가 필요하다. 여기서 ‘더 안정적인’이란 조건은 데이터의 보관 시엔 좋지만, 정작 데이터를 기록할 때는 그만큼 더 어렵다는 의미가 된다.

씨게이트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HAMR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철과 백금의 합금을 이용한 플래터를 개발해 냈다. 이렇게 함으로써 레이저로 가열되지 않은 부분은 헤드가 지나가도 자기의 변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하고, 레이저로 가열된 부분의 자기만을 약화시켜 헤드가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고. 이 일련의 과정은 불과 1나노초 이하의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진다.

 

2018년에 만날 수 있다

씨게이트의 HAMR 기술이 성공적으로 발전한다면, 우리는 2030년 이전에 100TB 이상의 용량을 가진 HDD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으로선 황당하게 들릴 용량이지만, 불과 십여 년 전만해도 30~40GB 용량의 HDD가 주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수치이기도 하다.

백블레이즈가 씨게이트와 HAMR 기술에 포커스를 맞춘 이유는 명확해 보인다. HDD의 기록 밀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HAMR 기술은 현재 완성 단계에 와 있기 때문. 씨게이트는 이 기술이 접목된 HDD가 이미 제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주요 파트너는 이미 이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드라이브를 테스트 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아울러 2018년에는 대량생산과 시장 공급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백블레이즈는 올 4분기에만 무려 100PB(페타 바이트) 수준의 씨게이트 HDD를 데이터센터에 장착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급격히 늘어가는 데이터의 양에 대응하기 위해 더 큰 용량의 HDD는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로선 HAMR이 현실에 가장 근접해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백블레이즈는 이를 눈 여겨 본 것으로 보인다.  ⓒ 2017. ManzLab Corp.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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