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요즘의 파일은 덩치가 커졌다. FullHD에 감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QHD를 넘어 이제 4K 영상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물론, 덩치는 어마어마하다. 단순함과 재미 위주의 비쥬얼 온라인 게임은 높은 사양과 저장공간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최신 게임은 30GB 이상을 요구한다.

대부분 소비자는 아직도 PC 구매 시 1TB HDD를 주로 구매하고 있지만, 각종 멀티미디어 파일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습관을 가진 유저라면 이만한 용량의 HDD는 순식간에 바닥을 들어내기 일쑤. 고용량의 HDD를 구입하자니 가격도 만만치 않고, 성능이 만족스럽지도 않아서 문제이고 말이다.

아직까지 저용량 HDD가 더 많이 판매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비용의 문제, 그리고 데이터의 저장 환경의 변화 등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PC 한 대를 구입하는 데는 적어도 40만 원에서 200만 원 가량의 비용이 필요하다. 때문에 가급적 구매비용을 낮추고자 하는 유저라면 당장 사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저장공간에 비용을 지출하는 것에 인색하기 마련.

데이터 저장 방식의 변화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과거엔 모든 디지털 데이터가 PC에 저장됐다면, 현재는 스마트폰, 태블릿, 각종 디지털 기기 등으로 분산 저장되고 있고, SNS 등에 등록한 콘텐츠는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서버에 저장되므로 필요 시 개인의 기기에서는 지워도 무방하다. 이런 저장 환경의 변화는 급격히 늘어나는 데이터 시대에도 개개인에게 추가적인 저장공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할 수도 있는 일이다.

 

HDD에 대한 관심은 왜 시들해졌을까?

앞서 언급한 것 외에 소비자가 HDD에 인색한 또 한 가지 이유를 꼽자면, 아마 대부분의 소비자가 HDD의 용량 보다 SSD의 성능을 선택하기 때문이 아닐까? 제한적 예산에서 최고 성능의 PC를 구성하려면 HDD의 저장공간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문제는 주로 사용되는 128GB ~ 512GB SSD만으로 저장이 필요한 데이터를 모두 담을 수는 없다는 데 있다. 이 지점에서 소비자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저장해야 하는 데이터는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는데 SSD만으로는 버틸 수가 없고 고용량 HDD, 외장하드는 비싸고….

▲ 시중엔 이미 12TB HDD가 출시돼 있다
▲ 시중엔 이미 12TB HDD가 출시돼 있다

SSD를 우선순위로 결정하지만, 필요한 데이터만을 선별해 저장하더라도 소비자는 한계에 다다를 수 밖에 없고 결국 HDD를 고려하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최근 서서히 3 ~ 4TB 하드디스크의 수요가 커지고 있는 현상도 이런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최고 용량은 12TB이긴 하지만 3 ~ 4TB가 일반 소비자의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물론, 폭증하는 데이터를 저장해야 하는 기업들은 12TB도 작다고 아우성이지만 말이다.

 

HDD의 성능을 끌어 올릴 새로운 기술, 멀티 액츄에이터

HDD의 용량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증가 중이다. 맨즈랩은 지난 포스트(여기)를 통해 HDD의 용량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소개한 바 있는데,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하는 WD의 MAMR 기술과 레이저를 이용하는 씨게이트의 HAMR 등은 머지 않은 미래에 HDD의 용량을 100TB(테라바이트)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문제는 앞서 설명했던 ‘성능’이다. IDC에 따르면, 인류가 지금껏 생산한 모든 데이터의 두 배에 해당하는 양이 매 2년마다 만들어지고 있다고. 이렇게 엄청난 속도로 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있다면, 이를 저장하는 스토리지의 용량만큼이나 성능도 향상되어야만 한다. 수만, 또는 수십만 명이 동시에 이용하는 페이스북의 페이지를 여는 데만 수십 초의 시간이 걸린다고 상상해 보자. 뉘라서 이런 답답한 서비스를 이용하려 할까.

기존의 HDD는 기록밀도의 증가와 모터의 회전 속도에 의존해 성능의 향상을 이루어 왔다. 기록 밀도가 증가하면 플래터의 회전 속도가 같아도 동일 시간 내에 더 많은 데이터를 읽거나 쓸 수 있다.

플래터의 수가 늘어나도 실제로 읽기, 쓰기에 사용되는 헤드는 하나이기 때문에 HDD 업계는 용량의 증가에 포커스를 맞추어 왔고, 성능을 위한 혁신적인 구조의 개선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HDD가 데이터 폭증 시대에 여전히 주력 저장장치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이제 용량만큼이나 성능에 대한 요구에도 나름의 대안을 제시해야만 하는 시점이 됐다.

이번 포스트를 통해 최근 씨게이트가 발표한 ‘멀티 액츄에이터(Multi Actuator) 기술을 살펴보자. 그간 높아진 기록밀도와 펌웨어 기술 등으로 조금씩 향상돼 온 HDD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바로 그 기술이다.

▲ 씨게이트의 멀티 액츄에이터 기술
▲ 씨게이트의 멀티 액츄에이터 기술

HDD의 내부구조에 이해가 없는 소비자라면 이해하기 어려울 듯하니 간단히 HDD의 구조를 살펴보자. 이미지의 둥근 원판은 데이터가 기록되는 원판으로, ‘플래터’라 부른다. 그리고 각 플래터마다 상/하 쌍으로 달려있는 회색의 액츄에이터 암 끝에는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는 극도로 작은 헤드가 달려있다. 액츄에이터는 액츄에이터 암을 데이터를 읽고 쓰는 위치로 이동시키는 구동부라 할 수 있다.

씨게이트가 발표한 멀티 액츄에이터 기술은 각 플래터에 장착된 액츄에이터 암을 다원화해 각각 제어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지금까지의 HDD는 모든 암과 헤드가 하나의 액츄에이터에 의해 제어되는 방식이었다. 결국 모든 암이 똑같이 움직인다는 의미.

이로 인해 HDD 성능의 비효율이 야기된다. 모든 헤드가 각 플래터의 동일한 위치로 이동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다른 헤드가 일을 하는 동안 놀고 있어야 하는 헤드가 생기기 마련. 사용자가 데이터를 저장하고 지우기를 반복할 수록 데이터가 파편화 되므로 일하지 않고 놀게 되는 헤드는 늘어나게 된다. 

씨게이트의 멀티 액츄에이터는 초기에 액츄에이터 암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제어하는 듀얼 액츄에어터 방식으로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기술이 무르익으면 각각의 액츄에이터 암을 모두 개별적으로 제어하는 기술로 발전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두 개의 액츄에이터로 구분하면 적어도 모든 저장공간이 하나로 제어되던 기존의 방식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다. 만일 모든 액츄에이터 암을 개별적으로 제어 가능한 수준까지 발전한다면, 현재의 HDD보다 훨씬 빠른 HDD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HDD는 얼마나 빨라질 수 있을까?

듀얼 액츄에이터 기술만 적용돼도 읽기/쓰기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 급격히 성능이 하락하는 현재 HDD의 특성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다. 아울러 효과적으로 유휴 헤드의 숫자를 줄일 수 있으므로 HDD 자체의 성능도 비약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처음부터 우리네 기대처럼 두 배에 달하는 성능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200MB 대에 묶여 있는 현재 HDD의 성능을 초당 400MB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이 무르익어 각 액츄에이터 암을 별도로 제어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면, 우리는 HDD로는 상상하지 못했을 법한 수준의 성능을 확인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또 HDD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제어되므로, 상황에 따라서는 하나의 HDD를 두 개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이는 하나의 드라이브로 각기 다른 두 개의 프로세스, 또는 서비스에 활용하는 경우 성능의 하락을 막는 최적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AID를 이해하고 있는 소비자라면, 멀티 액츄에이터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빠를 수 있다. RAID 0으로 구성된 두 개의 HDD가 존재한다고 생각해보자. HDD의 성능이 전체적으로 두 배 가량 빨라진다. 씨게이트가 들고 나온 멀티 액츄에이터 기술은 이렇게 RAID 0으로 묶인 두 개의 HDD를 하나의 HDD로 구현한 것과 같다. 그러니 그만큼 성능도 빨라질 수 있고 말이다.

씨게이트는 머지 않은 기간 내에 이 기술을 HDD에 도입할 예정이라 밝혔다. 엔터프라이즈 분야에서부터 차츰 적용이 확대되겠지만, PC용 HDD에도 이 기술은 매우 필요해 보인다. 이만한 성능을 보장하는 HDD라면, OS 구동 외의 각종 애플리케이션 및 멀티미디어 데이터의 입출력용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을 테니까.   ⓒ 2017. ManzLab Corp.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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