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물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개념이 경공이다. 경공을 꾸준히 수련하면 풀을 밟고 달리는 초상비, 눈을 밟고 달려도 흔적이 남지 않는 답설무흔, 물 위를 달리는 등평도수, 하늘을 내달리는 허공답보의 경지에 이른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다. 경공의 상위 단계인 축지법이 있다. 경공이 물리적인 속도 향상에 집중한다면, 축지법은 말 그대로 땅을 접어 달린다. 공간을 압축해 이동하니, 기존 속도로도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참고로 축지법과 동일한 개념이 SF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워프 드라이브다.

이처럼 무협물 이야기를 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 SSD 시장은 무림과 같다. 삼성파, 마이크론파, 씨게이트파, WD파와 같은 거대 문파들이 무림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문제는 그 밑이다. 중소 문파들이 치열하게 서로를 견제하는 것이다. 거기에 무공이 상향 평준화된 상태이므로,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멸문의 위기에 몰린다.

그런 SSD 무림에 새롭게 한미파가 등장했다. 한미파 문주의 이름은 ‘워프 GX1’이다. 젊은 나이에 문주로 등극했다. 특기는 축지법이다.

보통 경공 수련 과정에서 적당히 타협해버린 고수들이 많은데, 해당 고수들의 특징은 지구력이 낮아 중간에 속도가 크게 느려지거나, 내공이 부족해 경공을 오래 사용하면 젊은 나이에 주화입마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워프 GX1은 경공을 체계적으로 ‘빠짐없이’ 수련해 축지법을 습득했다. 덕분에 절정 고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췄다.

 

축지법을 사용하는 젊은 고수 등장

메인 운영체제용 드라이브로 하드디스크 대신 SSD를 사용하는 이유는 속도 때문이다. 하드디스크는 SSD 대비 저렴한 가격에 대용량을 갖췄지만, 용량조차 체감 속도의 차이는 극복할 수 없었다. 하드디스크가 일반인 걸음걸이 정도의 속도라면, SSD는 상시 경공술을 사용하는 도사 수준이다. 하드디스크보다 가볍고 빠르며, 이는 운영체제 부팅 및 프로그램 로딩 속도에서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SSD를 사용하면 무조건 빠를까? 물론 어떤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하드디스크보다는 빠르다. 단, 경공에도 등급이 있는 것처럼 SSD도 성능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SSD의 속도를 결정하는 요소는 인터페이스, 낸드 방식, 컨트롤러, DRAM 캐시다. SATA3보다는 NVMe 인터페이스가, 3D QLC보다는 3D TLC 낸드가, DRAMLESS 컨트롤러보다는 DRAM 지원 컨트롤러가 대체로 성능이 더 뛰어나다.

그렇기에 시장에는 가격에 맞춰 일정 부분을 타협한 SSD들이 많다. 좋은 예가 SATA3 인터페이스에 3D QLC DRAM 탑재 제품, NVMe 인터페이스에 3D TLC DRAMLESS 제품 등이다. 해당 SSD들은 분명 SATA3·NVMe 3D QLC에 DRAMLESS처럼 저가격·고용량의 극단적인 콘셉의 제품들은 아니다. 속도만 놓고 보면 아주 빠르다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제품들은 사실 공간이동으로 놓고 보자면 경공술의 답설무흔 정도의 단계다. 중간 단계의 빠르기로 신선 급이 사용하는 축지법에는 못 미친다. 축지법을 사용하려면 애매한 타협은 필요 없다. NVMe 인터페이스, 3D TLC 낸드, 고성능 컨트롤러, DRAM 캐시 탑재가 해당 조건이라 볼 수 있다.

마이크로닉스가 새롭게 선보인 SSD ‘마이크로닉스 WARP GX1 M.2 NVMe’(이하 워프 GX1)가 이에 해당한다. 앞서 언급한 조건을 하나도 빼먹은 게 없다. 축지법의 사용 조건을 갖춘 것이다.

 

크기/무게 : 80x22x3.5mm / 7g

인터페이스 : M.2 2280, PCIe Gen3 x4 32GT/s

낸드 방식 : 3D TLC

컨트롤러 : 실리콘모션

용량 : 512GB, 1TB

읽기/쓰기속도 : 512GB 읽기 3400MB/s, 쓰기 2590MB/s / 1TB 읽기 3400MB/s, 쓰기 3000MB/s

TBW : 512GB 200 TBW, 1TB 400 TBW 

MTBF : 2,000,000시간

보증기간 : 무상 3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워프 GX1은 NVMe 인터페이스의 3D TLC SSD다. DRAM 캐시 및 실리콘모션 컨트롤러를 갖췄다. 모든 걸 갖춰 속도가 느릴 이유가 하나도 없다. 512GB는 읽기 3400MB/s, 쓰기 2590MB/s며 1TB는 읽기 3400MB/s, 쓰기 3000MB/s다. 거기에 고성능 낸드 플래시와 컨트롤러를 갖춰 체감 속도가 아주 빠르다.

 

 

TLC는 셀 하나에 3bit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1bit의 SLC, 2bit의 MLC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수용할 수 있어 가성비가 뛰어나다. 2D TLC 시절에는 MLC 대비 속도 저하 및 수명 문제가 있었지만, 낸드를 쌓아올리는 3D 방식으로 전환한 뒤 해당 단점을 극복해냈다. 거기에 QLC 제품보다 내구성이 높고 속도가 빨라 현시점에서는 고성능 제품군이라 표현하기 충분하다.

 

 

거기에 DRAM 캐시를 갖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돌아다닌다. 반면 DRAMLESS SSD는 어떨까? 예를 들어 저렴한 DRAMLESS SSD의 경우 낸드플래시 메모리 일부를 버퍼로 사용하는 SLC 캐싱 기술을 통해 느린 속도를 극복한다. 그렇지만 SLC 캐싱의 한계를 넘어 데이터를 처리할 경우 성능 하락이 발생한다. 이때 낸드가 TLC가 아니라 QLC라면, 엄청난 속도를 경험할 수 있다. 할머니가 지팡이 짚고 동네 산책하러 나가는 속도다. 워프 GX1은 3D TLC니 그럴 일은 없다.

 

 

추가로 워프 GX1도 SLC 캐싱을 지원한다. 어지간하면 DRAM 수준에서 모두 끝나지만, 데이터 복사 시 DRAM의 한도 이상을 사용했을 때 SLC 캐싱이 동작한다.

컨트롤러는 실리콘모션이다. 해당 컨트롤러의 데이터 보호 및 신뢰성은 충분히 검증된 상태다. 과거 유명 SSD 제조사에서 자사의 대표 SSD를 마벨 컨트롤러에서 실리콘모션 SM2258 컨트롤러로 교체한 적이 있었는데, 다양한 시스템 환경에서 안정성을 그대로 유지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 실리콘모션 SM2262ENG 컨트롤러, 3D TLC 낸드, DRAM 캐시가 탑재됐다.
▲ 실리콘모션 SM2262ENG 컨트롤러, 3D TLC 낸드, DRAM 캐시가 탑재됐다.

 

저전력 기술도 갖췄다. 지능형 전력 관리 기술로 전력소모를 최소화하고, NANDXtend 오류 수정 코드(ECC) 기술로 SSD를 오래 사용하더라도 일관된 데이터 처리량을 유지한다. 또한, TRIM 기능으로 쓸모 없는 데이터를 대기상태에서 제거해 빠른 성능을 항상 유지한다.

내구성은 어떨까? 워프 GX1의 쓰기 용량(이하 TBW)은 512GB가 200TBW, 1TB가 400TBW다. 거기에 200만 시간 MTBF를 지원한다. 즉 평균 무고장 시간을 200만 시간이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무림 고수는 깨달은 것이 많아 오히려 말을 아낀다고 한다. 워프 GX1도 이처럼 보안 기능에 특화됐다. 데이터 도난과 변조를 막는 TCG Opal, 보안 취약성을 보완하는 하드웨어 SHA-256, 고급 암호화 기능 AES 256bit를 지원한다.

 

직접 확인해 보자

테스트 시스템은 AMD 라이젠 5 3600, ASUS PRIME B550M-K, PNY XLR8 DDR4-3600 Gaming EPIC-X RGB 패키지, 마이크로닉스 Classic II 850W 80PLUS Bronze 230V EU HDB, 윈도우 10 64bit다.

▲ 크리스탈디스크마크 테스트로 성능을 확인했다. 읽기 성능은 공식 속도보다도 빠르게 측정됐다.
▲ 크리스탈디스크마크 테스트로 성능을 확인했다. 읽기 성능은 공식 속도보다도 빠르게 측정됐다.
▲ ATTO 디스크 벤치마크. 최대 읽기 3.26GB, 최대 쓰기 2.22GB 정도로 확인된다.
▲ ATTO 디스크 벤치마크. 최대 읽기 3.26GB, 최대 쓰기 2.22GB 정도로 확인된다.
▲ AS SSD 벤치마크. 읽기 1,072점, 쓰기 1,618점으로 확인됐다.
▲ AS SSD 벤치마크. 읽기 1,072점, 쓰기 1,618점으로 확인됐다.
▲ 100GB 더미 파일의 복사 속도를 확인했다. 복사 시작 부분에서는 1.95GB/s로 확인된다.
▲ 100GB 더미 파일의 복사 속도를 확인했다. 복사 시작 부분에서는 1.95GB/s로 확인된다.
▲ 60퍼센트 후반에서부터 속도가 하락한다. 858MB/s로 확인된다. 이후 90퍼센트에서는 500MB/s 정도로 표기된다.
▲ 60퍼센트 후반에서부터 속도가 하락한다. 858MB/s로 확인된다. 이후 90퍼센트에서는 500MB/s 정도로 표기된다.
▲ 나래온 더티 테스트를 통해 속도를 확인했다. 시작 부분에서는 2000MiB/s 정도로 확인된다. 이후 85% 구간을 기점으로 500MiB/s 정도를 유지하다 35% 구간에서는 300MiB/s 정도로 속도가 변한다.
▲ 나래온 더티 테스트를 통해 속도를 확인했다. 시작 부분에서는 2000MiB/s 정도로 확인된다. 이후 85% 구간을 기점으로 500MiB/s 정도를 유지하다 35% 구간에서는 300MiB/s 정도로 속도가 변한다.
▲ 부트레이서로 부팅 속도를 측정했다. 20초가량 걸린다.
▲ 부트레이서로 부팅 속도를 측정했다. 20초가량 걸린다.

 

결론

워프 GX1는 사양만 놓고 보면 딱히 부족한 게 없다. 실성능도 아주 빠르다. 디램리스 3D QLC 등의 SSD가 SLC 캐싱 영역을 벗어나면 처참한 속도를 보이는 것에 비해, 대용량 파일 전송에도 꾸준히 빠른 속도를 유지했다.

물론 워프 GX1도 완전무결하지는 않다. 디램 및 SLC 캐싱 영역을 벗어나면 속도가 하락하긴 하는데, 내려간 속도도 크게 느린 건 아니다. 악조건에서도 DRAM 캐시 덕분에 항상 기본은 해 준다. 탄탄한 기본기 덕분에 항상 제 몫은 할 수 있는 SSD다.

또한, 워프 GX1은 정파 고수의 덕목인 자비로움도 갖췄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와 협약을 맺고 제품이 판매될 때마다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것이다. 축지법의 달인 워프 GX1이 이끌어갈 한미파의 미래는 상당히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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