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두 명의 검사가 검을 들고 조용히 서로를 노려본다. 그러다 번개가 치고, 순간 두 명의 검사가 큰 소리로 기합을 지르며 서로 교차한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크게 칼을 휘두른 두 사람은 그 자세를 유지한다. 결과를 알 수 없어 긴장감이 극대화되는 구간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긴장 상태는 금방 끝난다. 둘 중의 한 사람이 풀썩 쓰러지고, 살아남은 검사는 칼에 묻은 피를 경쾌하게 털어낸다. “내 검이 베지 못하는 건 없다”

이는 시대극 등의 영화, 드라마에서 수없이 많이 표현된 결투 장면이다. 진부하고 관례처럼 굳은 연출이지만, 장점은 확실하다. 긴장감과 재미만큼은 확실하게 보장된다. 그렇기에 타 콘텐츠에도 해당 연출이 적용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른바 ‘필살검’ 연출이다. 주인공이 오의 등의 기술 이름을 크게 외치며, 화려한 효과와 함께 적을 쓰러트린다. 볼테스V의 천공검 V자 가르기, 히무라 켄신의 비천어검류 천상용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 필살검을 시전하려면 명검을 사용해야 한다.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최소한 검이 필살기를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검 자체의 능력이 더해진다면, 주인공이 휘두르는 무적의 필살검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레이저는 그런 명검과 같은 게이밍 노트북을 만들어냈다. 성능만 놓고 보면 전설의 검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레이저 넌 너무 멋져 남자가 봐도 반하겠어

Razer BLADE PRO 17 11Gen R3080 4K TOUCH(레이저 블레이드 프로 17 11Gen R3080 4K TOUCH, 이하 블레이드 프로 17 4K)는 인텔 11세대 코어 i9-11900H,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 DDR4 32GB RAM을 탑재한 17.3형 게이밍 노트북이다. 과거 동일한 사양에 인텔 10세대 코어 i7-10875H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Razer BLADE PRO 17 10Gen R3080 4K Touch)가 있었는데, 해당 제품의 CPU가 변경돼 새롭게 출시된 것이다.

 

블레이드 프로 17 4K는 기존 인텔 10세대 제품군도 슬림형 게이밍 노트북 중 최고 제품군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인텔 11세대 코어 i9 프로세서로 교체되며 CPU의 성능도 크게 상승했다. 순수하게 플래그십 프로세서인 코어 i9 기준으로는 11세대와 10세대 프로세서의 성능 격차가 19%에 달할 정도다. 그런데 10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에서 11세대 코어 i9 프로세서로 변경됐으니 성능이 엄청나게 향상됐다고 말할 수 있다.

 

디자인도 게이밍 노트북 중 최상급이다. 프리미엄 메탈 섀시와 슬림 디자인을 유지해 튼튼하고 휴대도 쉽다. 크기는 395x260x19.9mm며 무게는 2.75kg이다. 윈도우 계열의 슬림형 게이밍 노트북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편이라 볼 수 있다. 사실 이 정도의 성능을 데스크톱으로 구현하려면 크기와 무게가 엄청날 수밖에 없는데, 19.9mm의 얇은 두께에 이를 구현해냈다. 또한, 단순히 얇기만 하면 굉음을 내는 쿨러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이 점에도 신경을 써 나름 저소음으로 게임 시 높은 프레임을 유지한다.

 

성능은 어떨까? 코어 i9-11900H는 8코어 16스레드에 최대 4.9GHz로 동작하며, 캐시 메모리는 24MB다. 캐시 메모리가 많은 고성능 CPU다. 인텔 11세대 데스크톱 코어 i9 프로세서에 근접하는 성능을 갖춰 고성능 게임 및 작업에서 효율이 뛰어나다.

▲ 코어 i9-11900K와의 비교. 노트북 프로세서인데도 엄청난 성능이다.

 

또한, 초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의 상징인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도 탑재됐다. DDR6 16GB VRAM에 TGP는 최대 105W로 동작한다.

 

이어 메모리는 32GB DDR4 3200MHz 듀얼 채널 구성이다. SSD는 NVMe 1TB이며 PCIe Gen4로 엄청나게 빠르다. NVMe 여유슬롯도 갖췄다. 키보드는 게이밍 키보드의 명가 레이저답게 개별 RGB 백라이트가 탑재됐다.

▲ 삼성전자의 PCIe 4.0 SSD가 탑재됐다. 엄청나게 빠르다.

 

가장 중요한 디스플레이는 4K UHD 해상도에 무려 120Hz를 지원한다. 데스크톱 환경에서 4K UHD 120Hz 모니터를 더한 초고성능 게이밍 시스템을 구현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블레이드 프로 17 4K는 이를 노트북으로 구현해냈다.

지원 포트는 썬더볼트4 x2(Type-C), USB-C 3.2 x1(PD 지원), USB 3.2 Gen 2 x3, HDMI 2.1 x1, UHS-II SD 카드 슬롯, 2.5Gb 이더넷 포트, 3.5mm 헤드폰/마이크로폰 콤보 포트다. 썬더볼트4 포트가 두 개라 쓸 만하다. PD 충전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 PD 충전이 지원됨을 확인할 수 있다.

 

네트워크 성능은 Wi-Fi 6E인 인텔 AX210 2x2 무선 네트워크가 장착됐다. 기존 Wi-Fi 6인 인텔 AX200 무선랜보다 더 향상된 Wi-Fi 6e(Gig+) 제품이다. 무선으로 게임도 쾌적하게 즐길 수 있고, 추가로 블루투스 5.2도 지원한다.

시스템 설정은 레이저 시냅스 3 조작할 수 있다. 프로그램 가능한 키보드 및 백라이트와 팬 제어 기능을 갖췄다.

 

4K UHD 120Hz 꿈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블레이드 프로 17 4K의 디스플레이는 4K UHD 120Hz을 지원한다. 4K 게이밍 환경이 시기상조라 생각할 수 있는데, 블레이드 프로 17 4K라면 옵션 타협 후 할 수 있다.

특히 오버워치 같은 FPS 게임은 4K UHD 해상도에 주사율 120Hz으로 설정 후 게임을 하면 엄청나다. 과거 4K UHD 120Hz을 지원하는 27인치 모니터로 오버워치를 즐긴 적이 있는데, 4K UHD의 아주 선명하면서 부드러운 화면은 오랜 시간 동안 기억이 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사실 아직도 4K UHD 120Hz 환경이 그립다.

▲ 3840x2160 해상도에 120Hz 주사율이 지원된다. 엄청나게 선명하다.
▲ 오버워치 훈련장. 과녁에 잡힌 트레이서를 찍어 해상도의 차이를 확인해 봤다. 참고로 노트북 화면을 직접 카메라로 촬영했다.
▲ FHD 해상도. 트레이서가 흐리게 보인다.
▲ 4K UHD 해상도. 멀리 떨어진 트레이서가 선명하게 보인다.

 

블레이드 프로 17 4K는 그걸 노트북 환경에서 구현해냈다. 17형으로 작다면 작은 화면이지만, 선명도가 높으니 게임 시 멀리 떨어진 목표물을 조준할 때 상당히 편리하다. 거기에 색재현율도 AdobeRGB 100%다. 게이밍 노트북임에도 작업용으로 최상급이다. 화면은 글레어 패널로 반사가 잘 돼 형광등 아래에서 게임을 하면 신경이 쓰일 수 있는데, 대신 선명도는 아주 높다.

▲ 색재현율도 아주 높다.

 

거기에 10포인트 터치도 지원한다. 코닝 고릴라 글래스도 적용돼 내구성도 높였다. 대신 유광이라 지문은 좀 묻는데, 잘 닦아서 쓰면 된다. 참고로 지문은 화면만이다. 노트북 겉면에는 얼룩이 덜 잡혀 깔끔하다.

 

업그레이드가 편하고 쿨링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

슬림형 게이밍 노트북은 시스템 업그레이드 시 제한사항이 좀 많다. 거기에 쿨링팬 소음도 굉장히 큰 경우도 있다. 얇아진 크기만큼 쿨링팬이 빠르게 돌아야 발열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블레이드 프로 17 4K는 얇은 두께를 갖췄음에도 쿨링 성능이 제법 괜찮다. 베이퍼 챔버 쿨링 시스템이 탑재된 것이다. 베이퍼 챔퍼 쿨링 시스템은 내부 유체의 증발 및 응축을 통해 증기 챔버가 효율적으로 열을 발산한다. 덕분에 얇은 두께라도 효과적으로 열을 방출시킬 수 있다.

 

이어 블렌더 벤치마크 테스트 시 CPU는 최대 97도를 기록한 뒤 72도에서 안정화된다. 이 때 CPU 클럭은 최대 3.5GHz로 확인된다. 노트북 키보드의 최대 온도는 31.8도로 낮은 편이다. 노트북 키보드와 디스플레이의 연결부 발열이 그나마 높은 편인데, 40도 초반으로 측정돼 높지 않았다. 소음은 크게 신경 쓰이진 않는 정도다.

 

둠 이터널 게임을 15분 간 구동하고 발열을 확인해 봤다. 노트북 온도는 최대 51.6도로 확인된다. 팜레스트나 키보드 부분은 그다지 온도가 높진 않았다. 어댑터는 최대 47.9도 정도다. 추가로 배터리 용량은 2셀 70.5Whr이며, 전원 어댑터는 230W다.

 

커다란 스피커와 아름다운 레이저 크로마 RGB 키보드

오디오는 THX Spatial 오디오를 지원한다. 키보드는 크기가 풀배열이 아니라 17인치 치고는 차지하는 범위가 적은 편인데, 남는 공간에 커다란 스피커를 탑재됐다. 해상력이 뛰어나다. 피아노 독주곡 등의 고음에서는 좀 심심하지만, 저음 표현이 잘 돼 게임 및 영화 콘텐츠를 즐기기 좋다..

 

이어 키보드는 레이저 시냅스 3를 통해 설정을 변경할 수 있고, 특히 화려한 RGB 효과를 적용할 수 있다. 밝은 곳에서도 잘 보이며 RGB 효과는 레이저답게 자연스럽다. 키 높이는 아주 낮아 누르면 바로 반응하는 수준이다. 격투 게임에 적합하다. 또한, 고스트 방지 펌웨어로 정확한 키 입력도 보장된다.

 

추가로 오버워치 등의 특정 게임 시 RGB가 연동된다. 캐릭터의 선택 시 캐릭터 컬러에 맞춰 키보드 RGB 색상이 변경되는 기능 등이다. 예를 들어 오버워치에서 토르비욘을 선택 시 겐지 컬러에 맞춰 키보드 색상이 변경된다. 또한, 토르비욘의 기술 단축키에 맞춰 해당 키가 점멸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이밍 성능은 어떨까

블레이드 프로 17 4K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게임 테스트는 대부분 해상도를 FHD, QHD, 4K UHD로 나눠 진행했다.

 

3DMARK

3DMARK 파이어 스트라이크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래픽 스코어 26,406점이다. 참고로 데스크톱 RTX 2070 SUPER가 그래픽 스코어 25,647점 인근으로 나오는데, 이보다 높다.

 

타임 스파이는 어떨까? 타임 스파이는 그래픽 스코어 10,662점이다. 참고로 TGP 제한 및 클럭이 낮은 모바일 RTX 3070이 그래픽 스코어 8,025점이다.

 

블렌더 벤치마크(bmw27)

▲ 블렌더 벤치마크. 코어 i9-11900H는 3분 28초로 확인된다. 참고로 인텔 10세대 프로세서인 코어 i7-10875H는 5분 4초로 확인된다.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

DX12에 최상 옵션으로 테스트했다

▲ 풀옵션 상태에서의 평균 프레임.
▲ 풀옵션 상태에서 DLSS를 활성화 후 성능 모드로 변경했다. 평균 83프레임으로 상승했다. 고해상도에서도 옵션 타협 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바이오 하자드 빌리지

그래픽 우선 옵션에 수직동기화를 해제한 뒤 알치나 드미트레스쿠 보스전 인트로 구간으로 측정했다.

▲ 평균 178.6프레임, 최소 156프레임으로 확인된다. 그래픽 우선은 사실상 최상 옵션인데, 평균은 물론이고 최소 프레임도 156로 144프레임을 넘는다.

 

둠 이터널

최악의 악몽 옵션에 네크라볼 도입부로 프레임을 측정했다.

▲ QHD 해상도까지는 무난하게 138프레임을 넘긴다. 4K UHD부터는 고주사율 게이밍을 위해 옵션 타협이 필요하다.

 

배틀그라운드

훈련장 교각을 스쿠터를 타고 건너며 프레임을 측정했다. 완벽하게 같은 상황을 재현할 수는 없어 참고 자료 정도로 보면 좋다.

▲ 풀옵션 상태로도 4K UHD 해상도에서는 평균 82프레임으로 확인됐다. 국민 옵션 등의 변경을 통해 프레임을 더 올릴 수 있다.

 

오버워치

▲ 오버워치 최상 옵션 훈련장. 4K UHD 해상도에서도 옵션 타협만 조금 해 주면 120Hz로 즐길 수 있다.

 

마치며

블레이드 프로 17 4K는 가공할 만한 성능을 갖췄다. 코어 i9-11900H와 RTX 3080은 동급 데스크톱 시스템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다. 그런 고성능임에도 얇아 휴대하기 편하고, 게임 시에도 소음이 적었다. 4K UHD 120Hz 디스플레이는 초고해상도 게임이나 작업 용도에도 최적화됐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가격대가 그나마 조금 아쉬운 점인데, 성능 및 구성을 두고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최고 성능의 제품이니 가격도 그에 비례하는 게 사실 맞다. 최고의 슬림형 게이밍 노트북이 필요하다면 해당 노트북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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