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삶이 고통스러울 때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영웅이 나타나기를 바란다. 과거 조상들도 그런 이야기를 꿈꿨다. 세상이 어지러울 때 산 속 어딘가 은거하고 있는 영웅이 나타나 악독한 적을 무찌르고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원하는 이야기.

현재 그래픽카드 시장도 이와 같을지 모른다. 가장 성능 좋은 그래픽카드의 가격은 1,899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성능 향상의 폭이 대단히 크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하이엔드 그래픽카드가 문제다. 가격 인상의 폭이 대단히 크다. 699달러에서 1,199달러. 무려 500달러 올랐다. 가격 인상이 부담스럽다면 실질적으로는 철지난 하드웨어를 구입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해결방법? 있다. 경쟁사가 고성능 하드웨어를 저렴하게 선보이면 된다. 그렇게 되면 경쟁에 돌입하며 게이머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최신’ 고성능 하드웨어를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맞춰 AMD는 RDNA3 기반 라데온 RX 7900 XTX(이하 RX 7900 XTX)를 선보였다. 고성능인데 칩렛 구조를 채택해 가격은 999달러다. 하이엔드인데 저렴하다.

 

 

저렴한데 성능 좋은 RDNA3

AMD의 최신 플래그십 그래픽카드 RX 7900 XTX의 가격은 999달러로 책정됐다. 경쟁 제품인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80 16GB(이하 RTX 4080)가 1,199달러임을 생각하면 무려 200달러가 저렴하다. 그럼 싼 게 비지떡? 아니다. 알려진 정보만 놓고 보면 성능이 오히려 좋다. 왜 저렴할까?

이는 이번 라데온 RX 7000 시리즈에 적용된 RDNA3가 칩렛 구조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기존 모놀리식 아키텍처는 GPU 제조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제조 원가가 치솟고, 이런 특징 덕분에 최신 그래픽카드의 가격은 대체로 비싸다. 그런데 AMD는 칩렛 구조를 적용해 그런 단점을 극복했다. 거기에 RDNA2보다 소비전력은 적고 성능은 더 향상시켰다.

 

RDNA3는 중앙에 커다란 GCD가 박혔고, 이를 6개의 MCD가 감싼 구조다. 참고로 GCD는 5nm, MCD는 6nm다. 두 개의 제조공정이 다른 건 GDDR6 인터페이스를 딱히 미세화할 필요가 없었기 떄문이며, GCD와 MCD의 제조공정이 다르기에 가성비를 강화할 수 있었다.

GCD와 MCD를 연결하는 건 인피니티 팬아웃 링크, 고성능 팬아웃 덕분이다. 고성능 팬아웃과 동작하는 인피니티 링크 대역폭은 9.2Gb/s로 라이젠과 에픽의 10배 밀도며 총 대역폭은 5.3TB/s다. 칩렛 구조이기에 생길 수 있는 레이턴시 문제는 화끈하게 클럭을 올려 해결했다. 인피니티 패브릭 클럭을 43%, GFx 게임 클럭을 18% 높였다. 이를 통해 오히려 레이턴시를 10% 정도 줄였다.

 

RDNA3의 특징을 간단하게 확인해 보자. 5nm GCD, 6nm MCD로 가성비를 강화했다. FP32 연산 성능은 61TFLOPS로 전작 RX 6900 XT의 FP32 연산 성능 23.04TFLOPS보다 한참 높다. 2세대 인피니티 캐시는 96MB로 크게 늘었고, 캐시가 커져 2세대 레이트레이싱 성능도 향상됐다. 레이트레이싱 성능은 2.5GHz에서 최대 1.8배 늘어났다.

 

 

잘생긴 그래픽카드 라데온 RX 7900 XTX

최근에는 레퍼런스 그래픽카드에 있어 디자인도 제법 중요한 요소가 됐다. 성능이 비슷하다면 그 다음으로는 장착 편의성과 예쁜 디자인이 강조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라데온 RX 7900 XTX는 상당히 좋은 선택을 했다. 레퍼런스 그래픽카드의 길이는 287mm에 차지하는 슬롯은 2.5 정도다. 경쟁 제품인 RTX 4080가 대략 304mm에 3슬롯을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장착 편의성은 분명히 더 낫다.

 

카드 디자인은 상당히 멋지다. 하이엔드 그래픽카드치고는 상대적으로 얇은 체구에 정갈한 디자인을 갖췄다. 마치 슬림한 수트를 입은 신사를 닮았다. 둔탁한 요소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이외에 20페이즈 고효율 전원부, 24GB GDDR6 메모리, 고성능 14레이어 PCB(2온스 구리를 4레이어에 사용) 등을 갖췄다. 포트는 HDMI 2.1a x1, 디스플레이포트 2.1 x2, USB Type-C x1 구성이다.

 

또한, 디스플레이포트는 2.1로 8K 165Hz를 사용할 수 있다. FSR 기능을 잘 활용하면 8K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쿨링 솔루션은 어떨까? GPU에 새로운 써멀과 10% 더 커진 베이퍼챔버가 적용됐다. 모스펫 위에는 부드러운 써멀패드가 부착됐고, 슈라우드와 백플레이트는 모두 알루미늄 다이캐스트다. 또한, RX 7900 XTX 한정으로 커버 중앙에 RGB LED가 적용된다. 제로 RPM 모드를 지원하며 팬 크기도 커졌고, 쿨링팬 내부에 흡기 온도센서도 갖췄다.

 

 

AMD 라데온 RX 7900 XTX 사양

컴퓨팅 유닛 - 96

부스트 주파수 – 최대 2500MHz

게임 주파수 – 2300MHz

레이 엑셀레이터 – 96

피크 픽셀 채우기 속도 – 최대 480GP/s

피크 텍스처 채우기 속도 – 최대 960GT/s

피크 하프 정밀도 컴퓨트 성능 – 123TFLOPs

피크 싱글 정밀도 컴퓨트 성능 – 61TFLOPs

ROP – 192

스트림 프로세서 – 6144

텍스처 단위 – 384

트랜지스터 개수 – 58 B

셰이더 엔진 – 6

권장 일반 보드 파워 – 355W

PSU 권장 – 800W

인피니티 캐시 – 96MB

메모리 속도(유효) – 20Gbps

최대 메모리 크기 – 24GB

메모리 유형 – GDDR6

최대 메모리 대역폭 – 최대 960GB/s

Effective Memory Bandwidth - 최대 3500 GB/s

지원 렌더링 포맷 – HDMI 4K, 4K H264 인코딩·디코딩, H265/HEVC 인코딩·디코딩, AV1 인코드·디코드

연결성 – 디스플레이 포트 2.1, HDMI 2.1, USB Type-C

길이 – 287mm

슬롯 사이즈 – 2.5

 

 

RX 7900 XTX의 성능은 어떨까

RX 7900 XTX의 레퍼런스 그래픽카드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비교 대상은 RTX 4080이다. 윈도우 11 22H2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 시스템은 라이젠 7 5800X3D에 DDR4 3200MHz CL22 8GB 순정 메모리를 두 개 꽂아 듀얼 채널로 구성했다. AMD 스마트액세스 메모리는 활성화한 상태다.

 

참고로 RX 7900 XTX는 두 가지로 나눠 데이터를 기재했다. 순정 모드와 레이지 모드다. 우선 AMD 소프트웨어 아드레날린 에디션 22.40.00.57 버전을 사용했다. 이어 해당 소프트웨어의 성능 탭에서 튜닝 탭을 선택한 뒤, 튜닝 제어의 튜닝 사전 설정에서 ‘격렬히’를 선택했다.

 

 

테스트 시스템

CPU – 라이젠 7 5800X3D

RAM – GeIL DDR4-3200 CL22 PRISTINE 8GB x2

M/B – ASUS TUF Gaming B550-PLUS (Wi-Fi)

SSD - 삼성전자 980 PRO M.2 NVMe 1TB

PW - 마이크로닉스 Classic II 1050W 80PLUS GOLD 230V EU 풀모듈러

OS – 윈도우 11 22H2 22621.900

 

4K UHD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 27인치 4K UHD 144Hz 모니터인 BenQ 모비우스 EX2710U를 사용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 27인치 4K UHD 144Hz 모니터인 BenQ 모비우스 EX2710U를 사용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4K UHD에 144Hz 주사율의 모니터를 장착한 뒤 테스트를 진행했다. 4K UHD 해상도에서도 고주사율로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 이후 기재되는 게임 테스트는 3840x2160 해상도에 풀옵션 or 레이 트레이싱 옵션이 적용됐다. 기재되는 프레임은 평균 FPS다.

 

3DMARK

 

타임 스파이 그래픽 스코어는 순정 상태에서는 28,602점이며, 레이지 모드 상태에서는 29,804에 근접한다. RTX 4080보다 분명히 성능은 더 높다.

반면 레이트레이싱 테스트인 포트 로얄에서는 RTX 4080의 점수가 더 높게 측정된다. 마찬가지로 레이트레이싱 비중이 높은 스피드웨이 테스트에서도 RTX 4080의 점수가 높게 측정됐다.

 

블렌더 벤치마크

블렌더 벤치마크에서는 RX 7900 XTX의 성능이 다소 낮게 측정됐다. 결과만 두고 보면 RTX 3070 Ti와 비슷한 점수다.

 

오버워치 2

 

 

사이버펑크 2077

 

 

파크라이 6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갓 오브 워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우리를 구하러 와 줬구나

두 그래픽카드를 비교해 보니 서로 장점이 달랐다. 온라인 게임 및 블렌더 벤치마크에서는 RTX 4080이 우세했고, 반대로 AAA급 게임에서는 RX 7900 XTX가 우세하다. 그마저도 RX 7900 XTX의 레이지 모드를 활성화하면 온라인 게임도 성능이 비슷하게 근접한다. 또한, 추후 RX 7900 XTX는 드라이버 개선으로 성능이 향상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거두절미하고 게임이 주 목적이라면 현 상황에서는 RX 7900 XTX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성능이 높게 측정되는 게임이 더 많고, 거기에 200달러가 더 저렴하다는 것은 절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레이지 모드 적용 후의 성능을 보면 비레퍼런스 모델을 사용할 때 성능이 더 향상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4K UHD(3840x2160) 해상도에 144Hz 주사율의 모니터로 테스트했는데, 체감 성능이 상당히 뛰어났다. FSR2 등의 업스케일링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면 4K 144Hz 게이밍도 충분하며 옵션을 적당히 타협한다면 그 이상의 조건이라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결론짓자면 이 정도의 성능과 완성도라면 위기에 빠진 게이머를 구원하러 온 역할로는 충분하다. 특히 고해상도로 게임을 즐기는 것이 주목적이라면 아주 좋은 선택지라 볼 수 있다. 추후 FSR3 등의 기술도 선보일 예정이기에 미래도 밝다. 1선발인 에이스 투수 역할로 전혀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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