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PC는 대부분 건장한 성인 남성의 몸통보다 큰 PC 케이스를 사용하여 조립된다. 그래픽카드, 메인보드, 파워 서플라이 등 주요 하드웨어들이 모두 웬만한 팔뚝 만큼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일이다.

그렇다면 아담한 크기로 고성능 PC를 조립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수많은 연구 · 개발을 거쳐서 결과물을 내놓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미니 ITX 규격을 중심으로 삼아 조립하는 PC이다.

물론 PC 케이스는 핵심 요소인데 가능한 작은 크기로 다양한 하드웨어를 유기적으로 장착할 수 있는 제품이 성능도 보장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각광받는다.

과연 그런 PC 케이스는 어디에 있을까 궁금해하는 소비자들이 많을 텐데 마침 최근에 안성맞춤인 제품이 출시되었다. 그것은 바로 ‘Fractal Design Ridge’(이하 프렉탈디자인 릿지)이다.

 

얇고 세련된 디자인

프렉탈디자인 릿지는 가로가 짧고 세로로 긴 형태이다. 정확한 크기는 355 x 95 x 375mm이고 무게는 4.3kg이다. 모든 방향에 통풍구가 있고 그 중 네 곳은 촘촘한 메쉬(mesh) 형태여서 공기가 원활하게 흐르면서도 이물질 유입은 줄이기 좋은 구조이다.

재질은 알루미늄이고 표면에 산화피막을 입혀 공기 중에서 부식되는 것을 방지하는 아노다이징(anodizing) 처리가 되어 오랫동안 깔끔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디자인을 부각시키기 위해 전면 통풍구는 패브릭(fabric, 직물) 소재로 덮여 있다. 사이사이에 미세한 틈이 있으므로 케이스 내부에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전면 하단에는 USB 타입C(Type-C) 포트 1개와 USB 3.0 타입A(Type-A) 포트 2개, 3.5mm 오디오/마이크 포트, 전원 버튼이 있다.

제품 후면 상단에는 확장 카드 슬롯이 3개 있다. 지포스 RTX 4080이나 라데온 RX 6800 XT처럼 슬롯을 3개 요구하는 고급형 그래픽카드를 장착하기 위한 공간이다.

후면 하단에는 메인보드 백패널 장착부와 파워 서플라이 전원 케이블 연장 커넥터가 있다. 이 제품은 파워 서플라이가 전면 패널 뒤쪽에 장착되기 때문에 케이블을 후면으로 빼기 위하여 따로 케이블 연장이 필요하다.

 

수직 · 수평 거치 모두 가능

프렉탈디자인 릿지는 케이스 본체 외에도 구성품으로 받침대와 사용자 설명서, 벨크로 스트랩, 케이블 타이, 조립용 나사, PCIe x16 슬롯 연장 커넥터가 제공된다.

받침대는 프렉탈디자인 릿지 하단 패널에 장착해야 한다. 우선 양쪽 측면 패널을 분리하고 위 사진에서 붉은색 원으로 표시한 부분에 있는 나사를 분리한다. 반대편에도 나사가 있으므로 총 4개이다.

분리한 하단 패널에 받침대를 나사로 고정한 다음 다시 하단 패널을 케이스 본체에 조립하면 된다.

한편 프렉탈디자인 릿지는 가로와 세로 방향을 바꿔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그냥 방향을 바꾸는 경우 측면 패널 한쪽 통풍구가 완전히 막히기 때문에 받침대를 달아서 간격을 벌려줄 필요가 있다.

받침대는 측면 패널 2개 중 상하 양쪽에 넓은 면적으로 통풍구가 있는 쪽에 부착하면 된다. 받침대 하나만으로는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조 받침대도 함께 부착할 필요가 있다. 위 사진에서 붉은색 칸으로 표시한 두 곳에 나사 구멍이 있으니 거기에 맞춰서 받침대를 부착하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위치에 보조 받침대를 부착한다.

받침대를 부착하면 위 사진과 같은 모습이 된다. 바닥과 케이스 사이에 2cm 가량 공간이 생기므로 통풍구로 공기가 유입되는 데 지장이 없다.

 

알뜰하게 활용하는 내부 공간

측면 패널을 분리하면 프렉탈디자인 릿지의 내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상단에 140mm 쿨링 팬 2개가 장착되었고 그 앞쪽에는 그래픽카드 장착 공간이 있다.

아래쪽에는 메인보드와 파워 서플라이 등 다른 하드웨어를 장착할 수 있는 공간이 보인다.

이 제품에 장착된 쿨링 팬은 프렉탈디자인의 ‘Aspect 14 PWM’(이하 아스펙트 14 PWM)이다. 500-1700RPM(분당회전수)으로 작동하고 풍량 20-78CFM(분당 큐빅피트), 풍압 0.30-2.05mmH2O(수주 밀리미터), 소음 <10-35.5dB(A) (A-가중치 부여한 데시벨)이다.

쿨링 팬 중심축에는 일반적인 볼 베어링보다 내구성이 높은 라이플 베어링이 적용되었고,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되어서 큰 소음 없이 원활하게 공기가 흐르게 만들 수 있다.

위치상 바로 앞에 그래픽카드가 장착되므로 뜨거운 그래픽카드 발열을 빠르게 식히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케이스 상단 패널 통풍구 쪽에는 80mm 쿨링 팬을 3개 장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람이 외부로 향하도록 쿨링 팬을 장착하면 케이스 내부에서 발산되는 열을 기본 상태보다 빠르게 해소할 수 있다.

쿨링 팬 아래쪽에는 메인보드와 파워 서플라이를 장착하는 공간이 있다. 메인보드는 미니 ITX 규격 제품만 장착할 수 있고, 파워 서플라이는 SFX와 SFX-L 규격 제품을 장착 가능하다.

참고로 미니 ITX 메인보드는 흔히 사용하는 ATX 규격 메인보드와 비교하면 면적이 60%에 불과하고 m-ATX(마이크로 ATX) 메인보드보다는 가로 길이가 70mm 가량 짧아서 소형 PC를 조립할 때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크기는 작지만 CPU와 메모리, 그래픽카드, SSD 등 성능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주요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데 큰 지장이 없어서 성능상으로는 뒤쳐지지 않는다. 다만 하드웨어 장착용 슬롯이나 커넥터 개수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확장성 면에서는 불리하다.

SFX와 SFX-L 규격 파워 서플라이는 일반적인 ATX 규격 제품보다 20~30% 정도 크기가 작다. 한손으로도 쥘 수 있을 정도로 작지만 정격 출력 700W 이상에 80PLUS 인증을 통과한 제품이 다수 출시되어서 고성능 CPU와 그래픽카드를 조합해 미니 PC를 조립하는 데 큰 제약이 따르는 경우는 드물다.

프렉탈디자인 릿지에 파워 서플라이를 장착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부에 있는 브래킷을 분리해야 한다. 하단 패널 쪽에 고정된 나사를 풀면 된다.

분리한 브래킷은 파워 서플라이 나사 구멍에 맞춰서 나사로 고정시킨 후 다시 케이스 내부에 조립하면 된다.

그 다음에는 케이스 하단에 있는 파워 서플라이 커넥터 연장 케이블을 파워 서플라이에 연결한다. 여기까지 진행하면 프렉탈디자인 릿지 후면에 파워 서플라이 케이블을 연결해서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

파워 서플라이 장착 공간 반대편에는 2.5인치 SSD를 장착하는 공간이 있다. 최대 2개까지 장착 가능하므로 M.2 NVMe SSD만으로 스토리지 저장 용량이 부족한 경우 활용하면 된다.

 

그래픽카드 장착 방법

프렉탈디자인 릿지는 내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독특한 방식으로 그래픽카드를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케이스 내부 중앙에 PCIe x16 슬롯과 커넥터가 있는 그래픽카드 연결용 PCIe 4.0 라이저카드가 달려있는데 이것을 이용해야 한다.

우선 그래픽카드 연결용 PCB가 부착된 중앙부 지지대를 분리한다. 나사 3개로 고정되어 있는데 풀면 된다.

그 다음에는 메인보드를 케이스에 장착한 후 메인보드의 PCIe x16 슬롯에 맞춰서 다시 PCIe 4.0 라이저카드의 PCIe x16 커넥터를 꽂아야 한다.

PCIe 4.0 라이저카드의 PCIe x16 슬롯에는 프렉탈디자인 릿지 구성품 중 하나인 PCIe x16 슬롯 연장 커넥터를 장착한다. 기본 상태에서는 간격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래픽카드를 연결할 수 없는데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이어서 케이스 상단 패널을 분리하고 확장 카드 슬롯을 덮고 있는 브래킷을 분리한 다음 그래픽카드를 PCIe x16 슬롯에 장착한다. 딱 들어맞지 않는 경우 조립을 잘못 했거나 PCIe 4.0 라이저카드 또는 PCIe x16 슬롯 연장 커넥터에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외관을 살펴봐야 한다.

모든 과정을 정상적으로 마치고 나면 위 사진처럼 그래픽카드가 장착된다. 그래픽카드는 최대 길이 335mm, 두께 57mm인 제품까지 호환되므로 대다수 고급형 그래픽카드를 무난하게 사용 가능하다. 물론 이보다 더 길고 두꺼운 제품도 있으므로 그래픽카드 크기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공랭과 수랭 쿨링 모두 고려한 구조

▲ 슬림형 공랭 CPU 쿨러 ‘서멀라이트 AXP90-X47 BLACK’
▲ 슬림형 공랭 CPU 쿨러 ‘서멀라이트 AXP90-X47 BLACK’

한편 프렉탈디자인 릿지처럼 가로 폭이 좁은 PC 케이스는 거대한 방열판이 장착된 타워형 공랭 CPU 쿨러는 사용하지 못한다. 최대 높이 70mm인 공랭 CPU 쿨러까지만 호환되므로 상대적으로 부피가 작은 CPU 제조사의 기본 쿨러나 슬림형 공랭 CPU 쿨러만 장착 가능하다.

▲ 공랭 CPU 쿨러와 그래픽카드 장착한 상태
▲ 공랭 CPU 쿨러와 그래픽카드 장착한 상태

높이 47mm에 92mm 쿨링 팬이 장착된 슬림형 공랭 CPU 쿨러 ‘서멀라이트 AXP90-X47 BLACK’을 프렉탈디자인 릿지에 장착해보았다. 미니 ITX 메인보드와 DDR5 메모리 2개, SFX 규격 파워 서플라이, 지포스 RTX 3070 FE(파운더스 에디션)를 함께 장착했다.

그래픽카드가 있는 상단은 여유 공간이 제법 있지만 CPU 쿨러와 메인보드, 파워 서플라이가 있는 하단은 여유 공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이런 구조일수록 원활한 통풍이 필수적인데 프렉탈디자인 릿지는 측면 패널에 통풍구가 넓게 배치되어서 문제없다.

▲ 수랭 CPU 쿨러(라디에이터 240mm) 장착한 상태
▲ 수랭 CPU 쿨러(라디에이터 240mm) 장착한 상태

혹시 그래픽카드 없이 내장 그래픽을 사용하려는 사람이라면 수랭 CPU 쿨러를 장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본 장착된 아스펙트 14 PWM 쿨링 팬 2개를 분리하고 그래픽카드 장착 공간에 라디에이터를 장착하는 방식이다. 라디에이터는 280mm 규격까지 호환되고 CPU 블록(워터 펌프)는 최대 높이 70mm 이하여야 한다.

참고로 120mm 규격 라디에이터를 사용하는 수랭 CPU 쿨러라면 그래픽카드를 함께 장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길이 175mm, 두께 50mm 이하인 그래픽카드까지 장착할 수 있다.

 

조립 시 온도 측정

PC 케이스는 크기가 크고 쿨링 팬이 많을수록 발열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다. 따라서 프렉탈디자인 릿지처럼 아담한 PC 케이스는 왠지 쿨링 성능이 부족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과연 실제 쿨링 성능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 테스트 시스템을 프렉탈디자인 릿지에 조립하여 작동 시 온도를 측정해보았다.

▲ ASRock Z790M-ITX WIFI 디앤디컴
▲ ASRock Z790M-ITX WIFI 디앤디컴

메인보드는 디앤디컴이 유통하는 ‘ASRock Z790M-ITX WIFI’를 사용했다. 크기는 아담하지만 Z790 칩셋과 9페이즈 전원부가 장착되어서 최신 CPU인 1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사용 가능하고 메모리는 오버클럭을 통해 DDR5-6800MHz까지 지원한다.

또한 PCIe 5.0 x16 슬롯이 1개 제공되어 최신 그래픽카드도 모든 성능을 끌어낼 수 있으며, M.2 슬롯에는 PCIe 4.0 x4 NVMe SSD를 장착해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와이파이(WiFi) 6E와 블루투스(Bluetooth) 5 연결을 지원해 무선 네트워크 및 각종 주변 기기를 무선으로 활용하는 것도 문제없다.

▲ 인텔 코어 i7-13700K 인텍앤컴퍼니
▲ 인텔 코어 i7-13700K 인텍앤컴퍼니

CPU는 인텍앤컴퍼니가 국내에 유통하는 인텔 코어 i7-13700K를 사용했다. 코어 개수 16개(P 코어 8개, E 코어 8개), 스레드 24개이고 최대 터보 주파수(클럭)는 5.40GHz를 제공해 고성능을 요구하는 소프트웨어도 쾌적하게 실행할 수 있다.

▲ 마이크로닉스 Compact SFX 700W 80PLUS GOLD
▲ 마이크로닉스 Compact SFX 700W 80PLUS GOLD

파워 서플라이는 마이크로닉스의 ‘Compact SFX 700W 80PLUS GOLD’를 사용했다. 사용자가 필요한 케이블만 연결해서 이용 가능한 풀 모듈러(full modular) 구조여서 내부 공간이 넉넉하지 않은 미니 ITX 규격 케이스도 케이블을 정리하기 쉽다.

크기는 한손에 잡힐 정도로 아담하지만 정격 출력 700W를 제공하고 80PLUS GOLD 인증을 통과하여 효율이 90% 이상이므로 전력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과전압 보호 · 저전압 보호 · 과부하 보호 · 단락(쇼트) 보호 · 과열 보호 · 과전류 보호 등 다양한 보호회로가 적용되어서 안전성도 우수하다.

▲ 공랭 CPU 쿨러와 그래픽카드 장착 시 CPU · GPU 온도
▲ 공랭 CPU 쿨러와 그래픽카드 장착 시 CPU · GPU 온도

테스트는 공랭 CPU 쿨러와 그래픽카드(지포스 RTX 3070 FE)를 장착한 상태, 그리고 수랭 CPU 쿨러(리안리 GALAHAD AIO 240 ARGB)를 장착한 상태에서 3DMark 타임 스파이 벤치마크를 실행하고 CPU와 GPU 온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실시했다. CPU 온도는 HWiNFO 유틸리티로, GPU 온도는 GPU-Z 유틸리티로 측정했다.

우선 공랭 CPU 쿨러와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상태에서 CPU 온도는 77°C 내외, GPU 온도는 73°C 내외로 측정되었다.

▲ 수랭 CPU 쿨러 장착 시 CPU 온도
▲ 수랭 CPU 쿨러 장착 시 CPU 온도

수랭 CPU 쿨러를 장착한 상태에서는 그래픽카드 대신 CPU 내장 그래픽을 사용하기 때문에 CPU 온도만 측정 가능하였다. 65°C 내외를 기록해 공랭 CPU 쿨러 사용 시보다 CPU 온도가 12°C 가까이 감소했다.

CPU와 GPU는 최대 90°C까지는 큰 문제 없이 작동하므로 프렉탈디자인 릿지에 조립한 시스템은 공랭과 수랭 모두 무난한 쿨링 성능을 보여준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작지만 매운 고추, 프렉탈디자인 릿지

지금까지 프렉탈디자인 릿지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크기는 아담하지만 내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서 작고 예쁜 고성능 PC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제품이다.

성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항상 큼직한 PC 케이스만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프렉탈디자인 릿지를 통해 그 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PC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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