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카드 가격은 미쳐 돌아가고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상화폐(암호화폐) 채굴자들의 그래픽카드 대량 매입 때문이다.

최소 80만 원은 지불해야 게이밍 PC용으로 쓸 만한 그래픽카드를 살 수 있는 어이없는 상황이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어서 대다수 소비자들은 재미있어 보이는 최신 게임이 나와도 쉽사리 업그레이드를 시도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래저래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는 것이 껄끄러운 시기인데 과감하게 포기하고 다른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PC 메모리는 작년과 가격대가 비슷하고 공급 상황도 무난해서 오히려 구매하기에 적기라고 볼 수 있다.

요즘은 높은 클럭을 제공하고 화려한 조명이 빛나는 오버클럭 RGB 메모리가 유행하고 있는데 HP(Hewlett-Packard, 휴렛 팩커드)의 ‘V8’ 시리즈 역시 그런 제품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HP DDR4-3200 CL16 V8’ 8GB 듀얼 키트를 통해 HP V8 시리즈 메모리의 매력을 살펴보겠다.

HP DDR4-3200 CL16 V8 메모리는 ‘XMP 2.0’(eXtreme Memory Profile 2.0, 익스트림 메모리 프로파일) 기술을 이용해서 DDR4-3200MHz(PC4-25600)까지 자동 오버클럭할 수 있다.

XMP 2.0은 제조사가 메모리에 미리 저장한 정보를 메인보드 바이오스(BIOS)를 통해 불러와서 간편하게 오버클럭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XMP 2.0은 인텔과 AMD 플랫폼 모두 사용할 수 있는데 AMD 메인보드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맨즈랩 테스트 시스템 메인보드인 ‘에이수스 TUF Gaming B550M-PLUS (Wi-Fi)’에서는 ‘D.O.C.P.’가 XMP 2.0 기술을 활성화시킬 때 사용된다. 따라서 AMD 메인보드 사용자는 바이오스에 XMP 2.0 항목이 없는 경우 이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D.O.C.P. 항목을 켜면 자동으로 HP DDR4-3200 CL16 V8 메모리는 클럭이 DDR4-3200MHz로 변경되고 램 타이밍과 지연 시간, 전압도 바뀐다. 바로 제조사가 검증한 메모리 오버클럭 최적값이다.

XMP 2.0 적용을 마치고 나서 Si소프트웨어 산드라 라이트 2021(SiSoftware Sandra Lite 2021)로 메모리 정보를 살펴보았다.

램 타이밍 16-20-20-38, 메모리 클럭 DDR4-3200MHz으로 나와서 XMP 2.0을 이용한 자동 오버클럭이 성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램 타이밍은 숫자가 낮을수록 메모리에 저장된 데이터를 빠르게 찾아낼 수 있으며, 보급형 DDR4 메모리는 대개 CL19로 시작하여 HP DDR4-3200 CL16 V8보다 느리다.

OEM 제조사는 마이크론(Micron)으로 나오는데 이를 통해 메모리 칩은 마이크론이 생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메모리 칩은 생산 시기나 제조사 사정에 따라 변경되므로 마이크론 외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칩이 사용될 수도 있다.

이 제품에는 오버클럭으로 인한 발열에 대비하여 알루미늄 방열판(히트 싱크)이 장착되었다. 거기에 RGB LED 조명도 함께 부착되었는데 다이아몬드에서 영감 받은 다이아몬드 윙 디자인으로 세련된 느낌도 살렸다.

메인보드에 HP DDR4-3200 CL16 V8 메모리를 장착해서 시스템 전원을 켜면 RGB LED 조명이 작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무지개를 닮은 화사한 색상이 주기적으로 변경되면서 빛나기 때문에 PC 케이스 내부를 튜닝하기에 딱 어울린다.

RGB LED 조명은 기본 상태에서도 충분히 화려하고 보기 좋지만 RGB LED 유틸리티를 이용해서 사용자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주는 것도 가능하다.

에이수스(ASUS)의 ‘아우라 싱크’(AURA Sync), 기가바이트(GIGABYTE)의 ‘RGB 퓨전 2.0’(RGB FUSION 2.0), MSI의 ‘미스틱 라이트 싱크’(MYSTIC LIGHT SYNC), 바이오스타(BIOSTAR)의 ‘RGB 싱크’(RGB SYNC), 애즈락(ASRock)의 ‘폴리크롬 싱크’(POLYCHROME SYNC) 등 여러 가지가 호환된다.

에이수스의 아우라 싱크로 HP DDR4-3200 CL16 V8 메모리의 RGB LED 조명 색상과 점등 효과를 변경해보았다. RGB LED답게 다양한 색상을 선택할 수 있고 여러 가지 효과로 조명 느낌을 독특하게 만드는 것도 문제없다.

아우라 싱크와 호환되는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쿨링 팬, LED 스트립이 있다면 HP DDR4-3200 CL16 V8 메모리와 동기화시켜서 색상 및 조명 효과를 통일감 있게 만들 수도 있다. 물론 RGB LED 조명은 끄는 것도 가능하다.

HP DDR4-3200 CL16 V8 8GB 듀얼 키트의 성능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테스트 몇 가지를 해보았다. 비교 대상으로는 DDR4-2666MHz 8GB 메모리(게일 DDR4-2666MHz CL19 PRISTINE) 듀얼 키트를 사용하였고 테스트 시스템 제원은 아래와 같다.

우선 Si소프트웨어 산드라 라이트 2021로 메모리 대역폭 테스트를 하였다. HP DDR4-3200 CL16 V8은 34.608GB/s(초당 기가바이트), DDR4-2666MHz 메모리는 28.509GB/s로 나왔다. HP DDR4-3200 CL16 V8의 메모리 대역폭이 20% 가량 더 높은 것이므로 다른 하드웨어와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한층 더 빠른 속도를 기대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오버워치’와 ‘데빌 메이 크라이 5’, '배틀그라운드' 등 PC 게임 세 가지로 메모리 별 성능 차이를 비교했다. 각 게임은 1920x1080(FHD) 해상도에서 그래픽 옵션을 최고 단계로 맞추고 리플레이를 이용해 프랩스(Fraps) 유틸리티로 평균 FPS(초당 프레임)를 쟀다.

HP DDR4-3200 CL16 V8를 장착한 경우 테스트 시스템의 게임 성능은 약 3~6FPS 더 높게 나왔다. 압도적인 차이까지는 아니지만 메모리 변경만으로 게임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므로 지금처럼 그래픽카드가 귀한 시기에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

HP DDR4-3200 CL16 V8는 국내 기업인 서린씨앤아이를 통해 공식 유통되는 제품답게 포장도 깔끔하다. 종이 패키지 안에 투명한 플라스틱 패키지로 메모리가 보호된다. 따라서 배송 과정에서 제품이 파손될 가능성도 낮다.

참고로 한 가지 기억해둬야 할 점이 있다. 종이 패키지 표면에 서린씨앤아이 정품 스티커가 있는데 그것을 떼어서 HP DDR4-3200 CL16 V8 메모리에 붙여야 한다. 나중에 A/S가 필요할 때 서린씨앤아이의 제품인지 판별하기 위해 필요하다.

제품 보증 서비스 기간은 최대 5년이다. 제한 보증 방식이어서 HP DDR4-3200 CL16 V8이 단종되면 5년 이내라도 A/S를 받지 못할 수 있다. 다만 서린씨앤아이가 재고를 보유한 경우에는 추가 보증 서비스가 제공된다.

동봉된 설명서에는 그림으로 메모리를 메인보드에 장착하고 분리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한국 HP 고객 센터 연락처도 있으므로 사용자에게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HP DDR4-3200 CL16 V8의 특징을 알아보았다. XMP 2.0을 통해 구현하는 DDR4-3200MHz 클럭과 고급스러운 방열판, 화려하게 빛나는 RGB LED 조명 등 성능과 디자인 면에서 만족스러운 제품이다.

이번 기사에서 본 제품 외에도 용량이 2배인 16GB 모델, 클럭이 더 높은 DDR4-3600MHz 모델도 있으므로 더 높은 메모리 성능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한번 살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