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부쩍 낯선 단어가 많이 들려온다. 블록체인이라던지 NFT라던지 ‘메타버스’라던지 말이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가상화폐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자산’에 대한 화두가 던져졌다. 이렇게 가상의 재산에 대한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기술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블록체인이라던지 NFT, 메타버스 모두 디지털 자산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 된다. 뚜렷한 기술이 기반이 되는 가상화폐의 블록체인이나, 디지털 고유성을 지켜주는 NFT는 모두 명확하게 이해가 가능하다. 그러나 ‘메타버스’ 이 단어는 아무리 들어도 모호하다. 마치 안개가 낀 듯이 말이다.

메타(μετά)라는 이름은 그리스어에서 유래됐다. 그 뜻은 ‘~사이에’, ‘~을 넘어서’ 등의 접두어다. 근래에는 초월(beyond)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원만 놓고 보자면 ‘메타’ + ‘유니버스’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초월세계를 뜻한다. 그러나 4차 산업 혁명의 키워드로 메타버스가 대두되면서 이제는 또 하나의 가상공간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이들은 없다. 어떤 이는 가상화폐가 메타버스라 하고, 또 다른 이는 NFT가 메타버스라고도 한다. 이미 가상 세계가 구현되어 있는 MMORPG가 메타버스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더불어 AR(증강현실)이나 VR(가상현실)도 메타버스라 하는 이들도 있다.

확실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단어, 메타버스

▲ 해외 일각에서는 이미 ‘와우=메타버스’라고 반 농담 삼아 이야기하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한 가상화폐, NFT, 게임, AR, VR 모두 메타버스라 할 수 있으면서도 아니라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SNS도 메타버스라고 주장한다. 메타버스를 속 시원하게 정의해 줄 수 있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메타버스는 WOW(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구현이 되어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이들도 있다.

메타버스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2년 미국의 SF 소설가인 ‘닐 스티븐슨’의 작품 ‘스노우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했다. 지금은 매우 익숙한 ‘아바타’라는 이름 역시 이 소설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 소설에서 메타버스란 자신을 대체하는 가상 객체(아바타)를 통해 가상 공간에 진입한다는 개념으로 사용됐다.

▲ 현재 메타버스의 지향점은 영화 매트릭스와 매우 유사하다(사진: 메트릭스 레저렉션 공식 스틸 컷)
▲ 현재 메타버스의 지향점은 영화 매트릭스와 매우 유사하다(사진: 메트릭스 레저렉션 공식 스틸 컷)

그러나 지금의 메타버스가 추구하는 방향과 의미는 닐 스티븐슨의 소설 속 메타버스와는 또 사뭇 다르다. 오히려 가장 이해하기 쉽게 빗대어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영화 ‘매트릭스’가 아닐까. 사람의 의식을 온전히 가상 세계에 구현해 그 안에서 경제활동과 생활을 하며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 가상화폐와 같은 디지털 자산도 메타버스라는 주장은 일견 납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의 기술력으로는 매트릭스와 같은 세계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현재 메타버스의 수준은 이제 ‘디지털 자산’을 ‘소유’할 수 있는 수준의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가상화폐나 NFT도 메타버스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 가상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VR, AR 기술은 아직 갈 길이 멀다(사진: 메타의 오큘러스 퀘스트2)

이에 더해 VR 기술은 꽤 많은 발전을 이뤘다. 지금은 이름을 바꾼 ‘메타(구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나 HTC의 바이브 등이 VR 기술을 대중화하고 있으며, AR(증강현실)은 아직 하드웨어의 성능이 따라잡지 못하기에 걸음마 단계다. 

▲ 메타버스는 종합선물세트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무엇이든 가상세계와 관련되어 있으면 쓸 수 있는 단어다(사진: 동원 스페셜 27호)

메타버스는 앞서 이야기한 모든 기술이 모여 이뤄지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특히 가상세계를 구현할 핵심이 될 기술인 VR과 AR은 아직까지도 대중들이 만족할 만큼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아 대충 이런거구나”라고 얼추 감 정도는 잡을 수 있지 않을까.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인가, 마케팅 용어인가

메타버스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로 꼽히지만, 아직은 ‘블랙 테크놀러지(구현되지 않은 기술)’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기상화폐, NFT, 게임 속의 가상세계, VR, AR 등 예전 같았으면 모두 다른 분류로 구분되겠지만, 이제는 메타버스란 이름으로 모두 묶였다. 좀 더 후의 미래에는 이 모든 기술이 통합된 보다 완성된 기술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엔 이 메타버스가 기술이라기 보다는 기업들의 홍보 수단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대중의 혼선도 여기서 비롯된다. 요즘 많이 듣는 단어인데 도통 뭔지를 모르겠다는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를 활용하는 기업들도 정작 메타버스를 시원하게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보편적인 MMORPG만큼의 완성도도 보이지 못하는 일부 콘텐츠들이 메타버스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뭔가 새로움을 주고 싶은데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데도 메타버스가 활용되기도 한다. 마치 클라우드 서비스들이 처음 나왔을 때처럼 말이다.

▲ 알쏭달쏭한 그 녀석의 이름, 메타버스
▲ 알쏭달쏭한 그 녀석의 이름, 메타버스

때문에 현재는 ‘메타버스=뜬구름’이라 정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여러 곳에서 접하는 메타버스라는 이름을 듣는다면 “아 가상현실과 관련된 기술이구나”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아직까지 메타버스를 시원하게 정의해 줄 수 있는 개념은 나오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언젠가 위에서 언급했던 여러 기술과 새로운 기술들이 통합되어 완성된 ‘플랫폼’이 탄생한다면 그 때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는 바로 ‘이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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