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신지현(아이 식습관 개선과 자기계발에 힘쓰는 두 아이의 엄마)

지난 몇 년 간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을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공연장에 데려가보지 못했던 한을 최근에야 풀게 됐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 원작인 공연이었는데 아이들만큼이나 나 역시 기대되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아무래도 꼬마 손님들을 주 타깃으로 하는 공연이다 보니 아이들 수준에 맞는 웃음 코드가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어 아이들은 꺄르르 웃으며 즐겁게 공연을 즐기는 눈치였다. 그런데 공연 중반, 아이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엄마 관객들이 공감 섞인 물개 박수와 함께 그야말로 빵 터진 적이 한 번 있었다. 물론 나도 그런 엄마들 중 한 사람이었다.

 

엄마들을 웃게 한 극중 상황과 대사는 이랬다. 아이 밥을 차려주려고 냉장고 문을 열어 한참 동안 머리를 싸매며 저녁 메뉴를 고민하던 아빠 역할의 배우가 이윽고 무심히 툭 내뱉은 한 마디,

“아, 그냥 아무것도 안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

이 한 마디가 엄마들의 즉각적인 폭소를 자아냈던 것은 소름 돋을 정도로 리얼한 공감의 한 마디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당장 바로 어제 내가 입 밖으로 내뱉었는지도 모를 한 마디.

점심엔 뭐해 먹을까. 저녁엔 뭐해 먹을까.

정말 이 고민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엄마들 머릿속을 두드릴 질문이고 아마도 죽기 전까진 계속 끙끙대며 안고 가게 될 숙제일 것이다. 특히나 한낮 최고 기온 34도를 넘나드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더더욱 메뉴 선정에 시름이 깊다. 

 

불을 오랫동안 써야 하거나 한참 끓여 내야 하는 음식들은 일단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이 삼복더위에 불앞에 오래 서있는 메뉴는 아무래도 꺼려지게 마련이다. 더위에 입맛 잃은 아이들 역시 뜨거운 음식은 그다지 내켜 하는 기색이 아니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매번 찬 음식을 준비할 수도 없다. 특히나 아이스크림, 빙수, 주스 등 더위를 잊게 해주려 차갑게 제공되는 간식, 디저트류는 아직 연약하고 예민한 아이들에겐 자칫 장염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다른 계절보다도 더 ‘뭘 해 먹을까’에 대한 고민이 훨씬 더 길어지는 것 같다. 

 

다른 엄마들에게 궁금한 한 가지

교문 앞에서 아이 하교를 기다리는데 잘 알고 지내는 엄마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요즘은 아이 뭐 해먹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 분도 어지간히 고민되시는구나, 너무도 알 것 같은 그 마음이기에 최근에 해 먹었던 메뉴를 열심히 기억해 내서 공유해 드렸다.

그리고 잠시 뒤 또 다른 반가운 얼굴이 보여 또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분에게서도 질문을 받았다.

“요즘 뭐해먹여요?”

같은 자리에서 몇 분 새 똑같은 질문을 두 개나 받으니, 이 쳇바퀴 돌 듯 매일 찾아오는 고뇌가 나만의 숙제는 아니었다는 사실이 새삼 깨달아지며 어쩐지 묘하게 위로가 되는 기분이었다.

사실 그 질문은 그 자리에 서 있던 엄마들 모두가 똑같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물음표일 것이다. 아마도 대한민국 엄마들의 뇌 구조를 시각화시킨다면 모든 엄마들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오늘 뭐해 먹지’ 포션이 반드시 자리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도, 어느새 내 머릿속은 또다시 그 숙제에 대한 고민으로 꽉 차 있다.

“그래서! 내일 아침엔 뭘 해 먹지?”

관련기사

키워드

#리드맘 #육아
저작권자 © 맨즈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