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8일, PC 케이스 제조사 '리안리'의 대만 SNS 계정에 욱일기로 커스텀 튜닝된 PC가 포스팅됐다. 

이 PC는 리안리에서 직접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라 한 개인이 커스텀한 것이다. 그리고 SNS를 관리하는 담당자의 눈에는 예쁘게 보였다.

제품을 만든 사람, 그리고 SNS를 관리하는 사람이 모두 욱일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라 발생한 사고다. 그렇다고 해도 단순히 '몰랐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역사적,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후속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리안리의 한국 유통사는 '서린씨앤아이'다. 서린씨앤아이는 먼저 SNS 게시물의 삭제와 함께 본사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욱일기가 의미하는 내용과 역사적 사실을 전달했다. 모르는 것은 알려주고, 잘못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를 통해 리안리의 공식적인 사과문을 수신하여 한국에 공개했고, 리안리 제품을 한국에 유통하는 유통사 입장에서의 사과문도 함께 게시했다.  

- 한글 번역본-

저희는 최근 포스팅되어 공유된 게시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희는 역사적인 상징들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내용을 공유하기 이전에 철저한 조사가 선행되었어야 했습니다.

저희는 이번 게시물에 대해 매우 둔감했으며,

그 내용이 공격적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충분히 인정합니다.

해당 게시물로 인해 불쾌감을 느끼신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역사적 사건이나 상징에 대해 무례함을 조장하려던 의도는 결코 아니었으며,

이 실수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엄격한 내용 검토 절차를 시행하겠습니다.

저희는 내부 플랫폼에서 공유되는 모든 내용의 역사적 의의를 더욱 깊이 고려할 것임을 약속 드립니다.

저희가 이러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에 대해

여러분들의 이해와 인내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임손 첸 리안리 공업 대표이사


최근 한국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상식'의 범주가 파괴되고 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과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사건과 사고에 대해 사과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 

'죄송합니다' 보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도 피해자다'의 변명이 당연한 시대에 서린씨앤아이는 사과와 반성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줬다.

우리 소관이 아닙니다. 본사에 물어볼게요.

말 안 듣는 판매자는 유통사 입장에서도 골치가 아파요.

SNS 관리는 개인의 일탈이에요. 저희와는 무관합니다.

요즘엔 이런 대처가 흔하다. 어떻게 보면 이번 사건은 유통사 입장에서 억울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고, 판매 과정에서 생긴 사고도 아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 2명'이 친 사고다.

그런데도 직접 나서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역사적 사실과 욱일기의 의미를 알려주고 바로잡았다.

억울할 수도 있는 일에 변명이나 하소연 없이 사건 그대로를 받아들였다. 빠른 대처를 통해 사과란 무엇인지, 후속 조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잘 보여줬다.

많은 사람이 서린씨앤아이의 대처에 격려를 보내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잘못을 해놓고도 변명하고 남 탓하기 급급한 시기에, 직접적인 잘못이 없음에도 먼저 나서서 바로잡고 사과하는 모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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