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민경미(유아 특수교육 교사) 

Q. 아이가 이유식 할 때는 주는대로 다 잘 먹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고기를 거부하기 시작해요. 어떤 때는 밥 먹기 싫다고 씹지 않고 물고 있을 때도 있고요. 골고루 먹이고 싶은데 고기만 주면 먹다 뱉고, 더 강요하면 울다 토를 하기도 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유아기에 아이가 특정 음식을 거부하는 것은 식사시간에 볼 수 있는 흔한 행동입니다. 보통의 아이들은 새로운 음식에 대해 6~7번을 접하고, 10~15번 맛을 본 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만약 아이가 특히 한 음식을 지속적으로 거부한다면 부모가 조금 더 관심 있게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도대체 왜 특정 음식을 거부하는 걸까요?

아이가 갑자기 특정 음식을 거부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촉각, 냄새, 또는 미각에 과도하게 예민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아이가 부드럽고 씹는 감촉이 없는 음식을 거부하거나 반대로 부드러운 것만을 좋아한다면 혀의 '촉각 방어(특정 촉각을 거부하는 반사적인 반응)' 행동으로 특정 음식을 피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촉각 방어의 행동을 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혀뿐만 아니라 몸의 다른 부분에서도 촉각의 예민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몸의 접촉, 머리 빗기, 모래놀이 등 촉각을 통한 경험을 힘들어한다면 '촉각이 예민한 아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촉각이 예민하다면 얼굴, 특히 입 주변의 자극에 방어적으로 반응할 것입니다. 우리의 안면에 촉각 자극을 느끼는 수용체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아이가 거부하는 음식은 식재료의 재질이나 입안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싫어서 촉각 방어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대부분 음식이 주는 감촉 자극에 대해 공격적이거나 감정적인 반응(불쾌, 불안, 공포, 분노, 간지럼)을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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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각이 예민한 아이는 자신이 예상치 못하는 음식, 즉 섞여있는 볶음밥 같은 것은 거부하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 일관적 감각을 우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부터 유사한 감촉 그룹의 음식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하고 나중에 싫어하는 음식을 같이 요리하면서 접할 수 있게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부드러운 두부 같은 음식은 좋아하고 감촉이 거친 고기의 재질을 싫어한다면 두부와 비슷한 느낌의 부드러운 닭고기부터 시작해 주세요. 

아이가 거울을 이용해 먹는 자신의 얼굴을 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촉각 감각이 예민해 특정 음식을 피한다면 아이의 관심을 시각에 둬서 촉각 방어가 나타나는 것을 줄여주는 것이죠. 

놀이를 통해 음식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해 해당 감각을 익히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한 주에 5~6번의 음식 감각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전동칫솔을 하루에 2번 정도 사용하도록 해 주세요. 전동 칫솔의 작은 진동을 통해 입안 감각을 익숙하게 하면 촉각 방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입에 대한 지각력이 부족해 혀와 턱의 움직임이 불편하기 때문에 특정 음식을 피하는 것 일 수도 있습니다

야채나 고기 같은 음식을 효과적으로 먹기 위해서는 특정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효과적으로 씹기 위해 턱을 움직이고 혀를 사용해 어금니 표면에 음식을 위치시켜야 하고, 씹은 음식을 삼키기 위해 알맞은 곳에 놓는 기능이 포함됩니다. 

하지만 이 지각 능력이 부족한 아이는 음식을 거부하거나 물고 있거나 뱉습니다. 심한 경우 토를 하기도 합니다. 또한 그 특정 음식은 아이에게 먹는 것이 아니라 질식하게 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주기도 합니다. 

특히 이런 문제를 갖고 있는 아이들은 씹으면 잘 녹는 음식처럼 제한된 구강 운동만 하는 음식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솔루션

아이가 몸의 균형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아이 식탁의자 발 받침대 위에 발이 올려져 있도록 해주세요. 아이의 팔꿈치가 식탁에 편안하게 놓일 수 있도록 적당한 높이의 의자에 앉히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한 한 번에 적은 양의 음식을 줌으로써 아이가 그 음식에 적응하도록 하고, 그다음에 더 많이 달라고 요구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아이가 음식을 예상할 수 있도록 미리 음식 재질의 느낌과 어떻게 씹어야 하는지 등을 설명해 주시면 아이에게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당근은 아주 딱딱해. 앞니로 깨물고 혀를 이리저리 움직여서 어금니로 작은 조각을 다시 여러 번 또 씹어야 해”라고 설명해 준다면 아이가 예상 가능한 구강 움직임을 설명처럼 따라 해 보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단순히 아이가 그 맛이 싫어서 거부할 수 있어요

위의 두 가지 이유가 아닌 아이라면 자신이 선호하는 맛이 아니라 거부하는 것 일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식사 예절과 습관을 가르치는 것을 아주 중요합니다. 일정한 식사시간을 정해서 부모가 좋은 롤 모델이 돼 아이가 골고루 음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보여주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 솔루션

아이와 함께 요리를 해보세요. 함께하는 요리 시간은 아이가 새로운 음식을 탐험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편안한 환경 속에서 자신이 만든 것을 먹도록 격려한다면 아이는 자신이 선호하는 맛이 아니어도 작은 성공의 성취욕을 맞보게 될 것입니다.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특정 음식을 편식하는 아이에 대해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아이에게 생물학적 원인이 있을 수 있는 것이지 절대 부모의 반대적 행동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러니 아이가 특정 음식을 거부하거나 뱉는다고 처벌하지는 말아 주세요. 식습관에 대해 아이를 혼내면 음식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커져 오히려 안 좋은 습관이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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