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 혀에 있는 '미뢰'라는 부위를 통해 맛을 느끼게 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영유아는 성인에 비해 약 3배 이상의 미뢰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약 7세 이전까지는 성인보다 미각이 훨씬 더 예민하게 발달돼 있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게 나타나는 증상인 편식이 심해지기도 하고, 기피하는 음식 또한 매우 명확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칼럼은 다른 아이들보다 유독 입이 짧고 편식이 심해 식사시간마다 전쟁을 하는 분들께 드리는 글입니다.

 

1.  아이의 식기를 더 작은 용기로 바꿔주세요

편식이 심해 입이 짧은 아이에게 작은 숟가락으로 바꿔주라는 조언을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것보다 아이의 식기 자체를 기존에 쓰던 것보다 더 작은 것으로 바꿔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방법의 포인트는 아이가 엄마에게 밥을 더 달라고 스스로 말하도록 하는 것에 있습니다.

애초에 아이에게 밥과 국을 줄 때 작은 용기에 덜어서 주면 아이는 평소보다 현저히 줄어든 식사량에 밥을 다 먹고서 “엄마, 더 주세요!”를 외칠지도 모릅니다. 그럴 땐 밥과 반찬 등을 아이에게 더 주시면 됩니다. “우리 아가, 이제 밥도 이렇게나 많이 잘 먹네!”와 같은 폭풍 칭찬과 함께요.

평소 편식이 심하고 입이 짧은 아이에게는 식사시간이 '늘 야단맞는 시간'으로 인식돼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밥 잘 먹는다고 칭찬받는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아이는 식사시간을 엄마에게 칭찬받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보상(엄마의 칭찬)을 얻기 위해 이전보다 더 잘 먹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2. 아이의 까다로운 입맛에 특권을 부여하지 마세요

보통 편식이 심한 아이는 까다로운 기질일 확률이 높습니다. 편식이 심한 아이는 감정적으로 예민하고 수면패턴이 불규칙하는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거쳐 예민함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렇게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의 비위를 늘 맞춰가며 매 끼니 '특별한 식사'를 준비해 주면 아이는 자신의 예민함을 특권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편식이 심하고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매 끼니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가득한 식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늘 내가 좋아하는 것만 먹고 살 수는 없다'라는 적당한 좌절감을 가르쳐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절대적으로 맞추는 과잉보호적인 양육 태도는 오히려 아이의 편식을 심해지게 하며,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기가 돼서도 식탁 앞에 앉아 늘 불평불만을 하는 어른으로 자라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3. 끼니를 거르지 않고 늘 잘 먹여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보세요

아이를 잘 양육함에 있어 '식(食)'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임은 틀림없지만 현재 절대적으로 영양이 부족한 상태거나 신체발달이 현저히 저하된 경우가 아니라면 먹이는 행위 자체에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입이 짧고 편식이 심한 아이에게 매 끼니를 꼭 챙겨 먹어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아이에게 또 다른 강박이 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식사시간 자체가 견디기 힘든 불편한 것이 될 수도 있답니다.

저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해보자면, 직장 생활로 늘 바빴던 엄마가 저희를 잘 챙겨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있으셨는지 어떻게든 아침식사는 꼭 챙겨서 보내야 한다는 엄마 나름의 '규칙' 내지 '강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유치원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매일 아침에 일어나 아직 잠도 깨지 않아 입맛이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라도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잔소리를 듣거나 엄마에게 야단을 들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억지로 먹어야 하는 아침식사가 저에게는 꽤나 견디기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매 끼니 규칙적인 식사, 균형 잡힌 식단을 챙겨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조금 벗어나 식사시간을 조금 더 즐거운 것으로 만들어보셨으면 합니다. 주양육자로서의 역할이 단순히 '식'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니까요.

 

4. 정해진 시간 내에 식사를 하도록 하고, 식사가 끝나고 배가 고프다고 해도 간식은 금물!

제가 상담하는 많은 어머님들께서 어려워하시는 것들 중 하나가 아이가 먹기 싫다고 해서 밥상을 다 치웠는데 뒤늦게서야 배고프다고 밥을 더 달라고 할 때 아이의 요구를 외면하는 일입니다(습관적으로 그러는 것이 아닌 평상시에는 대개 잘 먹다가 간혹 그러는 경우는 제외).

밥을 먹기 싫어해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30분에서 1시간 이상을 식탁과 씨름하는 아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의 이런 습관이 잘 고쳐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식사 시간에 밥을 먹지 않아도 엄마가 밥을 주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식사 시간에 당장은 먹기 싫어서 먹지 않더라도 언제든 엄마에게 밥을 요구하면 다시 밥을 먹을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죠. 당연히 정해진 시간 내에 밥을 먹지 않아도 아이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밥을 잘 안 먹고 식사시간이 지나치게 긴 아이들에게는 정해진 시간 내에서만 식사를 하도록 하고 식사시간이 끝나면 “이제 밥 먹을 수 있는 시간은 끝났어. 지금 치우면 다음 밥 먹는 시간까지 밥이나 간식은 못 먹는 거야.”라고 설명해 준 뒤 식탁을 정리하세요. 그리고 앞서 아이에게 설명해 준 것처럼 식사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배고프다고 간식을 달라고 하거나 밥을 더 달라고 해도 다음 끼니까지는 더 이상의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강하게 저항하거나 떼쓸 수 있지만 견디어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아이 역시 '정해진 시간 내에 밥을 먹어야 한다.'는 규칙을 인식해 식사시간에 집중해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글 = 강민혜
한양마음소리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의과대학 아동심리치료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한양마음소리를 운영하며 심리상담 및 놀이치료, 심리평가 등을 전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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