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앞선 겨울은 눈도 많이 오고 추웠다. 그래서인지 봄을 더 기다렸는 지도 모른다. 

3월은 봄의 시작이다. 갈수록 여름과 겨울의 비중이 커져 봄과 가을이 사라진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 봄은 여전하고 만개하는 꽃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 만개한 팬지꽃

물론 현재까지도 코로나19가 유행 중이다. 절대 안심해선 안 된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마냥 코로나19를 피해 집에만 갇혀 살 수만은 없다. 어쩌면 필요 이상의 자발적 격리는 정신적으로 우리를 더 피폐하게 만들지 모른다.

우리는 1년 넘는 코로나19 시국을 겪으며 어떻게 방역해야 하는지 올바른 지침을 익히 배워왔다. 지침을 정확히 준수하며 코로나19로부터 덜 부담스러운 요소가 갖춰진 명소로 나선다면 2021년 봄에서 최선의 봄꽃놀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봄이 도래하여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요즘, 썸을 타고 싶은 그녀나 내 옆의 여자친구나 항상 함께하는 아내와 다녀올 수 있는 봄꽃 명소는 어디가 있을까?

 

 

벚꽃 : 천안 북일고등학교

앞서 말했듯이, 사람들이 봄을 기다리는 이유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짐작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꽃 때문 아닐까? 매서운 눈발이 날려 낭만마저 얼려버리는 겨울을 지나 피는 꽃은 우리 모두를 설레게 만든다.

그 많은 봄꽃 중에 현 시점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우리가 가장 간절히 기다리는 꽃은 아무래도 벚꽃일 것이다. 벚꽃 만개를 보고 싶어 봄을 기다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 천안 북일고에 만개한 벚꽃
▲ 천안 북일고에 만개한 벚꽃

벚꽃이 대중화된 결정적인 이유에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의 히트 때문이다. '벚꽃 엔딩'에서 들려지는 청각적 봄의 정의는 모두의 동의를 얻은 듯하다. 장범준은 말했다. 대학 시절 북일고등학교 벚꽃 축제에 영감을 얻어 만든 음악이 '벚꽃 엔딩'이라고. 

그만큼 북일고등학교 벚꽃은 아름답다. 학교 전체를 뒤덮는 벚꽃 만개는 경부고속도로 천안IC를 지나기 직전 위치에서도 쉽게 눈에 띌 만큼 그야말로 장관이다. 4월 중 벚꽃 만개 시기에는 북일고등학교에서 학교 1층 일부를 외부인에게 개방하기도 한다. 천안은 비수도권으로 코로나19 방역 대책 1.5단계 해당되기 때문에 비교적 코로나19에 덜 부담스럽다. 

그저 동네에 피는 벚꽃을 즐기는 수준을 넘어 손에 꼽히는 벚꽃 명소이자 우리가 자주 듣는 '벚꽃 엔딩'의 시작점에 직접 가서 벚꽃의 절경을 한껏 느껴보자.

 

튤립 : 태안 코리아플라워파크

벚꽃 다음으로 만개를 준비하는 봄꽃 주자는 튤립이다. 튤립은 세계 전체에서 가장 많이 길러지는 화훼식물로도 유명하다. '벚꽃 엔딩'의 힘으로 최근 인기가 높아진 벚꽃이라면, 튤립은 봄꽃 중에서 '전통의 강호'였다.

17세기 튤립 인기에 눈이 멀어 네덜란드에선 튤립 투기 현상이 벌어지고 가격이 폭락해 이른바 '튤립 버블'이 일기도 했었다. 그만큼 튤립은 세계 경제사에도 이름을 올렸을 만큼 인기있는 품종이다.

▲ 태안 코리아플라워파크에 만개한 튤립
▲ 태안 코리아플라워파크에 만개한 튤립

우리나라에서 튤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명소는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에버랜드다. 현 코로나19 창궐 시국에 에버랜드 방문은 다소 부담스럽다. 다른 대안이 있을까? 있다. 일몰과 꽃게의 고장, 태안군이 또 하나의 튤립 명소다. 

태안군의 코리아플라워파크에서는 매년 4~5월 튤립축제를 개최한다. 수도권에서도 거리고 있어 코로나19에 비교적 덜 부담스럽고, 튤립 품종만을 위한 특화된 명소이자 축제기 때문에 튤립 명소로 불리기 부족함이 없다. 올해도 4월 14일부터 5월 10일까지 튤립축제를 제한된 방식으로 개최한다고 하니, 튤립을 즐기는데 합리적인 방향이다.

 

철쭉 : 군포 철쭉동산

꽤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한다. 진달래와 철쭉을.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고, 식용이 가능하며 3월 중순부터 서서히 피기 시작한다. 철쭉은 잎이 먼저 나오고 꽃이 핀다. 개화는 4월 중순부터고 말순 돼서 만개한다. 그리고 철쭉은 독성이 있어 절대 먹어선 안 된다!

진달래는 이미 폈다. 철쭉은 아직 1달가량 남았다. 철쭉을 즐기기 위한 준비를 세울 수 있다는 뜻이다. 철쭉 만개를 즐기기 위한 합리적인 명소는 어디일까?

▲ 야간에도 절경을 자랑하는 군포 철쭉동산
▲ 야간에도 절경을 자랑하는 군포 철쭉동산

군포 산본 번화가와 다소 거리가 있어 그리 인파가 밀접하지 않다. 면적이 축구장 3.5개에 달하는 25,000㎡로 꽤 넓어 인파 간 거리두기 관광이 가능하다. 근처에 4호선 수리산역이 있어 접근성도 용이하다. 바로 군포 철쭉공원이다. 

무엇보다 철쭉공원이 철쭉을 즐기기에 매력적인 이유는 본래 상시 개방 공원이기 때문에 야간에도 방문할 수 있어 야간 철쭉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은은한 조명과 어우러진 광활한 철쭉동산은 누구에게나 강렬한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유채꽃 : 강릉 경포생태저류지 

물론 25,000㎡ 넓이를 자랑하는 군포 철쭉동산의 철쭉의 광활한 절경도 일품이지만, 그의 10배 달하는 250,000㎡의 노란 유채꽃밭의 압도감을 뽐내는 유채꽃 명소도 존재한다.

유채꽃이라고 하면 다들 제주도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제주도를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 하고 비행기를 타러 공항까지 가야 한다. 그 과정이 피하고 싶다면, 역시 비수도권으로 거리두기 1.5단계 속하는 강원도 강릉시 경포생태저류지이 대안이 될 수 있다.

▲ 강릉 경포생태저류지 유채꽃밭을 가로지르는 길
▲ 강릉 경포생태저류지 유채꽃밭을 가로지르는 길

앞서 말한, 250,000㎡의 면적을 자랑하는 경포생태저류지를 채우는 노란 유채꽃의 끝없는 절경은 자그마한 유채꽃 1개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유채꽃밭을 가로지르는 길은 마치 내가 유채꽃밭에 빠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이에 더해 경포생태저류지에서 유채꽃과 함께한 많은 인생샷을 남기고 바로 맞은편 오죽헌도 방문해본다면, 자연과 역사가 어우리진 관광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

 

장미 : 안산 노적봉인공폭포공원

봄이라는 조건을 빼보자. 그저 꽃만 생각해보자.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4년과 2019년에 1위로 응답됐을 만큼 장미는 꽃, 그 자체를 상징하는 품종이다. 괜히 장미가 '꽃의 여왕'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장미는 5월부터 만개한다. 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꽃이다.

멀리 가긴 부담스럽고, 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수도권 장미 명소로 향하는 것 또한 부담스럽다. 적절한 장미 명소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알아볼만한 곳이 바로 경기도 안산시 노적봉인공폭포공원이다.

▲ 안산 노적봉인공폭포공원에 만개한 장미
▲ 안산 노적봉인공폭포공원에 만개한 장미

안산시의 시화는 장미다. 이를 단번에 상징할 수 있는 장미 명소를 노적봉인공폭포공원에 조성했다. 공원 내에 계단식으로 장미가 심어져 있는데, 5월 만개 시기에 방문해본다면 아마 평생 볼 장미의 수를 다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단별로 각기 다른 색의 장미와 평소 쉽게 보지 못 했던 보라색, 파란색 등 생소한 색깔의 장미까지도 감상할 수 있다.

노적봉인공폭포공원 역시 군포 철쭉공원과 같이 상시 개방 공원이기 때문에 야간에도 방문이 가능하다. 또한, 9시부터 정각마다 45분동안 가동되는 노적봉 인공폭포의 위엄은 장미 만개에 이은 또 다른 볼거리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방역

봄꽃을 즐기기 전에 반드시 먼저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은, 방역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 시국에 무조건 집에만 생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방역을 무시한 채 외출을 일삼으면 안 된다. 철저한 방역지침을 준수한다면, 현 시국의 요건 안에서 충분히 봄꽃을 즐길 수 있다. 아름다운 봄꽃 향연에 잊지 말자. 가장 중요한 건 방역이다. 

올해는 그녀에게 이렇게 데이트 신청해보자. 
"나랑 봄꽃 보러 가지 않을래? 마스크 끼고, 손 세정제 바르고, 소독약 뿌리고, 방역 고글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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