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외장 HDD나 USB 메모리 같은 외장 스토리지(데이터 저장장치)를 사용한다. PC에 있는 데이터를 간편하게 옮길 수 있어서 백업용으로 편리하고, 자주 이용하는 데이터를 언제든지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니까 말이다.

그런 외장 스토리지의 편리함은 스토리지 기술 발전과 새로운 인터페이스 개발을 통해 계속 증대되고 있는데, 오랫동안 한 가지 외장 스토리지만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 수 있다.

그렇다면 외장 스토리지는 과거보다 얼마나 바뀌었을까? 이번 기사에서 주요 외장 스토리지 변천사를 간략하게 살펴보겠다.

 

외장 HDD: 대용량 외장 스토리지 대표주자

외장 HDD는 대표적인 외장 스토리지이다. PC 메인보드에 직접 연결해야만 했던 HDD를 PC 외부에서도 연결할 수 있게 만든 것이어서 HDD에 있는 데이터를 자주 옮겨야 하는 사람에게 매우 유용하다.

▲ 3.5인치 외장 HDD(좌)와 HDD 랙(우) (사진: 디직스, 이지넷)

다만 1990년대 말에 나온 초기 외장 HDD들은 크고 묵직한 3.5인치 HDD를 사용하였고 별도로 전원 어댑터를 연결해야 작동하는 점, 메인보드에 IDE나 SATA로 연결하는 것보다 상당히 느린 속도 때문에 요즘 외장 스토리지처럼 휴대하면서 사용하는 것은 무리였다.

아예 PC에 3.5인치 HDD를 쉽게 탈착할 수 있도록 전용 장착부를 설치하는 HDD 랙(rack)도 고안되었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서 외장 스토리지가 아니다. HDD 랙은 PC 내부에 설치하는 장치이고 노트북에는 아예 설치도 못하니 말이다.

▲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2.5인치 외장 HDD
▲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2.5인치 외장 HDD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노트북용으로 사용하던 2.5인치 HDD와 USB 2.0 인터페이스가 대중화되자 비로소 외장 HDD도 소형화될 수 있었다. 특히 USB 케이블 하나로 데이터 전송과 전원 공급도 가능해졌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며 사용하는 것도 가뿐해졌다.

USB 2.0 최대 대역폭이 480Mbps(초당 메가비트)에 불과해서 외장 HDD 전송 속도가 메인보드에 직접 연결한 HDD보다 느린 점은 2010년 무렵 USB 3.0을 인터페이스로 채택한 외장 HDD가 나오면서 해소되었다. USB 3.0은 최대 대역폭이 5Gbps(초당 기가비트)여서 USB 2.0보다 10배 가량 높은데, 현시점인 2021년에 출시되는 최신 HDD도 전송 속도를 최대한 낼 수 있는 대역폭이다.

▲ 현재 5TB 제품까지 존재하는 2.5인치 외장 HDD (사진: LaCie Mobile Drive)
▲ 현재 5TB 제품까지 존재하는 2.5인치 외장 HDD (사진: LaCie Mobile Drive)

외장 HDD는 저장 용량도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20여 년 전에는 2.5인치 외장 HDD 기준으로 40GB만 되어도 대용량 제품으로 보았는데 지금은 5TB 제품까지 시중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용량이 무려 100배 넘게 늘어난 것이며 웬만한 개인용 PC에 들어있는 데이터를 통째로 복사해도 거뜬할 용량이다.

그러나 데이터 전송 속도는 같은 기간 동안 향상 폭이 2배에도 미치지 못해서 용량이 큰 파일을 빠르게 전송하기 원한다면 외장 HDD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런 용도를 원한다면 빠른 전송 속도에 비중을 둔 외장 SSD를 이용해야 한다.

 

USB 메모리: 휴대성 최강 외장 스토리지

USB 메모리 역시 빠질 수 없는 외장 스토리지이다. 손가락과 비교해도 작은 크기와 케이블 없이 직접 USB 포트에 꽂아서 사용하면 되는 간편함으로 인해 휴대성이 극대화된 제품이다.

2000년에 첫 상용화 제품이 나왔을 때만 해도 용량이 100MB 미만이었고 가격은 어마어마했지만 플래시 메모리 기술 발전과 양산이 착착 진행되어서 몇 년 지나지 않아 1GB 용량 USB 메모리도 1~2만 원 정도로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기존에 있던 플로피 디스크와 CD를 밀어내고 대중화에 성공하였고 저장 용량 증대와 가격 안정화가 순조롭게 이어져서 현재는 512GB 용량 USB 메모리를 5만 원대로 살 수 있게 되었다.

▲ USB 타입C 커넥터가 있는 USB 메모리는 모바일 기기에도 연결 가능
▲ USB 타입C 커넥터가 있는 USB 메모리는 모바일 기기에도 연결 가능

초기부터 작은 크기였지만 소형화도 이뤄져서 근래에는 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은 USB 메모리나 카드처럼 얇은 USB 메모리도 존재한다. 그리고 PC와 모바일 기기 양쪽 모두 연결할 수 있게 USB 타입A와 타입C 커넥터가 함께 있는 제품도 있어서 편리하다.

소비전력도 0.5W 정도에 불과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 연결해 외장 스토리지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외장 HDD는 USB 메모리보다 소비전력이 5배 가량 높기 때문에 모바일 기기용으로는 사용하기 힘들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십여 년 전만 해도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외장 HDD보다 많이 느린 편이었지만 USB 3.0 인터페이스가 대중화된 이후 서서히 향상되어서 이제는 큰 차이 없는 성능을 보인다. 오히려 고급형 USB 메모리 중에는 외장 HDD보다 2~3배 가량 더 빠른 전송 속도를 내는 제품도 있다.

 

외장 SSD: 초고속 외장 스토리지

외장 SSD는 HDD를 현격하게 앞서는 데이터 전송 속도를 내는 SSD를 사용하여 만든 외장 스토리지이다.

초기에는 외장 HDD와 마찬가지로 2.5인치 규격인 외장 SSD가 많았다. 그러나 SSD는 USB 메모리처럼 플래시 메모리를 기반으로 하는 스토리지이기 때문에 소형화시키는 것이 용이하여 2.5인치 규격보다 작고 얇은 외장 SSD가 만들어져 대중화되었다.

외장 SSD 인터페이스로는 십여 년 전 무렵 USB 3.0이 사용되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서 그보다 대역폭이 2배 높은 USB 3.1(최대 10Gbps)이 필요해졌다. 보급형 SSD도 500MB/s 이상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USB 3.0으로는 외장 SSD 성능을 제대로 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 게임용으로도 거뜬한 USB 3.2 Gen 2x2 기반 외장 SSD (사진: 씨게이트 파이어쿠다 게이밍 SSD)
▲ 게임용으로도 거뜬한 USB 3.2 Gen 2x2 기반 외장 SSD (사진: 씨게이트 파이어쿠다 게이밍 SSD)

PCIe(PCI-Express) 기반 NVMe SSD가 등장한 이후에는 USB 3.1로도 한계가 와서 지금은 USB 3.2 Gen 2x2(최대 대역폭 20Gbps) 또는 썬더볼트 3(최대 대역폭 40Gbps)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외장 SSD도 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대 대역폭 20Gbps 이상인 외장 SSD라면 데스크톱 PC용 SATA3 SSD보다 몇 배 더 빠른 속도를 제공하므로 PC 게임을 설치해서 사용하더라도 쾌적한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같은 저장 용량을 기준으로 외장 SSD는 외장 HDD보다 가격대가 3~4배 가량 더 높기 때문에 대용량 데이터 백업이 목적이라면 경제적이지 못하다.

 

NAS: 네트워크로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외장 스토리지

▲ 3.5인치 HDD를 장착하여 네트워크로 접속하는 외장 스토리지 'NAS'

NAS(Network Attached Storage)는 네트워크를 통해 이용하는 외장 스토리지이다. 주로 3.5인치 HDD를 장착하고 전원 어댑터와 LAN 케이블 연결이 필수여서 들고 다니지는 못하지만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PC 및 모바일 기기로 NAS에 접속 가능해서 편의성이 높다.

NAS 자체가 일종의 컴퓨터인데 주요 하드웨어는 저전력 PC용이다. 2010년 이전에는 하드웨어 성능이 데스크톱 PC보다 현격하게 떨어졌고 주로 100Mbps(초당 메가비트) 회선으로 인터넷을 이용했기 때문에 전송 속도가 USB 2.0 기반 USB 메모리 수준에 불과하였다. 스마트폰은 사용자도 극소수였고 3G 통신망 속도도 느린 편이어서 모바일 환경에서는 NAS에 연결하는 것조차 버거운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전력 PC용 하드웨어도 성능이 발전하였고, 2015년 무렵부터는 기가 인터넷과 LTE 통신망으로 PC 및 모바일 기기용 네트워크 환경이 개선되면서 NAS로 HDD 전송 속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였다.

▲ NAS에는 2.5인치 SSD 설치도 가능
▲ NAS에는 2.5인치 SSD 설치도 가능하다

NAS에 HDD 대신 SSD를 장착하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는 것도 가능한데 10Gb LAN과 10기가 인터넷, 5G 통신망 등 최신 네트워크 기술을 함께 이용 가능한 상황에서만 적정한 성능을 기대할 수 있어서 아직은 한계가 있다.

 

정보화 시대 일상을 책임지는 외장 스토리지

지금까지 주요 외장 스토리지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살펴보았다. 역사가 길수록 과거 제품과 현재 제품 사이에 제원 및 기술 격차가 두드러져서 IT 기술이 매년 혁신적으로 변화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근래에는 클라우드 스토리지처럼 인터넷을 이용해 데이터를 백업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외장 스토리지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늘어났지만 그런 온라인 서비스는 때때로 먹통이 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외장 스토리지를 비롯한 다른 수단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소중한 데이터라면 다양한 방법으로 보관해두는 것이 좋다. 외장 스토리지는 여러 방법 가운데 특히 효율적이므로 한두 개 정도는 가지고 다니면서 비상시에 대비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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