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힘들게 하루를 보내고 퇴근했습니다. “이거 해봐라”, “저거 하면 좋겠다”, “그 일 아직 멀었나”라고 보채는 직장 상사 때문에 골치 아팠던 순간을 훌훌 털어버리기 위해 집에서 소주 한 병 들이켜는 것도 이제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마트에서 평소 마시던 소주를 사려고 했는데 문득 주류 코너를 둘러보니 의외로 소주 종류가 많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대충 훑어보아도 열 종류는 족히 되는 듯하군요. ‘뭐가 이렇게 많지?’라는 생각을 하다가 사람마다 입맛도, 취향도 다른 것을 떠올리고는 수긍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맛이 얼마나 다를까 하는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마실 소주 미리 사두자라는 심정으로 저는 바구니에 갖가지 소주를 담기 시작했습니다.

 

진로 골드

‘진로 골드’는 도수가 25도입니다. 흔히 마시는 소주가 16.5도이고 그보다 도수가 높은 것도 20도 정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만만치 않은 수준입니다.

역시 한잔 마시고 나니 입안에 알싸한 느낌이 확 솟구쳤습니다. 16.5도짜리 소주는 간간히 안주 없이도 마시지만 이건 그렇게 마시다가 속이 상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군요.

원재료명을 보면 스테비아, 에리스리톨, 토마틴 등 일반 소주에 흔히 포함되는 감미료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대신 도수가 높은 만큼 주정 함량도 더 많으므로 맛이 진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소주입니다.

 

청춘

‘청춘’은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도수는 16.9도여서 흔히 마시는 ‘처음처럼’과 비슷하지만 단맛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입니다.

에리스리톨, 효소처리스테비아, 스테비올배당체, 글리신, 토마틴 등 다양한 감미료가 들어갔는데도 단맛이 과하지 않아서 그냥 마시기에도 무난합니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쓴소리를 들은 날 집에서 홀로 깡소주를 들이켜고 싶을 때 괜찮은 소주입니다.

 

좋은데이 과당 ZERO

‘좋은데이 과당 ZERO’는 일반 소주와 달리 과당이 들어가지 않아서 열량이 낮은 것이 특징입니다. 360mL 한 병 총 열량이 324kcal인데 일반 소주보다 20% 정도 낮은 것이죠. 

과연 맛은 어떨까 궁금해하며 한잔 마셨는데 감미료 맛이 풍부하게 느껴졌습니다. 바로 안주를 먹고 싶게 만들 정도로 말입니다. 도수가 16.5도여서 목으로는 순하게 넘어가지만 진하게 감도는 감미료 맛 때문에 소주만 마시는 것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히말라야 핑크솔트도 들어갔다고 해서 기대를 했지만 다른 감미료 맛이 지나쳐서 그 속에 파묻힌 느낌입니다.

 

보해 소주

보해 소주는 한잔 마시고 나서 곧바로 다시 술병을 들고 상표를 확인할 정도로 개성적인 맛이 났습니다. 일반적인 감미료는 스테비올배당체만 들어갔고 히말라야핑크솔트, 안데스레이크솔트, 토판천일염 등 세 가지 소금을 추가해 독특한 향과 맛을 구현했습니다. 소금 때문에 다소 짠맛이 나지는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군요.

도수는 16.8도이고 감미료 맛이 과하지 않아서 안주 없이 술만 즐기고 싶은 경우에도 괜찮은 소주입니다.

 

처음처럼 꿀주

‘처음처럼 꿀주’는 그 이름대로 꿀이 들어간 것이 특징입니다. 은은하게 풍기는 사양벌꿀 향과 달콤한 맛 때문에 이름이 참 잘 어울리는 술이군요. 도수도 15도밖에 안 되어서 그냥 마시기에도 좋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꿀이 풍부하게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 사양벌꿀은 0.05%밖에 들어가지 않았고, 프로필렌글리콜과 몽크후르츠농축과즙을 넣은 혼합제제와 일반 감미료로 단맛을 강화했습니다. 주세법에서 정한 소주의 재료들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처럼 꿀주는 식품유형이 일반증류주로 분류됩니다.

왠지 작은 실망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마치 물 한잔에 꿀 한 숟가락 섞은 듯 적당한 달콤함이 느껴지는 점은 매력적입니다. 낮은 도수로 음료수처럼 가볍게 술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권할 만한 술입니다.

 

처음처럼 새로

요즘 유행하는 ‘처음처럼 새로’도 마셔보았습니다. 좋은데이 과당 ZERO처럼 과당이 들어가지 않아서 열량이 낮은 편입니다. 360mL 한 병 기준으로 약 320kcal이죠.

애석하게도 감미료 맛이 진해서 안주 없이 그냥 소주만 마시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소주의 맛을 살리기 위해 증류식 소주도 첨가되었는데 감미료 때문에 그런 특징이 묻히는 느낌입니다.

 

느린마을 증류주

‘느린마을 증류주’는 향이 참 달콤합니다. 비수리향과 허브향이 첨가되었기 때문이죠. 비수리와 결정과당, 포도당 등 일반 소주에서 보기 힘든 재료들도 들어있는데 은근한 단맛이 나고 목을 넘어가는 느낌도 깔끔합니다.

물론 들어간 재료들 때문에 처음처럼 꿀주처럼 소주가 아니라 일반증류주로 분류됩니다. 도수는 16.9도이고 안주 없이 그냥 들이켜기에도 적당합니다.

 

청포도에 이슬

‘청포도에 이슬’은 한잔 마시고 나면 ‘청포도 사탕’이 떠오릅니다. 당도와 향이 참 비슷해서 마치 자매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원재료명을 보면 기타과당, 설탕, 구연산, 사과산, 합성향료, 청포도농축액 등 일반 음료수 같은 구성이 눈에 들어옵니다. 식품유형은 리큐르로 분류됩니다. 일반증류주에서 불휘발분이 2도 이상인 경우 리큐르로 분류하는데 물론 일반 소비자가 그런 복잡한 내용까지 세세하게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도수는 13도여서 큰 부담이 없지만 단맛이 상당히 강해서 금세 짭짤한 안주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단짠단짠을 선호하는 분이라면 추천합니다.

 

안동소주일품21%

‘안동소주일품21%’는 전통 방식으로 주조하는 증류식 소주입니다. 주정 대신 쌀증류원액을 사용하기 때문에 진한 소주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소주의 쓴맛을 보완하기 위해 설탕과 정제염도 첨가되었죠. 도수는 제품명대로 21도입니다.

독한 소주 맛을 선호하는 이들을 위한 도수 40도짜리 ‘안동소주일품40%’도 있으니 술에 자신 있는 분들은 그쪽에 관심을 가져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제조공정이 까다로운 증류식 소주이기 때문에 가격은 일반 소주보다 2.5배 정도 높습니다.

 

일품진로

‘일품진로’도 증류식 소주입니다. 쌀증류식소주원액과 정제수 외에는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서 순수한 소주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감미료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국내산 쌀이 원료이기 때문에 미세하게 단맛이 느껴집니다. 도수는 25도여서 높은 편이지만 목으로 넘어갈 때 느낌이 깔끔해서 그냥 소주만 즐기기에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한 병(375mL) 가격이 12,500원이나 하기 때문에 일반 소주처럼 부담 없이 마시기는 힘듭니다.

 

다양한 소주, 다양한 맛

지금까지 열 가지 소주에 대한 맛을 간단하게 평가해보았습니다. 겉보기에는 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 마셔보면 의외로 맛이 크게 차이 나서 왜 그렇게 마트에 여러 가지 제품이 진열되어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술은 은근한 단맛과 쓴맛이 조화된 것을 선호하는데 그 조건에 부합하는 소주를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어서 만족했습니다. 사람마다 취향은 천차만별이고 그 취향을 저격하는 제품은 어딘가에 존재하므로 소주를 마실 때마다 무언가 아쉬움을 느꼈던 분이라면 가끔은 매장에서 새로운 소주를 선택해보기 바랍니다. 신선한 맛을 음미하면서 평소보다 기분 좋게 취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맨즈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