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습니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술이 더 맛있게 느껴지고 기분도 흥겨워집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숙취’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흥청망청 마시다가 잠들어서 다음 날 일어나 보면 머릿속을 따갑게 찌르는 듯한 두통이나 온몸을 짓누르는 것 같은 몸살 기운이 느껴지는데 바로 숙취가 원인입니다.

과음을 하지 않으면 숙취로 고생할 일은 거의 없지만 그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한 잔, 두 잔 마시기 시작하면 어느새 자제력은 약해지고 분위기나 감정에 휩쓸려서 한 병 정도는 우습게 마시는 것이 보통이니까요. 그래서 애주가들은 원인을 알면서도 숙취라는 고통에서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숙취를 막는 것이 힘들다면 그 다음 수단을 생각해봐야겠죠. 바로 ‘해장’입니다. 영양분이 가득한 음식을 먹고 최대한 빠르게 취기를 해소해버리는 겁니다.

보통은 해장국을 떠올리게 되는데 누구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해장국 가게를 찾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사람마다 입맛도 다르니 꼭 해장국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이 해장용으로 좋을까요? 그 궁금함을 풀기 위해 직접 다양한 음식을 맛보며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3주간 이어진 음주와 해장용 음식 맛보기

▲ 8월 30일(화) 밤부터 시작했습니다
▲ 8월 30일(화) 밤부터 시작했습니다

해장에 좋은 음식을 찾기 위해서는 일단 다음 날 아침까지 취기가 확실히 남아야 합니다. 그래서 야간에 소주를 머그컵으로 가득 따라서 마신 뒤 이튿날 아침에 음식을 먹어보는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본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술에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소주를 이렇게 마시고 나니까 확실하게 숙취가 이튿날 일어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물론 술을 매일 이렇게 마시면 몸이 축날 수 있으니 이틀이나 사흘 간격을 두고 마셨습니다.

 

미역국

▲ 8월 31일(수) 아침: 미역국
▲ 8월 31일(수) 아침: 미역국

첫날은 미역국입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한 입 먹어보았는데 곧 한 그릇을 다 비웠을 정도로 입으로 술술 넘어갔습니다. 미역 뿐만 아니라 소고기 양지도 들어갔으니 적당한 기름기도 있어서 맛이 좋았군요.

특히 미역은 철분과 칼슘 함유량도 높아서 음주로 인해 손실된 영양분을 보충하기에도 적당합니다. 아무튼 다 먹고 난 다음에는 숙취가 확실히 누그러든 기분이 들었습니다.

 

된장찌개

▲ 9월 2일(금) 아침: 된장찌개
▲ 9월 2일(금) 아침: 된장찌개

두 번째는 된장찌개입니다. 멸치가루 말고는 육류나 어류가 들어가지 않아서 기름기가 별로 없었고 담백하면서 구수한 맛이 났죠. 거의 채소만 들어간 음식이기 때문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취기가 누그러드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된장과 두부에 풍부하게 있는 단백질과 채소에 들어있는 각종 영양분이 숙취에 지친 몸에 딱 알맞았던 것 같습니다.

 

라면

▲ 9월 4일(일) 아침: 라면
▲ 9월 4일(일) 아침: 라면

세 번째는 라면입니다. 해장국 이상으로 숙취에 지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식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을 간단하게 먹을 수 있으니까요.

한 봉지를 끓여서 젓가락으로 먹어보았는데 의외로 맛은 그다지 끌리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맵고, 짜고, 기름기가 있을 뿐이었군요. 평소에 즐겨먹는 라면을 끓였는데도 입에 잘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숙취로 인해 지친 몸에 라면의 자극적인 조미료 맛은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골곰탕

▲ 9월 6일(화) 아침: 사골곰탕
▲ 9월 6일(화) 아침: 사골곰탕

네 번째는 사골곰탕입니다. 선지해장국에도 사골 육수가 들어가니 해장국과 비슷한 음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본래 만들기 힘든 음식이지만 요즘은 슈퍼마켓에서 간편 포장식으로도 판매하고 있어서 쉽게 먹을 수 있습니다.

숙취가 가득한 상태로 국물을 한 입 먹어보았는데 기름진 맛이 조금 거슬리기는 했지만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드는 기분이 들었군요. 깍두기를 함께 먹었더니 기름기도 충분히 견딜 만했습니다. 아무튼 한 그릇 다 먹고 났더니 몸에 기운이 돋고 두통과 몸살은 꽤나 해소되었습니다.

 

닭가슴살

▲ 9월 8일(목) 아침: 닭가슴살
▲ 9월 8일(목) 아침: 닭가슴살

다섯 번째는 닭가슴살입니다. 어제 과음한 자신을 반성하며 다시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사람이라면 해장도 기름기 없는 음식으로 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므로 목록에 포함시켜보았습니다.

퍽퍽해서 먹기는 불편했지만 담백한 맛이 느껴져서 계속 손이 갔군요. 다 먹고 난 다음에는 제법 기운이 돌아왔군요. 하지만 먹는 내내 계속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콩나물국

▲ 9월 10일(토) 아침: 콩나물국
▲ 9월 10일(토) 아침: 콩나물국

여섯 번째는 콩나물국입니다. 콩나물 해장국(콩나물국밥)도 유명하니 빠질 수 없는 음식입니다. 특히 콩나물에는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아르기닌과 간을 보호하는 아스파라긴산(아스파르트산)이 들어있어서 재료부터 해장용으로 제격입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이 시원한 국물이 목을 넘어가자 기분이 상쾌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콩나물과 파만 들어간 것 같지만 멸치와 새우젓으로 육수를 우렸기 때문에 적당한 기름기도 있어서 맛도 좋았죠. 물론 다 먹고 난 다음에는 숙취도 확실하게 가라앉았습니다.

 

삼겹살

▲ 9월 12일(월) 아침: 삼겹살
▲ 9월 12일(월) 아침: 삼겹살

일곱 번째는 삼겹살입니다. 무슨 해장용 음식으로 삼겹살이냐고 반문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요즘은 육식 애호가들도 많기 때문에 터무니없을 정도로 이상한 음식은 아닙니다.

모두 예상하신 대로 삼겹살은 매우 기름진 맛이 났습니다. 그래서 숙취로 지친 아침부터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도 들었는데 막상 먹기 시작하니 큰 문제없이 술술 입으로 넘어갔군요.

사실 삼겹살은 아미노산과 단백질, 비타민 B1이 풍부한 음식이어서 기름기가 많다는 점만 빼면 해장용으로 괜찮은 음식입니다. 기름기가 적은 안심이나 등심이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순댓국

▲ 9월 16일(금) 아침: 순댓국
▲ 9월 16일(금) 아침: 순댓국

여덟 번째는 순댓국입니다. 우리가 아는 해장국과 가장 가까운 음식이죠. 사골곰탕처럼 간편 포장식 제품을 샀습니다.

삼겹살 이상으로 느끼함이 강하고 양념도 자극적이어서 첫 숟가락은 잘 넘어가지 않았지만 몇 숟가락 더 먹고 나니 금세 익숙해졌고 입맛을 돋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주재료가 돼지고기이니 해장을 하기 위한 영양분도 충분해서 숙취용 음식으로 괜찮습니다. 다만 나트륨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기 때문에 아침부터 한 그릇 뚝딱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편이었군요.

 

바게트, 커피

▲ 9월 19일(월) 아침: 바게트, 커피
▲ 9월 19일(월) 아침: 바게트, 커피

아홉 번째는 바게트와 커피입니다. 아침 식사로 빵과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서 골라보았습니다. 저도 평소에 즐겨 먹는 편이죠. 그래서 평소의 맛을 상상하며 바게트를 씹었을 때 상당히 당혹스러웠습니다. 특유의 고소한 맛이나 쫄깃한 식감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그냥 질겅질겅 씹다가 삼켜버렸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숙취로 인해 미각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맛이 강하지 않은 바게트를 먹어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커피도 그다지 좋지 않았군요. 맛은 제대로 느껴졌지만 한 모금 마시고 나니까 왠지 속이 더부룩해지는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영양분 면에서도 바게트와 커피는 해장용으로 그렇게 뛰어난 점이 없는데 맛까지 따라주지 않으니 숙취로 지친 사람에게 권장하기는 어려운 음식입니다.

 

샐러드

▲ 9월 21일(수) 아침: 샐러드
▲ 9월 21일(수) 아침: 샐러드

열 번째는 샐러드입니다. 채식을 선호하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아침 식사로도 자주 먹는 음식이어서 선정했습니다.

‘오리엔탈&닭가슴살 퀴노아 샐러드’를 먹었는데 신선한 채소와 곡물, 닭가슴살에 향긋하고 짭짤한 오리엔탈 소스가 버무려지니 그야말로 꿀맛이었습니다. 입 안으로 술술 넘어갔죠. 물론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간 만큼 단백질과 비타민도 풍부해서 해장용으로 괜찮은 음식입니다.

 

프라이드 치킨

▲ 9월 23일(금) 아침: 프라이드 치킨
▲ 9월 23일(금) 아침: 프라이드 치킨

마지막 차례는 프라이드 치킨입니다. 술안주로 인기만점인 음식이지만 양이 많은 경우 다음 날 식사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포함시켜보았습니다.

일단 기름기가 삼겹살 못지 않기 때문에 처음 한 조각은 먹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맛이 좋고 탄산 음료도 곁들이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편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단백질이 가득한 닭고기 요리여서 다 먹고 난 다음에는 숙취도 상당히 누그러들었군요. 삼겹살과 마찬가지로 기름기만 덜하다면 부담 없이 해장을 하기에 적당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이렇게 약 3주 동안 숙취를 해소하기에 좋은 음식은 무엇일까 나름대로 탐구해보았습니다. 공통적으로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을 먹었을 때 숙취가 잘 해소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죠. 개인적으로는 콩나물국과 사골곰탕을 먹었을 때 해장 효과가 높았습니다.

수많은 음식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해서 아쉽지만 가능한 큰 어려움 없이 구할 수 있거나 조리하기 쉬운 것으로 선정했으니 당장 내일 숙취 해소가 걱정인 분들에게 이 기사가 작은 도움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여튼 아무리 훌륭한 해장용 음식이 있어도 너무 과음을 하면 숙취는 쉽게 해소되지 않고 고통을 주므로 늘 그 점을 명심하시고 스스로에게 적당한 수준으로 음주를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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