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 PC 케이스는 단어 그대로 각종 부품을 보관하는 용도였다.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보여줄 필요가 없었고 튼튼하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게이밍' '수랭쿨러' '커스텀 튜닝' 같은 단어가 PC 하드웨어와 주변기기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각종 제품이 RGB로 정신없이 빛났고, 심지어 작은 공간에 LCD를 넣은 제품까지 등장했다. 케이스 안의 제품들은 점점 더 요란한 빛을 내며 울렁거렸다.

▲ (사진=한미마이크로닉스/ 서린씨앤아이)

이제 PC 본체의 '성능'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전자기기의 본질은 성능'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PC 본체에서 '디자인'은 중요한 요소가 됐다. 케이블 정리를 잘했거나, 특정 브랜드의 로고를 통일하거나, 냉각수와 RGB를 깔맞춤 한 '커스텀 PC'는 하나의 '작품'으로 취급된다. PC 하드웨어 제품들이 점점 상향 평준화되고 게이밍 제품이 다양해지면서, 케이스 안쪽의 디자인도 예쁘고 멋있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게이밍 로고, 어떤 것들이 있을까?

PC 하드웨어 업체들은 게이밍 라인업을 출시하면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로고를 함께 내세운다. PC 본체를 맞출 때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브랜드 로고와 색깔은 매우 중요하다. PC를 특정 색깔로 맞추는 사람도 있고, 하나의 브랜드 제품으로 통일하는 사람도 있고, 간혹 '종합선물 세트'처럼 다양한 색상과 여러 가지 로고를 수집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PC 하드웨어에는 어떤 로고를 사용하는지, 그동안 지나쳤던 로고가 어느 회사의 게이밍 브랜드인지 한번 알아보려고 한다. PC 하드웨어 브랜드는 셀 수 없이 많으니, 일단 PC 케이스 안에서 볼 수 있는 유명 브랜드 제품 위주로 정리해 봤다. '어차피 케이스에 넣으면 안보임'이라고 무관심했던 사람들에게도, 조금이나마 PC 브랜드 제품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ASUS

 

ASUS의 ROG는 대표적인 게이밍 브랜드다. 아마 게이밍 기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게이머라면 ROG의 '빨간 눈'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이 로고가 들어간 제품의 가격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게이밍' 하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브랜드 중 하나인 만큼, PC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심지어 휴대전화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본체에서는 주로 메인보드와 그래픽카드에서 ROG로고를 볼 수 있다. 

ROG는 'Republic Of Gamers'의 약자로, 단순히 로고만 내세운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관까지 구성했다. 즉, 별도의 캐릭터와 스토리가 따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것만 봐도 ROG가 게임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알 수 있다.

브랜드 로고인 '빨간 눈'은 올빼미의 눈을 형상화한 것이다. ROG 제품 뒤에 붙는 'STRIX'가 올빼미를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GIGABYTE

AORUS는 GIGABYTE의 게이밍 브랜드다. 최근 게이밍 기어 제품에 진심인 모습을 보여주며, 메인보드와 그래픽카드에서 다양한 게이밍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수랭식 그래픽카드' '외장 게이밍 박스' 같은 생소하지만, 왠지 갖고 싶은 제품으로 게이머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AORUS역시 'AORUSVERSE'라는 게이밍 테마를 내세우며 게이머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브랜드 로고 '매'는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호루스'를 표현한 것이다. 호루스는 용기와 현명함을 상징하며, 이를 통해 AORUS의 꿈을 실현해 나가는 믿음과 열정을 표현했다. AORUS의 슬로건은 "팀 업. 파이트 온"이다. 게이머들과 함께 두려움 없이 한계를 도전하겠다는 뜻이다.


MSI

MSI 게이밍의 로고는 '붉은 용'이다. 강렬한 빨강과 강력함을 상징하는 용을 내세운 만큼 강력한 퍼포먼스와 스펙을 보여주는 제품이 많다. 기본 로고는 빨간색 바탕에 흰색 용인데, 제품에 따라서는 색을 바꾸기도 한다.

화려함보다 은은하고 묵직한 느낌의 PC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붉은 용과 메인보드의 검은색 조합이 찰떡이라, 한때 PC를 검정색과 빨간색 조합인 '검빨'로 맞추는 사람들에게 1순위였던 브랜드다.

강렬한 로고와는 다르게 마스코트 '용용이'는 귀여움을 어필한다. 귀여운 이미지로 게이머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참고로 용용이는 PC 하드웨어 제품 외에도 블록이나 피규어, 인형 등 다양한 굿즈로 만나볼 수 있다.


G.SKILL

'디자인보다는 성능'을 우선하는 하드웨어가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기본에만 충실한 '램'이다. '시금치'는 PC 하드웨어 중에서도 멋없는 램을 표현한 대표 단어다. 원래 시금치도 그렇다. 맛도 없고 멋도 없지만, 영양가는 많다. 이런 '시금치 램'의 시대도 변하고 있다. 이제는 영양도 듬뿍 담고 예쁘기까지 한 램이 등장했다.

화려한 RGB 램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브랜드는 G.SKILL이다. G는 GREAT를 뜻한다. 그대로 훌륭한 기술이라는 뜻이다.

브랜드 이름은 간결한데, 로고의 의미는 확실하지 않다. 해외 포럼에서도 의견이 나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주장은 '듀얼 채널'이다. 램의 특성상 짝을 맞추다 보니 '한 쌍'을 표현했다는 의견이 가장 많다.

https://linustechtips.com/topic/1341789-what-is-the-gskill-logo-supposed-to-represent/
https://linustechtips.com/topic/1341789-what-is-the-gskill-logo-supposed-to-represent/

 


TeamGroup

램도 화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브랜드는 TEAMGROUP의 T.FORCE다. 다른 브랜드에서 '디자인용' 제품을 한두 개 정도 내세우지만, TEAMGROUP은 램 하나에도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XTREEM' 'XCALIBUR' 'DELTA' 'Night Hawk' 단어만 봐도 벌써 포스가 뿜어져나온다.

T.FORCE는 RGB 라인업뿐만 아니라 빨간색, 파란색 등 단색 제품들도 다양하다. 마치 '예쁘지 않은 램은 참을 수 없어!' 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램 디자인에 진심인 브랜드다.

로고인 '날개'는 빠르다는 것을 표현했다. 램의 본질이자 근본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로고다. 아무래도 일반 램보다 높은 클록과 방열판 배치 등의 튜닝을 거친 제품인 만큼 일반 시금치보다는 영양가가 높다고 할 수 있다.


SEAGATE

로고 없이 영어 대문자만 사용할 것 같은 저장장치 쪽에서는 유일하게 튀는 브랜드가 있다. 일반 소비자용 제품군부터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솔루션까지 폭넓게 스토리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SEAGATE다.

SEAGATE는 독특하게도 사용하는 분야에 맞춰 각자 다른 제품명과 로고를 갖고 있다. 각 제품마다 대표하는 동물들과 고유의 색깔이 정해져 있다. 게이밍 제품은 '용' FIRECUDA, NAS 제품은 '늑대' IRONWOLF, 영상 감시 장비 전용 제품은 '매' SKYHAWK, 다재다능 일반 제품은 '창꼬치' BARRACUDA 이렇게 나뉜다.

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PC에서는 FIRECUDA 라인업을 주로 볼 수 있다. 역시나 강력한 성능을 내세우는 제품인 만큼 용을 형상화한 로고를 사용한다.

SEAGATE는 게이머와 영화 팬을 위한 외장하드 제품도 있다.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티를 낼 수 있도록 외장하드의 디자인을 예쁘게 꾸며줬다. 단순히 커버 스킨이나 케이스 제품을 따로 출시한 게 아니라, 아예 제품 자체를 그 타이틀에 맞게 바꿨다. 이것만 보더라도 팬들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SUPER FLOWER

멋이 없는 사각형 블록 '파워 서플라이'. 수많은 케이블 뭉치 때문에 PC 디자인을 망치는 주요 원인인 '파워 서플라이'는 아예 본체에서 보이지 않도록 가려서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전기를 직접적으로 받아서 공급하는 제품이다 보니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로고도 뭔가 투박한 '번개'나 '배터리 충전' 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파워 서플라이 브랜드 로고도 충분히 예쁠 수 있다.

파워 서플라이 브랜드 SUPER FLOWER의 로고는 '나비'다. 나비는 일반적으로 조용함, 자유를 상징한다. 그리고 화려한 곤충이다. '왜 파워는 멋없다고 생각하지?'를 물어보기라도 하듯 예쁘고 감각적인 SUPER FLOWER 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다른 부품들에 비해서 많이 주목받지 못한다.


PC 하드웨어 제조사들도 성능뿐만 아니라 디자인에 신경 쓴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서로 다른 브랜드의 제품이어도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RGB를 조절할 수 있고, 처음부터 커스텀 튜닝을 지원하는 제품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성능과 감성을 모두 챙기려면 많은 돈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적당한 타협으로도 예쁘고 멋진 PC를 꾸밀 수 있다. 그만큼 PC 본체가 단순히 뚜껑 닫아놓은 오락기에만 그치지 않고, 인테리어 혹은 하나의 작품 역할로 부상했다는 뜻이다.

이제 본체를 멋지게 꾸미는 것도 하나의 PC 스펙이 된 시대다. 이번 기회에 나만의 PC를 한번 디자인해 보고, 여기에 맞춰 위에 언급한 브랜드에서 제품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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