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아이의 긍정적인 행동과 부정적인 행동, 어디에 더 반응하시나요?”

가만히 앉아 나와 아이의 시간을 돌아봅니다. 부모인 우리는 아이와 어떤 대화를 나누며 지내고 있을까요. 천천히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조금은 당황스러운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 우리가 먼저 아이에게 관심을 보일 때는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을 때라는 것을 말입니다. 

어지르거나 시끄러울 때, 장난을 치거나 떼를 쓸 때 우리는 아이에게 다가가 어떤 말이나 행위를 합니다. 반면 조용히 잘 놀고 있거나 동생을 보살필 때 혹은 평소 하던 일을 혼자서 잘 해내고 있을 때 우리는 조용히 뒤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지만 다가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보상에 따른 강화의 원리

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는 다양한 동물 실험을 통해 특정 행동을 할 때마다 보상을 줄 경우 그 행동을 보이는 빈도가 늘어난다는 ‘강화’의 원리를 정립했습니다. 해당 실험을 통해 우연히 정해진 버튼을 누른 쥐나 정해진 지점을 부리로 쪼는 비둘기에게 먹을 것을 보상으로 줬을 때 쥐와 비둘기가 그 행동을 보이는 빈도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이 고전적인 실험 결과는 지금도 학습, 심리치료, 특수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강화의 원리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아주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의식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강화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지나치게 잘못된 행동에만 초점을 두고 상호작용하게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동생이 태어나 퇴행행동을 자주 보이기 시작한 아이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아이는 동생이 태어난 뒤로 이상하게 미운 행동을 보이는 빈도가 늘어납니다. 일부러 물을 쏟거나 휴지를 잔뜩 뽑아 놓고, 괜히 더 심하게 소리를 지르고 우는 등 부모를 화나게 만드는 행동을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얘가 정말 왜 이러지? 이상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그것은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 있습니다. 

동생이 태어난 뒤로 부모의 관심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아이는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여러가지 행동을 해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부모가 즉시 달려온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부정적인 관심이기는 하지만 부모의 눈길을 즉각 자신에게 돌릴 수 있고, 또 동생만 예뻐하는 미운 부모를 화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죠. 

물론 아이들이 의식적으로 계산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생활속에서 느낀 것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그 행동을 학습하고 강화됩니다. 보상은 바로 ‘부모의 관심’, ‘부모의 화’가 될 수 있겠죠. 

특정 행동에 보상이 주어질 경우 그 행동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만 그것이 나의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주 간단합니다. 이 잘못된 강화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강화의 고리를 만드는 것이죠. 잘못된 행동에는 되도록 눈길을 주지 않고,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적극적으로 격려하며 관심을 주는 것입니다. 

혼자 양치질을 하고 나오는 아이에게 “엄마가 말하지 않았는데 먼저 한 거야?”하고 말을 걸고, 조용히 앉아서 책을 보고 있는 아이에게 “세상에, 이렇게 예쁘게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네”하고 다가갑니다. 칭찬은 일상이 되어 아이들인 자존감이 향상되고, 굳이 잘못된 방식으로 부모의 관심을 끌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요. 이 같은 긍정적인 강화만으로도 아이와의 갈등을 줄일 수 있고, 아이의 건강한 발달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효과적으로 칭찬하는 방법

이때 칭찬을 좀 더 효과적으로 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효과적인 칭찬의 팁 세 가지를 제안합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하지 않는다

친구나 형제자매와 비교하며 ‘누구보다 잘한다’는 칭찬은 아이에게 스스로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심리적 습관을 만들게 할 수 있습니다. 누구보다 잘했다는 말을 듣지 못할 경우 열등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고요. 아이들은 그 행동의 긍정적인 의미를 모른 채 단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혹은 자신이 돋보이기 위해 반복하게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즉각적이고 구체적으로 한다

시간이 지난 뒤에 칭찬을 하는 것이 전혀 칭찬을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지만 어떤 행위 뒤에 바로 이어지는 칭찬은 더욱 큰 강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잘한다!”, “예쁘네!”, “최고야”와 같이 무조건적이고 폭넓은 칭찬보다는 아이가 무엇으로 인해 칭찬을 받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더 좋습니다. “혼자 머리 묶었구나!”, “정말 꼼꼼하게 색칠했다.”, “그렇게 멀리 점프했어?”와 같이 정확하고 상세한 표현은 아이에게 더욱 훌륭한 격려가 됩니다. 

 

아이가 우연히 듣게 되는 칭찬도 좋습니다

친구와 통화하면서,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에게, 아이가 들릴 수 있는 거리에서 아이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하는 것도 좋은 칭찬이 됩니다. “아까 동생이 먹고 흘린 거를 닦아주고 있더라고.”, “오늘은 정해진 시간에 알아서 TV를 끄던걸?” 이렇게 어깨너머로 듣게 된 자신에 대한 칭찬은 아이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해줍니다. 

반대로 아이가 듣고 있는 상태에서 아이의 약점을 말하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우리 아이는 낯을 많이 가리잖아.”, “얘는 너무 산만해.”, “얘는 글자를 아직 못 읽잖아.” 이런 부정적인 평가들이 아이에게 스스로 ‘나는 자신감이 없는 아이야’, ‘나는 말썽꾸러기야’, ‘나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야’라는 낙인을 찍게 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아이들의 행동 중 긍정적인 것들에 초점을 두고 ‘어떻게 하면 칭찬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면 아이의 바람직한 행동이 늘어날 것입니다.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아이들과 정신 없이 지내다보면 쉽게 잊게 되는 일이죠. 그래도 생각날 때마다 아이의 긍정적인 행동에 초점을 두려고 노력하는 것이 변화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글 = 선우현정. 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심리사입니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주력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소통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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