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타블로 인스타그램)
▲ (사진: 타블로 인스타그램)

에픽하이가 1월 18일 돌아온다. 

10번째 정규음반이다. 기념비적인 숫자다. 대한민국 음악계에 수많은 그룹들이 결성되고 해체됐다. 기타 음반이나 싱글 발매를 제외해도 10개나 정규음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기록 자체로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렇다면 에픽하이가 이렇게 10개의 정규음반을 발매할 수 있도록 장수한 비결은 무엇일까? 답은 에픽하이가 그동안 일관되게 들려준 음악 방향, 4갈래에서 찾을 수 있다. 후술 될 4갈래에 속하는 음악을 같이 듣는다면 에픽하이란 뮤지션의 이해와 재미가 동반될 것이다.


 

사랑

▲ 'Fan' 뮤직비디오 (영상: 엠넷, 아워즈)

어느 음악 장르에서나 '사랑'이란 주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힙합 역시 마찬가지다. 이 불가항력에 에픽하이는 인정했다. 단순히 남녀 간의 앳된 사랑을 표현 수준을 넘은 여러 '사랑' 음악을 만들어냈다. 

이용만 하려는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하는 자신을 노래한 '그녀는 몰라', 사랑을 끝내고 이별을 맞이하는 순간을 그려낸 '이별, 만남… 그 중점에서', 에픽하이 특유의 밝은 리듬감으로 사랑을 표현한 'Paris', 슬픈 사랑의 감정을 내리는 비에 빗댄 'Let It Rain', 주변을 맴돌면서도 표현하지 못 한 격한 감정을 담은 'Fan', 질려버린 사랑의 끝을 말하는 '헤픈엔딩'까지. 

에픽하이는 '사랑'이라는 대분류 밑에 다양한 소분류 음악들을 생산했다. 이렇게 ‘사랑’을 매번 다르게 해석하고 음악으로 만들어내니 대중은 듣는 재미가 생기고 꾸준히 에픽하이를 찾게 되는 것이다.

 

단체곡

▲ 'Born Hater' 뮤직비디오 (영상: 아워즈)

10개의 정규음반이 온전히 에픽하이의 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화려한 동료 래퍼 피처링진이 에픽하이의 음악을 도와주고 있었다. 다수의 래퍼들이 하나의 비트 위에 랩을 모은 소위 '단체곡'이라는 방법으로.

에픽하이가 속한 크루 무브먼트 래퍼들이 모인 'Open M.I.C', 각기 다른 래퍼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희망'을 노래한 'Still Life', 소속을 막론하고 참여한 래퍼들이 너무 많아 2개의 트랙으로 나눠 공개할 수 밖에 없었고 각 래퍼들이 자신들의 '스웩'을 줄줄이 랩한 'Eight by Eight', 참여한 래퍼들의 ‘쎈’ 가사를 여실히 느끼게 해 준 형제 격 단체곡 'Born Hater'와 '노땡큐'까지. 

에픽하이는 꾸준히 단체곡을 생산하면서 래퍼들을 한 데 모아 일종의 '한국힙합 결속력'을 다져왔다. 이렇게 에픽하이는 '단체곡'으로써 한국힙합에 순기능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야기

▲ '피해망상 Pt. 1'이 실려있는 에픽하이 4집 음반 'Remapping The Human Soul'
▲ '피해망상 Pt. 1'이 실려있는 에픽하이 4집 음반 'Remapping The Human Soul'

유난히 에픽하이의 음악을 듣다 보면 어느 음악은 머릿 속으로 형상화되거나 그려지는 식의 '재밌는' 느낌을 준다. 즉, 에픽하이의 음악에는 이야기가 있다. 

모 도시의 지하철 괴담을 풀어낸 '피해망상 Pt. 1', 죽음을 가정하고 써낸 '유서', 타블로가 만취한 채 지난 날을 회상하며 멤버들과의 대화를 그대로 뜬 'Yesterday', 노래의 제목들을 이어 가사로 만들어낸 '선곡표', 삶의 고됨을 트로트 풍에 랩하면서 역시 가사에 트로트 노래들의 제목을 가미한 '트로트', 같은 날 세상을 떠난 故유재하와 故김현식을 그리면서 추모한 '11월 1일'까지. 

다시 들어본다면 에픽하이의 음악들에는 참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음악으로 풀어낼 줄 안다는 것, 부정할 수 없는 에픽하이의 능력이자 장수비결이다.
 

사회 비판

▲ 'Lesson 2'가 실려있는 에픽하이 2집 'High Society'
▲ 'Lesson 2'가 실려있는 에픽하이 2집 'High Society'

여러 ‘사랑’을 노래 한다는 것, 많은 래퍼들은 하나의 음악에 모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 이야기를 재밌게 음악으로 풀어낸다는 것, 모두 에픽하이가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이 맞다. 

하지만 이 3가지 장수비결보다 반드시 맨 앞에 언급 돼야할 에픽하이의 제1의 장수비결은 '사회 비판'다. 세상에 에픽하이는 피하지 않았다. 이 사회에 비판해야할 것이 있다면 음악으로 반드시 비판했다. 

성매매 현실을 꼬집은 '하늘에게 물어봐', 사회 전반적인 부조리를 읊었던 'Lesson 2', 도시의 음지와 양지를 동시에 바라본 'My Ghetto', 영혼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의 형상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도시가 눈을 감지 않는 이유', 낙태와 안락사를 비유하며 어두운 분위기를 전달한 'Mr. Doctor', 신의 부재 그리고 종교의 허영을 존대어로 표현해 반어적으로 직접 비판한 '희생양'까지. 

이렇게 에픽하이가 지속적으로 '사회 비판'을 음악으로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음악색이 어느 한 쪽으로 편중되지 않은 채 중심을 잡고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에픽하이가 다음으로 주목할 '사회 비판' 시선의 끝이 어디일지 기대된다.

 

찬사 받아 마땅한 에픽하이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정규음반을 10개나 발매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박수와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에픽하이만큼 10개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정규음반의 색깔, 타이틀곡이 잘 떠오르는 뮤지션도 없다. 그만큼 에픽하이는 비주류 음악이었던 힙합을 대중에게 건강히 공급한 것이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중음악계 중심으로 자리 잡은 2021년의 힙합의 입지에 에픽하이의 공은 혁혁하다. 

이제는 걷는 행보마다 역사가 될 에픽하이의 장수를 계속해서 바랄 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맨즈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