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한번' 방송 공식 포스터 (사진: 엠넷)
▲ '다시 한번' 방송 공식 포스터 (사진: 엠넷)

엠넷은 12월 9일과 16일, 2일에 걸쳐 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을 방송했다. 9일은 故터틀맨을 복원시켜 거북이 완전체의 무대를 선보였다. 16일은 故김현식을 복원해 그의 목소리를 오랜만에 들려주었다. 갈수록 발전하는 컴퓨터 기술과 떠나간 가수들을 향해 여전한 음악적 수요가 맞나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프로젝트로 기억됐다. 그런데 왠지 아쉽다. 故터틀맨과 故김현식의 소환만으로 그치기에는. 비록 프로젝트가 다시 성사되려면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들겠지만 그래도 바라는 마음에 '다시 한번' 보고 싶은 가수들을 추억해보며 엠넷에 간접적으로 부탁해보자.

 

 

유재하

▲ 故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음반 자켓 사진
▲ 故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음반 자켓 사진

이토록 사망이 아쉬운 가수도 없을 것이다. 단 한 장의 음반만을 발매했다. 그 단 한 장에 수록된 모든 곡을 직접 작사 작곡했다. 25년의 짧은 인생을 살다가 1987년 11월 1일 교통사고로 갑자기 떠난 故유재하. 그의 음반에는 '그대 내 품에',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우울한 편지', '사랑하기 때문에' 등 명곡이 다수 수록돼있다. 故유재하의 음악과 존재를 잊지 못 해 이후 그를 기리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매년 개최되고 있다. 평론가들은 故유재하의 유작 음반을 2018년 새로이 집계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1위에 올려놓았다. 이렇게 대한민국 대중음악 역사에 중요하게 위치하고 있는 故유재하의 모습을 다시 보고싶은 건 당연한 바람이다.

 

 

듀스

▲ KBS '가요톱10'에서 무대를 가지는 듀스 (사진: 'Again 가요톱10 : KBS KPOP Classic' 유튜브 채널)
▲ KBS '가요톱10'에서 무대를 가지는 듀스 (사진: 'Again 가요톱10 : KBS KPOP Classic' 유튜브 채널)

1990년대 초반은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에 있어 일대 변혁기였다. 성인가요, 밴드음악이 주를 이루던 가요소비시장에 힙합을 가미한 댄스음악들이 침투했기 때문이다. 그 침투의 선두에 듀스가 있었다. 故김성재와 이현도, 둘만이 무대를 채우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신들이 입은 무대의상을 청소년들에게 전파해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선도하기도 했다. '여름 안에서', '말하자면', '나를 돌아봐', '우리는' 등의 음악을 히트시켜 대중음악계에도 한 획을 그었다. 2021년을 바라보는 지금 힙합은 분명한 대한민국 문화의 주류다.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반드시 마주할 수 밖에 없는 듀스다. 故김성재와 이현도, 둘만이 채우는 무대가 다시 복원된다면 힙합의 고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지원

▲ KBS '가요톱10'에서 노래를 부르는 故서지원 (사진: 'Again 가요톱10 : KBS KPOP Classic' 유튜브 채널)
▲ KBS '가요톱10'에서 노래를 부르는 故서지원 (사진: 'Again 가요톱10 : KBS KPOP Classic' 유튜브 채널)

사실 요즘 10대나 20대는 故서지원의 존재를 잘 모를 것이다. 1996년 1월 1일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활동기간이 만 2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故서지원을 기억하고 '내 눈물 모아'의 멜로디를 기억한다면, '다시 한번' 방송 주인공을 故서지원으로 대입해보기도 했을 것이다. '꽃미남'이란 단어가 어울릴 법한 고운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순수한 선율이 매력적인 서지원의 대표곡 '내 눈물 모아'였다. 현재까지 '내 눈물 모아'를 다시 부른 가수들은 많았다. 그렇다고 故서지원이 직접 부르는 '내 눈물 모아'를 넘어설 수 있을까? 그의 목소리로 그의 얼굴로 '내 눈물 모아'를 듣고 싶다.

 

 

김광석

▲ (사진: 'KMTM 슈퍼콘서트' 영상 캡쳐)
▲ (사진: 'KMTM 슈퍼콘서트' 영상 캡쳐)

1996년은 시작하자마자 슬픈 한 해로 기억됐을 것이다. 故서지원에 이어 5일 만에 故김광석이 세상을 떠났다. 윤종신은 "광석이 형 장례식은 제가 가본 장례식 중에 제일 슬펐던 것 같아요"라며 그 날을 회상했다. 장례식에 방문한 지인들만의 감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가객(歌客)이라 불리던 故김광석은 삶을 살아가면서 마주할 법한 감정들을 노래하며 우리를 맞이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다수인 소시민들은 故김광석을 그리워하며 현재까지 그를 놓지 못 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유튜브같은 동영상 플랫폼에 故김광석의 공연 연상이 남아있다. 하지만 그 반복되는 영상으로 故김광석을 향한 대중들의 여전한 수요가 해갈되지 않는다. 대중들은 고대하고 있다. 그의 주름진 미소까지 복원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을.

 

 

원티드

▲ (사진: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 방송분 캡쳐)
▲ (사진: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 방송분 캡쳐)

2000년대 초반 아이돌 문화가 대한민국 가요계에 주류로 자리잡으며 서서히 타 장르에 대한 갈증이 대중들에게 퍼져갈 때 즈음 원티드는 당시 드문 소울 R&B 3인조 그룹으로 데뷔해 신선함을 선사했다. 특히 '발작', '가지마 가지마 가지마' 등의 히트곡을 내면서 소울 R&B 음악이 가진 매력을 들려주었다. 그러던 2004년 8월 11일, 부산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던 원티드는 교통사고를 당해 맴버 故서재호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이후 객원 맴버로 이정이 합류해 일시적으로 활동한 원티드 완전체의 음악은 아니었다. 인공지능은 목소리도 복원한다. 원티드가 들려주던 3인 3색의 화음마저도 복원 가능할지 궁금하다.

 

 

울랄라 세션

▲ (사진: 엠넷 '슈퍼스타K3' 방송분 캡쳐)
▲ (사진: 엠넷 '슈퍼스타K3' 방송분 캡쳐)

울랄라세션은 맴버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 활동이 중단돼 대중들과 멀어진 가수는 아니다. '슈퍼스타K3' 방송 당시 울랄라세션의 리더 故임윤택의 암 투병 사실이 알려졌다. 그 순간부터 대중들은 더욱 울랄라세션을 사랑한 동시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울랄라세션이 '슈퍼스타K3'에서 보여준 음악적 완성도는 다른 참가자들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였다. 생방송 무대에 들어서 3연속 슈퍼세이브를 달성한 것은 '슈퍼스타K' 모든 시리즈 역사 상 유일무이하다. 여전히 울랄라세션은 가수, 뮤지컬 등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하지만 리더 故임윤택이 없다. 멤버 중에 암 투병 환자가 있었나 싶을정도로 완벽한 무대를 선보인 울랄라세션의 완전체를 인공지능으로라도 다시 보고싶다.

 

 

레이디스 코드

▲ '엠카운트다운' 방송분 캡쳐 (사진: 엠넷 케이팝 유튜브 채널)
▲ '엠카운트다운' 방송분 캡쳐 (사진: 엠넷 케이팝 유튜브 채널)

우리가 모르는 사이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데뷔를 하는 반면, 소리없이 해체되곤 한다. 그만큼 아이돌 시장은 방대하기 때문에 살아남아 성공에 안착하기란 쉽지 않다. '보이스 코리아' 준우승 출신 소정, '위대한 탄생' TOP 12 진출 故리세 중심으로 애슐리, 주니, 故은비가 합류해 탄생한 '레이디스 코드'는 '예뻐 예뻐'라는 음악으로 서서히 인지도를 넓히기 시작했다. '예뻐 예뻐'는 2013년 걸그룹 음악 중 유일하게 연간 결산 83위로 100위 안에 들어 명실상부 레이디스 코드의 히트곡으로 자리잡았으며, 그와 동시 레이디스 코드도 성공가도를 걸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해 9월 3일 교통사고로 인해 故은비가 즉사했으며, 4일 뒤 故리세는 수술 끝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2013년 유일하게 괄목한만한 활동과 성적을 낸 걸그룹이었다는 점, 가창력과 안무 실력 역시 인정받고 있었다는 점 등이 현재까지 '레이디스 코드'란 여섯 글자를 대중들이 잊지 못 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故리세와 故은비를 소환한다면 남은 소정, 애슐리, 주니 그리고 팬들의 응어리를 조금이라도 해소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상술한 가수들 이외 인공지능 기술로 소환하여 다시 한 번 보고싶은 가수들은 많다. 아직 인공지능 복원 프로젝트를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하기엔, 매주 가수들을 소환하기엔 여러 물리적인 부분 등에서 제약이 많다. 그럼에도, 과거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지만 너무 갑자기 곁을 떠나 아쉬운 가수들을 다시 추억해보니 잠시라도 설렜다. 이렇게 대중들이 인공지능 소환을 바라며 마음 속으로 다시 떠올려 추억하게끔 하는 것, 그 자체로 인공지능 복원 프로젝트는 이미 어느 정도 유의미하지 않을까? 온전한 추억의 완성을 위해선 인공지능의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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