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16일 첫 방송된  JTBC에서 '싱어게인 - 무명가수전'(이하 '싱어게인')이 이번 주 월요일 30호 가수 이승윤의 우승을 끝으로 방송을 마쳤다.

2010년대부터 성행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나름의 역사를 쌓아오다 참가자가 음악활동이 전무한 일반인인지 활동 경력이 있는 기존 뮤지션인지 구분이 모호해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자 '싱어게인'은 일종의 정공법으로 대상을 명시했다. 기존 음악 활동이 있으나 빛을 보지 못 한 혹은 지난 날 받았으나 빛을 잃은 현재 '무명가수'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그들에게 다시 한 번 빛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 '싱어게인' 로고
▲ '싱어게인' 로고

'싱어게인'은 회차가 진행되고 시청률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11회 차 기준 전국 시청률 10.062%로 10%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상파 방송도 10%를 넘기 어려운 현대 미디어 환경에 종편 방송이 10%를 넘겼다는 것은 분명한 유의미다. 

시청률에서만 빛을 본 것이 아니다. 유튜브에서도 '싱어게인'은 그야말로 ‘핫’하다. 조회 수 약 1,817만 회 이상을 기록한 55호의 'We All Lie', 약 1,682만 회 이상을 기록한 63호의 '누구 없소', 약 1,038만 회 이상을 기록한 30호의 'Honey' 등 약 조회 수 1,000만에 다다르는 영상들을 다수 배출해 화제성 또한 잡는 데 성공했다.

단순히 무명가수들에게 기회를 줬다고 해서 이 모든 성과를 이룬 것은 아니다. '싱어게인'의 내적인 면모를 살펴보면 왜 '싱어게인'이 현재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싱어게인'은 어떻게 '수작'(秀作)이 됐는지 그 요인들을 살펴보자.

 

 

'조화'를 이룬 심사위원단

그동안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보면 '다양성' 확보라는 이유 아래 여러 영역에서 활동하는 기성 가수들을 심사위원단으로 섭외했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중화를 본격적으로 열었던 '슈퍼스타K'의 4번째 시즌에서는 이승철, 싸이, 윤미래라는 각기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을 심사위원으로 섭외했었다.

MBC에서 '슈퍼스타K'에 맞서 방영했던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또한 첫 시즌의 멘토는 김태원, 이은미, 방시혁, 김윤아, 신승훈까지 역시 다른 장르의 음악을 생산하는 멘토들을 섭외했었다.

이 기류는 대한민국 오디션 프로그램 역사 전반적으로 해당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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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단 왼쪽에서 네 번째까지 시니어 심사위원(유희열, 이선희, 김종진, 김이나), 상단 맨 오른쪽 진행자 이승기, 하단 주니어 심사위원 (규현, 선미, 이해나, 송민호)

하지만 '싱어게인'은 달랐다. '다양성'으로 인한 확장보다는 '세대 간의 조화'를 노렸다. '싱어게인'의 심사위원에는 공식적으로 시니어·주니어 심사위원, 두 분류로 나뉜다. 시니어 심사위원에는 유희열·이선희·김종진·김이나, 주니어 심사위원에는 규현·이해리·선미·송민호가 섭외됐다. 

이러한 구도로 세대 간 존중이 기본 바탕이 돼 '싱어게인' 특유의 '착한 심사평'이 주를 이루었다. 빛을 못 본 무명가수들에게 시니어 심사위원만이 해줄 수 있는 무거운 조언, 유행을 짚어내는 주니어 심사위원만의 평가가 서로 어우러져 '싱어게인'만의 분위기로 승화되기도 했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의 클리셰를 심사위원 섭외부터 깨버려 '싱어게인'은 성공으로 향하는 공식을 써 내려갔다.

 

'이승기'의 안정적 진행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또 하나 클리셰라면 각 오디션 프로그램 시리즈들을 대표하는 진행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60초 후에 공개됩니다"의 멘트로 '슈퍼스타K'의 대표 진행자로 자리매김했던 김성주, 힙합 1세대로써 최근까지 진행했었던 '쇼미더머니'의 김진표까지. 심지어 국내 '프로듀스 시리즈'는 각 시즌에 대표 진행자들을 마케팅 전면에 적극 내세우기도 했었다.

그만큼 오디션 프로그램에 있어 진행자의 존재는 해당 프로그램의 얼굴 마담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사진: JTBC Voyage 유튜브 채널 캡처)
▲ (사진: JTBC Voyage 유튜브 채널 캡처)

'싱어게인'의 진행자는 이승기다. 단순히 이승기를 진행자로 섭외했다는 것만으로 호평받는 것이 아니다. 이승기가 진행을 '잘' 하기 때문이다. '싱어게인'의 참가자들은 활동은 하고 있으나 빛을 보지 못 한 무명가수들이다. 이렇게 집중된 미디어 무대가 불편할 수 있는 참가자들의 입장에서 긴장을 풀어주고 그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참가했을지 헤아리는 이승기의 모습이 '싱어게인'의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1박2일', '강심장', '집사부일체' 등 여러 지상파 채널의 주말 예능을 거쳐온 이승기가 비로소 자신의 능력을 음악 예능 '싱어게인'에서 한껏 발휘하는 듯하다. 때로 눈살 찌푸려지는 진행을 봤을 때 시청자가 느끼는 부끄러움이 이승기에게는 왠지 없을 것 같다.

이승기는 자신의 능력으로 '싱어게인'을 수작으로 만들고 있었다.

 

출현이 아닌 '입증'

누가 뭐래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수작으로 만드는 제1의 요인은 참가자들의 실력이다. 그들의 실력이 곧 해당 프로그램의 수준을 결정하고 여론을 끌어모으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가 된다. 

일반인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뒤, 그 참가자의 숨겨져 있던 음악 재능이 심사위원들에 의해 발견되고 차차 성장하여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뮤지션이 되는 '출현'의 과정이 오디션 프로그램 본질에 가장 가까운 결과물 일 것이다.

▲ (사진: JTBC Voyage 유튜브 채널 캡처)
▲ (사진: JTBC Voyage 유튜브 채널 캡처)

'싱어게인'은 약간 다르면서도 안정적인 요건을 가지고 출발지에 섰다. 일반인이 아닌 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는 가수, 그 중에서도 아직 빛을 보지 못 했거나 빛을 다시 보고픈 현재의 무명가수들을 대상으로 해 오디션을 진행하는 것. 그 무명가수들은 자신들이 왜 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는지 직접 '입증'했으며 그 '입증'은 '싱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의 완성도로 직결됐다. 

어찌 됐든 기존 가수들이 참가한 것이기 때문에 쉬운 길을 걷는 것 아니냐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음지에서만 그들만의 음악을 하고 있는 현재 무명가수들에게 양지로 나올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 그에 따라 대중들에게 좋은 음악을 공급하게 되고, 방송 연출과 더해진 음악 역시 감동을 주는 데 성공했다면 그 비판은 충분히 반박된 듯하다. 

 

 

낭중지추

2019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문화계의 '트로트 열풍'은 2021년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세상은 '정반합'의 방법으로 흐른다고 했던가? 세상을 뒤덮었던 '트로트 열풍'에 합세해 마구잡이로 생겨난 여러 트로트 방송들은 서서히 대중들을 지치게 하고 있다. 방송 간의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트로트 열풍'은 피로감을 낳고 있다. 

그래서인지 위에서 언급한 성공요인들을 착실히 품은 '싱어게인'은 주머니 속 송곳처럼 튀어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싱어게인'은 범람하는 '트로트 열풍' 속에 숨어있던 무명가수를 다시 발견하고 그들의 음악을 아름답게 대중들에게 제공한 '수작'(秀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기억될 것이다. 

분명히 '싱어게인'의 규모보다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 한 무명가수들이 더 많을 것이니 조심스레 '싱어게인 시즌 2'까지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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