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편안한 감성으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고 성동일·김희원·여진구가 고정으로 출연했던 '바퀴 달린 집'이 여진구 대신 이번엔 임시완이 고정 출연해 시즌 2로 돌아왔다.

3번의 시즌 동안 '아는 재미'의 즐거움을 선사한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알쓸범잡'(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으로 돌아와 우리 주변의 범죄 이야기, 그리고 꼭 알아두어야 할 범죄에 대한 실상을 전달해주고 있다.

▲ (사진: tvN 유튜브 공식 계정, '알쓸범잡' 로고)
▲ (사진: tvN 유튜브 공식 계정, '알쓸범잡' 로고)

사상 초유의 낚시 전문 예능으로 '낚시도 재밌을 수 있다'는 인상을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한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가 올해 5월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올 것을 공식적으로 예고했다.

이렇듯 예능계에선 이미 '시즌제'가 익숙한 틀이 됐다. '바퀴 달린 집', '알쓸범잡', '도시어부'는 시즌제 예능의 명맥을 성공적으로 잇고 있는 듯하다. 생각을 조금 더 넓혀보면, 과거엔 시즌제 예능을 잘 이어왔으나 현재는 차기 시즌 제작 소식이 없어 너무나도 아쉽고도 아까운 예능 시리즈들이 있다. 기다리다 현기증 유발하는 후속 시즌 제작이 시급한 예능 시리즈들을 즉각 고발하겠다.

 

나는 가수다

부정할 수가 없다. 2007년부터 MBC 예능은 무한도전이 거의 지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시청률에서나 화제성에서나 항상 MBC 예능에 무한도전이 최전선에 섰다. 그러나 2011년 그 아성을 무너뜨린 예능이 있었다. '나는 가수다'였다.

마치 '드림 매치', '꿈의 무대' 같았다. 우리의 귀를 호강시켜주던 최고의 가수들이 한 무대에 모여 경연을 펼친다니. 그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할 줄 알았다. 이 어려운 걸 '나는 가수다'는 해냈다.

▲ (사진: MBCkpop 유튜브 공식 계정, '나는 가수다' 로고)
▲ (사진: MBCkpop 유튜브 공식 계정, '나는 가수다' 로고)

'편곡'의 개념을 시청자들에게 새로이 전달해주며 음악 예술의 아름다움까지 선사했다. 특히, '나는 가수다'로 인해 적우, 국카스텐, 소향은 대중적 인지도를 더욱 넓히는 데 성공했다.

'나는 가수다'는 트렌드를 타지 않는다. 어느 시대건 시대를 대표하는 가수들은 반드시 존재하고 편곡은 언제든 할 수 있는 예술적 행위다. 물론 1회 제작비가 1억이 넘는 수준이라 재정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절대 하지 않을 거라는 단언은 MBC가 하지 않기를 바란다.

 

더 지니어스

tvN 예능의 느낌은 뭔가 남다르다. 다른 방송사라면 쉽게 시도해보지 못 할 아이템을 방송까지 만들어내는데 tvN은 큰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이 실험정신이 극에 달하고 tvN의 히트 시리즈로 남은 예능이 '더 지니어스' 시리즈다. 

예전부터 간간히 머리를 쓰는 '두뇌 예능'은 종종 있었다. 여기에 '서바이벌'이라는 개념을 더해, 천재들이 모여 어떤 전략으로 어떤 신뢰를 보여 어떤 추악한 모습으로 승리하는 지를 '더 지니어스'는 4번의 시즌 동안 여실히 담아냈다. 

▲ (사진: tvN 유튜브 공식 계정, '더 지니어스' 로고)
▲ (사진: tvN 유튜브 공식 계정, '더 지니어스' 로고)

'두뇌 서바이벌 예능'을 표방한지라 호불호가 극히 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더 지니어스' 시리즈를 통해 재발견된 인물도 많았다. 그저 임요환의 그림자에 가려 2인자로만 머물렀던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는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에서 우승해 2인자의 이미지를 타파하는 동시 당시 방송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막말만 하고 괴팍한 줄만 말았던 개그맨 장동민은 '더 지니어스: 블랙 가넷',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 연속 우승 거두며 이미지 반전을 이뤄냈다. 이렇듯 '더 지니어스' 시리즈는 색다른 매력을 풍기면서도 새로운 예능 트렌트를 발견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더 지니어스' 시리즈의 총괄 프로듀서인 정종연 PD는 현재 '대탈출'이라는 새로운 시즌제 예능을 진행하고 있다. 워낙 '더 지니어스'의 여운이 짙어서일까? 아직도 정종연 PD는 이런 질문을 받는다. '더 지니어스 5'는 절대 안 하실 건가요?

 

보이스 코리아 

2010년대 들어 예능 트렌드 중 하나가 '경연'이었다. 음악, 연기, 힙합 등 여러 부문에서 새로운 인물을 찾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무수히 많이 생겨났다. 그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 중 가장 본질에 충실하고 퀄리티가 높았던 오디션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보이스 코리아'를 꼽겠다.

'슈퍼스타K'가 '스타'를 발굴하겠다는 슬로건이었다면, '보이스 코리아'는 블라인드 오디션 방식으로 정말 노래를 잘하는 가수를 찾겠다고 나섰다. 그래서인지 참가자들의 수준은 다른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치 비교하자면, '슈퍼스타K' 지역 예선은 건너뛰고 슈퍼위크부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 (사진: Mnet K-POP 유튜브 공식 계정, '보이스 코리아' 로고)
▲ (사진: Mnet K-POP 유튜브 공식 계정, '보이스 코리아' 로고)

시청자들만 '보이스 코리아'의 높은 수준에 주목한 것이 아니었다. 음반 제작사들도 당연히 참가자들의 실력에 주목했다. 유성은, 손승연, 이소정, 이예준, 배두훈 등은 '보이스 코리아' 출신으로써 아직까지도 대중들에게 질 높은 음악을 전달해주고 있다.

홍수같이 쏟아지는 트렌드에서 대중들은 결국 고품질을 찾기 마련이다. 높은 문화 수준에 다다른 대중들에게 그에 걸맞은 인물과 음악을 생산해주던 오디션 프로그램이 '보이스 코리아'였다. 아직도 숨어있는 고수들이 많을 것이다. 다시 돌아와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삼시세끼 

일종의 고정관념을 깬 예능이라고나 할까? 예능이라면 당연히 활발하고 재밌고 웃음이 끊이질 않아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삼시세끼' 시리즈는 아니다. 그저 출연진들이 밥 해 먹는 걸 넋 놓고 보게 된다. 계속해서 방송이 끝날 때까지 말이다.

'1박 2일' 때와는 분명 다른 나영석 PD의 예능 분위기를 가진 '삼시세끼' 시리즈다. '1박 2일'이 여느 떼샷 버라이어티와 같이 정신없이 계속해서 큰 웃음을 지향하는 예능이었다면 '삼시세끼'는 아니다. 우리의 본능에 정확히 맞닿아 있는 어쩌면 가장 중요할 '밥 먹는 것'에 집중해 시청자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 (사진: tvN 유튜브 공식 계정, '삼시세끼' 로고)
▲ (사진: tvN 유튜브 공식 계정, '삼시세끼' 로고)

그에 더해 출연진들의 순수한 면모가 밥 한 끼를 먹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하는 모습에 녹아들어 우리는 그들을 계속해서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 뜨게 되는 밥 한 숟갈. 시청자의 입장에서 방송을 보고있을 뿐인데도 그 밥 맛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이공감에서 아마 계속해서 '삼시세끼' 시리즈를 바라는 대중들의 마음이 시작됐을 것이다.

그래도 '삼시세끼' 시리즈는 차기 시즌이 아마 제작될 것 같다. 최근 시즌인 '삼시세끼 어촌편 5' 첫 회에서 차승원과 유해진이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으로 어려운 요즘 우리를 보고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충분한 위안이 되니까 어서 빨리 돌아와서 해산물 5대장 잡아주세요. '손(호준)이차(승원)유(해진)' 형님들.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시즌제 예능이 지속되려면 재생산이 가능해야 하고 그에 따른 기능이 명확해야 한다.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은 이 두 가지 요소를 정확히 충족한다.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는 과거 가요계에서 히트를 쳤던 가수와 음악을 지금으로 소환해 추억을 되짚어본다. 그리고 현대 가수와 현대 음악 트렌드에 맞춰 풍을 바꿔 해당 음악을 재생산한다. 이렇게 과거를 추억하는 기성세대와 새 음악을 접하게 되는 어린 세대 간의 문화적 융합이 이뤄진다.

▲ (사진: JTBC Voyage 유튜브 공식 계정,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로고)
▲ (사진: JTBC Voyage 유튜브 공식 계정,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로고)

이 과정만으로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은 지속돼야만 하는 음악 예능이다. 무엇보다 아직까지도 숨은 슈가맨들이 많다. 과거 우리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줬지만 지금 소식 하나 들리지 않는 슈가맨들에 우리가 이제는 보답해야 하지 않겠는가.

재생산도 되고, 계속해서 등장할 슈가맨으로 화제성도 잡게 될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가 3번의 시리즈로는 절대 끝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JTBC는 새 시즌을 제작만 하라. 지지는 우리가 할 테니.

 

시골경찰

들어는 보았는가? 청정예능. 나쁜 점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착한 면모만 보이는 예능이 가능하다는 걸 '시골경찰'은 증명했다.

물론 치안 특성상 '시골경찰' 고정 출연진들이 강력범죄 일선에 나설 수는 없다. 하지만 경찰의 임무가 강력범죄만을 다루지 않는다. '민중의 지팡이'라 불리듯이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불철주야 일 한다. 시청자들이 알 수 없었던 경찰들의 고충과 이면을 예능의 눈으로 고정 출연진들의 몸으로 재조명돼 청정예능 '시골경찰'이 사랑받아 4개의 시즌이나 론칭할 수 있었다.

▲ (사진: PLUS MBC 유튜브 공식 계정, '시골경찰' 로고)
▲ (사진: PLUS MBC 유튜브 공식 계정, '시골경찰' 로고)

그리고 4개 시즌 전체에 출연했던 신현준과 오대환의 케미도 계속해서 '시골경찰'을 보고 싶게 만들었다. 이정진, 이청아, 이주승, 최민용, 강경준, 이재준이 보였던 '시골경찰'에 걸맞은 순수함과 사명감은 '시골경찰' 예능에 정체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시민들은 경찰의 현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전체를 보여줄 순 없어도 웃음 섞인 예능의 방식으로 경찰을 바라본다면 시민들도 경찰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마라맛', '매운맛' 예능이 질린다. 아무 걱정 없이 볼 수 있는 청정예능을 보고 싶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어느 정도 극복은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까지도 대한민국 예능계는 남성 위주인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의미 있고 감동을 주었던 여성 예능이었다.

단순히 여성이 진행하고 얼굴이 되는 예능이 아니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출연진 모두가 여성이었고 자신들의 꿈을 하나씩 내놓아 이뤄가는 과정을 그렸다. 그 과정에서 걸그룹을 결성해 감동적인 '최고령 걸그룹' 데뷔 무대를 가지기도 했다.

▲ (사진: KBS Entertain 유튜브 공식 계정, '언니들의 슬램덩크' 로고)
▲ (사진: KBS Entertain 유튜브 공식 계정, '언니들의 슬램덩크' 로고)

굳이 2번의 시즌에서 그칠 이유가 있을까? 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여성들이 가지는 꿈이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데. '언니들의 슬램덩크'에 출연할만한 여성 예능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어떤 꿈이어도 괜찮다. 어떤 인물이어도 괜찮다. 여성 예능은 반드시 필요하며 결과가 어떻든 여성들의 자신들만의 힘으로 꿈을 이루는 과정을 예능의 논법으로 보여주기만 해도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크라임씬

아마 장르물 예능의 가장 대표적인 시리즈가 아닐까? 영화나 드라마 같은 극예술에만 범죄·스릴러·추리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크라임씬' 시리즈가 3번의 시즌으로 분명하게 입증했다.

물론 시즌 1은 다소 불안하기도 했다. 시스템이 완전치 못 해 출연진들도 적응하기 힘들어했고 시청자들도 몰입하지 못 했다. 하지만 시즌 2부터는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였다. 스토리텔링도 짜임새 있었고 출연진도 능수능란했다. 특히 시즌 2와 3을 함께한 영화감독 장진의 하드캐리는 장진 자신을 시청자들이 '크라임씬' 그 자체로 받아들이게끔 무장해제시켰다.

▲ (사진: KBS JTBC Voyage 유튜브 공식 계정, '크라임씬' 로고)
▲ (사진: KBS JTBC Voyage 유튜브 공식 계정, '크라임씬' 로고)

'크라임씬' 시리즈 총괄 PD 윤현준 차기 시즌 돌입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야기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추리 예능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 스토리텔링이 기반돼야 하고, 범죄현장을 구현하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고, 하지만 그 노력에 비해 3개의 시즌 시청률이 기대만큼 기록되지 않았기에 쉽게 차기 시즌 제작 제안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물론 윤현준 PD를 비롯한 크라임씬 제작진들의 고생을 시청자들이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크라임씬 4'를 기다리고 싶다. 이런 예능은 어디서도 볼 수 없고 '크라임씬'이란 이름으로 이어져야 먼저 신뢰하며 시청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아직도 지난 시즌 유튜브 영상 댓글에 '시즌 4를 기다리며 존버 한다'는 식의 댓글이 많다. 그들의 마음이 이해되는 걸 어떡하나. 

 

 

완성도가 담보된다면

앞에서 나열했듯이, 위 예능들은 차기 시즌이 제작될 이유와 제작됨으로써 작용될 기능이 뚜렷하다. 그렇기 때문에 위 예능들의 팬들은 제작진이 들리지 않는 어느 먼 곳에서 꾸준히 차기 시즌 제작에 대한 열망을 외친다.

팬들은 암묵적인 단 한 가지 조건을 바라며 기다리고 있다. 시즌제 존재의 본질적 이유는, 이전 시즌보다 더 나은 완성도를 확보하기 위해 일정의 정비 기간을 가지는 것이다. 그 완성도가 담보된다면 제작 돌입 소식이 들리기까지 오래 걸리더라도 기다릴 수 있다. 그러니 돌아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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