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예능에서보다 드라마에서 시즌제의 필요성이 더 부각된다. 서사를 반드시 가지고 진행되는 극이기에, 만약 인물이나 이야기가 만족스럽지 않게 혹은 더 펼쳐나갈 여지가 있다면 후속 시즌 제작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듯 들어온다.

▲ (사진: 스튜디오S, 초록뱀미디어)
▲ (사진: 스튜디오S, 초록뱀미디어)

SBS에선 이미 '펜트하우스 시리즈'가 시즌 2까지 마쳤고 시즌 3를 앞두고 있다. 2019년 히트를 쳤던 '열혈사제' 역시 후속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김은희 작가 또 하나의 대표작이 된 '킹덤' 역시 아신전으로 돌아올 것이라 밝혔다. 이렇듯 우리나라 드라마계에서도 시즌에는 이미 흔한 문화가 됐다.

▲ 킹덤 시즌 2 캡처 (사진: 에이스토리, 바람픽터스, 스튜디오드래곤, BA엔터테인먼트, 넷플릭스)
▲ 킹덤 시즌 2 캡처 (사진: 에이스토리, 바람픽터스, 스튜디오드래곤, BA엔터테인먼트, 넷플릭스)

이미 흔한 문화가 됐듯이, 이미 시즌제로 제작된 드라마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그 드라마들 중에서 후속 시즌을 다시 내도 될 법한 혹은 후속 시즌을 다시 냄으로써 기능과 의미를 동시에 갖출 드라마 시리즈들이 여럿 있다. 그 드라마들의 후속 시즌 제작은 아직 들려오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요청해본다. 한 번 더 시즌을 제작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기를. 그 드라마 목록을 이제 밝혀보겠다.

 

 

나쁜 녀석들

OCN 드라마는 눈치를 보지 않는다. 무슨 말이냐면, 추구하는 장르를 우직하게 밀고 나갈 줄 알기에 OCN은 '장르 명가'라는 칭호를 받는다.

OCN의 '나쁜 녀석들 시리즈'는 '나쁜 녀석들'과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두 편으로 구성됐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난다. 두 편의 드라마는 상당히 폭력적이다. 악으로 악을 잡는다는 대전제가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 (사진: OCN, 스튜디오드래곤, 얼반윅스미디어)
▲ (사진: OCN, 스튜디오드래곤, 얼반윅스미디어)

모든 드라마가 순박하고 좋고 청량할 수만은 없다. 그런 기호가 아닌 시청자들도 있다. 쎄고 폭력적이고 강한 드라마를 원하는 시청자를 위한 드라마가 '나쁜 녀석들 시리즈'다. '나쁜 녀석들 시리즈'가 매력 있는 이유는 폭력적이면서도 그 뒤에 항상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법한 주제 의식을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악으로 생각하는 악은 정말 악이 맞는가. 반대로 선이라 생각하는 선은 절대 선이 맞는가. 이 주제의식을 폭력과 오락의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악을 잡는 악인들이 주인공이기에 드라마 속 캐릭터성도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차기 시즌이 다시 제작된다면 새로운 배우를 발굴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생긴다. OCN의 장르 명가의 면모를 '나쁜 녀석들 시리즈'로 다시 이어갈 수 있기를 그냥 희망해본다.

 

낭만닥터 김사부

이제는 염연히 하나의 장르다. 의학드라마는 우리나라 드라마계 안에서만 수많은 작품들을 배출했으며 그 중에서도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는 2번의 시즌을 내면서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여러 번 전달했다. 

이제는 '김사부'라는 세 글자가 '좋은 의사'의 대명사가 된 듯하다. 2번의 시즌에서 한석규는 김사부, 본명 부용주 의사 그 자체가 됐다. 즉, '낭만닥터 김사부'의 정체성은 곧 한석규다.

▲ (사진: SBS, 삼화네트웍스)
▲ (사진: SBS, 삼화네트웍스)

한석규 혼자서만 드라마를 이끈 것이 아니다. 시즌 1에는 유연석, 서현진, 양세종 등이 뒷받침했고 시즌 2에는 안효섭, 이성경, 소주연 등이 자신들의 영역을 메꿨다. 만약 시즌 3가 제작된다면, 한석규와 함께 할 의료진들이 어느 얼굴들로 꾸며질지 상상마저 흥겹다.

무엇보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다시 제작됐으면 하는 이유는,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다른 의학 드라마에서는 쉽게 느껴지지 않는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극적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만이 아닌 그 치료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과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사람을 대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울림이 필요한 시기는 따로 없다. 언제든 김사부는 3번째 복귀를 해도 된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김사부가 치료로서 수술로서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줬다면, 조들호는 논리와 법률로 시청자들에게 사이다를 발사했다. 역시 법정드라마 역시 의학드라마처럼 고유의 장르를 개척한 것 같다. 역시 우리나라 드라마에 수많은 법정드라마가 존재했고 그 중에서 가장 생활밀착형, 가장 친숙한 변호사는 조들호인 것 같다.

▲ (사진: KBS2, SM C&C)
▲ (사진: KBS2, SM C&C)

'동네변호사 조들호 시리즈'는 '동네변호사 조들호'와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이라는 두 개의 시즌을 냈다. 두 편의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이어지는 사건들을 해결하며 그야말로 '동네변호사'로써 사이다를 시즌 1에서 주로 선사했다면, 시즌 2에서는 사건을 해결해가며 거대 악의 세력에 맞서는 과정을 그렸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보였던 2개의 시즌을 느껴봤으니 만약 3번째 시즌이 나온다면 어떤 분위기일지 가늠이 안 간다. 그래도 조들호만의 시원한 행보는 계속돼겠지. 조들호라는 인물과 그 조들호를 연기한 박신양의 연기력은 아직도 가치 유효하다.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막돼먹은 영애씨

다른 나라의 드라마계에선 수많은 시즌 수를 자랑하는 시리즈가 많다. 우리나라에도 두 자리 수가 넘어가는 시즌을 제작했던 드라마 시리즈가 존재한다. 드라마라고 해서 상상을 많이 가미하지 않고 시청자 누구든 '하이퍼 리얼리즘'라는 것에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는 tvN이 개국될 시기부터 시작한 tvN의 '개국공신'이나 다름없다. 2007년 4월 20일부터 2019년 4월 26일까지 약 12년 17개의 시즌 동안 영애씨는 미친듯한 사실주의 묘사로 우리 곁에 있어준 것이다.

▲ (사진: tvN, CJ E&M)
▲ (사진: tvN, CJ E&M)

다른 드라마들이야 특정한 설정, 특정한 장르 추구 때문에 다소 차기 시즌 제작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는 아니다. 그야말로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영애씨의 고군분투 일대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격한 연출은 그리 필요 없다. 그저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서사만 있으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막돼먹은 영애씨 18'을 희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12년 동안 항상 함께해서 몰랐지만 막상 없어지니 너무 아쉬운 영애씨를 다시 보고 싶다.

 

비밀의 숲

'비밀의 숲'이 세상에 등장했을 때부터 상당한 충격이었다. '비밀의 숲'의 회차가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촘촘한 완성도와 진중한 메시지에 문화계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에 더해 '비밀의 숲'이 이수연 작가의 입봉작이라는 것에 한 번 더 놀랐다.

2018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인물이 아닌 '비밀의 숲'이라는 드라마 자체가 수상했다는 건 일대 역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비밀의 숲'은 한국 드라마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 됐다.

▲ (사진: tvN, 스튜디오드래곤,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IOK 미디어)
▲ (사진: tvN, 스튜디오드래곤,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IOK 미디어)

시즌 1이 끝나고 수많은 시청자들은 '비밀의 숲'은 반드시 시즌제로 가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주연배우 조승우마저 "시즌 5까지 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라며 차기 시즌 출연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그렇게 '비밀의 숲'은 두 번째 시리즈로 2020년 8월 15일 돌아왔다. '비밀의 숲 2'역시 우리 사회에 던져지는 메시지는 깊었다. '비밀의 숲 시리즈'만이 전달할 수 있는 무게감이었다.

이러한 존재 가치가 있는 드라마 시리즈를 어떻게 그냥 보내겠는가. 조승우의 바람대로 '비밀의 숲 시리즈'는 최소한 시즌 5개는 가야 한다. 이수연 작가에게도 고정 출연 배우들에게는 부담될 수 있는 요청이겠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의 열망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

 

식샤를 합시다

먹방은 예능에서만 가능할 줄 알았다. 먹방은 유튜버들만 하는 건 줄 알았다. 아니었다. 드라마에서도 가능했다. '식샤를 합시다 시리즈'는 3개의 시즌 동안 윤두준이 먹어왔던 음식들을 우리는 다시 본다. 시즌 1에는 이수경, 시즌 2에는 서현진, 시즌 3에는 백진희가 매력적인 먹방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침샘을 자극했다. 

▲ (사진: tvN, CJ E&M)
▲ (사진: tvN, CJ E&M)

아마 차기 시즌을 제작 하기에 가장 알맞은 조건인 것 같다. 세상에 음식은 너무나도 많다. 아직도 윤두준이 먹어야 할 음식이 많다. 만약 시즌 4가 제작되면 그동안 각 시즌 동안 여자 주인공을 교체해왔기에 새로운 배우를 캐스팅할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얼굴로 새로운 먹방이 진행되는 것이기에 새로운 '식샤를 합시다'만의 매력이 발산될 것이다.

물론 맛있는 음식을 극 진행에 알맞게 배치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다. 그럼에도 '식샤를 합시다'는 3번이나 그 과제를 잘 해결해왔다. 4번째 시즌을 바라는 건 '식샤를 합시다' 팬들이라면 그리 무리한 감정이자 요구는 아닐 것이다.

 

응답하라

2021년 현재 대한민국 문화계에서 가장 핫하고 중심이 되는 키워드는 '뉴트로'일 것이다. 이전 문화를 현재 분위기에 맞춰 재생산하는 문화 키워드 '뉴트로'. 그 '뉴트로' 유행에 분명히 일조한 드라마가 있다. 바로 tvN의 '응답하라 시리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1997·1994·1988까지 3번의 과거로 돌아갔다. '응답하라 1997'은 H.O.T.가 선도했던 아이돌 팬덤문화를 중심으로 담았으며 당시 우리나라 외환위기 등 시대상을 표현적으로 담았다. '응답하라 1994'는 농구대잔치로 상징하여 문화부흥이 일던 1990년대를 역시 표현적으로 담았다. '응답하라 1988'은 '1988 서울 올림픽'을 중심으로 더 과거로 가 시청층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이렇듯 특정 시기의 추억을 가지고 있던 세대들의 향수를 제대로 자극해 '응답하라 시리즈'는 tvN의 가장 성공한 드라마 시리즈로 남았다.

▲ (사진: tvN)
▲ (사진: tvN)

이렇게 매번 '뉴트로' 문화를 선도하던 '응답하라 시리즈'가 중단돼서 되겠는가. 표현해볼 만한 상징적 시대는 아직 여럿 남았다. 국민소득이 증가했으면서 동시에 민주화 바람이 불던 1980년, 월드컵이 개최대 대한민국 전역이 빨간색으로 물들던 2002년 등.

차기 시즌에 제작돼 시청자들에게 응답을 요해 보라. 자극된 향수만큼 정확히 응답해줄 테니.

 

청춘시대

예술의 기능은 무엇일까? 모든 예술이 동일한 감정을 전달한다면 그 순간 예술의 가치는 끝이다. 우리가 예술을 접하는 이유는 다양함을 느끼기 위해서다. 드라마도 예술의 하나다. 수많은 드라마가 존재하는 이유는 해당 드라마만이 선사하는 느낌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면서 고유의 예술색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청춘들이 등장한다고 하여 그저 사랑스럽고 순수할까? 청춘드라마는 반드시 그래야만 할까? JTBC '청춘시대 시리즈'는 오늘날 청춘들의 주된 감정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청춘드라마의 또 다른 색깔을 2개의 시리즈로 표현하고 있었다.

▲ (사진: JTBC, 드라마하우스, 테이크투)

'청춘시대 시리즈'의 시즌 2개 모두 5명의 여성이 주축이 된다. 창작물이라고 하여 시청자들이 경험해보지 못 했을 이야기로 서사를 진행시키기 않는다. 최소한 5명의 여성 중 1명은, 그 5명이 펼치는 이야기들 중 하나는 시청자들이 겪어봤을 공감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 안에 좌절도 있고 사랑도 있고 현실도 있다. 이 모든 걸 '청춘시대 시리즈'는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청춘시대 시리즈'가 효과적으로 여성과 청춘을 표현했어도 모두를 표현한 것은 아니다. 아직 풀어나갈 이야기가 많다. 만약 한 번 더 제작돼 다시 한 번 우리 청춘의 마음을 제대로 대변해준다면 '청춘시대 시리즈'는 JTBC 드라마 수준을 한껏 높여준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만큼 기능과 기대가 있기에

위에서 짚어본 드라마 시리즈들의 차기 시즌이 제작되길 바라는 이유는 한 가지다. 각 드라마 시리즈들의 고유의 기능에 따른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그냥 재밌어서 바라는 게 아니다. 재미를 바라면 차라리 새로운 시리즈로 눈을 돌려 찾는 게 나을 거다.

하지만 위 드라마 시리즈들은 차기 시즌이 제작돼야만 하는 이유들을 갖췄으며 차기 시즌 제작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기에 배로 아쉬운 것이다. 이미 시청자들은 준비를 마쳤다. 이들이 돌아오기를. 새로운 드라마 시리즈를 론칭해야만이 새로운 것이 아니다. 차기 시즌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면 그 역시 새로운 것임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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