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미더머니9' 공식 포스터 (사진: 엠넷)
▲ '쇼미더머니9' 공식 포스터 (사진: 엠넷)

지난 12월 18일, '쇼미더머니9'이 끝났다. 릴보이가 우승을 거머쥐며 10주간 방송됐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엠넷 공식 SNS를 통해 7월 20일부터 참가자 모집 시작을 알렸을 때 꽤 많은 사람들이 기대보단 우려를 먼저 했었다. '쇼미더머니 아직도 해?'라는 식으로. 

'쇼미더머니9'가 끝난 12월 현재 결과는 반대였다. 방송이 끝났음에도 여운이 가시지 않을 정도로 분명한 성공이었다. 망작(亡作)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전작 '쇼미더머니8'과 달리 1시즌 만에 '쇼미더머니9'은 어떻게 수작(秀作)이 되었을까?

 

머쉬베놈의 하드캐리

▲ 머쉬베놈의 1차예선 모습 (사진: 엠넷 공식 유튜브 채널)
▲ 머쉬베놈의 1차예선 모습 (사진: 엠넷 공식 유튜브 채널)

'쇼미더머니9'의 우승자는 릴보이다. 그러나 확실한 건 이번 시즌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 '쇼미더머니9'을 수작의 반열로 올린 1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머쉬베놈이었다. 머쉬베놈 '쇼미더머니8'에서도 참가했다. 결과적으로 우승한 펀치넬로를 꺾었음에도 머쉬베놈은 중간 탈락해 고배를 마셔야했다. '쇼미더머니9'에 재등장한 머쉬베놈의 능력치는 '쇼미더머니8'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던 수준 이상이었다. 

비트 없이 랩 하는 것이 룰인 1차 예선에서 머쉬베놈은 '쇼미더머니8'에서 먼저 보여준 적 있는 충청도 억양의 랩을 선보여 자신의 정체성을 각인시켰다. 2차 예선과 트리플 크루 배틀에선 역시 충청도 억양의 랩에 자신이 직접 입으로 비트박스 스크래치를 더하며 랩 이상의 것을 할 줄 아는 래퍼임을 입증했다. 

특히 음원 미션에서는, 팀원 오왼이 대마초 흡연 적발로 갑자기 하차하게 되자 그 빈 부분을 대신 채울 랩 1절 분량을 하루 전에 겨우 완성시켜 남은 팀원 미란이와 함께 '쇼미더머니9' 최고의 무대라 손꼽히는 'VVS'로 승리했다. 상대 크루에게 패배한다면 자신의 크루에서 1명의 탈락자가 나오고 객관적으로 자신이 미란이보다 실력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대강 무대만 마무리한다면 자신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것이 확정적이었다. 그러나 머쉬베놈은 오로지 무대 완성을 위해서 2인 분량의 몫을 자처한 것이다. 

본선 진출 이후, 무대에서 북을 사용하고 가사에 독립운동을 녹이는 등 한국적 미를 선보인 '부어라 비워라', 사이먼 도미닉과 더 콰이엇 사이에서도 주눅들지 않은 존재감으로 버텨낸 '가다',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를 그리며 이번 '쇼미더머니9' 여정을 마무리 짓는 '여백의 미'까지 머쉬베놈은 '쇼미더머니9'를 지나오며 1인 드라마, 한 장의 음반 트랙리스트를 만드는 듯한 서사를 써내려갔다. 

이제서야 뒤늦게 '쇼미더머니9'을 몰아본다면 머쉬베놈만 따라가보라. 그럼 '쇼미더머니9' 반 이상은 즐긴 것이다.  '쇼미더머니9' 대부분의 주춧돌은 머쉬베놈이 지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곳곳의 정공법

▲ '컨트롤 디스전'의 앙금을 무대로 푸는 사이먼 도미닉과 스윙스 (사진: 엠넷 공식 유튜브 채널)
▲ '컨트롤 디스전'의 앙금을 무대로 푸는 사이먼 도미닉과 스윙스 (사진: 엠넷 공식 유튜브 채널)

'쇼미더머니9'가 진행되면서 시청자와 대중의 눈길을 끈 순간들을 되짚어보면, 일맥상통하는 공통점이 보인다. '피하지 않고 맞섰던' 정공법이다.

'쇼미더머니' 시리즈가 진행되는동안 참가자·프로듀서로 여러번 참가했던 스윙스는 '쇼미더머니9' 시작 전 여러 래퍼들과의 디스전, 자신이 이끌고 있는 저스트 뮤직·인디고 뮤직 소속 래퍼들이 일으킨 사회적 문란때문에 소위 비호감 이미지가 강해졌었다. 이를 스윙스는 래퍼답게 랩으로 극복하려 '쇼미더머니8'에선 프로듀서의 위치였지만 다시 참가자로 돌아가 '쇼미더머니9'에 도전했다. 이 결단에 '쇼미더머니9' 프로듀서들과 대중들은 1차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후 팀 디스 배틀에서 상대를 디스하기 위한 랩 비트를 빅 신의 'Control'로 정했다. 2013년 여름 대한민국 힙합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컨트롤 디스전', 그리고 중심에 있었던 스윙스가 'Control'을 고른 것이다.(역시 '컨트롤 디스전'에 참전했었고 '쇼미더머니9' 프로듀서였던 개코의 당황한 표정이 압권이었다.) 다시 한 번 스윙스는 피하지 않았고 팀 디스 배틀을 승리로 가져갔다. 

스윙스는 세미 파이널에 진출해 이하이 그리고 앞서 말한 '컨트롤 디스전'에서 자신과 날을 세우며 디스를 주고 받던 사이먼 도미닉과 무대를 꾸몄다. 자신을 항상 따라다니던 꼬리표, '컨트롤 디스전'에 따른 대중의 피로감을 당시엔 적, 지금은 동료가 된 사이먼 도미닉과 함께해 해소시켰다. 

정공법을 스윙스만 선보인게 아니다. 머쉬베놈도 앞서 말한 음원미션 위기에서 오왼의 빈 자리를 자신이 랩 1절을 더 해 자칫 장애물이 돼 자신을 막을 뻔한 상황을 정공법으로 이겨냈다. 

이렇게 '쇼미더머니9' 곳곳에는 정공법이 있었다. 만약 이 정공법의 결과가 실패였다면 대중들은 민망함만 떠안았을 것이다. 하지만 피하지 않고 맞선 래퍼들은 전부 이겨내며 성공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은 짜릿함을 느꼈고 '쇼미더머니9'를 지지하게 된 것이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 머쉬베놈과 미란이가 완성한 'VVS' 무대 (사진: 엠넷 공식 유튜브 채널)
▲ 머쉬베놈과 미란이가 완성한 'VVS' 무대 (사진: 엠넷 공식 유튜브 채널)

'쇼미더머니9'의 시작은 우울했다.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전작 '쇼미더머니8'의 대참패로 인해 차기 시리즈 제작 자체가 불투명했다. 그럼에도 '쇼미더머니'는 아홉 번째 시리즈를 시작하게 됐다. 

'쇼미더머니8'의 망령만이 발목을 잡은 것이 아니었다. 10월 16일 첫방송을 송출했지만 3일 뒤 참가자였던 오왼이 대마초 흡연 적발됐다. '쇼미더머니9'은 녹화방송이다. 오왼의 대마초 흡연 적발 뉴스 보도 당시에는 오왼이 음원 배틀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작진은 연출적 차원에서 일종의 조치가 필요했다. 제작진은 오왼의 등장모습 모두 모자이크 처리하는 초강수를 택했다. 영상의 일부분이 흐려지기 때문에 방송의 질 자체가 떨어지는 결과를 감수해야만 했다. 

이렇게 '쇼미더머니9'는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시작해야만 했다. 그러나 방송이 거듭될 수록 참가자들은 연신 레전드 무대를 만들어냈고 전작과는 다른 결과물을 냈다. '쇼미더머니8'에서는 단 한 곡도 음원 순위에 올리지 못 했는데 '쇼미더머니9'는 'VVS'가 12월 24일 오전 10시 기준 멜론·플로·네이버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고 '내일이 오면', 'CREDIT', 'ON AIR', 'Achoo'가 주요 음원 순위들에서 15위 이내에 있다. 또한, 무대가 끝날 때마다 방송 후 2차 창작물인 '팬아트짤'들이 연신 만들어지고 있어 '쇼미더머니9'는 단순 방송이 아닌 문화를 만드는 '신드롬'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쇼미더머니9'는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하리라'의 문구에 해당하는 예로 기억될 것이다.

 

어떤 예술품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감동을 주어야 명작(名作)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물론 '쇼미더머니9'가 온전히 완벽한 경연이었다고는 말 할 순 없다. 하지만 그 온전치 못 한 부분을 참가자들의 개성있는 역량으로 드라마틱하게 이겨냈다. 일정 궤도에 오른 '쇼미더머니9'는 대한민국 힙합 문화를 선두에서 이끄는 방송답게 연신 좋은 힙합음악을 대중에게 공급했고 '쇼미더머니'라는 시리즈가 왜 장수하는지를 증명했다. '쇼미더머니9' 정도의 수작이라면 대망(待望)의 '쇼미더머니10'을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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