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등장인물의 대화 형식으로 이뤄진 예술 작품이다. 역사상 최고의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은 이를 줄여 “드라마는 지루한 부분을 잘라낸 인생이다”라고 언급했다. 느릿느릿 흘러가는 인생과 달리 드라마는 명확한 서사 구조(내러티브)를 통해 사건이 반복되며, 이를 통해 관객이 흥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 드라마 장르 중 시청률이 유독 높은 장르가 있으니, 바로 복수극이다. 복수극은 캐릭터의 동기가 명확해 몰입하기 쉽고, 이야기를 강렬하게 끌어갈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다. 해당 작품의 주인공 에드몽 당테스는 모렐 상사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항해사였는데, 선장으로 승진하고 결혼도 앞둔 인생 최고의 순간에서 음모에 엮여 감옥에 수감되고 만다. 이후 파리아 신부라는 조력자를 만나 지식과 재력을 얻고 신분을 바꾼 뒤, 음모에 빠트린 원수들에게 복수하는 구조다.

가끔은 현실에서도 해당 복수극의 구조와 비슷하게 흘러갈 때가 있다. 또한, 적용 대상은 사람이 아닌 기업이 될 수도 있다. 대만의 플래시 메모리 제조사 실리콘파워를 좋은 예로 들 수 있다.

▲ 실리콘파워 코리아 홍은택 지사장.
▲ 실리콘파워 코리아 홍은택 지사장.

 

 

실리콘파워에 관한 짧은 이야기

실리콘파워는 한 때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IT 업체였다. 고성능 SSD와 메모리, 외장 스토리지 등을 선보이며 국내 시장에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특히 공격적인 가격정책과 매력적인 서비스를 앞세운 것이 특징이었다. 그렇게 실리콘파워는 국내 시장에서 절정기를 맞이할 뻔했다.

분명히 더 치고 나갈 시점이었다. 그런데 실리콘파워는 거짓말처럼 멈춰버리고 말았다. 마치 감옥에라도 끌려간 것처럼. 시장에서의 실리콘파워의 역할은 빠른 속도로 타 가성비 업체로 대체됐다. 그렇게 실리콘파워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조용히 잊혀져 갔다.

그런 실리콘파워가 다시 국내 시장에 돌아왔다. 단,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실리콘파워 한국 지사인 실리콘파워 코리아가 직접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다. 그렇다면 다시 돌아온 실리콘파워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모든 것을 앗아간 대상들을 상대로 시원한 복수극을 펼치게 될까?

놀랍게도 실리콘파워가 선택한 길은 복수가 아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 실리콘파워의 잃어버린 옛 자리를 찾아오기 위해 엄청나게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는 그런 게 아니다.

실리콘파워가 선택한 길은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게 아닌, 현시점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그건 중소형 유통 채널의 다량 확보였다. 당장의 이익 추구보다는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를 모으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에 실리콘파워 홍은택 지사장을 만났다.

▲ 서울 용산에 있는 실리콘파워 한국 지사를 찾았다.
▲ 서울 용산에 있는 실리콘파워 한국 지사를 찾았다.

 

실리콘파워 코리아 홍은택 지사장

Q. 실리콘파워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실리콘파워는 2003년 대만에서 시작된 플래시 메모리 전문 제조회사로 일반 컨슈머와 산업용 제품을 생산한다. 주 품목은 플래시 메모리가 탑재된 SSD, DRAM, USB, SD, 마이크로 SD, 각종 카드류, 외장하드, 외장 SSD 등이다. 이외에도 일반 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IT 제품들, 케이블과 충전기, 허브 등을 다룬다. 심지어 건전지도 제조한다.

또한, 한국과 일본 및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약 100여 국에서 실리콘파워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실리콘파워의 슬로건은 ‘Memory is Personal’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Memory를 기존 메모리 제품류가 아닌우리의 기억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아갈 때 지난 기억을 반면교사로 삼아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가슴 아프고 슬프지만 벅차고 짜릿했던 그런 기억들이 삶의 원동력이 되어 주기에, 그런 추억이 너무나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시점에서는 모바일 기기가 발달하며 사진 앨범을 자주 볼 수 없게 됐다. 사진 앨범의 역할이 실질적으로 저장장치로 옮겨진 셈이다.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실리콘파워 저장장치를 사진 앨범으로 활용해 줬으면 한다. 그게 가장 큰 소망이다.

 

Q. 실리콘파워의 국내 판매 제품 라인업은 어떻게 나뉘는가?

실리콘파워는 글로벌 컴퍼니다. 각 나라의 특성에 맞춰 약 4,300개의 상당히 많은 제품이 있다. 국내 시장에서 모두 다 다루기에는 관리가 되지 않아 쉽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제품은 사실상 건전지 이외에는 국내에서 대부분 판매된다고 봐도 좋다.

실리콘파워의 국내 제품군은 SSD 2.5인치 4종, M.2 1종, PCIe 3종으로 나뉜다. DRAM은 게이밍 메모리인 Xpower Turbine RGB와 일반 메모리 2666MHz과 3200MHz을 용량별로 판매한다. 마이크로 SD 카드는 기존 4종 제품에서 최근 블랙박스 및 안정성이 생명인 앱에 사용할 수 있는 골든 시리즈를 론칭했다.

이외에 보조배터리 2종, 외장하드 총 6종, 외장 SSD 4종, USB 8종이 출시됐다. 액세서리는 USB & Lightning 그리고 USB & Type C 로 사용할 수 있는 충전 케이블이 준비됐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실제로 세 봤는데 약 40 여종의 제품이 있다. 현재 대만 본사에서는 굉장히 자주 홈페이지가 업데이트되는데, 모두 신제품의 출시 때문이다.

 

Q. 주목할 만한 라인업은?

▲ 답변을 진행한 실리콘파워 코리아 황성현 차장.
▲ 답변을 진행한 실리콘파워 코리아 황성현 차장.

SSD 같은 경우는 PCIe 3.0 중 UD70에 주목할 만하다. QLC 낸드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실리콘파워에서 메모리 캐시를 탑재해 성능이 좋은 편이다. 거기에 보증기간도 5년으로 설정됐다.

메모리는 히어로 모델에 주목할 만하다. 이번에 론칭할 게이밍 메모리다. 보증기간은 라이프워런티다. 3200MHz부터 4133MHz 제품군까지 나온다.

외장하드 같은 경우는 아머 A60이 스탠다드로 메인 품목이 될 것 같다. 방수 기능이 특징이며 여행객들을 통한 마케팅도 준비한다. 타사의 방수 지원 외장하드와는 달리 일반 외장하드 가격에 판매할 계획이다.

USB 메모리는 8개 정도 있고, 3개 정도 추가로 늘릴 생각이다. 참고로 제품들은 오리지널 디자인이다. 디자인 판권을 갖고 있는 것도 많다. 추후 특이하며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 제품들로 출시할 계획이다.

 

Q. 과거 방수가 지원되는 외장하드 Armor A60를 써 본 적이 있다. 내구성이 강력한 외장하드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내구성에 특화된 외장 스토리지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 있는가?

실리콘파워는 2014년부터 한국에 거점을 두고 판매를 시작했고 약 7년간의 기간 동안 SSD와 메모리를 주력으로 판매했다. 그 외 제품들의 론칭은 상대적으로 많이 늦었다. 사실 늦었기에 타 경쟁업체와 차별점을 두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내구성에 특화된 외장 스토리지 제품들을 일반 제품과 비슷한 가격에 선보였다. 이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이익을 상당히 포기해야 했다.

이후에도 내구성이 특화된 새로운 제품들이 계속 출시가 될 것이다. 또 S03처럼 경쟁업체와 차별점을 둘 수 있는 디자인에 중점을 둔 제품도 최근 재출시했다. 새롭게 출시되는 제품들은 일반 외장하드와는 달리 ‘내 제품은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에게 맞춤 제품이 될 것이다.

 

Q. 유통사 위주로 움직였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실리콘파워 코리아 한국지사가 전면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그 배경과 이유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Product, Place, Price, Promotion의 4P다. 모든 비즈니스의 원칙과 궁극적인 목적은 어쩔 수 없이 매출과 이익이지만, 제조사로써 회사에서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실리콘파워 비즈니스는 실리콘파워에서 끌어가고 책임도 져야 한다. 그래야 유통사 및 파트너와의 관계를 오랫동안 이어 나갈 수 있다. 결국 우리 로고가 박힌 제품에 대한 실질적 책임은 우리가 지며, 그 책임을 다하고자 한국지사가 전면으로 나서게 됐다.

 

Q. 소비자 입장에서 유통사가 자주 바뀌는 제품은 선뜻 구입하기 불안하다. 실리콘파워의 유통사도 여러 차례 바뀐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리콘파워의 AS 정책은 어떻게 되는가? 기존 보증 기간이 남아 있는 실리콘파워 제품군도 AS를 받을 수 있는가?

사실 AS에 있어 중요한 건 유통사가 바뀌게 되더라도 AS가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다. 실리콘파워 제품은 구매한 뒤 문제가 생기면, 보증기간 내에서는 제대로 AS를 받을 수 있다. 현재 구로에 AS 센터가 준비됐다. AS 센터의 경력이 25년 이상 된 분이 책임지고 있다. 소비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분이기에 믿을 수 있다.

또한, AS 센터는 직접 방문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택배 수령 후 검수한 뒤 다시 택배로 발송하는 서비스도 지원된다.

 

Q. 2021년 실리콘파워의 목표는?

현재 전세계에 반도체 시장이 굉장히 뜨거워 가격이 매주 인상되고 있다. 일부 의견으로는 슈퍼싸이클이 온다고 보는데, 저도 분명히 매년 있었던 일반적인 비즈니스 사이클과는 다를 것이라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그런 기대감도 커져서 주식 시장에서도 굉장히 뜨거운 점도 인지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의 여파로 많은 분이 힘들어하고 있다. 특히 국내의 온라인 비즈니스의 비중이 이미 굉장히 커졌고 이에 대한 경쟁도 점점 치열해진다. 제조사와 판매자 사이에 채널이 많아지면 가격 면에서 이득을 얻기 쉽지 않고, 판매도 쉽지 않다. 올해는 우리 실리콘파워의 이익을 최소화해 많은 판매자들과 만날 기회를 만들고 같이 공생하고 싶다.

이어 유통사를 통해 물건을 판매하시는 분들과의 관계를 위해 노력 중이다. 작년과 이번 연도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판매처를 늘리고 싶다. 그리고 판매처에 프로모션을 제공해 판매량을 늘리고 싶다.

또한, 실리콘파워의 슬로건인 'Memory is Personal'처럼 추억을 보관할 수 있는 우리 제품들이 실제로 많은 고객들의 선택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해당 고객들이 앨범 용도로 우리 제품을 꺼내 예전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실리콘파워 한국지사는 ‘Memory is Personal’ 이외에 한글 슬로건도 있다. 작곡을 전공했고 음악을 잠시 업으로 삼았던 내 아내에게 부탁해 만들어낸 슬로건이다. '언제나 당신입니다'. 이전 내 경험으로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한국 고객들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고객이라 본다. 우리 영문 슬로건, 한글 슬로건처럼 국내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Q. 맨즈랩 독자에게 한 마디?

일이 아닌 나의 취미 생활을 언제나 채워주던 맨즈랩에서 이런 기회를 줘 자랑거리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맨즈랩 독자들이 우리 제품들을 추억을 보관할 수 있는 사진첩으로 사용한다면 정말 짜릿하리라 생각한다. Memory is Pers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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