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출연자들이 항상 가면을 쓰고 독특한 의상을 입은 채로 무대에 오른다. 편견 없이 오직 노래 실력만으로 승부하기 위한 장치이다. 여러 연예인이 같은 무대에 오르는 경우 관객이나 시청자는 일반적으로 실력과 상관없이 인기가 높은 쪽이 더 잘 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복면가왕은 그 점을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6년 넘게 방송이 이어진 복면가왕에서는 대중이 미처 알지 못했던 수많은 노래 고수들이 자신의 실력을 당당하게 입증하였고, 시청자들은 스스로 편견의 굴레에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편견은 사람을 진실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이 세상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고, 그런 편견의 대상이 되어 버린 이들은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경우 복면을 쓰는 것 이상으로 각고의 노력을 들여야만 한다.

실리콘파워(Silicon Power)도 한 가지 편견에서 탈피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바로 가격 대 성능비(이하 가성비)로 승부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다. 분명히 실리콘파워는 가성비 높은 보급형 제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고급형 제품도 꾸준히 개발하여 선보이고 있는데 그 점은 소비자들에게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그런 편견을 극복하는 방법은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계속 시장에 내놓고 알리는 것밖에 없는데 이번 기사에서 살펴볼 ‘P34 A80 M.2 NVMe’(이하 P34 A80)는 실리콘파워가 근래 시도한 노력의 결과물 가운데 하나이다.

실리콘파워 P34 A80은 PCIe Gen 3(PCI-Express 3.0) x4 인터페이스와 NVMe 1.3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하는 SSD이다. M.2 규격이어서 기존 SATA3 규격 스토리지(데이터 저장장치)보다 훨씬 작고 가볍다.

데이터 읽기 속도는 최대 3,400MB/s이고 쓰기 속도는 최대 3,000MB/s이다. 256GB · 512GB · 1TB · 2TB 등 네 가지 용량 모델이 있다.

이 제품에는 3D TLC 낸드 플래시(도시바 TPBHG55AIV)가 장착되었다. ‘3D’는 낸드 플래시의 데이터 기록 단위인 셀(cell)을 수직으로 쌓아서 입체적 형태를 구성했다는 뜻이며, 낸드 플래시 용량을 극대화시키고 성능을 최적화시키는 핵심 요소이다.

그리고 ‘TLC’는 Triple Level Cell(트리플 레벨 셀)을 줄인 말이고 셀에 데이터를 3비트씩 기록하는 기술이다. 낸드 플래시 용량 확장 면에서는 ‘QLC’(Quadruple Level Cell, 쿼드러플 레벨 셀, 4비트씩 셀에 기록)보다 불리하지만 데이터 입출력 속도와 내구성 면에서는 TLC가 더 우수하여 현재 고급형 SSD에 적용되고 있다.

SSD 컨트롤러는 파이슨(PHISON) PS5012-E12이고 캐시용 DRAM(SK하이닉스 DDR4-2666MHz, 8Gb)도 있다. 캐시용 DRAM은 이 제품의 앞면과 뒷면에 하나씩 장착되어서 총 용량은 2GB이다. 보급형 SSD는 캐시용 DRAM 용량이 1GB 이하이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보통인데 그런 경우 수백 GB 이상에 달하는 대용량 파일을 SSD에 기록하면 금세 캐시가 부족하게 되어서 속도가 대폭 하락한다.

또한 실리콘파워 P34 A80은 일시적으로 셀에 데이터를 1비트씩 기록하는 SLC(Single Level Cell, 싱글 레벨 셀) 캐싱 기술도 제공하므로 캐시용 DRAM만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데이터 기록 작업을 하는 경우 SSD 성능 저하폭을 감소시킨다.

한편 실리콘파워 P34 A80에는 RAID 구성 시 SSD 안정성과 데이터 무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RAID 엔진도 내장되었다. 스토리지 성능을 극대화시키 위해 SSD를 2개 사용하여 ‘RAID 0’을 구성한 사용자에게 도움이 된다.

실리콘파워 P34 A80은 5년 동안 품질 보증 서비스가 제공된다. 제품이 단종되기 전까지 서비스가 보장되는 제한 보증(Limited Warranty) 방식이고, SSD에 문제가 생기면 실리콘파워 통합 A/S 센터에 문의하여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5년이면 일반적인 소비자의 PC 구매 및 업그레이드 주기보다 훨씬 긴 시간인데 그 만큼 실리콘파워가 SSD 품질에 자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다만 품질 보증 서비스는 낸드 플래시 수명에도 영향받는다. 낸드 플래시는 기록 가능한 데이터 용량에 한계가 있는데 실리콘파워 SSD는 그 용량에 도달한 경우 남아있는 기간과 무관하게 품질 보증 서비스가 종료된다.

낸드 플래시 수명은 ‘TBW’(TeraByte Written, 기록 가능한 최대 테라바이트)를 기준으로 삼는다. 실리콘파워 P34 A80의 낸드 플래시 수명은 256GB 모델 380TBW, 512GB 모델 800TBW, 1TB 모델 1,665TBW, 2TB 모델 3,115TBW이다.

사용자에 따라서는 낸드 플래시 수명이 신경 쓰일 수 있을 텐데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TBW가 가장 적은 256GB 모델이라도 매일 데이터를 200GB씩 기록해도 5년은 버틸 수 있는 수준이어서 충분히 길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실리콘파워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SSD 유틸리티 ‘SP 툴박스’(SP Toolbox)를 이용하면 된다. 현재 PC에 연결된 실리콘파워 SSD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TBW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보여준다.

그 외에도 SSD 온도와 작동 상태를 확인하거나 낸드 플래시 내부에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는 것도 가능해서 유용하다.

아무리 제품의 제원이 화려하고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었다고 해도 진짜 성능이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면 무의미하다. 그래서 몇 가지 테스트를 실시하여 실리콘파워 P34 A80 2TB 모델로 성능을 검증해보았다.

테스트 시스템 제원은 아래와 같다.

크리스탈 디스크마크 실행 결과 실리콘파워 P34 A80은 순차 읽기 속도 최대 3,450MB/s(초당 메가바이트), 순차 쓰기 속도 최대 2,906MB/s를 기록했다. 공식 제원보다 읽기 속도는 약 1.5% 빠르고, 쓰기 속도는 약 3% 느린 편이어서 다소 오차를 보인다.

AS SSD 벤치마크에서는 순차 읽기 속도 최대 2,993MB/s, 순차 쓰기 속도 최대2,719MB/s로 나왔다. 크리스탈 디스크마크와 달리 읽기 · 쓰기 속도 모두 제원보다 낮게 측정되었는데 이는 벤치마크 프로그램마다 테스트 패턴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므로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한편 SSD는 작동 원리상 기록하는 데이터 용량이 캐시로 감당 가능한 수준을 초과하는 경우 쓰기 성능이 감소한다.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캐시용 DRAM과 SLC 캐싱 기술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리콘파워 P34 A80은 쓰기 작업 시 성능이 얼마나 감소하는지 궁금해지는데 나래온 더티 테스트를 통해 분석해보았다.

확인 결과 20GB까지는 거의 최대 속도로 쓰기 작업이 이뤄졌고 그 이후부터 1TB까지는 최대 속도의 60% 내외로 쓰기 성능이 하락했다. 그리고 1TB부터 2TB까지는 최대 속도의 35% 내외에서 쓰기 성능이 유지되었다.

비교 대상도 있으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실리콘파워 P34 A80과 쓰기 속도가 동일하고 캐시용 DRAM 용량은 절반(DDR4-3200MHz 1GB)인 1TB NVMe SSD로도 나래온 더티 테스트를 해보았다.

테스트 결과 1TB NVMe SSD는 약 148GB까지는 3,000MB/s 내외로 쓰기 작업이 가능해서 최대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구간은 실리콘파워 P34 A80보다 길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쓰기 성능이 최대 속도의 20% 수준인 600MB/s 밑으로 떨어졌고, 데이터 기록 용량이 600GB를 넘어선 이후에는 쓰기 속도가 200~400MB/s 정도로 감소했다.

이를 통해 캐시용 DRAM 용량이 2GB인 실리콘파워 P34 A80은 대용량 파일을 기록하는 경우에도 극심한 성능 저하 상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파일 복사 시 실제로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 되는지 확인해보았다. 테스트는 실리콘파워 P34 A80 내부에 있는 폴더에서 다른 폴더로 용량 200GB 파일을 복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나래온 더티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일정 용량 이상 데이터 기록이 이뤄지면 성능이 하락했지만 그 상태에서도 쓰기 속도는 500MB/s 내외를 유지해 SATA3 SSD 수준이었다. 파일 복사는 7분 53초만에 완료되었다.

비교 대상인 1TB NVMe SSD는 약 70GB까지는 무난한 속도로 데이터를 기록했지만 이후 갑자기 쓰기 성능이 급감하였다. 심지어 쓰기 속도가 20MB/s 미만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이는 HDD와 비교해도 현저하게 느린 속도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캐시용 DRAM과 SLC 캐싱 기술이 활성화되면서 성능이 회복되지만 허용되는 데이터를 초과하면 쓰기 속도는 다시 느려졌다. 파일 복사는 19분 20초만에 완료되었다.

즉 파일 복사 테스트에서 실리콘파워 P34 A80은 비교 대상인 NVMe SSD보다 11분 27초나 빠르게 복사 작업을 끝냈다. 요즘은 일반 PC 사용자도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대용량 미디어 파일을 제작하거나 편집하는 일이 많은데, 실리콘파워 P34 A80을 사용한다면 쾌적한 스토리지 성능이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실리콘파워 P34 A80을 살펴보았다. 고급형 SSD로서 손색없는 성능과 5년 동안 품질 보증 서비스가 제공되어서 실리콘파워가 가성비 높은 보급형 제품만으로 버티고 있는 평범한 제조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물론 이 제품 하나만으로 그 동안 소비자들이 실리콘파워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 아니 편견이 갑자기 변화하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첫걸음을 떼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실리콘파워는 P34 A80 외에도 PCIe Gen 3보다 대역폭이 2배 높은 PCIe Gen 4 기반 고급형 NVMe SSD도 보유하고 있다. 향후 국내에도 해당 제품이 출시된다면 고급형 SSD 라인업이 풍성해질 수 있으므로 소비자들의 뇌리에 실리콘파워의 새로운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