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밥 좀 먹자! #56]
글 = 신지현(아이 식습관 개선과 자기계발에 힘쓰는 두 아이의 엄마)

키도 몸무게도 또래보다 한참 뒤지는 딸을 보며 꽤 자주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나 역시 키가 작았던 아이였기에 초등학생 때부터 늘 앞자리에 앉곤 했다. 키순으로 자리를 정하지 않는 학년이 될 때까지 항상 내 자린 앞줄 운 좋으면 둘째 줄이었다.

 

그때 이야기를 친정엄마와 이따금 나눌 때가 있는데 엄마는 내가 그렇게 작았던 것이 속상했다고는 하시지만 그럼에도 내가 지금 딸을 위해 쏟아붓는 노력들에 비하면 ‘난 그렇게까진 못 했다’며 손사래를 치신다.

그 시절에는 흔치 않던 워킹맘이었기에 바쁘고 정신없던 탓도 물론 있었겠으나 당신 말씀에 의하면 ‘뭘 잘 몰라서’였다는 결론이다. 그땐 지금처럼 육아 지식이 넘쳐나지도, 노하우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이신다. 

“요즘은 거꾸로 너무 많이 알아서 탈이야.”

 

많은 전문가와 육아서, 선배맘들의 한결같은 육아 조언 중의 하나가 ‘남과 비교하지 말라’다. 고백컨대 나 또한 그 어느 텍스트 속에서 그런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었던 듯싶다. 하지만 정말 냉정하게 말해서 이 시대를 사는 엄마들이 아이 키우며 남과 비교하지 않기란 거의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 아닐까 한다. 

일단 때마다 영유아 검진을 가면 백분위로 내 아이의 성장 현주소를 지나치게 친절하고도 정확하게 알려준다. 단순히 ‘내 아이가 좀 작은 편이구나’와 ‘내 아이는 하위 1%구나’는 어마어마하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또, 블로그나 인스타, 유튜브만 찾아봐도 삐까뻔쩍 아이들 식단이 넘쳐나 거기서 기가 한 번 죽고,  먹방 찍듯이 복스럽고 맛있게 꽤 많은 양의 밥도 너끈히 먹는 아이들을 보면 내 아이가 지금 먹고 있는 밥 양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된다.

동창회만 나가면 자꾸 동창과 비교를 하게 돼 부부 싸움을 하게 된다고 하던가. 그럼 동창회를 안 나가면 동창들을 만날 일이 없을 테다. 하지만 육아하며 다른 아이, 엄마를 마주치지 않을 순 없다.

아이가 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니면 친구도 사귀고, 그러다 보면 엄마들끼리도 자연히 관계를 맺게 되니 그 안에서 서로 오고 가는 다양한 육아 정보와 성장 정보 속에서 ‘비교’하는 마음을 품지 않는 것은 정말 웬만한 성인군자가 아니고선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보가 많고 언제든 원하면 편리하게 그것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엄청난 혜택이다. 그렇지만 조금은 덜 알고 싶은 일, 몰랐으면 싶은 일들, 소위 TMI(Too much information)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모두 맞닥뜨려 소화해야 한다는 어두운 그늘 또한 그 이면에 존재하고 있다.

오늘도 난 어떻게든 한 숟갈이라도 더 먹여 등원시키려 아침부터 발을 동동거렸고, 저녁 식사 땐 고기 한 점이라도 더 먹이려 좋아하는 간식을 두고 아이와 지루한 협상을 해야 했다. 

그리고 하루가 넘어가는 이 시간 오늘을 돌이켜보며 생각해 본다. 내가 만약 ‘딸이 또래 친구와 몸무게가 6KG 이상 차이가 난다’는 디테일한 수치까지는 몰랐었다면, 그저 막연히 ‘딸이 또래에 비해 좀 마른 편이다’ 정도로 알고 있었다면 오늘 하루 아이 밥 먹이는 데 과연 이만큼의 에너지를 쏟았을까. 어쩜 나의 하루가 좀 다르지 않았을까.

물론 그럼에도 이 넘쳐나는 정보와 노하우의 바닷속에서 자신만의 중심을 잘 잡는 존경스러운 엄마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거기까진 닿지 못하는 사람인 듯싶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그저 후천적인 노력으로 적당히 보고 듣고 생각의 필터를 잘 거쳐 내 아이에 맞게 소화하는 내공을 쌓는 것뿐이다. 이 TMI의 홍수 속에선 그 수밖엔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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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맘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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