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반려견을 세 마리 기르고 있습니다. 모두 13살이어서 노령견이죠. 10살 무렵부터는 셋 다 건강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주기적으로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조제 받아서 먹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진료비 부담이 크지 않았지만 반려견들 건강이 차츰 나빠지면서 이제는 연간 수백만 원을 동물병원에 지불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경제적 부담이 상당히 크지만 가족 같은 반려견들을 위해서 감수하고 다른 지출을 대폭 줄였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견디고 있지만 앞으로 반려견들 건강이 더 나빠지면 진료비도 더 늘어날 테니 근심이 큽니다.

저처럼 반려견 진료비 때문에 시름에 빠지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자 근래에는 보험사들의 ‘펫보험’ 서비스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펫보험은 개나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기르고 있는 사람들이 동물병원에서 진료비나 수술비를 내는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서비스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실손의료보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가입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많을 텐데 이번 기사를 통해 펫보험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만 10세까지 가입 가능

▲ 메리츠화재 펫퍼민트
▲ 메리츠화재 펫퍼민트
▲ 삼성화재 다이렉트 펫보험
▲ 삼성화재 다이렉트 펫보험
▲ DB손해보험 펫세이프
▲ DB손해보험 펫세이프

현재 국내에서 펫보험은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5개 보험사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중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는 만 10세까지 반려견과 반려묘의 펫보험 가입이 가능합니다.

물론 사람과 마찬가지로 펫보험 역시 반려 동물의 나이가 적을수록 보험료가 낮습니다. 메리츠화재 펫보험(펫퍼민트 실속형) 기준으로 만 1세 반려견(소형견 몰티즈)의 보험료는 월 30,970원이고 만 10세 반려견의 보험료는 월 63,470원이어서 2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게다가 보험금 보장 범위도 차이가 있습니다. 만 10세인 반려동물은 동물병원에서 진료나 수술을 받는 경우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진료비 · 수술비의 50%로 제한되지만 만 8세 이하라면 70% 또는 80%로 높아집니다.

▲ 품종에 따라서도 보험료가 달라지는 펫보험 (출처=메리츠화재)
▲ 품종에 따라서도 보험료가 달라지는 펫보험 (출처=메리츠화재)

또한 보험료는 품종에 따라서도 차이가 납니다. 똑같이 만 10세라고 해도 대형견인 그레이트 피레니즈는 소형견보다 17,000원 정도 월 보험료가 더 높습니다. 개와 고양이는 체격이 큰 품종일수록 수명이 짧고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런 보험료 책정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와 고양이는 주로 중년에 접어드는 7세 이후부터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하므로 그때가 되기 전 펫보험에 가입하면 무난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체에 따라서는 어린 나이에 큰 병을 앓거나 사고로 크게 다칠 수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펫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거나 완쾌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간단한 가입 절차

▲ 보험사가 지정한 연령에 해당하는 반려동물만 가입 가능 (출처=삼성화재)
▲ 보험사가 지정한 연령에 해당하는 반려동물만 가입 가능 (출처=삼성화재)

펫보험은 인터넷을 통해 가입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원하는 보험사를 선택한 후 반려동물의 생년월일, 품종을 입력합니다. 보험사가 지정한 나이에서 벗어난 경우 가입 대상이 아니라는 안내창이 뜹니다.

▲ 보험금 보장 범위에 따라 달라지는 보험료 (출처=삼성화재)
▲ 보험금 보장 범위에 따라 달라지는 보험료 (출처=삼성화재)

그 다음에는 보험 보장 내역을 세부적으로 조정하고 보험료를 계산해야 합니다. 계약자의 자기부담금을 높이는 경우 보험료를 낮출 수 있고, 보장 한도가 높은 플랜을 선택하면 보험료가 높아집니다.

▲ 계약자와 반려동물 정보 입력 화면 (출처=삼성화재)
▲ 계약자와 반려동물 정보 입력 화면 (출처=삼성화재)

보험료 계산을 한 다음에는 계약자와 반려동물의 정보를 입력합니다. 계약자는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본인 명의로 개통한 스마트폰이 필요하고, 반려동물은 얼굴 및 전신이 드러나는 사진이 필요합니다.

▲ 펫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가르는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 (출처=삼성화재)
▲ 펫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가르는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 (출처=삼성화재)

이어서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 사항이 나옵니다. 현재 치료 중인 질병이 있거나 특정한 질병을 진료 받은 경우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뜹니다. 거짓으로 입력하는 경우 당장 펫보험 가입은 할 수 있지만 절대로 권장하지 않습니다.

향후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할 때 보험사의 조사로 쉽게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죠. 보험 사기 혐의로 고소될 수도 있으니 반드시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는 사실대로 보험사에게 알려야 합니다.

▲ 계약 완료 전 보험 약관을 읽어보는 것이 중요 (출처=삼성화재)
▲ 계약 완료 전 보험 약관을 읽어보는 것이 중요 (출처=삼성화재)

마지막으로 펫보험 청약 내용을 확인하고 보험료를 결제하면 됩니다.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보험 약관을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험금 한도 및 지급 대상 제한

▲ 사람의 실손의료보험보다 보험금 한도가 낮은 펫보험 (출처=삼성화재)
▲ 사람의 실손의료보험보다 보험금 한도가 낮은 펫보험 (출처=삼성화재)

펫보험은 여러모로 사람의 실손의료보험과 비슷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우선 보험금 한도가 낮습니다. 펫보험 가운데 보장 한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삼성화재 다이렉트 펫보험 고급플랜이 진료비 기준으로 연간 보험금 한도가 1,500만 원이고 1일 보험금 한도는 15만 원입니다. 그것도 1일당 1만 원 공제 후 총 진료비의 70%까지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료비가 15만 원 이하인 경우에도 계약자는 총 금액의 30%는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진료·수술 항목도 많은 펫보험 (출처=삼성화재)
▲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진료·수술 항목도 많은 펫보험 (출처=삼성화재)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질병도 의외로 많습니다. 보험 약관을 보면 백신 예방 접종, 중성화 수술, 치석 제거(스케일링)를 비롯한 치과 진료 등은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세 가지 모두 동물병원에서 자주 이뤄지는 의료 행위인데 펫보험 보험금 지급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계약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내용입니다. 특히 개와 고양이는 치과 진료를 받는 경우 마취가 필수적이어서 다른 질병보다 진료비가 몇 배는 더 나오는데 보험금을 전혀 받지 못한다는 점은 매우 아쉽게 느껴집니다.

 

한계는 있지만 도움이 되는 펫보험

지금까지 펫보험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비록 저는 반려견들의 나이 때문에 가입할 수 없지만 관련 정보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그 가치는 충분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가입하는 실손의료보험 만큼 보장하는 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하루에 진료비는 최대 15만 원, 수술비는 최대 250만 원까지 보험금을 받을 수 있으니 동물병원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아무리 건강한 반려견, 반려묘라고 해도 나이가 들면 반드시 건강을 잃게 되기 마련입니다. 나중에 돈이 없어서 반려동물을 치료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니 반려동물의 건강이 걱정되시는 분들은 너무 늦기 전에 펫보험에 대해 알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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