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강민혜

이제 갓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우리 아이. 그런데 등원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안 되어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에게 수시로 전화가 옵니다. 

“어머님, 오늘 단꿈이(가명)가 친구를 또 깨물었어요. 친구가 많이 다치진 않았는데, 그래도 주의 좀 부탁드려요.” 

집에서는 순둥이인 줄만 알았던 우리 아이, 그래서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화를 자주 받게 되다 보니 이제는 휴대폰에 담임 선생님의 연락처가 뜨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합니다.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어린이집에서 자꾸 친구들을 깨물고 때리는 우리 아이, 왜 이러는 걸까요? 그리고 부모는 어떻게 훈육을 해야 할까요?

 

아이가 24개월 이하일 경우

단호하고 간결하게 반복적으로 주의를 준다

아직 언어표현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24개월 이하의 아동일 경우 언어적인 감정 표현 대신 신체적인 공격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일정 부분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달단계 상 아직은 ‘말’보다는 ‘몸’이 먼저 자동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이죠. 

물론 친구들을 깨무는 행동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그 강도가 점차 세진다면 기질적으로 공격성이 높은 아이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이가 5세 이하일 때 나타나는 심한 공격성은 미래에 아동이 성장했을 때의 공격성을 예견할 수 있는 중요 지표라는 연구결과도 존재하는 만큼 반복되는 훈육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현저한 공격적 행동이 반복된다면 영유아 시기부터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나 단순한 자극 추구를 위해 깨무는 행위를 할 경우에는 부모의 단호하고 간결한 훈육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24개월 정도일 때에는 아직 훈육을 하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생각해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부드럽게 얘기하게 되기도 합니다. 훈육을 하기에 아직 부모 눈엔 너무 ‘아가’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면 아이 나름의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에 아이가 집단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단호한 훈육은 중요합니다. 월령이 아직 어린 아동에게는 장황하게 설명하거나 주의를 주기보다는 “깨무는 건 안 되는 거야!” 정도로 단호한 표정과 함께 간단하게 주의를 주세요. 

“단꿈아, 친구는 깨물면 안 되는 거예요. 그렇지?!”와 같이 부드럽게 얘기하는 것은 훈육이 아닙니다. 아이를 기분 좋게 타이르는 것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이런 말로는 아이가 자신의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어릴수록 최대한 간결하고 단호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서는 명확한 주의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겁이 많은 아이일 경우

아이의 불안에 공감해 주고 대처기술을 향상시킨다

산책을 하다가 아주 작은 강아지가 큰 개를 향해 앙칼지게 짖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반면 큰 개는 미동도 없이 별 반응을 하지 않는 그런 모습이요. 이 상황에서 작은 강아지는 공격성이 강해서 심하게 짖는 것일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반대인 경우도 많습니다. 자신보다 덩치가 큰 개를 보며 위협을 느껴 매우 불안한 상태가 되어 방어기제로 심하게 짖는 것이죠.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평소 심한 말을 하거나 친구들을 향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아동들 중에는 오히려 불안 수준이 매우 높은 경우도 많습니다. 불안이 높아 작은 자극에도 쉽게 불안해지다 보니 상대를 위협하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경우에는 상대를 위협하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행동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평소 겁이 많고 예민한 아이라면 우선 아이가 유치원에서 친구를 깨물게 된 상황에 대해 들어본 후 당시 아이가 느꼈을 감정에 대해 공감해 주세요. 

“친구가 단꿈이 장난감을 뺏어갈까 봐 걱정이 됐구나. 그래서 못 뺏어가게 하려고 친구를 깨물었나 보네.”와 같이 말이죠. 물론 부모가 이러한 공감적 반응만 지나치게 보인다면 아이의 부적절한(공격적) 행동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든 친구를 때리거나 깨무는 것은 안 된다고 명확히 가르쳐줘야 합니다. “그런데 친구가 단꿈이 장난감을 뺏어갈까 봐 걱정이 됐다고 해도 친구를 깨물거나 때리는 건 안 되는 거야. 그건 잘못된 행동이야.”와 같이 알려주는 것이죠.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위협을 느꼈을 때 공격적인 행동 대신 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행동들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친구가 단꿈이 장난감을 뺏어가려고 하면 친구를 깨물기 전에 큰 소리로 친구에게 얘기하는 거야. ‘그건 내 장난감이야, 너한테 줄 수 없어’라고.”라는 말로 알려주세요.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기질적으로 공격성이 높은 아이일 경우
아이를 자극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기질적으로 공격성이 높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기질적이라는 말은 선천적으로 어떤 특성을 갖고 태어났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기질적이라는 말이 꼭 부모에게 유전적으로 물려받아서 그렇게 됐다고만은 보기 어려우며, 선천적인 기질이 그냥 그럴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기질적 특성에 대해서 부모가 심하게 자책할 필요도, 그렇다고 아이를 비난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태어나게 된 것이죠.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지의 문제입니다. 

기질적으로 공격성이 심한 아동은 보통 어릴 때부터 몇 가지 사인을 보입니다.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아이가 다니는 기관의 담임 선생님이 주는 피드백일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을 자주 공격했고, 이런 문제로 기관을 옮기기도 했으나 비슷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됐던 아이. 또한 기관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비슷한 공격성을 보이는 등 몇 가지 사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보통 “어릴 땐 그럴 수 있다.”라는 주변의 말들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5세 이상이 됐는데도 여전히 공격적인 행동이 감소하지 않으며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인다면 너무 늦지 않게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기질적으로 공격성이 높은 아동이더라도 어릴 때 어떤 훈육과 개입을 받느냐에 따라 예후는 현저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집이 세고 공격성이 심한 아동의 부모가 아이의 고집을 꺾어보겠다고 힘으로 아이를 제압하는 것은 아이의 공격성을 더욱 자극할 뿐입니다. 심지어는 부모마저 ‘공격할 대상’ 혹은 ‘꼭 이기고 싶은 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부모가 주로 심한 다그침과 체벌로만 아이를 다뤘을 경우 이 아이는 타인을 ‘언제든 자신을 공격할 수 있는 대상’으로 왜곡해 인지할 수 있습니다. 강한 아이를 힘으로만 다스리려고 할수록 아이의 내재된 공격성은 더욱 강화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아이의 공격성을 자극하지 않고 적절한 방법으로 훈육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심한 공격성을 가진 아동의 경우 부모의 노력만으로는 아이를 적절히 훈육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연령이 더 증가하기 전에 부모상담 및 양육상담 등의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실 것을 권합니다.

 

글 = 강민혜 (단꿈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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