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조절의 어려움은 아이의 일상생활에 여러 가지 부가적인 문제들을 가져옵니다.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고 울음을 터트리면서 떼를 쓰거나 사소한 일에도 욱하며 화내고 반항하는 아이,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부모님들은 단호하게 혼내보기도 해보고, 토닥이고 타일러도 보았지만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기만 한다고 우려하십니다. 

▲ (사진=픽셀즈)

 

분노 조절이 어려운 몇 가지 이유

극심한 감정 조절의 문제는 여러 가지 원인에서 기인할 수 있고, 되도록 빠른 시기에 치료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ADHD, 적대적 반항장애, 품행장애 아이들

가장 먼저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뇌기능 손상으로 인한 충동조절의 어려움’입니다. ADHD, 적대적 반항장애, 품행장애는 흔히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동반하는데, 이 장애들은 신경발달학적 취약성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ADHD 아동의 경우 유전적, 생물학적 원인이 높은 장애로 전두엽 기능의 저하로 인해 인지적으로나 행동적으로 억제하고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보입니다. 즉, 억제 능력이 취약해 산만하고 과잉행동을 보이는 것이 특징적인데 감정 조절 역시 이러한 억제 능력의 영향 하에 있습니다. 때문에 충동적이고 높은 강도로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항장애와 품행장애도 신경발달학적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취약성으로 화가 나는 감정을 잘 참지 못합니다. 따라서 빈번한 갈등으로 이어지는 감정 조절의 어려움은 우선 심리평가를 통해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일시적 증상이 아닌 생물학적 취약성에서 드러나는 감정 조절의 어려움은 단순한 훈육이나 심리치료만으로는 증상 개선에 한계가 있으므로 전문의와의 상담 하에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모델링의 부재

만약 생물학적 원인에 의한 증상이 아니라면 건강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적절히 학습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부모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감정 조절 방법을 배우기 위한 좋은 모델이 되는데, 문제 상황에서 부모가 쉽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성장하는 아이들은 ‘문제가 생기면 저렇게 해결하는 거구나’하고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되는 것이죠. 

의외로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 대한 자신의 영향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는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기 때문에 화를 내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훈육 시 보이는 부모의 행동도 아이들에게 학습을 위한 자료로 활용됩니다. 따라서 부모가 되도록 이성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를 보여야 아이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감정 조절의 문제가 이미 극심한 수준이라면 부모 혼자 양육행동을 수정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부모교육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가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참고 억압하다가는 다시 한순간에 상황이 악화돼 문제가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정서적인 문제들

아이가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울적한 기분을 느끼는 아이들은 불쾌한 감정을 짜증이나 화로 드러내기도 합니다. 또 기질적으로 예민해 평소 불안이 높고 억압이 극심한 아이들도 사소한 것에 갑작스럽게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청소년 아이들의 경우 이전과 다르게 산만하고 들뜨는 양상과 함께 쉽게 짜증이나 화를 내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면 양극성 장애(조울증)와 같은 극심한 기분장애의 증상일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정서적인 문제가 있다면 심리환경적인 안정과 더불어 심리치료나 약물치료가 필요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 (사진=픽셀즈)

 

원인별 문제들을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많은 경우 감정 조절 문제는 한 가지 요인에 의해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생물학적으로 타고나는 취약성과 더불어 양육환경이나 스트레스 요인 등이 상호작용해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럼에도 보다 중요한 원인을 감별해 효과적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과정이 필요하기에 문제의 원인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정에서와 밖에서의 태도가 다른 아이

아이가 특정한 장면에서만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보일 경우, 즉, 집에서는 폭군처럼 화를 내고 분노하지만 학교나 학원, 놀이터 등에서는 순응적이고 친사회적인 태도를 보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ADHD, 적대적 반항장애, 품행장애 등을 반영하는 생물학적 취약성과는 거리가 멀 수 있습니다. 생물학적인 취약성은 아이가 스스로 노력한다고 해서 개선되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다른 장면에서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면 아이에게 자기조절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질이 예민한 아이 vs 환경이 원인인 아이

어렸을 때 기질을 고려해야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예민하고 활동성이 많았던 아이들의 경우 생물학적 취약성을 타고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성장 과정의 어느 시점부터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보인다면 스트레스 요인의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심리 치료 후에도 공격적인 아이

약물치료가 부담이 된다면 심리치료와 함께 부모의 양육행동 개선을 우선적으로 시도하며 아이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펴볼 수는 있습니다. 심리치료와 부모교육을 통해 아이의 감정 조절 문제가 상당 부분 개선된다면 일시적인 정서 문제이거나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생물학적 취약성에서 기인하지 않은 경우라고 할지라도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이 극심한 경우에는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니 개인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전문가와 의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글 = 선우현정(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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