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미미, 김효선

 

"사춘기가 오면 어떻게 변할지 겁나요"

부모상담을 하다 보면 앞으로 올 사춘기가 무섭다고 하는 부모님들이 많으십니다. 사춘기에 반항이 심할까 봐, 부모인 나와 사이가 멀어질까 봐, 부모인 내가 대처를 잘 하지 못할까 봐, 아이가 집 밖으로 나가서 안 들어올까 봐, 잘하던 지금의 모습이 180도 변할까 봐 등등 여러 이유로 자녀의 사춘기를 염려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춘기도 알고 나면 괜찮습니다. 사춘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개념부터 알아볼까요? 개념을 알면 막연하던 것이 선명하게 이해되기 시작하니까요. 

▲ (사진 = 픽사베이)
▲ (사진 = 픽사베이)

 

사춘기 vs 청소년기

사춘기와 청소년기의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청소년기는 언제일까요? 우리나라의 청소년 기본법에는 만 9세부터 24세 이하까지를 청소년(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청소년기본법 2020년 11월 20일 시행 자료)이라 규정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연령은 다른 법률에 따라 또 다르게 적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청소년기의 뇌는 리모델링 중이다'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청소년기의 뇌는 다른 발달 시기와 다릅니다. 아동기의 뇌, 성인의 뇌와 아주 다르죠. 리모델링 중일 때는 집에 손님을 초대할 수 없잖아요? 청소년기의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조절하고 판단하고 생각하는 뇌인 전두엽이 아직 서로 연결되지도, 발달이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태입니다. 때문에 어떻게 리모델링 할지 구상하고 다시 수정하고 치계를 잡느라 청소년기의 뇌는 아주 바쁩니다. 뇌 자체에서도, 호르몬에서도 아주 난리가 납니다. 충동적이기도 하고, 불안해 보이기도 하고, 이상해 보이기도 해서 '왜 저러나' 싶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부모인 우리는 아이의 뇌가 어떻게 리모델링 될지 알 수 없으니 막연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청소년기에는 '사춘기'라는 태풍이 찾아옵니다. 

사춘기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성호르몬에 의한 자연스러운 발달의 사춘기
2. 정서에 의한 사춘기

성호르몬에 의한 사춘기는 누구나 겪는 것이고, 정서에 의한 사춘기는 부모-자녀 관계에 의해 강하게 혹은 약하게, 길게 혹은 짧게 지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정서에 의한 사춘기'겠지요?

 

성호르몬에 의한 사춘기

2차 성징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성호르몬이 분비가 됩니다. 신체가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요. 여아는 초경을 통해 알게 되는데 초경을 시작한 뒤 1년에서 1년 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성호르몬이 분출됩니다. 남아는 고환의 색이 변하고 음모가 나기 시작하면서 2차 성징이 시작되는데 대략 겨드랑이 털이 났을 때부터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음모가 나면 약 2년 후부터 겨드랑이에 털이 나기 시작합니다. 

성호르몬에 의한 사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자녀들의 분위기가 전과 달라집니다. 전보다 센티해지고, 무기력해 보이기도 하지요. 특히 잠이 많아져서 아주 많이 잡니다. “왜 저렇게 많이 자!” 할 정도로 자요. 

그리고 뭔가 이상합니다. “전과 다르게 분위기가 달라.”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성격도 변한 것 같고, 조용하던 아이가 반대로 시끄러워지기도 하고, 말이 많던 아이가 말수가 적어지기도 하고, 방 안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죠. 여행을 가서도 혼자 고독하게 있기도 합니다. 자녀가 전과 분위기가 달라지고 뭔가 이상해 걱정이 되겠지만 그 이상한 것이 '정상'입니다.

성호르몬에 의한 사춘기는 약 2년간 지속됩니다. 

 

정서적 사춘기 

자, 이제 무섭다고 말하는 사춘기, 바로 성호르몬의 왕성한 분비와 함께 '정서적 사춘기'가 왔을 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정서적 사춘기란 성호르몬에 의해 나도 모르게 감정이 급격하게 변하기도 하고, 기존에 느꼈던 정서가 더 강력하게 뿜어져 나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불안이 있었던 아이가 2배 혹은 3~4배 더 불안을 느끼기도 하고, 공격성을 갖고 있던 아이는 2배 혹은 3~4배 더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억눌려있던 감정들, 관계에서 느낀 불만이나 속상, 억울함 등이 이때 더 강력하게 분출되는 것이죠. 

쉽게 말해 “아이가 안 그랬는데, 화낼 때 애 눈이 돌아가요.”, “우리 애가 아닌 줄 알았어요.”라고 말할 때, 정서적 사춘기가 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동안 억눌려있거나 그동안 힘들었던 정서가 분출되지요. 이때 평소 부모와의 관계가 어땠는지에 따라서 부모와의 대립, 반항기가 약하거나 짧게 지나갈 수 있습니다.  

성호르몬의 분비가 끝나도 정서에 의한 사춘기는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서에 의한 사춘기' 인지, 'ADHD'인지, '반항성 장애'인지 구별은 필요합니다.  그냥 '사춘기니까 저런가 보다' 하다가는 중요한 시기를 놓칠 수 있으니 살펴봐 주세요. 잘 모르겠지만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지원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인생에서 모든 시기가 다 중요하지만 사춘기는 특히 더 중요합니다. 그 상황에 대해 인지적으로 기억하고 그 기억이 생생하게 자리 잡는 사춘기에는 부모와의 관계는 인생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사춘기가 지나면 자녀들은 자신들이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때 자신들이 보인 행동이 부끄럽다고도 하지요. 사춘기는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뇌에서 보내는 신호입니다. 자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도 하고, '에잇 모르겠다'라고 모른 체도 해보는 시기입니다. 

사춘기. 이상한 게 정상인 이상한 시기. 
어떠세요? 막연히 무서워하시겠어요, 아니면 그 시기의 아이를 이해하며 함께 걸어가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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