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고 있는 남편 뒤로 서늘한 기운이 퍼진다. 아내의 차가운 시선이다.

많은 남편들은 아내가 자신이 게임을 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게임을 '하루 종일', '혼자' 하는 것이 문제다. 이제 그 게임, 아이와 함께 해 보자! 물론 할 수 있는 게임의 종류는 달라지겠지만 아내의 차가운 시선은 미소로, 잔소리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바뀔 것이다.  더욱이 아이와의 관계도 좋아지니 마다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자녀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친밀하게 관계하며 자녀 양육에 적극적인 아빠, '프렌디(friend + daddy)'를 아는가. 여러 연구 결과가 아빠가 아이와 원활하게 소통했을 때 아이의 사고력, 창의성, 집중력, 사회성 등이 월등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소통하는 아빠의 시작은 '관심과 공감'.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주고 공감하며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아이가 7세 이상이라면 '게임'을 추천한다. 스마트폰 게임이든 PC 게임이든 콘솔 게임이든 종류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공감하며 즐길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게임은 '목적'이 아니라 아이와 친해지는 '중간다리'로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게임 효과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하며 아이의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고 서로의 정서를 공감할 수 있다. 또한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도 많이 하게 된다. 게임에서 이기는 성취감과 지는 패배를 경험하면서 그 감정을 제어하는 방법도 익힌다. 

 

공감대 형성

공감은 관계 형성의 가장 기본이다. 그런 면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같이 보거나 게임을 같이 하면 서로의 생각이나 감정을 이야기하면서 서로에게 깊이 공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관심사 공유

여러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사춘기 아이가 "아빠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소리를 지른 후 방에 들어가 버리는 장면을 봤을 것이다. 언제까지 "아니, 저 놈이!!!"라며 화만 낼 텐가? 그동안 아이의 관심사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니 조금의 반성도 필요하다.
   
아이가 게임을 하고 있을 때 "그만 좀 해라!"가 아니라 "같이 하자"라고 해 보자. 이는 아이의 세계로 들어가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아이 또래가 즐겨 하는 게임을 알아봐 아이에게 그 게임에서 사용하는 캐릭터, 용어로 소통하며 해당 게임을 같이 하자고 먼저 제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화 활성화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뤄진다. 평소엔 한 마디도 안 하던 사이도 게임을 하면서는 이야기할 거리가 더 많아진다. 이는 곧 정서교류와 이어져 서로의 마음을 공감하고 입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감정 조절 능력 강화

아이와 게임을 하면서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아빠는 없을 것이다. 적당히 이기기도, 져주기도 하면서 아이가 승리의 성취감과 패배의 아쉬움을 모두 느끼게 하자.  

보통의 아빠는 놀이가 시작되면 놀이에 흠뻑 빠져 아주 자연스럽게 승부욕 등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아이와 티격태격하며 게임을 하는 것도 좋다. 그런 상황은 서로가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고 풀어나가는지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경험이 장이 된다.  

이때 아빠가 성취감과 아쉬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조절하는지 보여준다면 아이 역시 그 감정을 통제하는 방법을 배워 실천할 수 있다.  

 

칭찬과 격려 효과

게임을 하는 중간중간 “우와~그렇게 하니까 엄청 빨리 나가네~”, “아, 그 캐릭터가 공격력이 높아지네~.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 등 아이의 플레이를 칭찬하고 격려하면 아이의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진다. 이는 일상생활로 이어져 매사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계기가 된다. 
 

아이와 함께 게임할 때 주의해야 할 것

아이와 함께 할 게임을 정할 때는 각 게임 이용 연령을 꼭 확인해야 한다. 또한 먼저 게임을 해 보며 아이 수준에 맞는지, 폭력적이지는 않은지 확인한다.  게임 시간은 가능한 1시간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게임 시간이 길어진다면 중간에 5~10분씩 쉬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또한 게임을 하면서 뭔가를 가르치려고 하지 말자. 그냥 재미있게 하면 된다. 아이와 게임을 하는 것은 아이와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더욱 깊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게임을 통해 아이와 관계를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매일 하지는 않아야 한다. 매일 게임을 할 경우 내성이 생길 수 있으므로 게임하는 날을 정해서 행하는 것이 좋다. 

게임만 한다고 ‘끝’이 아니다. 게임과 함께 다른 활동도 해야 한다. 김효선 일산하하가족상담센터장은 게임을 하면서도 몸으로 하는 신체 놀이나 함께 하는 활동을 병행해야 아빠가 줄 수 있는 영향력이 효과적으로 전달된다고 조언한다. 신체놀이가 익숙하지 않다면 아이 수준에 맞는 보드 게임을 시도해 보자. 보드 게임은 모든 가족 구성원이 할 수 있고,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아이와 가까워지고 소통하는 시작은 게임이지만 점차적으로 신체놀이나 보드게임, 다양한 활동 등으로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와 함께 하기 좋은 추천 게임

본격적으로 아이와 함께 하기 좋은 게임을 찾아보자. 

 

슈퍼 마리오

▲ 슈퍼 마리오 게임 (출처=닌텐도)
▲ 슈퍼 마리오 게임 (출처=닌텐도)

'슈퍼 마리오'는 게임뿐만이 아닌 문화적으로도 '롱런'하고 있는 콘텐츠다. 1985년 첫 출시 이후 여러 버전이 끊임없이 출시되고 있다. 게임 시스템, 작화 연출, 플레이 기기 등도 수없이 변화해 세대 불문 즐길 수 있다. 아빠가 즐겼던 '슈퍼 마리오'와 아이가 즐긴 '슈퍼 마리오'의 차이를 서로 즐기며 '슈퍼 마리오'라는 '공감' 채널로 우리 아이와의 추억을 쌓아보자.

(권장 이용 등급: 전체 이용가)

 

브롤스타즈

▲ 브롤스타즈 (출처=슈퍼셀)
▲ 브롤스타즈 (출처=슈퍼셀)

초등학교 저학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FPS 게임이다.  

지난 2013년에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마인드라는 잡지에 실린 에세이에 따르면 FPS 게임을 매일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공간 지각 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단순히 공간 지각 능력을 넘어 의사결정 능력이나 시각 자극에 대한 주의력까지 향상된다고 한다. 

FPS 게임을 꾸준히 하면 책 읽을 때 집중력이나 운전 실력 등이 늘어난다는 뜻인데, 그런 연구 결과를 다 무시하더라도 아이 또래에서 유행하는 게임이니 아이와 공감하고 대화를 활성화하는 데 좋은 게임인 것만은 분명하다.

(권장 이용 등급: 전체 이용가)

 

동물의 숲

▲ 모여봐요 동물의 숲 (출처=닌텐도)
▲ 모여봐요 동물의 숲 (출처=닌텐도)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은 단순히 상대를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가시적인 성과가 남는 게임이다. 게임 속 성과는 아이에게 목표 달성의 쾌감을 느끼게 하고, 아빠 역시 아이를 칭찬하고 격려할 수 있다.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의 하나인 '동물의 숲' 시리즈는 내 마을을 가꾸는 내용으로, 상대와 경쟁하는 구도의 여타 게임과는 차이가 있다. 아이들이 접근하고 싶게 만드는 그래픽과 디자인에 자신만의 생각으로 마을을 꾸며나갈 수 있는 시스템으로 아이에게 칭찬과 격려를 해줄 수 있는 최적의 게임이다. 닌텐도 대표작이 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권장 이용 등급: 전체 이용가)

 

마인크래프트

▲ 마인크래프트 (출처=마인크래프트)
▲ 마인크래프트 (출처=마인크래프트)

아이와 같이 게임을 하려면 부모가 추천하는 게임도 좋지만 아이가 평소에 즐겨 하고 좋아하는 게임 취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또래 아이들이 어떤 게임을 즐겨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아빠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미리 알아보고 같이 하자고 청했다는 것만으로도 친밀도는 급상승한다.

마인크래프트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게임이다. 아이와 함께 3차원 세상에서 다양한 블록을 놓고 부수면서 여러 구조물과 작품을 만들어보자.

(권장 이용 등급: 12세 이상)

 

저스트 댄스

▲ 저스트 댄스 (출처=닌텐도)
▲ 저스트 댄스 (출처=닌텐도)

'저스트 댄스'는 몸치, 박치도 춤꾼을 만들어 주는 댄스 게임이다.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춤을 따라 추다 보면 어느새 땀이 주르륵 흐른다. 성인을 위한 노래부터 유아를 위한 노래까지 다양하게 마련돼 있어 선곡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함께 땀을 흘리고 춤을 추고 나면 체력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몸의 개운함까지 느낄 수 있다. 단, 층간 소음에 주의해야 한다.

(권장 이용 등급: 전체 이용가)

 

부루마불

▲ 부루마불 (출처=씨앗사)
▲ 부루마불 (출처=씨앗사)

보드 게임은 관계 속에서 대화를 늘리는 데 제격이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게임판 위에서 서로 대화를 하고 전략을 꾀하며 승리를 쟁취하는 보드 게임, 아빠와 아이가 같이 한다면 많은 대화로 동질감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 

보드 게임의 선두주자는 누가 뭐래도 '부루마불'이다. 부루마불은 혼자 할 수 없다. 같이 게임을 하는 구성원끼리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 땅 하나를 사려고 해도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야 하고, 누군가 내 땅에 발만 들이기라도 한다면 기쁨의 환호를 지를 수 있다.

부루마불을 아이와 아빠, 온 가족이 같이 한다면 서로를 더 잘 알게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레 대화량도 증가하게 된다. 아이와 아빠 간의 대화도 늘고 아이의 경제 관념까지 심어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권장 이용 등급: 만 7세 이상)

 

레오

▲ 보드 게임 '레오' (출처=코리아보드게임즈)
▲ 보드 게임 '레오' (출처=코리아보드게임즈)

'레오'는 동명의 사자가 미용실에 빨리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드 게임이다.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가족이 한마음 한 팀이 되어 사자가 미용실에 도착할 수 있도록 단합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게임의 특성상 경쟁 구도에 있어서 단체로 게임하는 경우 마음이 상하거나 싸움이 나기도 하는데 이 게임은 가족이 단합하고 협동심을 배울 수 있게 한다. 특히 가족놀이 상담할 때나 가족 평가를 할 때도 사용된다고 한다.

(권장 이용 등급: 만 6세 이상)

 

방관하면 ‘소통’ 아닌 ‘단절’

많은 아빠들은 아이가 컸을 때 ‘든든하면서 친밀하게 소통하는 아빠’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릴 때 아빠와 함께 한 좋은 추억이 없는 아이들은 사춘기가 되면 아빠와 눈도 잘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아빠 입장에서는 열심히 일해서 먹이고 입히고 키워 놨더니 자신을 무시한다며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이와 함께 한 추억이 없으면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아이와 소통하는 아빠가 될 수 있지만 ‘언젠가’ 그렇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갖고 있다면 ‘소통하는 아빠’가 아니라 ‘단절된 아빠’가 돼 버린다는 것을 명심하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을 통해 오늘부터 아이와 좀 더 친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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