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선우현정 (임상심리전문가,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아이들의 사회성 문제는 매우 다양합니다. 지나치게 소극적이어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활발하고 충동적이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양 극단의 사이에 포함되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성 문제가 있습니다.  

사회기술훈련 프로그램은 아이가 어려워하는 측면에 초점을 맞춰 구성하게 되므로 아이들마다 내용과 접근 방식이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가정에서는 자녀의 사회성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소극적인 아이 

소극적인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평가입니다. 소극적인 성향이 길러지는 것은 아이가 유전적으로 타고난 기질적인 영향이 있지만 부모가 일상생활에서 보여온 태도의 영향도 큽니다.  

조심스럽고 행동이 느린 기질을 타고난 아이가 있습니다. 이런 아이를 충분히 기다려주지 못하고 재촉하며 다그칠 경우 아이는 더욱 위축돼 소심한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반대로 아이가 안쓰러워 과도하게 보호하거나 모든 것을 대신해 주려고 할 경우에도 아이는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게 됩니다.  

제한된 환경 내에서 정해진 경험만 하다 보니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쉽게 당황하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부모는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아이가 천천히 여러 가지 문제를 경험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양육법]

소극적인 아이에게는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과제를 주고 그것을 성공했을 경우 적극적으로 격려해 줍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좀 더 난이도가 높은 과제를 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제를 자연스럽게 놀이 상황에서 격려할 수도 있고 실제로 숙제를 주듯이 제안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내일은 친구 이름을 부르고 인사만 한번 해보고 와봐.”와 같이 말하고, 성공하고 왔을 경우 적극적으로 칭찬을 해준 뒤 “내일은 친구한테 칭찬 하나만 해보고 와볼래?”와 같이 말하며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것입니다. 실패해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쉬운 과제부터 시작해서 점차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천천히 진행합니다.  

아이가 과제를 수행하고 왔는지 확인하고 어떤 점이 어렵게 느껴졌는지 함께 이야기 나누는 토론 시간을 갖는 것은 필수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새로운 접근 방식을 궁리해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습니다. 소극적인 아이들에게는 직접 경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인데, 은연중에 아이가 듣는 곳에서 “우리 애는 새로운 애들 만나는 거 싫어해”, “우리 애는 앞에 나가서 노래 못하잖아”와 같이 아이를 저평가하는 말들을 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듣고 있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거나 별로 의미를 두지 않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아이는 일상에서 접하는 부모의 여러 가지 말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내적 이미지를 형성해 나갑니다. 아이 스스로 막연히 자신이 겁이 많은 편이라고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 부모의 이러한 표현들은 아이의 생각을 확인시켜 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비언어적인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망설이며 불안해하고 있을 때 짜증스럽게 노려보거나 기대하지 않는다는 듯 무시해버리는 태도도 아이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충동적인 아이

충동적인 아이들은 겉으로 보기에 밝고 활발해 보이지만 이면에는 낮은 자존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충동적인 행동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빈번하게 받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은 “야! 너 때문이잖아!”라고 짜증을 내고, 교사는 “이제 그만하랬지!”라고 다그치게 됩니다. 물론 가정 내에서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게 되겠죠. 

 

[양육법] 

따라서 충동적인 아이들에게는 훈육보다 따뜻한 칭찬과 격려의 말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바람직한 행동을 보이고 있을 때 놓치지 않고 칭찬을 해줘야 하며, 잠들기 전과 같이 침착한 상태에서 평소 부모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말해주고, 아이가 얼마나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줘야 합니다.  

충동적인 아이들은 또래에게 성급하게 다가가고 일방적으로 행동하여 갈등이 많은 편입니다. 따라서 친구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단계별로 구분해 알려주고, 친구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들의 집단에 끼어들고 싶을 때, 1) 아이들 곁에 다가가 무슨 이야기(놀이)를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2) 친구들의 이야기가 잠깐 중단되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3) 사소한 도움을 주면서 끼어드는 방법을 안내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나도 같이 해도 돼?”라고 물어보라고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다가가는 과정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경험은 아이에게 침착하게 행동하는 것의 이점을 깨닫게 하고 스스로 행동을 조절하려는 노력의 빈도를 높이게 됩니다. 하지만 충동적인 행동이 과도하고 잘 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미숙하고 눈치가 없는 아이 

사회적인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눈치 없게 행동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자기가 할 말만 늘어놓기도 하고, 해서는 안 될 말이나 엉뚱한 소리를 해서 친구들로부터 배척당하기도 합니다.  

[양육법] 

이러한 문제가 빈번할 경우 정밀한 검사를 통해 사회적 능력의 손상이 없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증의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눈치가 없고 미숙한 아이들은 반복적이고 구체적인 사회기술 훈련이 필요합니다. 친구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방법에서부터 어떤 행동이 비관습적인 행동인지 상세하게 알려주고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사회적 능력을 키워 나가야 합니다.  

 

글 = 선우현정 (임상심리전문가,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심리사입니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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