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드라이브가 등장한지도 70년 가까이 지났다. SSD가 대중화되면서 하드 드라이브의 시대는 저물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현시점에도 하드 드라이브는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스토리지(데이터 저장장치)로서 가치 있게 사용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하드 드라이브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는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저장 용량이다. 최근 씨게이트는 10-플래터 디자인과 함께 열 자기 보조 기록(HAMR) 신기술을 적용, 32TB 용량으로 제공되는 HAMR 드라이브를 발표한 바 있다. 1956년 출시된 하드 드라이브의 저장 용량이 약 5MB였으니 무려 640만 배 정도 증대된 것이다.

매번 새로운 용량의 하드 드라이브가 출시될 때마다 '용량 한계'라는 표현과 함께 '이제는 끝이 아닌가' 점쳐졌지만, 스토리지 제조사들은 새로운 기술들을 접목하며 유한을 넘어서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스토리지 제조사들이 하드 드라이브를 발전시키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기술들을 살펴보겠다.

 

헬륨 충전 기술로 플래터 개수 증가

하드 드라이브 저장 용량을 증대하는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플래터’(platter)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플래터는 원판 모양으로 생긴 디스크인데 하드 드라이브는 플래터를 모터로 회전시키면서 표면에 데이터를 기록한다. 따라서 하드 드라이브 저장 용량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플래터 개수를 늘리거나 플래터에 기록 가능한 데이터 밀도를 높여야 한다.

스토리지 제조사들은 그 두 가지 방법을 최대한 활용해서 하드 드라이브 저장 용량을 증대해 나갔는데 플래터 개수는 5개까지 늘어나자 더 이상 추가하기 어려워졌다. 플래터가 회전하면서 하드 드라이브 내부에 주입된 공기와 마찰이 일어나 발열과 진동이 생기는 문제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하고 플래터를 더 추가하면 높은 열과 진동으로 인해 플래터 표면에 기록된 데이터가 손상될 수 있다.

▲ 하드 드라이브 내부에 공기 대신 헬륨을 충전하면 플래터 개수를 늘릴 수 있다 (출처=HGST)
▲ 하드 드라이브 내부에 공기 대신 헬륨을 충전하면 플래터 개수를 늘릴 수 있다 (출처=HGST)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2년부터 스토리지 제조사들은 하드 드라이브 내부에 공기 대신 헬륨을 주입하는 기술을 사용했다. 헬륨은 공기보다 밀도가 7분의 1에 불과해 마찰로 인한 발열과 진동이 훨씬 적으므로 대체제로 선택한 것이다.

헬륨이 주입된 최신 하드 드라이브 중에는 플래터를 10개까지 장착한 제품도 있는데 이를 통해 20TB가 넘는 대용량도 제공한다.

 

레이저 사용하여 고밀도로 데이터 기록하는 ‘HAMR’

플래터 데이터 밀도를 높이는 기술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여러 차례 발전되어 왔는데 현재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는 ‘CMR’(Conventional Magnetic Recording, 재래식 자기 기록)과 ‘SMR’(Shingled Magnetic Recording, 기와식 자기 기록)이 있다. 두 가지 기술 모두 ‘PMR’(Perpendicular Magnetic Recording, 수직 자기 기록) 기술의 일종이다.

▲ 현세대 하드 드라이브의 플래터에 데이터를 기록하는 기술인 CMR과 SMR (출처=SNIA)
▲ 현세대 하드 드라이브의 플래터에 데이터를 기록하는 기술인 CMR과 SMR (출처=SNIA)

CMR은 데이터를 기록하는 플래터를 각각 독립적으로 구성해 데이터를 기록한다. 각 트랙에 데이터를 따로 저장하므로 읽기 · 쓰기 성능을 높이고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데 유리하다. 다만 트랙과 트랙 사이에 공간이 남아서 플래터의 데이터 밀도를 증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SMR은 CMR에서 트랙 사이에 남는 공간을 최소화하면서 플래터를 최대한 겹쳐서 데이터 저장 용량을 최대한 늘린 것이 특징이다. CMR과 비교하면 데이터 저장 용량을 25% 이상 늘릴 수 있다. 트랙 여러 개를 묶어서 관리하기 때문에 반복된 쓰기 작업 시 인접한 트랙의 정보를 함께 갱신하므로 성능이 크게 저하될 수 있으며, 데이터 안전성 면에서 불리하다.

▲ 하드 드라이브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HAMR’ 기술
▲ 하드 드라이브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HAMR’ 기술

근래 들어서 CMR과 SMR 기술 모두 플래터의 데이터 밀도를 향상시키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기술로 씨게이트의 ‘HAMR’(Heat-assisted Magnetic Recording, 가열 자기 기록)이 주목받고 있다.

HAMR은 레이저를 사용하여 플래터 표면에 미세하게 데이터를 기록하는데 이를 통해 기존 기술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기록하여 하드 드라이브 저장 용량을 증대할 수 있다.

씨게이트의 첫 번째 HAMR 하드 드라이브는 저장 용량이 32TB이며 2025년에는 50TB 이상인 HAMR 하드 드라이브도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읽기 · 쓰기 속도 향상하는 MACH.2

▲ 액추에이터를 2개 장착하여 데이터 읽기 · 쓰기 성능을 높이는 ‘MACH.2’
▲ 액추에이터를 2개 장착하여 데이터 읽기 · 쓰기 성능을 높이는 ‘MACH.2’

한편 하드 드라이브가 저장 용량만 증대하고 데이터 읽기 · 쓰기 속도는 그대로이면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할 때마다 사용자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씨게이트의 ‘MACH.2’이다.

MACH.2는 플래터에 데이터를 기록하거나 읽을 때 사용하는 장치인 헤드(Head)를 여러 개 장착해서 원하는 위치로 이동시키는 액추에이터(Actuator) 개수를 1개에서 2개로 늘린 것이 특징이다.

씨게이트는 MACH.2 기술 적용 시 하드 드라이브 전송 속도를 480MB/s(초당 메가바이트)까지 높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NAS · 서버용 하드 드라이브보다 2배 정도 빠른 속도이다. 게다가 향상되는 성능에 비해 전력 소비량은 별로 늘지 않아서 효율적이다.

 

자동으로 하드 드라이브를 복구하는 ‘ADR’

PC 환경에서는 하드 드라이브를 1~2개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해 기업용 스토리지를 구축해 운용하는 곳이라면 하드 드라이브를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까지 사용한다.

기업용 스토리지는 하드 드라이브를 다수 조합하여 대용량 스토리지 하나로 활용하는 것이므로 하드 드라이브 한 개만 문제가 생겨도 전체가 작동하지 못하는 사태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 자동으로 하드 드라이브를 복구하는 ‘ADR’
▲ 자동으로 하드 드라이브를 복구하는 ‘ADR’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로 ‘ADR’(Autonomous Drive Regeneration, 자율 드라이브 복구)이 있다. ADR은 하드 드라이브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 그로 인해 접근하지 못하게 된 영역을 격리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나머지 영역을 활용해서 하드 드라이브를 재생하고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20TB 하드 드라이브에서 헤드 하나에 장애가 발생하면 그 헤드로 인해 사용할 수 없게 된 플래터 표면의 1TB를 제외한 나머지 19TB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재생해준다. 기존에는 하드 드라이브에 그런 장애가 발생하면 전체를 교체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ADR이 적용된 하드 드라이브는 문제가 없는 부분으로 드라이브를 재구성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로써 불필요한 시스템 접근을 줄이고 자원을 아끼면서 전자 폐기물까지 줄일 수 있으므로 기업용 스토리지 유지 · 관리 면에서 큰 이점을 제공한다.

 

데이터 분산 저장 기술 ‘ADAPT’

▲ 데이터 분산 저장 기술 ‘ADAPT’
▲ 데이터 분산 저장 기술 ‘ADAPT’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기술로는 ‘ADAPT’(Autonomic Distributed Allocation Protection Technology, 자율 분산 할당 보호 기술)가 있다.

ADAPT는 디스크 그룹 크기를 확장하고 모든 데이터를 전체 드라이브에 분산해주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며 성능 저하 없이 빠르게 데이터를 재구성할 수 있다. ADAPT 활용 시 시스템 부하는 최소화하면서 리빌딩 시간을 최대 95% 이상 단축시킬 수 있다.

데이터가 곧 자산인 기업이라면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되도록 많이 갖추는 것이 유리하므로 ADAPT가 적용된 씨게이트의 기업용 하드 드라이브 · 스토리지도 이용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는 하드 드라이브

지금까지 하드 드라이브 발전과 관련된 기술들을 알아보았다. 단순히 저장 용량만 늘어나고 있는 줄 알았던 하드 드라이브는 지금보다 더 큰 발전을 이룩하기 위하여 제조사를 통해 계속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 도입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성능이 우수하고 안전성이 보장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이득이므로 하드 드라이브 구매를 앞두고 있다면 어떤 기술이 적용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앞으로도 하드 드라이브는 무궁무진한 변화를 보여줄 것이므로 소비자는 이 점을 고려하면서 필요한 스토리지를 고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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