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무술 심판자' 쉬샤오둥과 '격투계의 유사과학자' DK Yoo가 12월 5일 정오 경기도 성남시 소재 아프리카TV 본사 특설링에서 경기를 갖기로 확정됐다. 복싱룰로 3분 6라운드의 장식으로 진행되며, 국내는 아프리카TV 외국은 스릴러 파이트 TV에서 중계한다. 본 경기에 앞서 3개의 오프닝 매치 배치되고, 이후 DK Yoo는 5경기 더 치를 예정이다."

 

현재의 세계 격투기 시장은 복싱과 종합격투기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복싱은 WBC, 종합격투기는 UFC가 주도하여 시장을 이끌고 있다. 즉, 격투기 팬들의 이목을 이끌 수 있는 경기의 대부분은 두 단체에서 나온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WBC도 아닌 UFC도 아닌 '여집합' 영역에서 격투기 팬들이 주목할만한 사건이 터졌다. 심지어 사건의 주인공들은 프로 격투기 선수도 아니다. 그런데 왜 프로도 아닌 그들의 사건에 많은 격투기 팬들이 큰 관심을 보내는 것일까? 

그들은 누구이고, 그들이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마지막으로 왜 이 사건을 벌이는지 육하원칙에 의거하여 알아보겠다.

 

누가?

사건을 벌이는 주인공은 쉬샤오둥과 DK Yoo다. 대체 그들은 누구길래?

▲ (사진: 쉬샤오둥의 유튜브 '徐晓冬北京格斗狂人' 영상 캡처)
▲ (사진: 쉬샤오둥의 유튜브 '徐晓冬北京格斗狂人' 영상 캡처)

먼저, 쉬샤오둥은 중국 국적의 종합격투가다. 쉬샤오둥은 엄밀히 프로 격투기 선수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어느 종합격투기 단체에 속한 선수는 아니다. 2001년 중국에 종합격투기 도장을 설립하여 보급했고, 자신 역시 종합격투기를 업으로 삼는 프로 격투가는 아니라고 시인했다. 

여기까지 쉬샤오둥의 발자취는 굳이 쉬샤오둥이 아니더라도 다른 중국인도 밟을 법하다. 하지만 2017년부터 쉬샤오둥은 급격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는데, 중국 전통무술은 현대에서 현실성 없는 무술과 불과하다는 주장 아래 여러 중국 전통무술들과 대전을 이어가며 인지도가 높아졌다.

뇌공태극권의 웨이레이, 영춘권의 딩하오와 뤼강, 이합퇴의 텐예, 무식태극권의 천융을 무참히 박살 내며 자신의 주장을 '몸소' 입증했다. 그리고 입증의 절정으로 과거 K-1 MAX에서 활동하던 '리얼 프로 격투가' 나가시마 유이치로와의 복싱·종합격투기 혼합룰 경기에서도 승리했다. 결국 프로선수까지 잠식해버리는 위용을 과시하게 됐다. 

▲ (사진: DK Yoo 인스타그램 캡처)
▲ (사진: DK Yoo 인스타그램 캡처)

쉬샤오둥과 일을 벌이려는 자의 이름은 DK Yoo다. 한국 이름으론 유대경이다. 굳이 한 단어로 소개하자면 무술이론가다. 여러 논란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우선 자신의 주장대로는 총 15가지의 무술을 익혀 수련생들에게 '워페어 컴뱃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무술이론을 전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DK Yoo의 인지도 높아진 계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쉬샤오둥보다도 더 실전 경력이 없으면서도 실제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DK Yoo의 강의를 듣는다는 것이 알려진 것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 격투기 출신 유튜버들은 실제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DK Yoo의 강의를 듣는 것은 DK Yoo의 무술이론을 맹신해서가 아닌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차용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저 참조하는 수준일 것이라 예상했다. 

이에 덧붙여 DK Yoo의 강의 영상을 보고 전현직 프로 격투가들은 DK Yoo를 비판했었다. 실제 경기에서 적용했다간 분명한 허점이 보이는 격투 이론을 전파한다는 점, 대부분의 영상이 실전성이 없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는 점 등을 비판했다. 결론은 하나였다. DK Yoo의 강의나 이론은 실전성이 없으며 최소한 입증되지 않은 격투계의 '유사과학'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점이 쌓이면서 결과적으로는 DK Yoo는 쉬샤오둥에 버금가는 인지도를 가지게 됐다.

 

무엇을?

DK Yoo를 비판하는 대열에 쉬샤오둥도 합류했다. 쉬샤오둥은 '레드 히든'과의 음성 인터뷰에서 DK Yoo의 신체능력은 인정하지만 시연 영상에서 대상이 약한 일반인이기에 가능하지 상대가 더 강했더라면 실전성이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며, 자신이 중국 전통 무술을 비판했을 때와 유사하게 DK Yoo를 비판했다. 

다른 방식과 다른 길로 격투계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쉬샤오둥과 DK Yoo, 이 둘이 결국 경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격투계 시장의 주류 단체가 아닌 이 외의 곳에서 이 둘이 붙는 사실에 여느 세기의 대결에 버금가는 관심을 격투기 팬들은 보내고 있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쉬샤오둥과 DK Yoo가 경기를 가지는 날짜는 한국시간 기준 12월 5일 정오로 확정됐다. 장소는 대한민국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하고 있는 아프리카TV 본사에 설치될 특설링에서 진행된다고 DK Yoo는 '양감독 TV'와의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밝혔다. 경기 방식은 3분 6라운드 복싱룰로 진행된다.

▲ 쉬샤오둥과 DK Yoo의 대결을 중계할 아프리카TV와 스릴러 파이트 TV
▲ 쉬샤오둥과 DK Yoo의 대결을 중계할 아프리카TV와 스릴러 파이트 TV

그리고 국내 중계방송사는 아프리카TV, 외국 중계방송사는 스릴러 파이트 TV로 알려였다. 특히, 스릴러 파이트 TV는 복싱계의 전설 마이크 타이슨, 오스카 델라 호야의 경기를 중계한 바 있다. 

▲ DK Yoo와 쉬샤오둥의 경기 포스터를 보면 둘의 체중 차이가 20kg 차이가 난다
▲ DK Yoo와 쉬샤오둥의 경기 포스터를 보면 둘의 체중 차이가 20kg 차이가 난다

현재 공개된 경기 포스터 상으로는 쉬샤오둥이 100kg, DK Yoo가 80kg로 기재돼있는데, 체중 관련해서는 추후 과정에서 합의를 거쳐 계약체중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이색 매치가 정식 경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체중을 맞추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왜? 이 둘은 어떤 이유로, 어떤 동기로 이번 경기에 임하는가?

프로레슬링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격투기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경기라면 사전 스토리라인은 필수적으로 갖추어져야 한다. 과거 UFC에서 코너 맥그리거와 조제 알도가 마치 WWE 슈퍼스타들의 대립 과정을 보여주듯 불꽃 튀게 대립했듯이, 쉬샤오둥과 DK Yoo가 왜 대결을 갖는지에 대한 스토리라인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사진: 유튜브 '레드 히든' 영상 캡처)
▲ (사진: 유튜브 '레드 히든' 영상 캡처)

쉬샤오둥의 입장에서는 동기가 명확하다. 그동안 쉬샤오둥이 해왔듯, DK Yoo가 가짜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레드 히든'과의 음성 인터뷰에서도 DK Yoo를 자신이 꺾어왔던 중국 전통 무술가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즉, 쉬샤오둥 입장에서는 그저 자신이 해왔던 것을 대상만 달리한 것이다.

반면 DK Yoo 입장에서는 새로운 도전인 것이다. 자신의 무술, 격투 철학대로 영상을 게재하고 강의를 이어왔지만 전현직 프로격투가들과 격투기 팬들의 무수한 비판을 받아왔다. 그 비판의 핵심은 실전에서 가능하겠느냐였다. 이 비판을 극복하는 가장 정직한 방법인 실전 경기 출전, 그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DK Yoo는 쉬샤오둥과의 대결 이후 5경기를 더 가지면서 실전에 대한 입증을 행할 것이라 밝혔다. 

▲ (사진: 유튜브 '양관장 TV' 영상 캡처)
▲ (사진: 유튜브 '양관장 TV' 영상 캡처)

DK Yoo는 '양감독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를 갖는 이유에 대해 더 밝혔다. 자신의 무술, 격투 철학에 대한 입증에 더불어 대한민국 격투기 시장에 PPV 문화 도입에 이어 나아가 대한민국 격투 시장 확장과 발전을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유의미한 시사점이다. 북미 격투기 시장과는 다르게 대한민국 격투기 시장은 PPV라는 문화가 생소하다. 시청자는 자신이 유료 가입한 디지털 TV 방송 채널 중 하나의 채널이 격투기를 방영해주는 방식으로 그동안 격투기를 접해왔다. PPV는 모 격투 이벤트를 하나의 상품처럼 판매하는 것을 내포한다. 즉, 쉬샤오둥과 DK Yoo가 경기를 가지는 이 날의 이벤트가 PPV로 판매된다. 가치가 느껴진다면 소비자가 구매하고 소장하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TV 방식보다 주최 단체나 선수들에게 직결적으로 수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격투기 시장에는 이롭다. 

▲ UFC 229는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와 코너 맥그리거의 대결로 약 240만 건 이상의 PPV 판매량을 기록해 UFC 내 PPV 판매 1위에 위치해 있다
▲ UFC 229는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와 코너 맥그리거의 대결로 약 240만 건 이상의 PPV 판매량을 기록해 UFC 내 PPV 판매 1위에 위치해 있다

또한, 12월 5일에는 DK Yoo와 쉬샤오둥만 경기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PPV 안에 다른 한국 선수들끼리 붙는 3경기가 배치된다. 하나의 PPV 안에 메인 매치 DK Yoo와 쉬샤오둥 경기를 비롯 여러 경기가 포함돼있는 것이다. 이 결과로 DK Yoo는 보다 한국 격투기 선수들을 비롯 한국 격투 시장이 PPV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도 밝혔다. 또 한 번 PPV 방식의 이점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 (사진: 유튜브 '양관장 TV' 영상 캡처)
▲ (사진: 유튜브 '양관장 TV' 영상 캡처)

DK Yoo의 사전 준비는 끝났다. 쉬샤오둥이 그동안 꺾어왔던 중국 전통 무술가들처럼 처참히 무너지지 않고, 누가 이기더라도 '쉬샤오둥과 DK Yoo간의 경기는 돈을 주고 구매하여 소장할 가치가 있구나'라는 정도의 경기력이 갖춰진다면 12월 5일 이후 비판의 여론이 지지의 여론으로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결국 드러난 실전 경기력이 눈 뜨고 봐주지 못 할 수준이라면 DK Yoo 자신이 꿈 꾸는, 소비자들이 직접 돈을 주고 격투 이벤트를 구매하는 'PPV 문화의 정착'은 없을 것이다.

 

 

속을 들여다보니

DK Yoo의 실전성 논란, DK Yoo 비판 대열에 합류한 쉬샤오둥, DK Yoo와 쉬샤오둥이 붙는 것 아니냐는 많은 이들의 예상. 이 지점까지는 이번 사건의 외면만 바라보는 수준이었다. 

DK Yoo와 쉬샤오둥이 인지도 있는 배급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중계가 되고 이 둘이 어떤 자세를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지 확인되자, DK Yoo와 쉬샤오둥의 대결이 가지는 무게감이 달라졌다. 어쩌면 결과만큼 이미 많은 것을 드러낸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스포츠다. 결과는 중요하다.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경기인만큼 한 줄로 세상에 기록될 것이기에 결과는 중요하다. DK Yoo는 자신의 무술, 격투 철학을 입증해야 할 것이고 쉬샤오둥 역시 자신의 철학대로 가짜를 실력으로 단죄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단순 '가십'에서 그치는 격투계의 떡밥이 아니다. 공정한 룰에 의거하여 공식적으로 세계에 중계되는 '경기'가 됐다. 판이 커짐에 따라 동반된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졌다. 12월 5일이 정오 국내는 아프리카TV, 외국은 스릴러 파이트TV로 직접 확인해보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맨즈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