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은교(마포청아한의원 원장)

“제가 건강하지 못하게 낳아서 아이가 아픈 것 같아 항상 너무 미안해요.”

어린이 아토피 환자와 같이 만성 피부질환으로 오랜 기간 고생하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이러한 생각을 마음 한 켠에 담아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작은 몸으로 만성 피부질환으로 인한 여러 증상들을 겪으면서 고생하는 어린이 환자들의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지만 곁에서 힘들어하는 아이를 달래고 돌보면서 그 고통의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 부모님도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갑니다.

부모님들이 더욱 힘든 점은 어디에도 속 편히 이 힘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녀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는 부모님은 가족들 앞에서 힘들어 무너질 것 같은 모습을 쉽게 보일 수 없으니까요.

아이의 피부질환 증상은 타인의 시선을 끌고 원치 않는 관심을 받게 되지만 정작 아토피와 같은 만성 피부질환을 앓아 본 적이 없고 가족들 중에도 환자가 없었던 분들은 피부질환 환자의 고통과 그들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공감하지 못합니다. 

“아토피? 그게 뭐가 그렇게 힘들어? 다른 병처럼 병원 다니고 먹는 거 조절하면 되는 거 아닌가?”와 같은 반응이 돌아오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앞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속마음을 감추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나 때문에 아이가 아픈 것 같다’는 자책감, 24시간 밤낮없이 아이를 케어하며 느끼는 피로감, 사회활동·사교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생겨난 정서적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감 등으로 정신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심리적인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고 점차적으로 쌓이면서 시간이 흐르면 만성 피부질환 환자인 자녀와 부모의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피부를 신경 쓰고 챙기는 것이 점점 잔소리로 느껴져 오히려 신경질이 늘고 말 수가 줄어들기도 하는 것이죠. 심적으로 지쳐버린 부모 역시 이런 아이를 따뜻하게 포용하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는 아이의 피부질환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단순히 피부 문제에 그치지 않고 가장 가까운 사이인 가족들도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는 생각에 점점 대인관계를 형성하거나 원활한 사회활동을 영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아토피 등의 만성 피부질환은 마라톤과 같아 길고 긴 치료 기간을 완주할 힘이 필요하고, 그 힘은 건강한 정신에서 나옵니다. 그러므로 만성 피부질환 환자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의 케어만큼이나 본인, 특히 본인의 멘탈 케어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부모 멘탈케어 – 아이를 돌보면서 느끼는 힘든 감정 해소하기

스스로 생각할 때 나의 마음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정신과 전문의 또는 전문 심리상담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멘탈 케어를 위해 꼭 전문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거나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특별한 방법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를 돌보는 상황들 속에서 느낀 힘든 감정을 그때그때 해소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성공적인 스트레스 관리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잠깐의 시간을 할애하면 어렵지 않게 스트레스 해소가 가능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 가장 쉽게 시도할 수 있으며, 실제로도 해보시길 추천하는 세 가지를 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집 근처라도 가볍게 산책하기
만성 피부질환을 가진 아이의 부모들은 아이가 걱정돼 집에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계속 아이와 단둘이 집안에 있으면서 부모가 아이를 케어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주로 걱정되는 부모가 아이에게 ‘이거 해라’, ‘하지 마라’ 하는 얘기들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이는 서로의 우울하고 짜증 나는 감정만을 교류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집에서 아이를 하루 종일 케어한다고 해서 아토피가 더 빨리 낫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매일 피부 상태만 확인하면 더 나빠지지는 않을지 불안해지거나 치료하고 관리하는데도 빨리 낫지 않는다는 조급함이 생기기 쉽습니다. 여기에 아토피 때문에 집에만 있으려 하는 아이와 함께 있다가 활동량이 줄면 우울감은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집 근처라도 아이 손을 잡고 산책을 나가보는 것이 좋습니다. 밖으로 나가 주변을 둘러보며 걷다 보면 온종일 아이의 피부 상태만 살피느라 곤두섰던 신경을 누그러뜨릴 수 있고, 아이와 피부 이외의 다른 대화도 나눌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운동을 하거나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면 엔도르핀과 도파민 등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는 호르몬들도 분비됩니다.

규칙적인 운동은 만성 피부질환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아이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속 이야기를 정리하고 털어놓는 시간 갖기
아픈 아이를 돌보면서 우울하고 힘들지만 ‘주변에 내가 이렇게 힘든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 ‘말해도 공감받지 못할 테니까’라는 생각에 눈물 나게 지치고 힘들 때조차도 속마음을 속으로 감추고 있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속으로 힘든 마음을 쌓아두다 보면 우울감에 잠식당하거나 회복이 힘들 정도로 지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스스로 돌아보고 제대로 들여다보면서 힘든 속을 비우고 정리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속마음을 털어놓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추천드리는 것은 일기 쓰기입니다. 나의 감정 상태, 생각의 흐름을 글로 적어보고 다시 한번 읽어보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감정을 토해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부분 중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내가 이렇게 힘들어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아이도 더 좋아지고 이렇게 최악의 상황이라 생각했던 상황도 별일이 아니었네’와 같이 자신이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 있다면 이를 깨닫고 좀 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생각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혼자 글을 써보는 것만으로는 감정 해소가 되지 않는 분들은 ‘아토피 치료를 위한 카페’와 같이 동일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환자의 가족들이 활동하는 네이버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 글을 남기고 소통하면서 공감과 위로를 얻는 것도 좋습니다. 단, 하루 종일 커뮤니티에 매달리면 오히려 조급함, 불안함, 우울감이 심해질 수 있으니 시간과 목적을 정해두고 활용해야 합니다.

의식적으로 계속 긍정적인 말하기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방법은 의식적으로 계속 긍정적인 말을 하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만성 피부질환 환자와 가족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반드시 나을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물론 힘든 상황 속에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긍정적인 표현을 하는 것은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는 긴 치료 과정 속에서 점점 지치다 보면 부정적인 말과 생각에 점령당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힌 부모가 짜증을 내거나 계속해서 안 좋은 말을 하게 되면 아이도 점점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고 의기소침해지기도 합니다. 피부질환은 정신적인 부분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누가 봐도 피부의 이상이 눈에 띄는 중증의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이도 긍정적인 부모님의 아래에서 밝고 당당하게 자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치료의 경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처럼 긍정적인 말의 효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큰 힘을 갖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상황을 좋게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말하려고 노력하면 긍정적인 사고를 갖게 하고, 이는 실제 긍정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소중한 나의 아이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과 ‘우리 아이는 꼭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자신과 아이에게 계속 긍정적인 말과 생각을 전달한다면 아이도 가족들의 밝은 기운과 사랑 속에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 임은교(마포청아한의원 원장)
10여 년간 이어진 아토피습진을 이겨내고 피부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한의사가 됐다. 아토피습진 및 만성피부질환을 전문으로 다루는 한의원의 원장으로 유아 아토피부터 성인까지 전 세대의 다양한 피부질환 칼럼을 블로그에 올리며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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