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효선, 김미미(일산하하가족상담센터장)


아이가 말대답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부모가 하는 말에 아이가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면 마음이 불편하지요. 서로의 말만을 하다 보면 점차 갈등이 심해지고 힘들어집니다.

 

아이는 왜 말대답을 할까요?

말대답은 학령기에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이는 아이의 인지가 발달했다는 증거입니다.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해지고 언어가 발달하면서 아이에게도 나름대로의 논리가 생긴 것이지요. 자신의 생각이 뚜렷해지면서 부모 생각에 반증을 할 수 있고, 그 생각을 제대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 아이의 논리대로 아이 의견을 받아주면 갈등은 사라지지 않나요?'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 발달하는 존재로 아이의 결정이 모두 옳을 수는 없습니다. 효율적이지 않을 때도 있고, 어른이 제공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따라야 할 때도 있죠. 그래서 아이의 의견을 전적으로 받아줄 수는 없습니다.

 

부모는 왜 아이의 말대답에 화가 날까요?

부모는 부모 나름대로 해당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이며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 아이에게 제안을 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싫어요!”라고 대답하거나 부모가 제시한 방법 대신 제3의 대답을 하면 부모는 몹시 당황스럽습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도 고민이죠. 그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아요.

1. 부모도 아이의 말대답이 갑작스럽다.

2. 부모가 준비한 배려를 아이가 거절했다고 느낀다.

3. 부모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아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

4. 아이가 부모가 생각한 방향으로 크지 않을까 봐 불안하다.

 

부모는 세상을 먼저 살아온 어른이기 때문에 자신이 괜찮다고 여기고 성공했던 경험치에 비춰서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어릴 적과는 다른 환경에서 크고 있죠. 당연히 생각도 다릅니다.

부모의 불안의 가장 밑바닥을 '우리 아이가 이 세상에 잘 적응해서 살아가고 괜찮은 직업과 인성을 갖고 이 아이가 삶을 잘 꾸려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그런데 이 욕구 또한 부모의 욕구일 수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 간 의견 충돌 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모의 이야기를 수용할 수 없는 아이와 부모의 현재 욕구가 만났을 때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나의 욕구와 타인의 욕구가 만나면 당연히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서로 다른 욕구들 사이에서도 갈등하게 되는데(예를 들어 시험을 잘 보고 싶은데 정말 좋아하는 연예인의 콘서트가 시험 기간에 있다면 공부를 할 것인가 콘서트에 갈 것인가 갈등하는 것처럼) 나와 타인의 서로 다른 욕구들이 만나면 충돌은 당연하죠. 아이는 자장면을 먹고 싶고 엄마는 고기를 먹이고 싶을 때 생기는 충돌처럼요.

중요한 것은 이 갈등을 얼마나 성숙한 방법으로 풀어 가느냐입니다. 그 방법에 따라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서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대하는 자세들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논리 있게 이야기해 봐.”라고 말하는 것을 다른 용어를 바꾸면 '말대꾸(말대답)'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른만큼 논리 있게 말하지 못하지요. 아직은 발달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리 말을 해도 부모에게 통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아이는 이성적, 논리적으로 접근해 통제하려는 부모에게 강력한 한 방을 날립니다.

“짜증 나! 안 해! 귀찮아! 재미없어!”

 

아이가 거절한 것은 부모가 아니에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수록 이런 말들로 부모는 당황스럽고 마음이 상합니다. 부모도 사람인지라 아이가 주는 거절감에 상처를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이가 거절한 것은 부모의 의견, 나에게 주어지는 스트레스지 부모 자체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말대답을 하면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기술 즉, 협상의 기술을 배우는데 부모가 먼저 상처를 받거나 너무 강압적으로 아이를 밀어붙인다면 협상은 결렬되고 맙니다.

아이의 언어 구사력을 높이고 싶으시죠? 상대방을 잘 설득하고 협상이나 조율을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시죠? 자신의 상황을 조리 있게 설명하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시죠? 그렇다면 아이의 말을 그대로 받아주세요.

의사소통 능력과 협상은 지속적으로 연습을 해야 기술이 늘어납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제시한 것을 지키지 못하거나 자신의 생각대로 결론이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경험을 아이 스스로 하면서 다양한 시각을 배울 수 있습니다.

 

잠시 떨어져 생각한 후에 방향을 알려주세요

만약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을 만큼 부모의 감정이 상했다면 잠시 떨어져 있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잠깐만, 엄마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잠깐 우리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자.”

“얘, 네가 싫다고 하니까 엄마가 순간 당황스럽다.”

라고 멈춰 주세요. 그러면 아이도 부모와 감정적으로 상처받는 대신 부정적 감정이 생겼을 때는 잠깐 멈추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한발 나아가 부모로서 아이가 상대를 좀 덜 불편하게 말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더 좋겠습니다.

“엄마 말과 생각이 다를 때 '나는 생각이 달라요'라고 해주겠니?”

“너도 화가 나면 '엄마, 잠시 멈춰주세요. 생각 좀 할게요'라고 해 줘.”

그리고 아이가 이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했을 때 구체적으로 칭찬해 주면 협상의 기술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아동기 즉, 학령기는 가정 안에서부터 소속감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 안에서 나의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의 존중받는 경험은 학령기에 반드시 이뤄져야 할 발달 과업입니다. 부모가 아이의 말대답을 수용해 주고 아이의 의견을 함께 고민할 때 아이의 생각이 자랍니다.

단, 아이의 건강이나 위험 요소들, 변화할 수 없는 상황(이사, 전학 등) 등에 대해서는 아이의 모든 말을 수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럴 때는 해당 환경을 이겨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글 = 김미미, 김효선

일산하하가족상담센터 센터장. 아동 대상의 놀이치료, 인형 진단평가, RT 발달 중재는 물론 청소년, 성인, 부부 상담까지 전 세대에 대한 상담 및 강의를 하고 있다. <눈맞춤 육아법(하루 5분, 아이의 마음까지 안아주는)>을 지었으며, 유튜브에서 <놀이치료사 하하선생님의 눈맞춤TV>를 통해 부모들과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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