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데온 RX 570을 사용한지도 5년이 지났다. 최고의 성능까지는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어떤 게임이든 무난하게 실행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게 사용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슬슬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쫄깃한 기분으로 공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즐기려고 했다가 중요한 순간마다 게임이 버벅거렸고, 올해 출시된 게임들은 FHD(1920x1080) 해상도에서도 제법 그래픽 옵션 타협을 해야만 제대로 실행하는 것이 가능했다.

도저히 못 참겠다 싶어서 몇 달 전부터 새로운 그래픽카드를 알아보기 시작했지만 얇은 지갑으로는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 그리 많지 않았다. 시선을 중고품으로도 돌려봤지만 가상 화폐 채굴용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 때문에 금세 그만두었다.

▲ SAPPHIRE 라데온 RX 7600 PULSE OC D6 8GB
▲ SAPPHIRE 라데온 RX 7600 PULSE OC D6 8GB

그렇게 덧없이 시간만 흘러가던 중 AMD가 그래픽카드 신제품 ‘라데온 RX 7600’을 선보였다. 30만 원 후반대로 책정된 현실적인 가격이 눈에 쏙 들어왔는데 AMD가 공개한 성능을 알아보니 최신 게임용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라데온 RX 7600의 게임 성능

라데온 RX 7600은 AMD의 메인스트림 라인업 그래픽카드이다. FHD 해상도에서 최신 게임을 쾌적하게 실행할 수 있다고 하는데 오랜만에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를 하는 사람이라면 과연 실제로 그런지 궁금하기 마련이다.

그 궁금함을 해소하기 위해 이엠텍아이엔씨가 국내에 유통하고 있는 ‘SAPPHIRE 라데온 RX 7600 PULSE OC D6 8GB’(이하 사파이어 라데온 RX 7600)를 사용하여 성능을 검증해보았다.

테스트 시스템 제원은 아래와 같다.

CPU: AMD 라이젠 5 7600
RAM: G.SKILL TRIDENT Z5 RGB DDR5-6000 16GB (8GB x2)
메인보드: MSI MAG B650M 박격포 WIFI
SSD: Seagate 파이어쿠다 540 M.2 NVMe 2TB
PSU: 마이크로닉스 클래식II 1050W 80PLUS GOLD 230V EU 풀모듈러 화이트
케이스: 마이크로닉스 GX1-PUNCH 강화유리

▲ 여섯 가지 게임으로 테스트 진행 (출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스팀)
▲ 여섯 가지 게임으로 테스트 진행 (출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스팀)

테스트는 ‘디아블로 IV’, ‘칼리스토 프로토콜’, ‘파 크라이 6’,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I’ 등 여섯 가지 게임의 평균 FPS(초당 프레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실시했다.

각 게임은 자체 제공되는 그래픽 옵션 가운데 최고 등급을 적용했다. 다만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I은 비디오 메모리 용량 문제 때문에 한 단계 아래인 ‘높음’ 등급을 적용했다.

▲ 지포스 RTX 3070 FE(왼쪽), 라데온 RX 570
▲ 지포스 RTX 3070 FE(왼쪽), 라데온 RX 570

물론 비교 대상이 빠질 수 없다. 라데온 RX 7600보다 상위 제품인 지포스 RTX 3070 FE(파운더스 에디션)와 최신 게임들의 최소 요구사항 그래픽카드인 라데온 RX 570 (비디오 메모리 GDDR5 8GB)을 사용했다.

FHD 해상도에서 사파이어 라데온 RX 7600은 게임 성능이 라데온 RX 570을 2~3배 앞섰으며, 모든 게임이 평균 60FPS 이상으로 실행되어서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지포스 RTX 3070과는 보통 10~20% 정도 격차를 보였는데 파 크라이 6는 평균 FPS가 동일하게 측정되었다.

이어서 QHD 해상도에서 테스트를 실시했다. 사파이어 라데온 RX 7600은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I을 제외한 모든 게임이 평균 60FPS 이상을 달성해 QHD 해상도에서도 무난한 게임 성능이 보장되었다.

사실적인 광원 효과로 게임 화질을 한층 더 미려하게 만드는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Ray Tracing) 적용 시 성능 변화도 비교했다. 게임은 파 크라이 6와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를 사용했고, 라데온 RX 570은 레이 트레이싱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여 비교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파 크라이 6의 경우 사파이어 라데온 RX 7600으로 레이 트레이싱 옵션을 적용해도 FHD · QHD 해상도에서 평균 60FPS 이상을 유지했다.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는 모든 해상도에서 레이 트레이싱 적용 시 평균 60FPS를 유지하지 못했다. 게임을 안정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그래픽 옵션을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픽카드 소비 전력 비교

그래픽카드는 게임 성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소비 전력이다. PC 하드웨어 가운데 가장 많은 전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장시간 PC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전기 요금 폭탄을 맞지 않기 위해 꼭 신경 써야 하는 요소이다.

그래서 게임 성능 다음에는 전력 측정기를 사용하여 세 가지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테스트 PC의 전체 소비 전력을 측정해보았다. 소비 전력은 아무런 작업도 하지 않은 시스템 유휴 상태와 3DMark 벤치마크를 구동해 GPU(그래픽카드) 사용률을 100%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측정했다.

소비 전력을 측정한 결과 GPU 유휴 상태에서는 사파이어 라데온 RX 7600과 지포스 RTX 3070 FE가 80W 내외로 측정되었고, 라데온 RX 570은 90W 내외였다.

GPU 최대 부하 상태에서는 지포스 RTX 3070 FE가 320W 내외를 기록해 소비 전력이 가장 높았다. 사파이어 라데온 RX 7600은 그보다 100W 정도 낮은 220W 내외, 라데온 RX 570은 200W 내외를 기록했다.

결과를 종합하면 사파이어 라데온 RX 7600은 라데온 RX 570보다 소비 전력은 10% 정도 더 많지만 게임 성능은 2~3배 이상이고, 지포스 RTX 3070 FE보다는 게임 성능이 10~20% 정도 낮지만 소비 전력이 45% 가량 적다. 즉 적정한 전력을 소비하면서 충분한 게임 성능을 제공하는 그래픽카드라고 볼 수 있다.

 

사파이어 라데온 RX 7600의 구조

사파이어 라데온 RX 7600은 방열판(히트 싱크)과 쿨링팬 2개, 히트 파이프 2개로 구성된 쿨러가 장착되었다.

제품 크기는 240 x 120 x 44.07mm(가로 x 세로 x 두께)이며 무게는 612g이다. 길이 300mm, 두께 60mm 이상인 고급형 그래픽카드들에 비하면 상당히 아담한 편이다.

쿨링팬과 방열판 반대편에는 그래픽카드 기판을 보호하는 알루미늄 재질인 백플레이트가 부착되어 있다. 사파이어 라데온 RX 7600은 그렇게 무거운 편은 아니지만 장기간 메인보드 PCIe x16 슬롯에 장착되는 경우에는 기판이 휘어질 수 있으므로 그런 현상을 막기 위해 마련되었다.

디스플레이 연결용 인터페이스로는 DP(DisplayPort) 2.1 3개와 HDMI 2.1 1개가 제공된다. 최대 해상도는 8K(7680x4320)이며 AMD의 다중 디스플레이 기술인 '아이피니티'(Eyefinity)가 적용되어 모든 포트에 디스플레이를 연결해 동시에 화면을 출력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대역폭 한계로 인해 4K(3840x2160) 해상도 출력은 동시에 디스플레이 3개까지만 할 수 있다.

보조 전원은 그래픽카드용 8핀(6+2핀) 커넥터를 통해 공급된다. 최신 인터페이스인 12VHPWR이 아니므로 기존 ATX 2.x 규격 파워 서플라이 사용자도 변환 커넥터 없이 바로 연결할 수 있다.

쿨링팬은 90mm 규격이며 날개는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 하이브리드 팬 블레이드이다. 그래픽카드 온도에 따라 쿨링팬 회전 속도가 자동 조절되며 저소음으로도 방열판에 충분한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방열판은 알루미늄 재질이고 방열핀이 촘촘하게 배치되어서 공기 중으로 열을 발산하는 것이 용이한 구조이다. 그래픽카드에서 발열이 가장 심한 GPU는 열전도율이 높은 구리 재질 베이스로 접촉하며, 히트 파이프 2개를 통해 방열판으로 냉매가 순환해 열을 전달한다.

그 다음으로 발열량이 많은 메모리와 전원부 쪽에는 서멀 패드가 부착되어서 방열판으로 열을 전달하는 것이 용이하다.

그래픽카드 기판 중앙에는 RDNA 3 아키텍처와 6nm 공정을 기반으로 삼아 제조된 AMD의 라데온 RX 7600 GPU가 장착되었다. RDNA 3는 기존 라데온 RX 6000 시리즈 그래픽카드에 적용된 RDNA 2보다 전력 대 성능비가 54% 개선되어서 동일한 전력을 쓰면서도 더 높은 GPU 성능을 끌어낼 수 있다.

게임 GPU 클럭은 2,250MHz이고 부스트 클럭은 최대 2,625MHz이다. 사파이어 라데온 RX 7600은 팩토리 오버클럭이 적용되어서 게임 GPU 클럭 2,356MHz, 부스트 클럭 최대 2,754MHz를 제공한다. 그리고 CPU의 L3 캐시 메모리와 유사한 인피니티 캐시는 32MB 내장되었으며, 이를 통해 GPU 클럭을 높이고 효율을 향상시킨다.

GPU 주변에는 마이크론(Micron)의 GDDR6 메모리 4개가 장착되었다. 용량은 8GB이고 클럭은 18Gbps, 메모리 버스 대역폭은 128bit이다.

전원부는 9페이즈 구성이며 각각 커패시터가 할당되어 있어서 그래픽카드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는 상태에서 소비 전력이 급증해도 안정적으로 견딜 수 있다.

 

경제적인 메인스트림 게이밍 그래픽카드

몇 년 동안 유행했던 가상 화폐 채굴로 인해 대폭 상승했던 그래픽카드 가격은 서서히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대다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메인스트림 라인업 그래픽카드는 근래까지 고공행진 중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등장한 라데온 RX 7600은 적정한 가격과 성능, 소비 전력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하여 존재감을 점점 키워나가고 있다.

사파이어 라데온 RX 7600은 적은 비용 투자로 만족스러운 PC 게임 환경을 구성하고 싶은 경우 딱 어울리는 그래픽카드이므로 효율적인 PC 업그레이드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관심을 가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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